#55화 - 오늘도 별 하나가 졌다.
인사 발령 공고
공고번호: BS북 제2015―3호
제목: 인사발령(승진발령)
발령일: 2015년 3월 11일
하기와 같이 인사발령 되었음을 공고합니다.
성명: 최진혁
부서: 출판본부 판타지무협 1팀
발령내용: 승진발령
발령직위: 팀장
2015년 3월 10일
주식회사 BS북
대표이사 오성민
조금도 예상 못 한 인사 발령 공고에 입이 다물어 지지가 않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가 놀란 표정이다. 오직 김동현 팀장만 제외하고.
김동현 팀장과 최진혁 파트장이 위층에 다녀온 게 이 때문인 것 같다.
‘강경진이 그러면 그렇지. 김동현 팀장은…… 아예 팽 당한 거구만?’
가면 뒤에 숨겨진 강경진의 본모습이 슬슬 나오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지난 몇 달 동안 강경진은 판무 1, 2팀 통합 팀장으로의 승진을 빌미로 김동현 팀장을 쥐락펴락했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 이 인사 발령 공고 메일에 담겨 있다.
올댓스토리 작품 계약에 김동현 팀장이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자 칼같이 김동현 팀장을 내친 모양이다.
‘하긴……. 딱히 놀랄 일도 아니지. 강경진이 실적도 못 내는 김 팀장한테 굳이 힘을 밀어줄 필요가 없으니까.’
강경진은 이미 BS북의 대표까지 올라간 자신의 모습이 머릿속에 선명히 보일 터다.
이미 자기 자신을 대표라 생각할지도 모르지.
권력을 가진 자가 공통적으로 보이는 모습은 자기 것을 뺏기지 않기 위해 애쓴다는 거다.
그렇다면 일 잘하고 말 잘 듣는 사냥개가 필요하다는 건데, 지금 같은 상황에선 최진혁 파트장만큼 적임자가 없을 터다.
‘아니, 근데……. 조팟은 왜 저래? 조팟도 미리 알고 있었나?’
강경진이 김동현 팀장에게 했던 통합 팀장 제안을 조팟도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조팟은 당장이라도 폭발할 사람처럼 새빨개진 얼굴로 몸을 부들거리는데, 김동현 팀장을 위해 자기 일처럼 분노하는 조팟의 모습이 새롭게 보인다.
타다다닥— 타닥— 타다닥—
—조팟: 아니 이게 말이 됨?
—조팟: 최진혁 파트장보다 내가 더 먼저 입사했는데?
—조팟: 1팀, 2팀 나눠져 있어도 같은 출판 본분데 최진혁이 먼저 팀장이 되는 게 어디 있음?
조팟새끼.
정말 한결같은 새끼다.
‘대체……. 지가 팀장감이 된다는 생각을 하는 건가?’
착각도 유분수지라는 생각이 드는 그때.
김동현 팀장이 조팟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조성훈 씨.”
“……네, 네?”
평소와 달리 그 어떤 감정도 묻어나지 않는 김동현 팀장의 말에 조팟의 얼굴엔 당황이 어렸다.
“불만 있으면 대표실 직접 찾아가서 말해. 업무 시간에 이런 일로 톡하지 말고.”
“죄…… 죄송합니다.”
얼굴이 터질 듯 시뻘게진 조팟은 이제야 김동현 팀장이 평소와 다르다는 걸 눈치챈 모양이다.
“파트장님 축하드려요!”
“팀장님이라고 불러야죠!”
“하하, 축하드려요 팀장님!”
그리고 내일부턴 팀장이 될 최진혁 파트장이 사무실로 돌아왔다. 승진 공고를 본 1팀 직원들이 1파트 2파트 할 것 없이 모두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다들 감사합니다. 생각도 못 한 갑작스러운 인사 발령이라 저도 놀랐네요.”
핏기없는 얼굴의 김동현 팀장, 붉게 타오르는 조팟과 달리 최진혁 파트장은 당당한 모습이다.
“공식적으로 팀장은 내일부텁니다. 강경진 팀장님 안 계신다고 해서 해이해진 모습 보이지 말고. 다들 일합시다.”
늘 자신감 없고 주늑 들어 있던 최진혁 파트장에겐 이전에 없던 카리스마가 보인다.
‘……이제 시작인가?’
드디어 강경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도 더욱 철저히 강경진을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그 순간 카톡이 울렸다.
—단풍 삼촌: 됐어어!
—단풍 삼촌: 됐다고 대표님아!!!!!!
—뭐가요?
—단풍 삼촌: 1차 심사 통과했다고!
—심사?
—단풍 삼촌: 인마! 플랫폼! 브루나이!
—단풍 삼촌: 플랫폼 지원 사업 1차 서류 심사 통과했다고!!!
—아!!!
단풍 삼촌의 카톡을 받고 나는 엘리베이터도 기다리지 않고 바로 옥상으로 뛰쳐 올라갔다.
9층에 있는 옥상까지 7층을 뛰어 올라가야 했지만, 조금이라도 더 빨리 단풍 삼촌의 입으로 그 말을 제대로 듣고 싶었으니까.
옥상으로 올라와 가쁜 숨을 고르며 빠르게 옥상을 한 바퀴 삥 돌았다.
“후우……. 아무도 없네.”
지난번에 옥상에서 파브르를 우연찮게 만난 이후로 이제는 늘 주머니에 마스크를 챙겨 다닌다. 아직도 숨이 차 갑갑하긴 하지만 나는 마스크를 낀 채로 전화를 걸었다.
“단풍 삼—! 아니 본부장님! 어떻게 된 거예요?”
—크흐흐. 나 지금 혼자 있다. 편하게 말하자.
단풍 삼촌과 업무 연락을 하는 자리에선 서로 존댓말을 하기로 했다. 회사에 단풍 삼촌과 나 둘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직원들도 있는 곳이니까.
하지만 서로 편하게 말하고 지낸 기간이 길었기에 좀처럼 그게 쉽진 않았다.
앞으로 더욱 신경 써야 하긴 한데,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다.
“삼촌! 1차 심사 확실히 통과한 거야?”
“그래 인마. 삼촌이 누구냐? 눈먼 돈, 나랏돈 타먹기 전문가 아니겠냐, 그으흐흐흐.”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말과 사악한 웃음이 합쳐지니 괜스레 주위를 살피게 된다.
전화로만 듣는 소리라 다행이다.
지난 연말부터 세최공 준비, 작가 계약, 소설피아의 인수 제안, 신입 판무 매니저 채용, 그리고 이제 한 주 뒤면 시작될 소설피아 제1회 공모전 등을 대비하느라 정신없이 달려왔다. 솔직히 해외 플랫폼 사업은 기억에서 아예 잊고 있었다. 게다가.
‘……솔직히 통과할 줄 몰랐지. 보통 규모도 아닌데.’
단풍 삼촌을 믿지 못한 건 아니다.
하지만 150억이 한두 푼이 아니잖아?
“고마워 삼촌. 그럼 다음은 뭐야? 발표 평가랬나?”
“어, 이제 1차 통과한 기업들 대상으로 발표 평가가 있을 거야.”
“언제?”
“4월 2일.”
“음…… 한 달도 채 안 남았네. 플랫폼 사업은 지금처럼 삼촌이 잘 맡아서 진행해줘.”
“그아하하! 맛있는 거나 한턱 쏴라 새꺄!”
“1차잖아. 다 통과 해야지.”
“뭐? 이런 쌍간나—”
“고마워 삼촌. 나 일 가야 해서 끊는다.”
아직 3월 초여서 그런지 날씨가 쌀쌀하다.
통화를 마친 후 얼른 다시 사무실로 내려가려고 하는 그때.
끼이익—
옥상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 저건?’
옥상에 올라온 건 최진혁 파트장과 판무 1팀의 2파트장인 김영진이다.
“김영진 씨.”
“……예.”
슥 다가가 아는 척을 하며 사무실로 내려가려던 생각과 달리 내 몸은 자동 반사적으로 몸을 숨겼다. 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팀장 업무는 내일부터긴 한데, 앞으론 영진 씨 보고도 받아야 하니까. 미리 얘기 좀 하려고요.”
“아…… 예.”
김영진 파트장은 몹시 달갑지 않다는 태도였다.
하지만 최진혁 파트장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영진 씨가 맡은 2파트에선 올댓에 넣을 판무 1, 2월 한 작품도 없었던 거 알죠? 이번 달에도 확정된 건 없는 걸로 아는데? 해결 방법은 있나요?”
“예? 그건 저희 파트뿐만이 아니라 2팀에서도 아직—”
“어이가 없네. 왜 말을 못 알아듣죠? 변명 듣겠다는 게 아니라 해결책 묻는 거잖아요? 다른 팀 비교하라는 게 아니라 영진 씨가 담당한 2파트에선 어떻게 할 거냐고?”
최진혁 파트장의 태도가 무척 낯설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상당히 강압적이고 권위적인 말투가 마치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렇게 느낀 건 나뿐만이 아닌 모양이다.
김영진 파트장은 하루아침에 상사가 되어버린 최진혁 파트장의 말에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이번 소설피아 공모전은 세최공과 달리 신인이 아닌 기성 작가들 그리고 필력이 완성된 작가 위주로 진행될 것 같습니다. 그러니 신인연재에서 연재 중인 신인 작가들 위주로 컨택한다면—”
“그 말 책임질 수 있어요?”
“…….”
“세최공 공지에 써 있던 말 기억 못 해요? 수상작 상금 지급은 익월 말에 지급된다고 한 거? 세최공에 참여했던 신인 작가들 최소 300명이 아직 묶여있다는 거예요. 이달 말에 상금 받기 전까지는.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될까?”
“……죄송합니다. 모르겠습니다.”
처음 옥상에 올라왔을 때만 하더라도 적개심을 드러내며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있던 김영진 파트장의 고개가 숙여졌다. 그가 느끼기에도 최진혁은 예전의 그 최진혁이 아니라는 게 여실히 느껴졌을 테니까.
“세최공 당선작 장려상, 신인상 작품들 싹 다 연락 돌려요.”
호오, 아예 당선작들을 채 가시겠다?
생각보다 더 공격적인 접근이다.
“하지만 아직 상금 지급 전이라 계약을 안 하려고 할 것 같은데요. 세최공 참여 및 수상 조건이 소설피아 매니지를 제외한 미계약작—”
“내가 몰라서 하는 말 같아요?”
“예? ……아, 아닙니다.”
싸늘한 최진혁 파트장의 말에 김영진 파트장의 표정은 더 하얗게 창백해졌다.
“빠짐없이 싹 다 연락 돌려서 4월 중에 계약하자고 설득하라고요. 그게 어렵나?”
“하, 하지만 장려상, 신인상 작품 중에도 드래곤과 계약된 작품이 있을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드래곤과 부딪치게…….”
말꼬리를 흐리는 대답에 최진혁 파트장은 사납게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니까, 계약했는지 안 했는지 모르니까 연락해서 4월 중에 계약하자고 설득하라고. 무슨 말인지 이해 못 합니까? 드래곤이랑 계약됐다고 하면 패스하고 계약 안 했다고 하면 우리랑 하자고 얘기하는 거 그게 뭐 어렵냐고?”
“……250명 다 말씀이세요?”
“영진 씨. 했던 말 자꾸 하게 하지 맙시다. 그동안 강경진 팀장님이 좋게좋게 이끌어 주셨는데, 나한테선 그런 태도 기대하지 마. 지금 영진 씨 하는 행동 보니 파트장 자리에 계속 둬도 되는지까지 고민되니까.”
“……열심히 하겠습니다.”
“열심히 말고 잘하라고요. 가서 제대로 해요. 지켜볼 테니까.”
“……네. 먼저 내려가겠습니다.”
울상이 된 김영진 파트장이 고개를 숙이고 몸을 돌렸다.
“아, 그리고.”
“……?”
“내가 팀장 된 게 못마땅한 것 같은데. 회사에선 표정 관리 좀 하지? 앞으로 내 밑에서 어떻게 하려고 그래?”
“……전 안—”
“그런 적 없다는 개소린 꺼내지도 말고. 잘해요. 두 번 실수는 없으니까.”
“……명심하겠습니다.”
“가 봐요.”
김영진 파트장이 옥상에서 내려간 뒤로도 최진혁 파트장은 계속 옥상에 남아 있다.
그동안 내가 알던 최진혁 파트장의 모습과 상반되는 모습이 당혹감을 준다.
이게 최진혁 파트장의 본 모습인가?
“최진혁 파트장님.”
“어…… 정우 매니저님?”
궁금하면 물어보면 될 일이지.
구석에서 나온 내 모습에 최진혁 파트장이 당혹스러워 하는 표정을 짓는다.
“하하, 죄송합니다. 작가님하고 통화하러 잠시 올라왔다가 내려가려던 찰나에 두 분이 진중하게 대화하시는 모습이 보여서.”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정우 매니저님한테 이런 모습을 들켜 부끄럽네요. 난데없이 팀장 자리에 앉게 되었더니, 직원들 교육하는 것부터 보통 일이 아니라…….”
최진혁 파트장은 마치 내 얼굴을 보기가 민망하다는 표정이다.
‘나한텐 이런 모습을 보여주긴 싫었겠지. 지금 자기가 하는 행동은 강도만 조금 다를 뿐이지 한우석 팀장이 자신에게 하던 행동이랑 별반 다를 게 없으니까.’
뭐, 그 부분은 딱히 신경 쓰지 않는다.
핀잔을 잔뜩 먹고 내려간 김영진 파트장의 경우 최진혁이 로맨스 팀으로 좌천됐을 때 앞장서서 최진혁 파트장을 무시하던 하이에나 같은 놈이었으니까. 하지만 이건 꼭 물어봐야겠다.
“파트장님. 하나 여쭤도 되겠습니까?”
“그럼요. 물어보세요.”
“올댓에 작품 넣는 거. 매니저로서 해도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조금도 예상 못 한 질문이었는지, 최진혁 파트장은 잠시 놀란 듯 입을 벌린 채 무언가 말을 하려다 말을 삼켰다.
그러면 내가 다시 물으면 되지.
“이해가 안 가서 여쭤봐요. 제가 파트장님과 알고 지낸 지 아주 긴 시간은 아니라고 해도 제가 느끼기에 진혁 파트장님은 올댓에 신인 작가를 적극적으로 데리고 갈 거란 생각은 안 들었거든요. 설마, 강경진 팀장님 때문입니까? 로맨스팀에서 진혁 파트장님을 구해 주셔서?”
강경진의 이름을 언급하자 그의 표정이 날카롭게 바뀌었다. 마치 자신의 주인을 모욕한 적을 바라보는 충견의 모습처럼.
“제가 로맨스팀에서 힘든 시간을 겪을 때 정우 매니저가 저를 많이 신경 써 주려 한 거 알아요. 하지만 선은 지키시죠.”
“선이요?”
“올댓에 작품을 넣는 건 1팀 파트장으로서 제 결정이자 선택이었습니다. 작가들 중에는 어느 플랫폼이더라도 유료화를 하고 싶어 하는 작가들이 분명 있는 게 사실이고요. 올댓은 그런 분들의 꿈을 이뤄 줄 수 있는 곳입니다. 강 팀장님이 저를 구해 주신 걸 감사하게 생각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 사적인 감정 때문에……. 지금…… 뭐가 웃기죠?”
마치 자신의 행동을 해명하는 듯한 최진혁 파트장의 말에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제가 사람을 잘못 본 거 같아서요.”
“무슨 말입니까?”
“파트장님이 담당하시던 피자헛둘 작가님. 제가 인수받게 되었을 때만 해도 믿었어요.”
“…….”
“피자헛둘 작가님이 좋아하시는 글 그리고 파트장님이 보기에도 더 좋아보였던 글을 두고 무난무난하게 흘러가는 양판소를 연재하기로 강행했던 거요. 기억나시죠?”
“그건…….”
“당시 파트장님이 말했죠. 한우석 팀장이 위에서 찍어 누르니 선택권이 없었다고.”
“…….”
당시 최진혁 파트장은 피자헛둘 작가의 ‘이세계 힐링포차’가 자신이 보기에도 더 재미있는 글이라고 했다. 아울러 피자헛둘 작가가 더 즐겁게 연재할 수 있는 글로 보이는 것 같다는 말도 했었고.
“그런데 웃기네요? 이제 하루만 지나면 파트장님한테 부당한 업무를 시켰던 그 팀장 자리에 앉게 되는데. 팀장이 되니 글 보는 눈도 작가를 대하는 태도도 바뀌게 되나 보죠?”
“박정우 씨!”
“그렇게 열 내실 필요 없어요. 솔직히 열 내야 할 건 나니까.”
“자꾸…… 무슨 말 하는 겁니까?”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일 뿐이지, 최진혁이 작가를 대하는 태도 그리고 글을 대하는 태도는 제대로 된 놈이라 생각했었다.
‘그런 생각에 LGA로 데려올 생각까지 했었는데…….’
그런 생각을 했던 과거의 내가 한심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더 길게 말할 것도 없겠네요. 그런 모습으로 팀장 자리에 앉게 되실 줄은 몰랐지만, 팀장 축하합니다. 뭣도 모르는 작가들 계약해 올댓에 런칭시키면서 가지가지 이유 붙여가며 그걸 합리화시키는 태도라.”
“…….”
정곡을 찔렀는지 조금 전 자신의 팀원하게 하던 그런 태도를 나에게 보이진 못했다.
멍청한 표정을 짓는 최진혁 파트장을 그대로 지나쳐 나는 옥상 출구로 나갔다.
아니, 나가려 했지만 다시 발걸음을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아직 할 말이 더 남았으니까.
“그리고, 어디 가서 편집자라고 말하지 마시고 그냥 샐러리맨이라고 소개하세요. 모르는 사람이 보면 작가 속이고 돈 빌어먹는 게 편집자라고 생각할 테니까.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
팀장이 된 최진혁의 눈에선 전과 같은 빛이 빛나지 않는다. 그는 꿈을 잃은 편집자.
꿈을 잃은 편집자는 단순한 월급쟁이일 뿐이다.
BS북엔 오늘도 별 하나가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