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편집자의 이중생활-51화 (51/201)

#51화 - 작품 컨택은 당분간 모두 중지해.

“음……. 플랫폼 수수료를 제외하지 않은 총매출에서 8 대 2라면……. 계산이 어떻게 되지?”

“정우 매니저 몰라? 그게 무슨 차이냐면…….”

안다 새끼야.

니가 떠들라고 판만 벌린 거야.

“음……. 그게 그러니까…….”

정글북에 카리오스 정산 이슈 관련 내용을 열 살 꼬마라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풀어 놨는데.

조팟새끼…… 이 정도로 문해력이 달리는 건가?

그게 아니면 단순한 산수에도 약한 수포자가 분명하다.

‘쯧, 도움 안 되는 새끼. 밥상을 차려놔도 떠 먹지를 못하네. 내가 나서야 겠구만.’

시도 때도 없이 떠들어대는 진성 어그로꾼 조팟 덕분에 얼추 판은 깔린 느낌인데, 산수에 약한 놈의 머리 덕분에 마무리가 안 되고 있다.

“다들 잘 모르시는 느낌인데 제가 계산해 보죠.”

“내가 모르는 건 아닌데……. 뭐, 그러던지.”

“저도 플랫폼 수수료를 제외 안 한 총매출은 따로 계산해본 적이 없거든요, 하하.”

나는 교묘히 적당한 데시벨로 우리 2팀뿐만이 아니라 1팀 매니저들에게도 다 들릴만한 목청으로 말을 뱉었다. 그리고 폰을 꺼내 들어 계산기 앱을 켰다.

“어디 보자…….”

톡— 토독— 토도독— 톡톡톡—

2015년인 올해.

판무 쪽에서 점점 표준이 되어 가고 있는 계약 조건은 플랫폼 수수료를 제외한 순매출을 포함한 작가 7, 플랫폼 3의 정산 비율이다.

그러니 플랫폼 수수료를 제외하지 않은 총매출에서 8:2 정산이란 게, 기존의 7:3 정산보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다들 쉽게 가늠되지 않는 모양이다.

카리오스의 정산 방식은 그 정도로 생소한 방식이었다.

나는 계산기를 두드리며 통상적인 정산 비율과 카리오스의 정산 비율을 비교한 수치를 종이에 끄적였다.

왠지 말로만 설명해서는 조팟같이 아둔한 놈은 아예 이해를 잘 못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니까.

“와……. 카리오스, 얘들 진짜 장난 아니네요.”

“왜? 어떻길래?”

“뭐가 많이 달라요?”

“이건 조삼모사도 아니고 불리한 계약을 말장난으로 덮어둔 거네요. 보세요.”

내가 낮게 혀를 차자, 2팀 사람들의 시선이 나를 향해 몰렸다.

“각 플랫폼 수수료를 보면, 테일랜드는 30%, 소설피아는 37%, 웹월드는 50% 떼잖아요.”

“그렇지?”

“이걸 일반적인 7 대 3 정산으로 했을 때랑 카리오스가 하는 총매출에서 수수료 공제 않은 8 대 2랑 정산으로 계산했을 때랑 비교하면 좀 웃겨요.”

“정우 매니저, 그래서 뭐냐고? 같이 좀 웃읍시다.”

뜸을 제대로 들여야 밥이 맛있는 법.

혀를 차며 내뱉는 내 말에 김동현 팀장이 닥달하기 시작했다.

옆자리 이창윤 매니저와 건너편에 앉은 조팟놈도 눈을 반짝이는 걸 보니, 다들 궁금하긴 한 모양이다.

“일반적인 7 대 3 정산으로 계산했을 때 작가 몫은 테일랜드 49%, 소설피아 44.1%, 웹월드가 35%죠. 그런데 카리오스 식으로 계산하면 테일랜드에선 작가가 50%를 가져가고 소설피아에선 43%, 웹월드에선 30%를 가져가요.”

“음……. 그럼 카리오스식 8 대 2 정산은 테일랜드에서만 1% 더 유리한거고 소설피아는 1.1%, 웹월드에서 연재하면…… 5%? 5%나 불리한 건데?”

김동현 팀장이 눈을 굴리며 말했다.

늘 생각하는 거긴 하지만, 김동현 팀장은 곰 같은 외모와 달리 두뇌 회전이 빠르다.

‘물론 머리가 잘 돌아간다고 해서 딱히 실적이 좋은 건 아니지만.’

“카리오스 얘들 어쩐지 소설피아랑 웹월드에만 작품 런칭하더니만. 잔대가리 하나는 기가 막히네.”

“테일랜드에서 런칭한 작품만 이득인 구조죠.”

물론 구조가 그렇다는 거지 실제로 그런 이득을 본 작가는 없을 게 분명하다. 테일랜드에서 그런 수익을 내려면 1차 독점으로 테일랜드에서 런칭을 해야 한다.

하지만 따로 조사해본 바로, 카리오스는 전체 플랫폼에 글이 풀릴 때만 테일랜드에 글을 넣었지 테일랜드 1차 독점으로 들어간 작품은 없었다. 단 하나도.

“이야~ 대단해. 이런 생각은 진짜 어떻게 했을까? 잔대가리 하나는 리스펙 한다, 쯧.”

즉, 카리오스는 테일랜드에서 조금 더 잘 챙겨 주는 것처럼 안심시키고, 소설피아와 웹월드에선 제대로 벗겨먹는 생양아치 짓을 하고 있던 거였다.

판무 2팀 모두가 카리오스의 기막힌 정산 방법에 혀를 차는 그때. 김동현 팀장이 문득 무언가 떠올랐는지 조팟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근데 이게 딱히 문제가 되나? 아직 6:4 계약 하는 곳도 꽤 있을 건데…… 고작 이걸 가지고 작가들이 고소한다는 거야?”

“에이, 당연히 그게 다가 아니죠.”

“뭐가 더 있어?”

김동현 팀장의 말에 조팟이 다시 대화에 나섰다. 본격적인 험담을 시작하려는지 불긋한 여드름 위로 검은 뿔테 안경을 쓸어 올리는 조팟놈의 얼굴이 사악하기 그지없다.

“카리오스 대표가 진짜 웃긴 게, 그냥 우리는 정산비를 이런 식으로 계산한다 하고 넘어가면 될 걸, 작가들 꼬실 때 지들은 8 대 2니까 더 좋다 이런 식으로 이빨을 까둔 거래요.”

“그건 대놓고 거짓말을 한 거잖아?”

“푸흐흫, 제 말이요. 정글북에 다 써 있다니까요? 계약에 목마른 망생이들이 숫자만 보고 헤으응 할 때 덜컥 목줄 채워 버리는 거죠.”

이어진 조팟의 말에 김동현 팀장과 이창윤 매니저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다.

“근데 더 대박인 건 이게 다가 아니에요. 카리오스 소속 작가들도 이 정도면 솔직히 고소까지는 안 했을 듯.”

“또 뭔데?”

본격적인 험담 시간이 되자 조팟놈은 물 만난 고기처럼 열을 올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카리오스 정산 비율이 플랫폼 수수료를 제하지 않은 전체 매출에서 8 대 2 잖아요.”

“나 애탄다, 조팟아. 했던 말 그만하고 빨리빨리 좀 말하자.”

“크흐흐, 이게 연재 정산 비율이에요.”

“연재 정산비? 그게 무슨 말이야? 설마…… 완결은 또 정산비가 달라?”

잔뜩 놀란 표정을 짓는 김동현 팀장의 말에 사악하게 입꼬리를 말아 올린 조팟놈이 모니터 화면을 응시하며 말했다.

“여기 써 있네. 갑(작가)은 완결 이후엔 갑의 수익 50%를 을(출판사)에게 지급하기로 한다.”

“……참나.”

“이건 진짜…….”

김동현 팀장은 사탄과 울고 갈 후려치기라고 중얼대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정산비 계산은 보통 작가들이 플랫폼 별 수수료를 잘 몰라서 계산을 못 했을 수도 있다고 해도, 이거는 눈만 달려도 감이 안 오나 사기인 게?”

“그러게요……. 와, 카리오스 작가들 진짜 불쌍하네.”

낮게 혀를 차는 김동현 팀장과 이창윤 매니저의 말에 조팟은 치켜올린 검지를 까딱이며 말을 이었다.

“노노, 정글북에 글 올린 작가도 그 말 했다 함. 존나 사기 계약 같은데 이 조건 빼면 안 되냐고 계약 전에 말했대요. 그러니까 카리오스 대표가 이게 작가를 위한 조항이고 오히려 작가에게 매우 유리한 조항이라고 이빨 털었대요, 푸흐흫.”

“아니, 완결 정산을 반띵하는 게 말이 되는 소리야?”

김동현 팀장이 계산기 앱을 열어 숫자를 찍어 넣기 시작했고, 잠시 후 그는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와 카리오스가 50% 먹고 플랫폼 수수료 빼면 테일랜드는 25%, 소설피아는 21.5%, 웹월드는 14%? 우리 BS북은 선녀였네 그냥. 24%, 23.4%, 20%씩 더 처먹네? 배부르시겠어. 빌딩 세웠겠다, 세웠어, 쯧.”

비웃음이 담긴 코웃음을 치던 김동현 팀장은 잠시 생각에 잠긴 무언가 이해가 가질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도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는데? 고소했다는 작가들도 바보 아니야? 상식적으로 50% 떼가는 건 어떻게 봐도 유리할 거 없는 조항이잖아?”

“글쎄, 카리오스 대표가 졸라 영악한 게, 작가들한테는 웹소설은 연재 때 수익이 크지 완결 나면 매출 거의 없다 이런 식으로 밑밥을 뿌렸대요. 아니, 당연히 연재 수익이 큰 건 맞지만, 완결 수익도 적은 건 아니잖아요?”

“그렇지, 연재 때 찔끔찔끔 보는 거 싫어서 일부로 단행본만 찾아보는 독자들도 많은데.”

여기까지만 해도 충격적인 말들의 연속이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빨리 더 까라고 조팟아!

“프흐흫, 이게 다가 아니에요.”

잘했다 조팟아. 오늘만큼은 네가 최고다.

“……뭐? 여기서 뭐가 더 있어? 뭔데?”

우리 2팀뿐만이 아니라 1팀 매니저들 모두 카리오스 대표가 대단한 새끼네라며 수군거렸고, 강경진의 시선은 아예 우리 쪽을 향해 있다.

“카리오스도 우리처럼 권 당 보장인세 해주거든요? 완결까지 권 당 100이요.”

“수수료 공제 전 총매출 8 대 2 정산이라도 권 당 보장인세는 좋은 거 아냐?”

조팟놈의 말에 김동현 팀장은 카리오스의 보장인세가 뭐가 문제냐는 투로 물었다.

“푸흐흫, 카리오스 대표가 진짜 난 놈인 게 보장인세를 매출로 보고 수수료를 떼고 줬데요.”

“뭐? 보장인세를 그럼 권당 100을 주는 게 아니라 80만 줬다고?”

“거기서 원천세 뗐으니 얼마냐? 773,600 원 받았겠네요.”

“허허, 진짜 제대로 미쳤네.”

“양아치도 급이 있다니까요?”

카리오스를 씹는 조팟놈의 얼굴은 그 여느 때보다 밝고 행복해 보인다.

‘좋아 죽네, 그냥.’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다시 들어도 놀랍긴 하다. 불공정 계약으로 어디 가서 뒤지지 않는 BS북도 카리오스에게는 한 수 접어 주는 느낌이랄까?

‘그나마 다행이다. BS북에 강경진이 나보다 먼저 입사했다면……. BS북은 지금 카리오스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 하진 않았을 테니까.’

많은 신인 작가 그리고 종이책 시절 매니저들은 보장인세의 개념을 헷갈려하는 일이 종종 있다.

종이책 시장에선 작가들이 2천 부도 팔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리고 이 경우 출판사에선 최소 4천 부의 고료를 보장하겠다는 개념의 보장인세를 제공하는 식이었고.

하지만 웹소설 시장에서 보장인세의 개념은, 권당 주는 돈에 더 가깝다. 웹소설 시장에서 보장인세를 부르는 정식 명칭은 ‘종이책 계약’이다.

‘7:3인 전자책 계약 조건을 6:4로 하는 대신, 종이책 계약을 따로 맺는 식이지.’

2015년인 지금 이런 식의 보장인세가 존재하는 이유는 아직 대여점 시장이 아직 완전히 몰락하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몇 년 후의 미래에도 대여점과 끈끈한 연계를 지닌 출판사들은 보장인세를 지급했다.

웹소설로 매출이 바닥인 작품도 종이책으로 만들어 대여점에 뿌리면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였으니까.

‘즉, 종이책과 전자책 계약을 따로 쓰는 거지.’

보통 자신의 정산비가 내려가는 데도 작가들이 보장인세를 계약서에 넣는 이유는?

그 이유는 오직 단 하나다. 돈이 급하니까.

보장인세 계약 원칙상 4권, 즉 100화 분량이 모였을 때 정식으로 종이책 출간이 된다.

이때 1, 2권만 동시 발간이 되고 1, 2권 보장인세가 원천징수세 3.3%를 제하고 작가에게 송금되는 식이다.

다만 이건 원칙상 그렇다는 거고, 보장인세를 계약에 넣는 대부분의 작가는 급전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담당 매니저의 재량으로 더 일찍 보내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BS북에서도 보장인세 계약 조항이 들어간 작가는 1권 분량인 25화 원고가 수급될 때마다 3~4일 내에 바로바로 작가에게 보장인세를 보낸다.

권당 보장인세란 작가의 생계를 보장하는 최후 수단. 보장인세에 담긴 의미를 작가와 매니지 모두가 잘 알고 있으니까.

“카리오스 계약 조건이 부분적으로 봐선 양아치 짓을 찔끔찔끔하는 거 같은데 이게 다 합쳐지니 아주 완벽한 양아치 새끼에요. 아, 나도 돈만 있으면 출판사 차리고 싶네.”

카리오스가 작가들에게 몰매를 맞는 건 계약 당시 자신들의 조건이 ‘작가를 위한’, ‘작가에게 유리한’이란 되도 않는 개소리를 붙여 놨기 때문이다.

‘자승자박이지. 혀를 잘못 놀렸으면 대가를 치러야지 어쩌겠어?’

오물은 냄새를 풍기기 전에 즉시 청소를 해야 하는 법이다. 그래야만 괜히 여럿이 입을 피해가 줄어들 테지.

정글북에서 카리오스가 신명 나게 까이는 게 조금도 미안하지 않다. 카리오스는 충분히 까일 가치가 있는 회사니까.

“김 팀장님, 따로 얘기 좀 나눴으면 하는데요. 시간 괜찮으실까요?”

“예? 아…… 네. 그러시죠.”

카리오스의 양아치 계약 조건에 판무 2팀 1팀 할 거 없이 다들 험담을 늘어놓는 그때.

우리 쪽으로 다가온 강경진이 김동현 팀장을 불러 대회의실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들이 회의실에 들어간 지 1시간 정도가 지났을 무렵, 둘은 각자 상기된 표정으로 회의실 밖으로 나왔다.

“팀장님 무슨 일이에요?”

조팟의 물음에 김동현 팀장은 시선도 주지 않고 우리에게 말했다.

“긴급 전달 사항이 있어. 다들 먼저 소회의실로.”

“……?”

갑작스러운 회의 소집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그 순간. 바로 옆의 판무 1팀 매니저들도 강경진에게 비슷한 말을 듣고 대회의실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파트장님 무슨 일인지 아세요?”

“음……. 올댓 작품 때문인가?”

BS북 토렌트인 조팟놈도 아무것도 모르는 걸 보니 일단 김동현 팀장이 와야지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뭐야, 왜 안 와? 바쁜데, 쯧.”

회의실에서 15분 정도 기다렸을 무렵.

성인 ADHD 기질이 다분한 조팟놈이 툴툴거리기 시작할 때였다.

소회의실 문이 열리고 김동현 팀장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들어왔다.

한 손에는 여러 장의 종이를 쥔 채로.

“긴급 전달 사항이 있다고 했지?”

“네, 대체 뭐길—”

“우선, 올댓에 보낼 작품 컨택은 당분간 모두 중지해.”

“예에?”

“……갑자기 왜?”

갑작스러운 김동현 팀장의 말에 다들 놀란 표정을 짓는 그때. 김동현 팀장의 이어진 말이 우리를 더 놀랍게 했다.

“카리오스 작가들, 우리 쪽으로 모두 빼오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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