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편집자의 이중생활-48화 (48/201)

#48화 - 연중 했다고? 나 때문에?

‘여…… 연중? 연중했다고? 나 때문에?’

휘리릭 마우스 휠을 내려 감평 요청글 하단에 적힌 ‘도사와 마법사’의 링크를 타고 갔는데.

“헉…….”

“봤음? 진짜 개 쩔지 않아요? 노원지귀가 아니라 노원마귀임. 진짜 편집자인 내가 봐도 와…… 망생이가 그 정도 피드백 받으면 자살마려울듯.”

‘아니……. 진솔한 피드백 부탁한다며?’

‘도사와 마법사’ 링크를 타고 간 화면엔 ‘공개되지 않은 작품입니다.’라는 텅 빈 화면만 덩그러니 있을 뿐이다.

‘내 진심이…… 조금 과했나?’

이상하다.

분명 출근길에 전화했던 권미현 본부장의 목소리는 밝았는데?

아직 이 글을 보지 못한 건가?

기억을 다듬어 보자.

아까 분명 내 감평글이 성지글이 됐다고 했잖아? 그런데 성지글은 또 뭐야?

드르륵— 드륵— 드르륵—

‘……이건 ……또 ……뭔?’

IIiiiIiiI[2]: 성지순례왔습니다

IiiiiIIiiII[1]: ㅗㅜㅑ 아니 뼈를 분쇄기로 갈아 버렸네…… 노원지귀 작가님 제 뼈도 준비됐…… 아 무섭다

iliiliiii[1]: 기성이지만 정성 가득 담긴 피드백에 저도 도움 많이 됐습니다. 노원지귀 작가님 늘 응원합니다. 건필입니다.

IiiiIIIIiii[1]: 여보세요? 사탄이죠? 인재 채용 하시나 해서요?

IIiiiII[2]: 와…… 내 담당 편집자도 이렇게 정성들여서 안 써주는데. 이번 공모전 참가하시는 분들은 꼭 참여하시길. 고통스럽긴 해도 이렇게 정성 들인 피드백 받으면 도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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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솔한 피드백을 원했기에 최선을 다해 도움을 준 것뿐이었는데……. 뜨겁다.

반응이 용암처럼 뜨겁다 못해 녹아내릴 것 같다.

마우스 휠을 내리고 또 내려도 끝없이 이어지는 댓글과 대댓글의 향연.

정신이 혼미하다.

‘……이게 다야? 다른 말 남긴 건 없나?’

드르륵— 드륵—

마우스 휠을 다시 빠르게 올렸다.

내 감상평을 읽고 남긴 망생님이 다른 말을 써둔 게 없나 다시 확인 해볼 필요가 있었으니까.

노원지귀 작가님께서 직접 답글 달아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감사합니다 작가님.

요청드린대로 주신 진솔한 피드백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리고 많은 고민 끝에 ‘도사와 마법사’는 연중하려합니다.

비록 관심작 수는 늘지 않았지만 따라와 주시던 독자님들이 계셨다면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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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내가 읽고 스크롤을 내렸던 파트.

드르륵— 드륵—

마른침을 삼키며 마우스 휠을 조금 더 아래로 내렸고, 나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아! 마지막으로 노원지귀 작가님의 피드백으로 더 좋은 글을 쓰고자 연중한 겁니다.

제가 고민하던 부분 그리고 미쳐 놓쳤던 부분에 관해서도 많이 도움이 되었고, 더 발전된 글로 빠른 시일 내에 돌아올 것을 노원지귀 작가님과 몇 안 계신 독자님들께 약속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저처럼 글을 쓰다 고민이 생긴 신인 작가님들과 망생님들은 꼭 감평을 받아 보시길 바랍니다.

노원지귀 작가님께서 주신 피드백에 아직도 뼈마디가 얼얼하지만, 충분히 가치가 있었어요.

눈에 보이지 않던 게 새로 보이는 기분.

제3의 눈이 개안 된 느낌입니다.

노원지귀 작가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그럼 그렇지.

역시 한국말은 끝까지 읽어봐야 한다.

우리 망생님이 게시판에 남긴 글을 보니 독기도 꽤 있어 보이고 이 정도로 무너질 사람 같진 않다.

‘이 정도로 무너져서도 안 되지.’

나도 신인 시절이 있었기에 망생님의 고민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신인 때는 자신이 잘 쓰고 있는 건지, 분량은 충분한지, 연재 시간은 괜찮은 건지 오만가지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마련이니까.

“와아…….”

“왜요? 아, 공모전 참가작 엄청 늘었죠? 노원지귀 감평빨이 있긴 있나봐요.”

나도 모르게 낮게 흘린 탄성에 이창윤 매니저가 내 모니터를 힐긋 보며 미간을 좁혔다.

망생님의 피드백 글을 빠져나와 공모전 참여 게시판에 등록된 글을 보니 500 작품이 넘어간다. 바로 전 날만 해도 251명이 참여했던 거에 비해 2배 정도가 늘어났다니!

‘둘째 날에 500명 정도라…… 이대로만 가면 1,000명 가까이 찍겠는데?’

전날 까지만 해도 이지연 본부장에게 임시 표지 제작을 부탁하려 했는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 보인다.

띠링—

—권미현 본부장: 대표님 보셨어요?

—네, 봤어요. 참여작 수가

갑자기 확 늘었네요?

—권미현 본부장: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말씀드리려고 연락드렸어요. 아무래도

나눠야 할 것 같아서요.

—나눠요? 뭘요?

—권미현 본부장: 감평글 피드백 순서요.

수가 워낙 많아서 대표님하고 저희 매니저들이랑

담당 분량 따로 구분해야 할 것 같아서요.

—권미현 본부장: 구글 드라이브 파일 공유 링크 보내드렸어요. 거기서 감평 게시글 번호 체크해서 서로 안 겹치게 감평 진행하는 게 어떨까요?

일리 있는 말이다.

늘어난 건 공모전 참가작 수뿐만이 아니다.

감평 요청 글도 부쩍 늘어났기 때문이지.

망생님이 연중한단 말에 놀라 아깐 제대로 인지를 못 했는데, 지금 다시 보니 감평 요청 게시글 수만 50여 개에 달한다.

‘확실히 나눠서 하는 게 효율적이겠네.’

권미현 본부장은 담당작 셋에 신입 매니저들 둘은 각각 담당작 하나를 맡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드래곤 작품 중 실연재 작품은 아직 천명 작가의 글 하나뿐이라는 거다.

즉, 권미현 본부장를 포함한 드래곤의 판무팀 매니저 수는 총 셋. 그리고 나까지 손을 더하면 총 넷이서 인당 최소 12작품 이상을 읽고 피드백을 줘야 하는 상황!

‘비상 상황이다.’

공모전 참가작 수가 갑자기 늘어난 건 확실한 호재다. 하지만 하룻밤 사이에 감평 요청 글이 50여 개가 올라왔다는 건, 오늘 하루가 더 지났을 때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감평 요청 글이 올라올 수도 있다는 뜻이지.

—담당 작가님들 교정이랑

피드백 차질 없는 선에서

감평 부탁드릴게요

—투고작 관리한다고

생각하면서 진행하면

좋겠어요

—권미현 본부장: 네, 바로 감평 진행하겠습니다!

타닥— 타다다다닥— 타다닥—

“정우 매니저, 일 많아요? 무슨 게임이라도 하는 줄?”

“바쁩니다. 집중 좀 할게요.”

“……참나. 삭막하긴. 말도 못 거나?”

“바쁩니다.”

남일에 참견하길 좋아하는 조팟새끼가 어김없이 말을 걸어 왔지만 깔끔히 잘라 냈다.

오늘은 조팟놈의 헛소리에 어울려주기에도 여유 없을 정도로 바쁠 테니까.

‘내가 웬만해선 정도를 지키려고 했는데 말이야.’

나는 BS북을 증오한다.

그래도 난 이 회사의 쥐꼬리만한 녹을 먹는 입장이다.

그렇기에 최소 근무 시간 내에는 BS북 업무에만 집중하려는 나름 스스로의 규칙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더는 그럴 수가 없다.

‘올댓스토리 같은 쓰레기 플랫폼에 신인 작가들을 밀어 넣는 걸 두고 볼 수만은 없잖아?’

그러니 나의 행동은 결코 루팡이 아니다.

라고 셀프 가스라이팅을 시전하며 나는 혼과 열을 다한 감평글을 찍어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 연말연시는 감평글의 무덤 속에 빠져 사는 매일이 되었다.

혈교 포지션이 애매하다는 말이 댓글에 종종 달리네요 ㅜㅜ

마교랑 혈교를 동시에 등장시킨 게 이 정도로 거부감을 많이 일으키는 건가 솔직히 지금도 납득이 잘 안 갑니다…….

그런데 댓글 반응과 달리 연독이나 성적은 나름 높아서 더 머리가 복잡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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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혈교나 혈마라는 포지션은 마교나 천마가 물리니 그 대체제로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봅니다.

그렇기에 웹소설에 혈교가 등장한다고 해도 마교의 사술 혹은 사이비 단체 같은 느낌이거나, 마교나 혈교 둘 중 하나만 나오는 식으로 대개 설정을 잡으시죠. 그게 아니면 둘 다 아예 안 나오게 설정하는 작품도 많고요.

하지만 작가님 글의 혈교는 기존 통상적으로 알려진 혈교 설정과는 배경부터가 다른 걸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스타워즈’로 유명한 조지 루카스 감독은 우주에는 공기가 없어서 소리가 나지도 않고, 빔을 쏘는 소리나 폭발하는 소리도 나지 않는다라는 고증 지적을 받으신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조지 감독은 ‘내 우주에선 난다’라고 했죠. 그게 더 재미있으니까요.

작가님께서 혈교와 마교를 둘 다 등장시키고 싶으시다면…….

비축 15화 들고 시작했어요.

완결치 시놉 결말도 다 짜두었구요.

아직 비축 5화 정도 남았는데 비축분 털어 볼 것도 없이 폐기해야 되나 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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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리신 글 잘 읽어 봤습니다, 작가님.

폐기하시고 새로 쓰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현재 진행되는 전개로는…….

등장인물 이름 짓는 게 너무 힘들어요.

1권 분량 넘어가니 등장 인물도 많아지고, 배경이 중세 판타지라 그런지 캐릭터 이름 짓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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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글에 영어로 중세 이름 등을 검색하시면 다양한 자료가 나옵니다(예. medieval names). 하지만 시간적으로 촉박한 편이시라면 올림픽이나 월드컵 국가대표 이름 차용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또는…….

편집자 일, 내 글 연재, 감평.

다람쥐 챗바퀴 굴러가듯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거기다 장애물도 많았다.

12월에는 크리스마스.

1월에는 신정 휴일.

그리고 BS북과 우리 LGA에서 진행하는 종무식과 시무식을 두 탕씩 뛰느라 연말연시는 다른 달보다 업무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확연히 부족했다.

정신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점점 체력이 고갈되는 걸 느꼈다.

“그으……. 끄아아! 끝났다! 드디어 끝났어!”

그리고 대망의 1월 30일 금요일.

드디어 40일간 진행됐던 세계 최강 공모전 마지막 날이 찾아왔다. 영원히 찾아오지 않을 것 같이 느껴졌던 그 날이!

칼퇴 후 집에 도착한 나는 바로 몸을 쇼파에 날렸다. 이대로 쇼파에 누운 채 숨만 쉬고 싶을 정도로 피곤했다.

“5분……. 5분만 누웠다 가고 싶다.”

비록 20대의 몸으로 다시 돌아왔지만, 지난 한 달가량 하루 평균 4시간도 자지 못했다.

면역력이 박살 났는지 혓바늘이 돋고 입술 가생이는 갈라진 체력 방전 진전의 상황.

그럼에도 나는 이제 또 나가 봐야 한다.

그동안 고생한 LGA 컴퍼니 임원진들과 회식이 잡혀 있었으니까.

드드드득— 드드득—

“예…… 갑니다 가요.”

집에 도착한 지 1분도 안 지났는데 아주 칼같이 폰이 울린다. 지친 몸을 이끌고 책상 위에서 진동을 울려대는 폰을 집어 들었다.

—대표님!

“네, 미현 본부장님. 지금 나가려고 했어요. 링크 보내 준 장소로 가면 되죠?”

—천천히 오셔도 돼요. 저희도 지금 정리하고 나가려고요. 그런데…….

그런데?

퇴근 후에 듣는 그런데란 말처럼 무서운 말이 또 있을까?

‘왜 말 뒤꼬리를 흐리냐……. 무섭게…….’

이제야 공모전이 마무리됐는데, 대체 무슨 일이 또 생긴 건가 하는 두려움에 스르륵 눈이 감긴다. 나는 눈을 그대로 감은 채로 물었다.

“감평글 또 올라왔어요? 제가 회식 끝나고 처리할게요.”

—아뇨? 그게 아니라, 미팅 요청이 와서요.

미팅 요청?

대체 어디서 온 미팅 요청이기에 불안에 담긴 목소리로 말하는 건지 좀처럼 감이 잡히지 않는다.

“어디서요?”

—저 그게……. 소설피아에서 미팅을 했으면 한다고 하는데요?

“……네? 소설피아 플랫폼이요?”

“지금 막 전화로 연락받았어요. 대표님과 미팅 요청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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