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편집자의 이중생활-3화 (3/201)

#3화 ― 컨택이 왔다.

출근 직전 잠시 쪽지함을 봤었다.

틱틱! 틱! 티디딕!

‘52개라……. 쪽지들 엄청 보냈네?’

소설피아에 로그인 하니 쪽지 도착을 알리는 빨간색 알림에 적힌 숫자가 무려 52개다.

같은 글이긴 해도 이전에 썼을 때보다 더 정돈된 상태. 게다가 아직 이 시절엔 흔하지 않은 의학물이어서 인지 생각 이상으로 뜨거운 반응이다.

독자에게서 온 응원 쪽지와 후원금 쪽지를 제외하고도 출판사에서 온 쪽지는 쓱 봐도 10 곳이 넘었다. 이 정도면 이 시절 힘 좀 쓴다는 출판사들은 다 컨택 왔다고 볼 수 있는 정도겠지.

‘과연 사기꾼이 아닌 출판사가 몇 있나 볼까?’

안녕하세요? 코즈일 작가님. 저는 소설피아 매니지먼트 판무팀 임혁진 팀장입니다. 작가님의 작품 <남작가 성형 천재가 되었다>를 재미있게 읽고 가능하시다면 저희와 함께 작품을 만들어 가는 건 어떤지 계약 제안을 드리고 싶어 연락 드렸습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활자세상의 판무 레이블,

허큘리스입니다. 작가님 작품과 계약했으면 하는 마음에 연락을 드렸습니다. 보다 좋은 조건으로 계약해드릴 예정이니…….

CS 출판사 대표 정형석입니다. 처음 제목만 보고 홀린 듯 들어와 읽은 작품인데도, 인상 깊은 작품이었습니다. 성공한 의사가 단순한 차원이동이 아닌 병원과 함께 이동하여 일반 차원이동물과 차이점을 보여 주는 점에서 매력이 느껴지는…….

“하……. 하하하!”

이전 삶에는 소설피아에 글을 올리기 부끄럽다고 투고로 계약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처음부터 바로 소설피아에 연재를 했다면 고소 당하는 꼴은 겪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출판사 놈들에게 차근차근 공정 계약에 관해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생각보다 그 시간이 빨리 왔네?’

* * *

“남작가 성형 천재가 되었다 베스트 순위랑 실검 계속 1위 던데 연독이랑 관심작은 말할 것도 없고. 작가가 쪽지 읽기는 했어요?”

“아뇨, 아직 읽지도 않더라구요. 글은 계속 올리는데.”

“하아……. 진짜 잡아야 하는데.”

주간 회의에서 코즈일 작가가 쪽지를 읽지도 않는다며 다들 인상을 찌푸리던 그때.

나는 슬쩍 손을 들어 올렸다.

“코즈일 작가 오늘 저녁까진 쪽지 못 볼 겁니다. 일주일 치 원고 예약 걸어두고, 저녁에만 잠깐 보는 거여서요. 그리고 오늘부터 출근해서 더더욱 못 볼 겁니다.”

불쑥 끼어든 내 말에 다들 휘둥그레진 눈으로 쳐다본다.

“……남작가 성형천재 공지 올라왔어요? 난 못 봤는데?”

이창윤 매니저가 고개를 갸웃 거리며 폰을 꺼내 소설피아를 뒤적였다.

“아뇨, 공지 올라온 건 없습니다.”

“네? 그럼 어떻게 알아요?”

“아, 면접 때 말씀 드린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네요. 코즈일 작가 제 친구입니다.”

“치, 친구?!”

“네.”

“실제 친구?”

“실친입니다.”

조금도 예상 못했는지 다들 벙찐 얼굴이다.

물론 나도 예상은 못 했지.

워낙 쪽지가 많이 와 있길래 병신북, 아니 BS북에서 연락이 온 줄은 나도 지금 알았으니까.

“와……. 와하하하! 이거 복덩이네 복덩이야! 친한 친구에요? 코즈일 작가랑?”

마이크로 익스프레션으로 읽히는 김동현 팀장의 얼굴엔 돈, 조팟은 질투, 이창윤에겐 당황이 읽혔다. 재미난 놈들이다.

“네, 친합니다. 저와 한 몸이나 마찬가지 일 정도로 가족 같은 친구죠.”

“와, 대박이네. 그럼 우리 이창윤 매니저님하고 계약할 수 있게 어떻게…… 힘 좀 써주면 안 될까? 와하하핫! 회사는 제 2의 가족인데, 어? 좀 도와주면 좋겠는데?”

미친놈인가.

입사 1일차인데 가좆같은 소릴 하네?

“글쎄요. 워낙 쪽지가 많이 와서 고민 중이라고 하더라구요.”

“어…… 그, 그래? 혹시 다른 출판사 계약 조건은 어떤지 들어본 거 있어요?”

모두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조건? 아직 제대로 살펴본 건 없는데, 딱히 상관 없지. 지금부터 내가 만들 거니까.

“음……. 이거 말해도 되는 걸까요? 정산비랑 선인세 같은 부분이라…….”

“어유, 정우 씨. 어디에 소문 안 내요, 안 내. 뭔데요? 원래 회의 때 이렇게 의견 주고받고 하는 거야. 편하게, 편하게 말해 봐요.”

입으론 편하게 말 하라지만 눈빛엔 당장 말 안 하면 죽이겠다는 뜻이 담겨있다.

“말씀드리는 건 상관 없는데,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어서요.”

“괜찮아. 감안하고 들을게.”

판을 깔아 준다면야.

그럼 놀아봐야지.

“우선 제가 코즈일 작가에게 들은 바로는 정산비가 작가 6 출판사 4 혹은 7 대 3도 종종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선인세는 2천까지 제안 받았다고 하고요.”

“7…… 7 대 3? 진짜야?”

“네, 사실입니다.”

반은 사실이고 반은 사실이 아니다.

코즈일이란 필명이 아직 신인이기에 내가 확인한 쪽지 대부분은 작가 4 에 출판사 6이나 5 대 5였고, 선인세 2천을 부른 회사도 아직 없었으니까. 2014년도의 정산비는 사탄도 감탄할 정도였다.

“와아……. 미쳤네 진짜?”

“잘 쓰긴 해도 신인인데 계약 조건 너무 파격적인 거 아니야?”

“진짜 조건 세긴 세내요.”

표정이 다들 어둡다.

그럴 만도 하지 그동안 4 대 6이나 5 대 5 정산비로 모기처럼 작가 등골 빨아먹는 데 익숙했을 테니까. 양아치 새끼들.

“아니 그런데, 그런 조건인데도 계약을 왜 안 했데요?”

조팟이 여드름 가까이 흘러 내린 뿔테 안경을 쓸어 올리며 물었다.

“아직 원하는 조건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코즈일 작가는 정산비 8 대 2에 선인세 2천 500 주는 곳 기다린다고 하던데요? 비축분도 이미 50화 까지는 있어서 느긋하게 생각한다고 하고요.”

“8……. 8 대 2?”

“하아…….”

“와…….”

비축은 뻥카다. 라이브 연재니까.

여기저기 들려오는 한탄에 마음이 평온해진다.

고민이 길어지는 걸 보니 도움을 주고 싶다.

“음……. 저희 회사는 그렇게 맞추기 힘든 것 같은데, 코즈일 작가한테 우리는 계약 조건 못 맞춘다고 바로 전달 할까요? 굳이 매니저님들 시간 낭비하는 일 없게요?”

“무, 무슨 소리야 정우 씨? 아니야. 기다려 봐. 대표님하고 한번 이야기 해 볼게.”

김동현 팀장이 대표와 담판을 짓겠다는 그때 조팟이 불쑥 대화에 끼어 들었다.

“아니, 솔직히 저도 읽어봤는데 신인한테 8 대 2가 말이나 되요? 우리 전속 작가한테도 8 대 2 안 해주잖아요? 7 대 3, 아니, 6 대 4도 거의 없는데?”

“음…… 그렇긴 하지.”

이어서 내 글을 가장 먼저 컨택한 이창윤 매니저가 대화에 참전했다.

“그래도 지금 남성천 추이 보면 올해 최고의 작품이 될 것 같아요. 솔직히 교정이나 윤문이 따로 필요해 보이지도 않고, 비축도 지금 50화 까지 있다는데, 이 정도 속도면 바로 표지 제작 들어가고 유료화 준비해도 될 것 같은데요? 게다가 수익성을 떠나서 화제성도 상당할 것 같구요.”

“음……. 그것도 그렇지.”

김동현 팀장은 이말 저말에 갈대처럼 흔들렸다. 그리고 조팟놈은 뭐가 또 그리 심통 났는지 이창윤 매니저를 쏘아봤다.

“창윤 씨, 만에 하나 8 대 2에 2천 500 뿌렸다가 선인세 다 못 까면 어떻게 하려고요? 못 까면 다 창윤 씨 책임인 거 알죠?”

“…….”

“자신 있어요? 덜컥 계약했다가 안 되면 본인 책임인데? 대표한텐 뭐라 말하려고?”

“……아뇨, 없습니다.”

이창윤 매니저가 자신 없다는 듯 고개를 숙이자 조팟은 김동현 팀장을 향해 얼굴을 돌렸다.

“그럼 이렇게 하면 어때요? 창윤 씨는 자신 없다고 하니까 제가 코즈일 작가한테 컨택해 볼게요.”

“음? 파트장님이?”

“네, 이거 대표한테 컨펌 받아야 할 거 아니에요? 뭐, 코즈일이 글은 잘 쓰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 신인이고, 게다가 신입 분 친구라고 해도 나중에 장기 휴재 내거나 원고 펑크 낼 사람인지 아닌지 아직 그런 위험 요소도 있잖아요.”

‘장기 휴재? 원고 펑크? 지랄이 풍년이네?’

너도 관상 보냐?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한마디 할까 했지만 어떤 개소리를 더 늘어놓을지 궁금증이 도진다.

“다른 걸 다 떠나서 선인세가 너무 세니까 만에 하나 잘못 되면 창윤 씨가 책임져야 하는 부담이 크잖아요. 대표 성격도 지랄맞은데 욕 먹을거 제가 총대 매겠다는 거죠.”

“음……. 그래도 창윤님 컨택 작품인데 이래도 괜찮겠어?”

하, 이 새끼들 봐라?

매니저 입사 첫날이긴 해도 보통 컨택한 매니저가 그 작품 담당하는 건 신인 작가들도 다 아는 이쪽 업계 국룰 아닌가?

자기가 계약한 작품이 실적에 들어가는 걸 텐데?

잠시 일그러지던 표정이 금세 제자리를 찾는 이창윤 매니저를 보니 이런 경우가 한두번이 아닌 것 같다.

‘그나마 여기서 제일 마음에 드는 놈인데. 좀 도와줘? 내 선임이기도 한데?’

아니다. 나는 대의를 품고 여기 온 거니까.

조팟과 팀장놈이 머저리인 게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대적으로 괜찮아 보이는 이창윤이 더 좋은 사람이라고 함부로 재단할 수 없다. 여긴 BS북이니까.

우선은 더 지켜 봐야겠다.

이 놈들이 어떻게 진행할 지.

“네……. 전 괜찮습니다. 좋은 작품인 건 맞지만 8 대 2로 진행한다고 해도 괜찮을 지는 솔직히 자신 없어서요.”

“그래요 그럼. 제가 오늘 코즈일 작가 연락처로 전화 드려볼게요. 정우 매니저님, 코즈일 작가 전화번호 어떻게 돼요?”

조팟, 이 뿔테놈은 생각보다 더 대단한 놈이다.

남을 위하는 척 하며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놈.

하는 행동만 봐도 구역질이 올라와 속을 매스껍게 한다.

“제가 코즈일 작가한테 연락 드리라고 하겠습니다. 코즈일 작가가 자기 개인 정보 알려지는 걸 많이 싫어해서요.”

“……뭐, 그래요 그럼. 코즈일 작가 보통 몇 시 쯤 통화 가능해요?”

“6시 퇴근이라고 했으니 그때 쯤 통화 가능할 것 같습니다. 아 근데 파트장님.”

“……?”

“그 친구 성격이 좀 특이한 편입니다. 괜찮으실까요?”

“특이해 봤자지 뭐. 매니저 일 몇 년 짼데, 특이한 작가는 일상 다반사에요. 평범한 사람이 더 드물지. 말이나 잘 부탁해요.”

“네, 알겠습니다.

분명 네 입으로 말 한거다?

상관 없다고.

* * *

첫 퇴근을 마친 후 나는 고시원으로 돌아왔다.

햇빛 고시원이라는 이름과 달리 내 방은 빛 한 줌 안 들었지만 딱히 신경 쓰이진 않는다.

어차피 잠만 잘 용도고 고시원이나 원룸 생활은 지난 삶에서 이골이 났으니까.

고시원은 회사에서 걸어서 3분, 뛰면 1분 거리.

다른 고시원보단 좀 비쌌지만, 개인 냉장고, 개인 화장실 겸 샤워실 그리고 에어컨이 있는 게 마음에 든다.

후루룩—!

2중창에 콘크리트 벽이라고 했는데도 외풍이 들어온다. 바닥은 따듯한데 방 안의 공기는 쌀쌀한 가난의 향이 풍기는 곳이지만.

그래도 라면을 먹으니 몸에 온기가 든다.

“크으~. 잘 먹었다.”

조금 남은 국물에 밥까지 말아먹으니 기운이 난다. 물론 지금 기운을 가장 나게 하는 건 이 쪽지들이지만.

“어디 한번 봐 볼까?”

……선인세를 원하신다면 기본적으로 800만, 비율은 4(작가님) : 6(매니지)로 생각하고 있으며…….

“스킵.”

……정산비 5 대 5으로 작가 계약을 제안…….

“여기도 스킵.”

답장 감사드립니다. 정산 비율의 경우 메일로 문의 부탁…….

“됐습니다. 갈길 가십쇼.”

확실히 아직 웹소설 춘추전국 시기 여서인지 계약서로 장난질 치려는 놈들이 한둘이 아니다.

거기다 계약 조건을 물었는데 다시 메일로 보내 달라는 아둔함까지.

“대체 무슨 생각이야? 그런 태도를 보이면 계약을 하고 싶겠냐고.”

뜯어고치고 싶은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고민이 된다. 내가 매니저로써 작가와 출판사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공정한 계약을 주도한다고 해도 과연 이 업계가, 그리고 이 업계의 가장 큰 손인 BS북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하는 근본적인 고민이.

“차라리 내가 직접 출판사를 차리는게 나을지도…….”

이런 생각을 해보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회사를 차리면 플랫폼과의 CP(Contents Provider)계약부터 작가 관리와 정산까지, 내가 혼자 처리할 수 있는 범주를 벗어난다.

아직 BS북에서 배워야 할 것도 많고, 무엇보다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내겐 없으니까.

“아~. 음, 아아~.”

당장 어찌할 수 없는 고민은 뒤로 밀어두고 우선 할 수 있는 일부터 해결하자.

목청을 가다듬고 새로운 번호로 개통한 새컨폰의 다이얼을 눌렀다. 우리 BS북 조팟께서 재미난 장난질을 하셨으니 이제 은혜를 갚아야지.

“누구세요?”

“안녕하세요, 연락 받은 코즈일입니다.”

“아아? 네네! 안녕하세요 작가님, 아하하하!”

조팟의 목소리가 평소 목소리보다 5 단계 높은 솔톤이다. 듣기만 해도 거북한 음역대.

“이렇게 바로 전화 주실 줄 몰랐네요. BS북 판무 2팀 파트장 조성훈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네, 그런데 이창윤 매니저님인가? 그분한테 먼저 쪽지가 왔었거든요? 정산률이나 이런 것도 쪽지로 다 설명을 받았는데, 정우가 이쪽으로 다시 연락 하라고 하더라고요?”

과연 조팟은 뭐라고 할까?

“하하, 네. 이창윤 매니저님은 경력이 길지가 않아서 제가 담당하는 게 맞다는 팀 내부 회의가 있어서요?”

“아, 그래요? 그러니까 조…팟? 조팟님이라 부르면 되죠?”

“아……하하 네, 편하신대로…….”

“조팟님이 BS북에서 제 글을 가장 잘 아신다는 말씀이시죠?”

“하하, 그럴겁니다. 작가님 근데 사시는 지역은 어디신가요? 괜찮으시다면 직접 만나서…….”

이 조팟새끼 봐라?

후임이 계약하려던 작품 뻑치길 하고 팀 내부 회의로 결정됐다고?

어떻게 봐도 좋게 볼 수 없는 놈이다.

게다가 작품 얘기가 나올 것 같으니까 슬쩍 개소리로 넘어가려는 티 나게 허접한 화법.

모른 척 넘어가기가 민망할 정도다.

‘개소리가 찰지네. 파트장은 연차만 쌓이면 아무나 다 하는 건가?’

작가 계약이라는 중요한 업무를 이런 조팟이 자신있게 담당하고 팀장은 이걸 말리지도 않았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조팟 하나가 회사의 신뢰도를 나락으로 떨어트릴 수도 있는 데, 팀장은 이 사실을 정말 모르는 걸까? 이런 사람들이 즐비한 BS북이 웹소설 출판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곳이라는 것도 기가 찬 일이다.

“직접 만나긴 싫고요. 계약 관련 요청한 내용 검토만 확인 부탁해요. 제가 8, BS북이 2 그리고 선인세는 3천. 가능합니까?”

“어……? 제가 듣기론 선인세 2천 5백 이었는데, 3천만 원 말씀하시는 게 맞으실까요?”

나는 같은 말을 되묻는 머저리들이 너무 싫다.

조팟놈은 시간 낭비, 감정 낭비, 온갖 낭비만 하게 만드는 머저리다.

“맞아요. 다른 곳에선 3천 까지도 맞춰 준다고 해서요.”

“저……. 그게 아무래도 그 조건은 저도 상부 승인을 받아야 해서요. 계약이란 정산비랑 선인세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작가와 담당자가 어떤 케미를 만들 수 있는 지 그 부분도 상당히 중요하거든요. 그러니 우선 직접 뵙고—”

고작 이딴 말을 하려고 이창윤 매니저 앞에서 나댔던 모습이 떠오르자 더 어이가 없다.

“저는 조팟님이랑 케미가 안 느껴지는데요?”

“……아, 아하하. 그건 계약을 하고 난 후에 느끼실—”

“그리고 상부면 누구를 말하는 겁니까? 결정권자랑 바로 이야기 하고 싶은데.”

“아…… 하하, 바로 제 위에 팀장님이 한 분 계시는데요? 실무는 제가 총괄이지만 승인은 팀장님이 담당하셔서…….”

허세가 일관된 새끼다.

“저한테 궁금하신 내용 말씀해 주시면 제가 팀장님께—”

“아뇨.”

“네? 아니시라는 게……?”

“팀장님 연락처 알려주세요. 직접 통화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거의 울먹거리는 조팟의 전화를 끊고 나는 조팟이 보낸 김동현 팀장의 번호로 바로 전화를 걸었다. 이제 이창윤 매니저의 복수를 해줘야겠다.

* * *

다음 날 회사에 출근하니 김동현 팀장이 팀 회의를 소집했다.

“어제 저녁에 코즈일 작가랑 통화 따로 했고. 아무래도 이 내용은 팀원 모두 공유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모두 불렀어.”

김동현 팀장은 대회의실 문이 닫히자 마자 바로 회의를 진행했다.

“우선 다행인 건 코즈일 작가님이 7 대 3으로 계약 해 주겠다고 하셨어.”

“어? 정산비가 더 낮춰졌네요?”

“훗, 어제 설득한 보람이 있었나 보네.”

조팟놈의 중얼거림에 김동현 팀장의 눈썹이 꿈틀거렸지만, 팀장은 나름 리더의 면모를 보이려는지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코즈일 작가님은 박정우 매니저님이 담당하기로 했습니다.”

“예? 제가요?”

잔뜩 놀란 표정의 이창윤 매니저와 일그러진 얼굴의 조팟. 그런 표정 짓지 마라.

웃음 참기 힘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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