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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자가 지옥에서 살아남는 법-51화 (51/61)

〈 51화 〉 50. 구하린

* * *

뭔가 여러개가 추가되었다. 아직 자세히는 보지 않았지만 척 보기에도 좋아보이는 항목들이 우수수 생겼다. 일단 온통 잠겨있기만 하던 무기 정보도 어느 정도 해금되었고 말이다.

그렇게 이제야말로 제대로 무기의 변화를 돌아보려는 찰나, 추가로 떠오른 메세지창 몇개가 내 사고를 정지시켰다.

[경고!]

[경고!]

[현재 상급 악마 하나가 층계 제한을 무시하고 폭주 중!]

[격을 소모하는 폭주로 인해 층계 제한 기능이 일시적으로 마비됨!]

[제 1 계층에 머무르는 모든 초대자는 전투에 대비할 것.]

***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애초에 이 시스템이 자체적으로 경고를 날리는 것을 처음 본 탓이었다. 그리고 그 내용 역시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갑자기 상급 악마가 나온다고?

1 계층에서?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격을 소모하는 폭주’라는 말을 보니 대충 추측은 가능했다. 아마 그 악마는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을 각오를 하고 달려드는 중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아주 강력하다고 들었던 층계제한이 뚫릴 리가 없다.

그런데 상급 악마 씩이나 되는 존재가 대체 무엇을 위해 목숨을 던지는 걸까? 그것도 다른 곳도 아닌 1 계층에서?

잠시 의문을 가지던 나는 이내 유력한 원인을 하나 떠올렸다.

나 때문인가?

생각해보니 그럴 확률이 매우 높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대뜸 상급 악마가 튀어나올 이유가 없다.

정확히는 내가 아니라 내가 가진 카마엘의 열쇠 때문이겠지만.

아무튼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지금 나는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 된다. 자신의 격까지 불태우는 상급 악마의 목표가 나라는 말이 되니까.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아마 반쯤 기정사실이라고 생각했다. 방금 전 카마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를 노리는 존재들이 움직일 거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일단 몸을 숨기는 편이 안전했다. 상급 악마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존재다. 중급 악마를 상대하는 데에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 판에 상급 악마를 상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렇게 생각한 내가 일단 숙소 바깥으로 나가려고 문을 향해 몸을 돌렸을 때였다.

철컥 ­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와 함께 내 방문 문고리가 조금씩 돌아갔다.

끼이익 ­

그리고 천천히 문이 열었다.

‘망할. 벌써?’

나는 바로 인벤토리에서 방어구들을 꺼냈다. 허공에서 나타난 방어구들이 알아서 내 몸을 둘렀다. 이어서 검을 꺼낸 다음 바로 뽑아들었다. 새하얀 불꽃의 형태를 띈 검기가 검신을 따라 맑게 피어올랐다.

잠시 후 문이 완전히 열리며 불청객의 모습이 드러났다.

짙은 흑발의 머리와 푸른색 눈동자를 가진 여자였다. 차가운 인상이지만 입은 미미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타이트한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어서 몸매의 굴곡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김진운님?”

여자가 내 이름을 불렀다.

나는 그녀를 처음 보았지만 정체는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었다.

아까부터 내 온 몸을 찌르는 듯한 마기가 사방에서 느껴졌기 때문이다.

“...변절자?”

내가 씹어뱉듯이 말했다.

여자의 눈꼬리가 휘었다.

“네. 당신들은 저희를 그렇게 부르죠. 기왕이면 선구자라고 불려주시면 좋을 텐데.”

상급 악마가 출현했다더니 갑자기 변절자가 찾아왔다. 그리고 마기의 농도로 보아 결코 수준이 낮지 않았다. 어쩌면 저번에 만났던 클라운보다 더 강할지도 모른다. 난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았다.

“상급 악마는 네가 부른 건가?”

난 이 여자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방법을 끊임 없이 생각하며 물었다.

여자가 미간을 살짝 구기며 대답했다.

“아니요. 그 덩치는 저나 제 주인님이 부른 게 아닙니다. 어느 성격 급하고 멍청한 악마가 보낸 것이죠.”

당연히 자기들이 불렀다고 할 줄 알았는데 조금 의외였다. 그럼 저 상급 악마를 폭주시킨 악마와 눈앞의 변절자를 보낸 악마는 서로 다른 악마인가?

일단 섣불리 판단할 수 없었다. 이 변절자가 내게 사실을 말했다는 보장도 없고, 설령 사실이라고 해도 서로 한 패일 수도 있었다.

여전히 검을 들고 자신을 주시하는 나를 보던 여자가 말했다.

“일단 제 소개부터 해야겠네요.”

여자가 허리를 약간 숙였다. 그에 따라 짙은 검은색의 머릿결이 앞으로 흘러내렸다.

“저는 신격의 악마이신 루시퍼님과 계약한 선구자, 구하린입니다.”

여자의 눈꼬리가 휘며 호선을 그었다.

“오늘 이렇게 갑작스럽게 진운님을 찾아온 것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입니다.”

“이야기...?”

날 죽이겠다는 것도 아니고 이야기를 하자고 하니 조금 당황했다. 물론 이 여자가 나를 죽일 생각이었다면 진즉에 죽이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러나 날 바로 죽이지 않는 이유가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였을 줄은 몰랐다.

“진운님께 한가지 제안을 드리고자 합니다.”

나는 일단 잠자코 말을 들어보기로 했다. 사실 이미 몸 전체가 마기에 묶여버려서 그것 말고는 선택지가 없었다.

“진운님께도 해가 되는 제안은 아닐 겁니다. 이것은 서로의 이익을 고려한 일종의 거래같은 거니까요.”

“거래?”

“네. 거래입니다.”

여자의 눈꼬리와 입은 여전히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

“최근 악마들 사이에서 여러모로 분쟁이 일어났었습니다. 카마엘의 조각 소지자인 당신을 어찌할 것인가에 대해서 말이죠. 그런데 그 분쟁이 불과 하루 전에 종식되었습니다. 모두가 동의한 한가지 결론과 함께 말입니다.”

“.....”

구하린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충격적인 정보에 내 입은 자동으로 다물어졌다. 악마들이 내 존재를 알아채는 것도 모자라 자기들끼리 내 처우를 두고 분쟁까지 했다는 것은 상당히 충격이었다. 그리고 이미 그 분쟁의 결론이 나왔다는 것까지도.

“그래서.. 그 결론이 어떻게 났지?”

구하린은 식은땀을 흘리는 나를 보며 싱긋 웃은 뒤에 대답했다.

“각자 알아서 하기로 했습니다.”

“.....”

“.....”

상상도 못한 대답에 잠시 정적이 이어졌다.

“...뭐?”

“각자 알아서 하기로 했습니다.”

“.....”

“이상한 거 저도 압니다. 근데 어쩌겠습니까. 그게 악마들의 일처리 방식인 것을. 원래 각자 원하는대로 행동하는 것이 악마들에겐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다들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대처하도록 냅둔 겁니다.”

그게 어떻게 효율적일 수 있는지 궁금했지만 일단 넘어가기로 했다. 악마들끼리 알아서 서로 충돌한다면 나야 고마우니까. 카마엘이 말했던 서로간의 저지력이라는 게 이런 걸 말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악마들은 여러 갈래로 나뉘게 되었지요.”

구하린이 손가락 하나를 피며 말했다.

“첫 번째는 당신을 죽이고 조각을 소멸시키자는 쪽. 지금 밖에 있는 상급 악마도 그들의 작품 중 하나입니다.”

가느다란 손가락 하나가 더 펴졌다.

“두 번째는 당신을 회유해서 우리 편으로 만들자는 쪽. 저의 주인이신 루시퍼님처럼 당신을 포섭하고자 하는 이들이죠.”

그 다음 손가락이 펴졌다.

“세 번째로 개인적으로 움직이는 쪽. 아마 이들은 당신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거나 어떻게든 조각을 빼앗아서 흡수할 생각일 겁니다. 혹은 더 큰 분란을 조장하거나 천사들과 싸우는 것이 목적일 수도 있구요.”

손을 내리며 구하린이 다시 싱긋 미소를 지었다.

“어찌 되었든 지금 진운님을 노리는 세력이 많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건 아마 천사들도 같을 겁니다. 그것들도 당신이 가진 파편을 보고 어지간히 달아올랐을 테니까요. 요약하면 지금 진운님의 상황은 풍전등화라는 겁니다.”

나는 입술을 지긋이 깨물었다. 나를 노리는 악마들이 벌써 파벌을 만들어서 활동하고 있다니. 거기다 개인적으로 움직이는 악마들도 무시할 수 없다. 여기서 천사들까지 조심해야 한다. 내가 현재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이라는 구하린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래서 제안드리는 겁니다.”

구하린이 갑자기 덥석 다가오며 말했다.

“저희와 함께하시죠.”

순식간에 한걸음 차이까지 다가온 구하린이 내 양쪽 손목을 잡아챘다. 손을 빼내려 했으나 구하린의 힘을 이길 수 없었다.

“저희는 진운님의 안전을 보장해드릴 수 있습니다.”

구하린의 얼굴이 내 얼굴 바로 앞으로 다가왔다.

“진운님의 안전뿐만 아니라,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강함과 영광을 줄 수 있습니다.”

어느새 서로 숨결이 닿는 것을 느낄 수 있을만큼 가까워졌다.

“그리고... 최고의 쾌락 역시 드릴 수 있습니다.”

구하린이 내 손목을 붙잡고 그대로 자신의 가슴으로 가져갔다. 그리고는 강하게 눌렀다.

물컹한 감각이 손바닥을 통해 느껴졌다. 부드러운 가슴의 감촉이 손을 휘감았다. 크기가 꽤나 큰지 손가락이 가슴에 파묻혔다.

“흐응...”

갑작스러운 구하린의 행동에 잠깐 몸이 얼어버렸다. 놀라서 손을 빼내려고 해도 구하린의 힘으로 계속 누르는 바람에 소용이 없었다.

구하린은 내가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행동을 이어갔다.

붙잡혀 있던 반대쪽 손이 구하린에 의해 아래로 내려갔다. 별다른 저항도 못하고 끌려가는 손이 구하린의 스타킹 속으로 쑤욱 들어갔다.

“여기도... 만져보시죠.”

스타킹의 안쪽에는 팬티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의 보지가 그대로 손에 닿았다. 이미 질척거릴 정도로 젖어버린 보지에 내 손이 닿자 애액이 더 새어나왔다.

“흐으읏!”

구하린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직접 내 손을 움직였다. 내 손가락이 흠뻑 젖은 그녀의 보지에 비벼지며 야한 물소리를 내었다.

찌걱 찌걱 ­

한참을 내손으로 자신의 비부를 비비던 구하린이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무언가에 대한 열망이 가득 차 있었다. 가슴을 만지는 손으로 한계까지 딱딱해진 유두가 느껴졌다.

그렇게 날 뜨거운 눈길로 바라보던 구하린은 갑자기 입을 맞춰왔다. 기습적인 키스에 나는 그대로 입을 벌릴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혀가 내 입으로 들어와 거침없이 입안을 유린했다.

그런 구하린에 저돌적인 공격에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 무언가 정신이 몽롱해지는 것을 느꼈다.

시야가 조금 흐릿해지며 머리가 멍해졌다. 갑작스러운 상황으로 인해 당황한 몸이 점점 풀어졌다. 그와 함께 내 몸에 밀착한 구하린의 몸이 더없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조금씩 몸을 움직이며 호응하는 나를 보며 구하린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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