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화 〉 49. 에덴의 수호자
* * *
“다음에 다시 못 만나는 건가요?”
“아니? 만날 수 있어. 다만 이렇게 얼굴 보고 만나는 건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가능할 거야.”
다행히 이번이 마지막이라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잠시 후에 밖으로 나가면 꽤 많은 것이 달라져 있을거야. 너 자신과 그 부러진 검도. 훨씬 강해져 있을테니 빠르게 익숙해져서 온전히 사용하길 바랄게.”
“네, 알았어요.”
“그리고 이건 꽤나 중요한 말이야.”
다소 굳은 표정이 된 카마엘이 이어서 말했다.
“진운, 이제부터 악마들과 천사들을 조심해야 해.”
***
헤어지기 전 마지막으로 해준다는 말의 내용이 상당히 의외였다.
“네? 악마들... 은 그렇다 치고, 천사들도요?”
“응. 그리고 왠만하면 같은 초대자도. 그들의 계약자일 수 있거든.”
“음... 악마나 천사들이 절 노리는 이유라도 생기는 건가요?”
나 자신과 부러진 검이 강해지는 것과 연관이 있는 걸까? 난 여전히 감을 잡지 못해 고개를 갸우뚱 거리고 있었다.
“널 노리는 이유? 이유가 생길 필요가 뭐가 있어. 이미 무엇보다 확실한 이유가 있는데.”
“이미 있다구요?”
“그래. 너가 내 계승자잖아. 너는 내 힘의 일부를 이어받았고, 내 조각을 모을 수 있는 열쇠까지 들고 있지.”
카마엘이 내가 들고 있는 부러진 검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를 깨워서 이렇게 얼굴을 마주볼 정도가 됬다면, 다른 악마들과 천사들도 너를 분명히 감지했을 거야. 모두의 기억 속에서 잊혀진 줄로만 알았던 5만년 전의 천사의 조각이 갑자기 존재감을 드러낸 거지. 엉덩이 무거운 신격의 악마와 천사들도 나설만한 대사건이라고 할 수 있어.”
듣고 보니 내 상황이 상당히 위태로워 보였다. 악마들과 천사들이 죄다 내 존재를 알아차렸다는 점은 좀 소름이 돋았다.
“아, 그러고 보니.”
“응?”
“최근에 조금 의심스러운 습격이 있긴 했어요.”
“의심스러운 습격? 뭔데?”
카마엘의 경고를 들은 나는 문득 얼마 전 습격이 떠올랐다. 그때 잔뜩 달라드는 로커스트들을 처리하고 나자 클라운이라는 변절자가 다가왔었다. 그리고 그 변절자는 우리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지명 대상만 처리하려고 했는데, 이게 웬 떡이람?’
‘일단 저 성화로 불장난 하고 있는 애송이는 죽이고, 나머지는 다들 능력이 제법이니 함께 선구자가 되면 되겠구나?’
클라운은 분명 나를 보고 지명 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다른 팀원들의 실력을 보고 그들을 변절자로 만들려 했던 것과 달리, 나는 무조건 죽인다는 전제로 말을 했었다.
그런 그녀의 말을 돌아보면 무언가 심상치 않은 점이 보인다. 꼭 나를 죽이기 위해 누군가 사주한 것처럼 말이다. 단순히 성화를 보고 기분이 나빠서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이상하다.
이러한 사정을 카마엘에게 설명하자 카마엘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흐음... 이거 이미 눈에 띄여버린 것 같네. 발빠른 군주급 악마가 있었던 모양이지? 그렇다고 벌써 행동에 나설 줄이야...”
카마엘은 한동안 굳은 표정으로 고민한 후 내게 말했다.
“네가 그런 일들을 겪었다면, 생각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인 것 같아. 그렇게 어떤 악마가 널 죽이려다 실패했으니 말 그대로 모든 이들이 네 존재를 알아차렸을 거야. 물론 어정쩡하게 몇 놈만 알고 있는 것보다 다 알고 있는 게 낫긴 해. 적어도 서로가 서로에 대한 억지력이 되어서 함부로 나서지 못 할 테니까.”
“그런가요?”
“물론 그래봤자 조금 낫다는 거지 나쁜 상황인 건 똑같지만... 이거, 아무래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는걸? 너나 나나 말이야.”
카마엘은 슬쩍 허공을 한 번 바라보더니 말을 이었다.
“이제 거의 시간이 다 되었어. 네가 여기서 나가고 나면 일주일이나 뒤에나 널 봐야해. 네가 좀 더 격을 올려서 날 더 해방시켜 준다면 달라지겠지만, 지금은 이게 한계니까 어쩔 수 없어. 그러니 그 사이 동안은 너 혼자 닥쳐오는 일들을 해쳐나가야 한다는 거야.”
카마엘이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녀의 눈에 잔뜩 깔려있던 장난기는 온데간데 없었다. 대신 짙은 걱정과 뭔지 모를 비장함이 그 눈을 채우고 있었다.
“그러니까 정말 정신 바짝 차려야 해. 알았지?”
“...네.”
“무슨 일 있어도 당황하지 말고, 네 자신을 믿고 행동하고. 알았지?”
“네.”
“다음에 만날 때 죽어 있으면 다시 죽고 싶을 정도로 패줄 거니까, 꼭 살아남아. 알았지?”
“어... 네.”
뭔가 살짝 협박조로 변하는 당부를 들으니 확실히 정신이 들었다. 그렇다. 위태로운 상황이 되었다고 손을 놓을 수는 없다. 악마든 천사든 하는 것들이 날 노린다고 지레 겁 먹고 있을 필요는 없다.
이미 지옥에 와서 위태로운 순간은 여러번 겪었고 그 모두를 해쳐나온 나다. 정신 차리고 부딛혀 오는 각종 사건들을 차근차근 극복해 나가면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든든한 파트너도 있지 않은가.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있으니 하얀색의 공간이 전체적으로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구석진 곳부터 천천히 사라져가는 것이 저번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래봬도 내 계승자니까 알아서 잘 하겠지. 그럼 이 누나는 널 믿는다.”
언제부터 누나가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정말로 떠나갈 때인 것 같았다.
“그럼 다음에 사지 멀쩡한 건강한 모습으로 찾아뵐게요.”
“그래, 꼭 그래야 한다.”
진심으로 걱정이 묻어나오는 말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그럼 다음에 봐요, 카마엘.”
그말과 함께 하얀색의 공간은 완전히 일그러지며 사라졌다.
***
“으음...”
뿌옇던 시야가 차츰 선명하게 변해갔다. 몽롱하던 정신도 얼마 안 가 맑게 개였다.
완전히 회복된 시각으로 주변을 살폈다.
그럭저럭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는 방.
방 한구석에 놓여있는 여러 자루의 훈련용 검.
침대에 대자로 누워있는 나.
언제나와 같은 내 방이었다.
카마엘과 만남이 끝나고 곧장 이곳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몸이 전체적으로 뻐근한 것이, 그 하얀 공간을 넘나드는 것도 약간의 후유증을 동반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일단 몸을 일으켜 앉았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으며 일단 생각을 정리하려 했다.
그런데 무언가 반짝거리는 것들이 눈을 어지럽히며 생각을 방해했다. 눈을 찡그리며 뭔지 살피니 어느새 수많은 메세지창들이 잔뜩 떠있었다.
[무기의 숨겨진 해금 조건 달성.]
[해금 조건 세라프 카마엘에게 계승자로서 인정받는다. ]
[무기의 기능, ‘광천사의 열쇠’가 해금된다.]
[현재까지 모은 카마엘의 파편의 개수가 표시된다.]
[카마엘의 파편의 위치를 탐색하고 회수할 수 있다.]
[카마엘의 파편을 모을 수록 무기와 사용자의 격이 상승한다.]
[전부 모을 시에는 세라프 카마엘을 부활시킬 수 있다.]
[무기의 숨겨진 해금 조건 달성.]
[해금 조건 세라프 카마엘에게 무기의 기원에 대하여 듣는다.]
[무기의 이름, ‘에덴을 수호하는 불의 검’이 공개된다.]
[무기 고유 비기, ‘진체 해방’이 생성된다.]
[믿을 수 없는 업적! 태초 시절 에덴의 문을 수호하는 검의 이름을 개방하였다!]
[칭호, ‘에덴의 수호자’를 획득한다.]
무기와 관련된 무언가가 해금되었다는 알림 투성이였다. 카마엘이 말했던 나와 무기의 강화 중, 무기의 강화가 이것인 모양이었다.
나는 해금된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기 전에 일단 무기 정보부터 확인해 보기로 했다. 종합적인 점검을 해볼 생각이었다.
무기 정보
이름: 에덴을 수호하는 불타는 검(파편 수집 중)
내구도: ∞
웨폰 에고(일부 해방): 카마엘(Camael) 일인군단(一人??)의 광천사(???)
무기 기능
광천사의 열쇠: 카마엘의 파편을 탐색하고 회수할 수 있다. 전부 모을 경우 카마엘을 부활시킬 수 있다.
현재 모은 파편의 개수 1개
무기 특성
강력한 화염내성: 화염, 고열, 불속성 공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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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기술
성스러운 불씨: 검신이 성화(?火)에 휩싸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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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체 해방(무기 고유 비기): 상당한 양의 마력을 소모하여 무기의 본래 모습을 되찾는다. 오래된 존재가 만든 수호의 검의 위용이 잠시 드러난다.
무기의 과거 모습을 일시적으로 강림시킴. 전체적인 모든 수치가 ???만큼 증가.
기술세트
세라프 카마엘(SeraphCamael)의 수호검술: 일품천사, 즉 세라프인 카마엘의...
· 수호 검술 12식
· 카마엘(Camael)의 고유 비기
각 위계에 해당하는 악마의 피를 묻힐 때마다 해금 가능.
시스템으로 분석 불가능한 특징 및 기능 다수 존재.
뭔가 여러개가 추가되었다. 아직 자세히는 보지 않았지만 척 보기에도 좋아보이는 항목들이 우수수 생겼다. 일단 온통 잠겨있기만 하던 무기 정보도 어느 정도 해금되었고 말이다.
"흐음, 그럼..."
그렇게 이제야말로 제대로 무기의 변화를 돌아보려는 찰나, 추가로 떠오른 메세지창 몇개가 내 사고를 정지시켰다.
[경고!]
[경고!]
[현재 상급 악마 하나가 층계 제한을 무시하고 폭주 중!]
[격을 소모하는 폭주로 인해 층계 제한 기능이 일시적으로 마비됨!]
[제 1 계층에 머무르는 모든 초대자는 전투에 대비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