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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자가 지옥에서 살아남는 법-27화 (27/61)

〈 27화 〉 26. 최고의 팀플을 위해

* * *

벨과 린펠이 어떤 생각을 한 건지는 알겠다. 확실히 생각도 못하고 있긴 했지만 생존을 위해 팀워크를 맞춰 보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그러니 기술세트를 배우고 나서 최대한 빨리 만나 훈련해보려는 것도 이해가 갔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은 안 풀렸다.

“근데 왜 내 숙소인데?”

“자, 빨리빨리 가자!”

“...”

이것들이?

***

연행되다시피 끌려간 내 숙소에는 정말 이해나와 유지윤까지 모여있었다.

“우리가 팀장을 데리고 돌아왔다!”

벨이 문을 열며 냅다 소리쳤다.

“팀장은 또 뭐야?”

나는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갑자기 팀장은 또 뭔지 궁금했다.

“솔직히 너가 우리 중에 젤 강하잖아. 그러니까 너가 팀장 해.”

“나도 동의한다. 자고로 대장은 가장 강한 사람이 맡아야 하는 것이다.”

무슨 힘 만능주의도 아니고 대뜸 강하니까 팀장이라니. 애초에 팀장이라는 게 있긴 했나? 어차피 그리 의미 있는 직책도 아닐 것이기에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들어가니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유지윤과 이해나가 반겨주었다. 아니 정확히는 유지윤만 반겨주고 이해나는 마지못해 나와서 서 있기만 했다.

“왔어? 생각보다 빨리 왔네? 시연 한 번 임팩트 있게 하길래 여기저기서 시달릴 줄 알았는데.”

“그야 그럴 일 없게 이 녀석이 나오자마자 데려왔지!”

벨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길 가다 납치당한 듯한 꼴이네.”

거기다 이해나가 팩트를 한 번 박았다.

“어쨌든 잘 왔어. 일단 다들 앉아!”

유지윤이 어느새 치워둔 방바닥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째 다들 이곳이 내 숙소라는 것을 까먹은 것 같다. 집주인인 나는 손님 마냥 준비된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으니 앞쪽으로 유지윤이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진행을 시작했다.

“우리가 오늘 갑자기 모인 이유는 다들 알지? 너네 진운이한테 설명 해줬어?”

“어. 팀워크를 맞춰야 한다고는 해줬어.”

“그 정도면 됬지, 뭐. 사실 그것 말고 없어. 진짜 팀워크 맞춰보자고 모인 거니까.”

잡설은 없이 바로 본론으로 가는 흐름이었다. 쓸데없이 길어질 거 같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다.

“다들 우리가 왜 모여서 손발을 맞춰봐야 하는지는 알거야. 벌써 3주 정도 있으면 우리도 소환에 휘말리잖아? 그런데 우리는 1클래스니까 동행하는 초대자가 없지. 우리끼리 알아서 살아 남아야 하는 거야. ”

동행자 문제는 아직까지도 1클래스와 2클래스에서 말이 나오고 있는 주제였다. 초행자들의 생존이 걸린 문제다보니 격렬한 항의와 컴플레인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어찌어찌 동행자 수를 늘린다고 하더라도 우리에게 동행자가 붙을 일은 없다. 우리는 사실상 이 캠프에서 가장 강한 팀이기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리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는 우리끼리 살아남는 방법을 미리 연습해두어야 해. 각자가 알아서 자기 능력을 기르는 것도 좋지만 팀으로만 할 수 있는 게 있잖아. 그래서 팀워크를 맞춰 보자고 조금 급하게 모인 거야. 기술세트를 배우고 난 지금부터가 팀워크 연습에는 최고의 타이밍이라고 생각하니까.”

“근데 말이야,”

다들 가만히 듣고 있는 와중에 벨이 끼어들었다.

“그 이야기 나랑 린펠이 먼저 꺼낸 거 아니야? 뭔가 자연스럽게 너가 제안한 거처럼 되는... 컥!”

“그게 뭔 상관이냐, 벨. 분위기 깨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린펠이 그런 벨의 뒤통수를 후렸다. 잠시 말이 끊겼지만 유지윤은 별 신경 쓰지 않고 계속 진행했다.

“음, 아무튼 그래서 말인데. 다들 팀워크를 맞추어 보려면 각자가 뭘 할 수 있는지 알아야 하지 않겠어? 그러니까 지금부터 자신의 기술세트에 대해 말해보는 게 어때? 그것 말고도 다들 알았으면 좋겠는 점이 있으면 그것도 이야기 해보고.”

자신의 기술세트에 대해 이야기 한다라. 확실히 각자가 어떤 스타일의 기술세트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야 손발을 맞추든가 말든가 할 것이다. 자신의 패를 보여준다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해야할 땐 해야하는 법이다.

“혹시 반대하거나 다른 의견 있는 사람?”

아무도 없었다. 다들 기술세트를 밝히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좋아. 그럼 나부터 말해 볼게. 나는 한 시간 쯤 전에 기술세트 전수가 끝났는데, 화이트 하우스 클랜의 기술세트를 배웠어.”

“화이트 하우스 클랜? 그 5대 클랜 중 하나 말하는 거야?”

꽤나 익숙한 이름이 나와서 나도 모르게 되물었다. 화이트 하우스 클랜은 훈련캠프 중에도 자주 이름이 언급되던 클랜이다.

“응. 이번에 5대 틀랜 중 4곳의 스카우터가 찾아왔었는데, 거기가 제일 나아 보이더라. 바로 거기로 고르고 배워버렸지.”

“와우, 5개 중 4개나 스카우터가 왔어? 대단한데?”

나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5대 클랜이란 지옥에 있는 수많은 클랜들 중 가장 메인이 되는 5개의 클랜을 말한다. 이들은 제 1 계층을 제외한 나머지 층들에 세워진 인류 거점을 하나씩 맡고 있다. 거점 하나를 담당한다는 것 자체가 이들의 규모가 상상 이상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도시 하나를 담당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런 5대 클랜 중 4개나 유지윤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그 명성만큼 기준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5대 클랜이 말이다. 물론 유지윤이 나와 같은 상 난이도 시험 통과자이기도 하고, 특수한 고유 기술을 사용하니 원체 우수한 초행자인 건 맞다. 그래도 이건 대단한 결과인 것이다.

그런데 어째 그 말을 한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이상하다.

“...재수 없어.”

“너, 양심 어디갔냐? 너가 그런 말을 해?”

“진운, 설마 비꼬는 건 아니지?”

“응? 5대 클랜 중 4개면 대단한 거 아니야?”

다들 반응이 왜 이럴까? 장말 대단한 거 맞는데? 칭찬했더니 갑자기 노양심이 되어버렸다.

“그러고 보니 진운은 마력 고갈로 쓰러졌었으니 모를만도 하다.”

“그렇네. 진운이는 자기 소식을 모를 만도 했겠다.”

갑자기 내 소식이라니? 내가 쓰러진 사이에 뭔가 나에 대해 알려진 일이 있던 모양이다. 나는 진행을 하던 유지윤에게 물었다.

“내가 쓰러진 사이에 뭔 일 있었어?”

“음, 있었지. 엄청 큰 일이.”

“그래?”

엄청 큰일이 있었다니? 그 반나절 새에 정말 뭔 일이 난건가?

“일단 너도 알다시피 5대 클랜은 초행자를 영입하러 오지 않는 경우도 많아. 근데 이번에는 5곳에서 다 왔지. 그게 왜 그런지 알아?”

“왜 그런데?”

“물론 이번 초행자가 다들 수준이 높고 유망한 인재가 많은 편이라 그런 것도 있어. 그런데 이번에 5대 클랜에서 대놓고 입장을 밝혔거든. 가장 노리는 것은 상 난이도 시험 최초 통과자이자, 계속된 활약을 펼쳐온 너랑 나라고 말이야. 그리고 그 외에도 순위권에 속하는 초행자들을 영입할 계획이라고 했어.”

“어...”

5대 클랜이 다 온 것도 놀라운 데 그 원인 중 하나가 나라니? 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살짝 벙 찐 상태가 되었다. 그만큼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근데 재밌는 건 너에 대한 클랜들의 경쟁이야. 다른 순위권 초행자들은 암암리에 5대 클랜 끼리 합의를 보았어. 그래서 여기있는 벨이나 린펠, 해나는 전부 5대 클랜 중 두 군데씩 영입 제안을 받았지. 그리고 나는 내게 선택지를 더 준다며 4군데에서 받은 거고.”

5대 클랜끼리 순위권 초행자들을 두고 합의를 봤다니. 그럼 이 자리에 있는 전원이 두 개 이상씩 러브콜을 받은 건가? 새삼 내가 얼마나 엘리트인 팀에 있는지 알 것 같았다.

“근데 너는 5곳에서 다 영입 제안을 하려고 벼르고 있대. 이건 선택지를 주고 말고가 아니라 너를 양보하기 싫다는 거야. 합의를 통해 어느 한 쪽에 몰아주기에는 너무 탐난다는 거지. 그래서 너에 한해서는 합의가 나지 않았어. 그리고 그 이야기가 캠프에도 쫙 퍼졌고.”

“허어...”

5대 클랜이 전부 나를 원해서 합의가 일부 결렬 됬다니. 역시 실감이 나지 않는 이야기였다. 내가 그만큼이나 탐나는 인재인가? 내가 꽤나 유망한 초행자에 속하기는 해도 그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다.

“근데 너가 그걸 싸그리 차버리고 웬 초대자한테 기술세트를 배운거지!”

벨이 끼어들며 말했다. 거기다 유지윤이 바로 맞장구를 쳤다.

“그래. 그건 정말 충격이긴 했어. 분명 몇 시간 전에 보건소에 누워있던 애가 훈련장에 나왔길래, 가서 인사라도 하려 했더니 대뜸 시연을 하더라?”

“맞다. 그래서 4명 다 처음엔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했었다.”

“...난 중간까지도 너가 아닌 줄 알았어.”

“근데 너 시연 하는 거 보니까 딱히 아깝지는 않더라. 막 빛이 하늘에서 떨어지더니 천사로 변신하더만? 나는 처음에 5대 클랜에서 각잡고 홍보하러 온 줄 알았다니까?”

“그니까. 그 5대 클랜 사람들도 어떤 미친 초대자가 저런 기술세트를 전수해 주냐고 하더라.”

다들 내가 시연하러 나온 걸 보고 어지간히 충격먹은 모양이었다. 하긴 나라도 5대 클랜이 전부 러브콜을 보낸 애가 대뜸 나타나 기술 시연을 하면 까무러칠 것이다. 게다가 그 기술 시연이 5대 클랜의 스카우터들 조차 입을 다물게 만들 정도라면 말이다.

“그나저나, 그래서 너 언제 그런 기술세트를 배운거야? 너 계속 보건소에서 쉬고 있던 거 아니었어?”

“맞아. 그리고 그런 기술세트를 대뜸 전수해주고는 사라진 사람은 또 누구야? 초대자는 맞지?”

유지윤과 벨을 중심으로 애들이 나에게 집요한 질문을 던졌다. 뭔가 유지윤의 기술세트에 대해 말하다가 나에 대한 취조로 이야기 노선이 바뀐 것 같지만, 이 궁금증을 풀기 전까진 날 놔주지 않을 것 같으니 일단 대답을 해야 했다.

그렇다고 모두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다. 사실 내가 주운 무기에 잠든 기술세트가 있었는데 이게 깨어났고 그래서 습득하기로 했더니 왠 아공간으로 끌려가서 천사가 튀어나와서 가르쳐줬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럼 다들 납득하도록 적당히 진실과 허구를 섞어서 말해주는 것이 좋다.

이제 더이상 대답을 지체하기 힘들 정도로 다들 눈빛이 강렬했다. 나는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음... 이게 어떻게 된거냐면 말이지, 일단 이 기술세트의 이름은 ‘세라프 카마엘(Seraph­Camael)의 수호검술’이야”

“이름부터가 심상치 않구만.”

“...조용이 해봐 벨.”

감탄하던 벨은 이해나의 차가운 한마디에 쭈구리 모드로 변했다.

“이걸 가르쳐 준 사람은 말이지.. 음...”

뜸을 들이는 내 말에 다들 귀를 한껏 귀를 기울였다.

“그... 천사가 가르쳐줬어.”

“...”

“...”

“...응?”

내 말을 들은 모두의 표정이 똑같이 변했다. 이게 뭔 미친 소리인가 하는 표정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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