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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자가 지옥에서 살아남는 법-26화 (26/61)

〈 26화 〉 25. 최고의 팀플을 위해

* * *

사람들이 한동안 경악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그중에는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진지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다.

“음... 좀 과한가?”

이거 초장부터 너무 튀어버린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 와서 멈출 수는 없다. 본격적인 차력쇼는 이제부터니까.

***

카마엘의 비기를 사용했더니 대뜸 천사같은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 성능이 어떠한가는 둘째 치고 이건 너무 시선을 끌었다. 다른 기술세트를 시연하고 있는 사람들도 다들 화려했지만 이건 좀 스케일이 달랐다.

다른 곳에서 기술세트 시연을 하던 사람들도 잠시 이쪽을 바라보았다. 하긴 그 엄청난 빛기둥이 이곳을 때린 데다가, 기술을 사용한 당사자인 나는 날개를 펼친 천사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으니 시선이 죄다 쏠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아무 말 없이 내 모습에 시선을 고정하던 사람들이 점점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는 방금 전 정적이 거짓말인 양 시끄럽게 술렁이기 시작했다.

“...저게 뭐지? 내가 지금 잘못 보고 있나?”

“강림 계열 기술세트인가 보군. 대체 어떤 정신 나간 놈이 초행자한테 강림 계열을 전수해준 거야?”

“강림 계열, 그거 클랜에서도 베테랑들이나 쓰는 거 아니에요?”

“어떤 놈인지 몰라도 밑천을 다 털어준 모양인데.”

“근데 내가 아는 한 저런 강림 계열 기술세트는 없는데...”

“솔로잉 하는 초대자가 전수했거나 비공식 기술세트가 그새 하나 만들어졌거나, 둘 중 하나 겠지.”

“그나저나 저 마력 움직임 좀 봐. 능력이 얼마나 뻥튀기 되려나?”

몰래 들어보니 이렇게 모습이 변화하는 기술세트를 강림 계열이라고 부르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강림 계열은 아무나 쓰는 것이 아닌 것 같고.

그래도 다행인 것은, 어떻게든 둘러대야 했던 전수자의 정체를 알아서들 착각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다른 사람들이 누가 전수해 줬는지 물을 때 더 수월하게 변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나는 지금 나의 변화한 상태를 체크해 보기로 했다.

먼저 전체적으로 신체적인 스펙이 상당히 올라간 것 같았다. 원래도 만만치 않은 신체능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게 훨씬 증폭된 느낌이었다. 거기에 마력의 총량도 늘었다. 덕분에 75/100이나 잡아먹힌 마력의 공백을 조금이나마 매울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검의 모습이 변화하면서 바스타드 소드가 되었는데 이것도 유용했다. 일단 이 기술세트가 묵직한 양손검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그냥 롱소드 보다는 바스타드 소드가 더 효율이 높기 때문이다. 거기다 검에 둘러진 화염도 훨씬 더 짙은 성화를 피워내고 있었다.

확실히 이렇게 보니 사기적인 버프 기술이다. 성능도 성능이지만 악마들을 기선제압하는 데도 매우 유용할 것이다. 빛을 뿜어대는 천사의 모습은 그 자체로 악마들을 위축시킬 것만 같다. 하지만 이건 실전에서 자주 쓰긴 어려울 것이다. 일단 잡아먹는 마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거기다 현재진행형으로 조금씩 마력을 사용하고 있다. 이 기술을 쓴다는 것 자체가 마력고갈을 당겨오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수준이다. 상황을 뒤집어야 하거나 큰 거 한 방이 필요할 때 아니면 안 쓸 것 같다.

어쨌든 그래도 때에 따라 강력하게 쓰일 기술임은 확실하다.

그렇게 비기에 대해 숙지한 나는 버프가 사라지기 전에 다음 식을 펼쳐 보기로 했다.

먼저 가장 첫 번째 식이었다.

‘심판하는 불을 내리라.’

커다란 바스타드 소드를 들어 바로 세웠다. 일시적으로 준비 자세를 취한 나는 곧바로 검을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그리고 정면을 향해 수직으로 내리쳤다.

콰앙!

화르르르르륵 ­ !

검이 땅에 내리찍히면서 앞을 향해 성화가 뻗어나갔다. 백색의 불길은 앞에 있는 것을 모조리 태워버릴 기세로 돌진했다. 일직선으로 이어지며 뻗어나간 불꽃이 매섭게 타올랐다.

이 첫 번째 식의 동작은 상당히 간단하다. 준비자세를 취한 뒤, 검을 들어올려서 땅을 내려치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그 위력은 결코 작지 않다. 12식 전부를 따져도 이만한 위력을 가진 식은 얼마 없을 정도다. 적의 전열을 붕괴시키거나 확실한 유효타를 넣을 때 쓸만한 기술이다. 거기다 마력 소모도 얼마 없는 것이 실전에서 사용하기도 좋아 보인다.

기술의 여러 특징이 한눈에 들어오는 만족스러운 시연이었다.

첫 번째 식을 확인한 나는 바로 두 번째로 넘어갔다.

‘저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

다시 잠깐의 준비자세를 취한 나는 검을 아래로 반바퀴 돌렸다. 이어서 양손으로 손잡이를 굳게 붇잡았다. 그대로 검을 들어올린 후 땅에다 강하게 꽂아넣었다.

푸욱!

화아아아아 ­

그러자 앞쪽에 하얗게 타오르는 방벽이 솟아올랐다. 맹렬히 타오르는 불길이 벽을 만들어 앞을 틀어막았다. 누구도 들이지 않겠다는 것처럼 사나운 불꽃으로 만들어진 장벽이었다. 그 장벽은 언뜻 보아 벽이라기보단 불의 파도에 가까워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불의 장벽은 10초 정도 유지 되었고, 시간이 지나자 여러 개의 불꽃으로 흩어지며 사라졌다.

이 식도 동작 자체는 단순하다. 들고 있던 검을 바닥에 꽂고 마력을 한껏 흘려보내면 된다. 그러면 성화로 이루어진 방벽이 일시적으로 나타나 앞을 가로막는다. 불로 이루어진 벽인 주제에 물리적인 저항력도 강하다. 거기에 가고일이 쏘았던 그 불기둥 같은 기술을 차단하기에도 제격이다. 이런 기술이 마력 소모도 그럭저럭이니 실전에서 상당히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이 식은 식 중에서도 방어형 식에 속한다. ‘세라프 카마엘(Seraph­Camael)의 수호검술’은 공방일체의 기술세트라고 할 수 있는데, 아까 전에 쓴 1식과 같은 공격형 식, 방금 전에 쓴 식과 같은 방어형 식, 마지막으로 조금 후에 쓸 식과 같은 영역형 식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극한의 밸런스를 추구하는 기술세트인 것이다. 그만큼 안정되어 있어서 팀에서 여러가지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고 말이다.

아무튼 두 번째 식도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그럼 이제 마지막 세 번째 식을 써볼 차례다.

‘성역화(??化) ­ 뜰.’

이번엔 특정한 동작을 요구하는 식이 아니었다. 난 그저 검을 자연스럽게 내려서 아래를 향하게 하였다.

잠시 후 그런 내 발밑에서 하얀색 원이 생성되었다. 그 원은 빠르게 크기를 키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확대되고 확대되더니 어느 순간 멈추었다. 그 즈음에 원의 크기는 반경 25m 정도였다.

3식은 이렇다 할 큰 변화는 없었다. 일단 영역이 전개됨에 따라 능력치가 전체적으로 상승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머릿속에 주입된 정보에 의하면 이 영역 안에서는 마(?)나 악(?) 속성에 대한 정화가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거기다 능력치 상승은 영역 안에 있는 모든 아군이 받게 되고 치료 속도와 마기 저항 정도도 상승한다. 아직은 ‘뜰’ 수준이라 그런지 큰 효과는 없지만 그래도 쓸만한 보조 버프라고 할 수 있다.

이 3식은 단발성 기술이 아니라서 내가 마력만 투자한다면 계속 유지가 가능했다. 마력을 많이 잡아먹는 것도 아니니 앞으로 팀으로 전투할 때는 켜놓고 싸우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마지막 3식도 어김 없이 만족스러웠다. 정말이지 공격에 방어에 버프까지 없는 게 없는 기술세트다.

이렇게 다들 한 번씩 써보니 머릿속에만 넣고 있을 때보다 더 이해가 잘 되는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상황에서, 얼마나 자주 써야 할지도 감이 잡혔다. 여러모로 도움되는 시연이었다.

기술세트 시연을 전부 끝낸 나는 검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리고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던 전투 천사 강림을 해제시켰다. 확실히 한바탕 기술을 시연하면서 마력을 사용하니 상쾌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운동을 하며 땀을 한껏 뺀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상쾌한 기분을 만끽하고 있었는데, 문득 주변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보니 기술세트 시연에 집중하느라 다른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잊은 상태였다.

나는 아닌 척 반응을 한 번 살펴보았다.

사람들은 참으로 제각각의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나를 바라보며 순수하게 감탄스럽다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초행자들은 주로 부러움의 눈길로 바라보았고 드물게 시기하는 듯이 흘겨보는 사람도 있었다. 외부 초대자나 스카우터로 보이는 사람들은 저들끼리 쑥덕대거나 이쪽을 조용히 주시하기도 했다. 벌써 개인 훈련장 입구에 서서 대기를 타는 사람도 보였다.

확실히 어필을 한 것은 좋은데, 너무 귀찮아질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계속 여기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일단 나가기로 했다. 자세하게 물어오는 사람들은 최대한 피하면서 빠르게 숙소로 향해야겠다.

그렇게 밖으로 나갔을 때, 나는 저 멀리 벨과 린펠이 달려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어어이, 진운!”

“여기다, 진운!”

제일 먼저 달려드는 사람들이 쟤네인 것은 좋은데, 왜 이쪽으로 오라는 듯 격하게 손짓을 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안그래도 자기들이 달려오고 있는 상황에 말이다. 하지만 일단 오라니까 그들 쪽으로 걸어갔다.

벨과 린펠은 기다렸다는 듯이 내게 어깨 동무를 하거나 주변에 서더니, 빠르게 입구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반쯤 납치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야, 진운. 너 아주 장난 아니더라? 그런 기술세트를 어느새 배워왔대?”

“확실히 대단한 기술세트더군. 깊게 감명 받았다.”

“어... 그래. 그건 고마운데 지금 우리 어디로 가는 거냐?”

“우리? 보다시피 일단 밖으로 나가고 있지.”

“그 뒤에는 네 숙소로 갈거다.”

“응? 내 숙소?”

갑자기 이 놈들이 왜 날 데리고 내 숙소로 간다는 걸까? 그것도 이렇게 거의 납치하는 듯한 방식으로?

“이게 다 우리가 너를 배려 하는 거야. 너 방금 그대로 나왔으면 사람들한테 겁나 시달렸을걸?”

“..그랬겠지.”

“주변에 너에게 가르침을 준 초대자가 보이지 않으니, 뭔가 이유가 있어서 네게 전수하고 자리를 떴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마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게 생각했을 거다.”

“그리고 그런 너가 엄청난 기술세트를 선보였잖아. 이건 거의 성가신 일들에 자진해서 빠져든 수준이라고.”

“흠.. 그렇지. 그래서 지금 날 납치해서 내 숙소로 가는거야? 나 성가신 일에 안 엮이게 할려고?”

“물론 그런 이유도 있고, 겸사겸사 다른 이유도 있지.”

“그럼 그렇지.”

그래. 이것들의 마음이 기특하다지만 그 이유만으로 날 납치하듯 데려왔을 리는 없다.

“지금 네 숙소에 우리 팀 애들 다 모여있어.”

“이해나와 유지윤이 와 있으니 우리만 가면 된다.”

“응? 애들이 내 숙소에 모여있다고?”

숙소에 애들이 모여있다고? 왜지? 그보다 하필 왜 내 숙소일까?

“응. 나랑 린펠에 좀 모아봤지.”

“왜?”

“이제 우리들 전부 기술세트 전수 받는 건 끝났거든. 쓰러져 있던 너까지 받았을 줄은 몰랐지만.”

“벌써 다들 받았구나. 그런데?”

“이제 기술세트 전수까지 끝났으니까 자기 능력에 대한 틀이 어느 정도 잡힌 거잖아? 자신이 가진 특성이나 기술세트를 보고 어느 포지션이 적당하겠다 하는 것도 알았을 거고.”

“그치.”

“그러니까 슬슬 팀워크를 맞춰볼 때가 된게 아닐까?”

팀워크라. 상당히 뜻밖의 말이지만 지금 상황에 확실히 필요한 것 같다. 벨의 말처럼 다들 자신의 능력에 대한 윤곽을 잡은 상태일테니까.

“나와 벨이 이 생각을 처음으로 했고, 기술세트 전수가 끝난 이해나와 유지윤을 찾아가서 말했다. 그리고 너는 쓰러져 있었으니 어찌할지 고민을 했는데 방금 보니 나와서 신나게 시연을 하고 있더군. 그래서 괜찮겠다 싶어서 냉큼 데려온 것이다.”

“허...”

“자, 그럼 일단 진운의 숙소로 가서 이야기를 계속해보자고!”

벨과 린펠이 어떤 생각을 한 건지는 알겠다. 확실히 생각도 못하고 있긴 했지만 생존을 위해 팀워크를 맞춰 보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그러니 기술세트를 배우고 나서 최대한 빨리 만나 훈련해보려는 것도 이해가 갔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은 안 풀렸다.

“근데 왜 내 숙소인데?”

“자, 빨리빨리 가자!”

“...”

이것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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