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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자가 지옥에서 살아남는 법-25화 (25/61)

〈 25화 〉 24. 설레는 마음으로 차력쇼를 해보자

* * *

나는 다 필요 없고 빨리 기술세트를 시험해보고 싶었다. 과연 내가 어느 정도로 카마엘의 검술을 재현할 수 있을지, 그 위력과 효과는 얼마나 대단할지가 참을 수 없이 궁금했다.

물론 다른 이들이 내 기술세트를 보고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다. 처음보는 위력적인 기술세트를 초행자가 쓰고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럴 때는 대충 어떤 실력을 숨긴 초대자가 가르쳐 주었다고 말할 작정이었다. 참 허접한 변명이지만 딱히 반박할 수 없을 것이다. 실재로 그들이 생각하기에도 그것 외에는 방법이 없을 테니까.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개인훈련장을 향해 움직였다.

***

도착한 개인훈련장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평소에는 그리도 한가하던 곳이 지금은 틈이 없을 정도로 꽉꽉 차있었다. 나는 그 많은 사람들 틈을 비집으며 겨우겨우 훈련장 안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훈련장을 채우고 있는 사람들은 초행자들과 외부인들이 섞여있었다. 다들 기술세트를 전수 받으러 왔거나 또는 전수하러 온 사람들이다. 기술세트를 전수해 주는 주된 장소가 이곳이기 때문에 아마 한동안은 계속 이럴 것이다.

훈련장 안으로 들어와 보니 역시나 훈련장 안쪽도 사람들로 가득 차있었다. 초행자들은 저마다 훈련장 한자리를 차지하고 기술세트를 시험해보고 있었다. 다른 곳에선 초대자나 클랜 스카우터가 기술세트 시연을 보여주며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다들 자신이 가진, 혹은 앞으로 가지게 될 기술세트를 보여주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남이 볼까봐 경계하기는 커녕 더 적극적으로 과시하려는 분위기였다. 특히 초대자나 스카우터들은 서로 경쟁하듯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려고 하였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기술세트가 옆에서 본다고 따라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수자가 확실히 전수하는 데 동의해야 하고, 그에 따라 마력의 성질이나 운용 방식을 변화시켜야 한다. 때로는 나처럼 신체 구조나 마력의 속성까지 변화시켜야 하는 경우도 있다. 즉, 철저한 양자 간의 동의와 준비작업을 거쳐야만 기술세트를 전수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자신의 기술세트를 과시하는 것은 전혀 손해되는 일이 아니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해치고 바로 나에게 할당된 개인 수련장으로 향했다. 이렇게 사람이 많더라도 수련장에 자리가 없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1클래스 초행자들에게는 전원에게 전용 수련장이 배정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사람이 많든 적든 나는 편하게 수련장을 이용할 수 있었다.

내가 지나가자 몇몇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뭔가 화들짝 놀라면서 자기들끼리 뭐라 속삭였다. 자기들 딴에는 안 들리게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들려도 상관 없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결국 내 귀에는 다 들렸다.

“저기 저 사람... 김진운 아니야?”

“아, 그 상 난이도 시험 통과자?”

“어제 잠깐 동안 검강을 발현했다던데, 진짜인가?”

“입학 테스트도 우승으로 통과했고...”

“확실한 것 같아. 검은색 계통의 전신장비를 입고 있는 건 김진운이랑 유지윤 말고 없지.”

“이제 보니 클랜 영입 리스트 중 최우선 순위이군.”

“일단 가서 말을 걸어볼까..”

아무래도 초대자들과 클랜들은 이미 초행자들에 대한 정보를 꽤나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예 훈련캠프에 요청해서 받았을 수도 있고, 자신들이 심어둔 캠프 내부인을 통해서 전달 받았을 수도 있다. 확실히 먼저 정보를 알고 있느냐 아니냐는 영입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사전 조사를 안 했을 리가 없지.

문제는 그런 그들의 입에서 내가 아주 많이 오르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해는 한다. 솔직히 내가 생각해 보아도 나는 영입하기 참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당장 상 난이도 시험 통과자랍시고 유명해졌는데, 그 이후 행보도 심상치 않았으니 말이다. 초대자들과 스카우터들 입장에선 내가 최고의 영입 실적을 낼 수 있는 보증 수표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의 영입은 당장은 의미가 없다. 내가 이미 기술세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술세트 전수 시즌이 사실상 영입 시즌으로도 볼 수 있는 건, 기술세트를 배운다는 것이 그 클랜이나 초대자의 밑에 속한다는 것과 사실상 같기 때문이다. 그만큼 대대로 이어지며 발전해온 기술세트는 큰 의미를 가진다. 만약 어떤 초행자가 기술세트만 배우고 홀랑 도망친다면 그 즉시 척살령이 떨어지거나 다음날에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는 것이 일반적일 정도다.

그러니 기술세트가 이미 있는 나는 그들에게 있어서 영입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아직은 말이다. 물론 나도 어딘가의 밑으로 들어갈 생각이 없지 않다. 지옥에서는 힘 있는 클랜이나 초대자 무리에 들어가는 것이 생존확률을 비약적으로 높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다. 나는 남들과 달리 유독 수많은 변수와 독특한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스스로 성장하다가 집단의 힘이 필요해지는 시점에 어딘가로 들어갈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내 개인 훈련장에 도착하였다. 나는 훈련장 안으로 들어가 몸을 풀었다. 지금은 필요가 없는 장비 몇 개는 벗어서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리고 방패는 꺼내지 않고 검만 꺼내서 손에 쥐었다. 물론 부러진 검이 아닌 우수한 초행자의 검이었다. 그 부러진 검은 아직 사람들 앞에 보여선 안된다.

준비를 마치고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새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내 수련장을 둘러싸고 있었다. 대부분이 영입 각을 노리는 사람들이거나 내 수준을 한 번 보려는 사람들이었다. 중간중간에 구경 온 초행자들도 보였다. 다들 내가 하는 수련을 단체로 구경할 생각인 듯 했다. 어쩌다 보니 단독 기술 시연 같은 느낌이 되어버렸다.

내가 약간 뻘쭘해 하고 있는데 저 멀리에서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같이 나를 구경하러 온 벨과 린펠이었다. 벨은 뭐가 그리 웃긴지 잔뜩 히죽거리더니 손을 번쩍 들며 뭐라고 입모양을 모여주었다. 자세히 보니 ‘다 뒤집어버려!’라고 하고 있었다. 뭘 뒤집으라는 건지 모르겠다. 린펠은 그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내게 엄지를 올리고 있었다. 저 놈도 뭐라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둘을 보니 뭔가 긴장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좀 이상한 놈들이긴 해도 나름 좋은 친구들이다.

그렇다. 사실 지금 상황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 내 능력을 공개적으로 보이는 것은 언젠가 해야했던 일이고, 그게 조금 빨라진 것 뿐이다. 또 능력을 일찍 보이고 시작한다는 것은 그만큼 좋은 인상을 처음부터 찍고 가는 것이다. 이득이 됬으면 되었지 손해 볼 일은 아니다.

그렇게 마음을 정리한 나는 깊게 심호흡을 하며 기술세트를 사용할 준비를 하였다. 스톡이 맹렬하게 회전하며 전신에 마력을 퍼뜨리기 시작했다. 나는 마력 중 일부를 검에 집중하여 검기를 형성했다. 이제 성화(?火)의 속성으로 바뀐 내 마력이 하얀색 불꽃과도 같은 검기를 피워내었다.

“꽤나 정순한 마력이구만.”

“음? 잠깐, 저거 속성인가?”

“속성? 어디보자.. 그런 것 같은데?”

“성(?) 계열 속성인 것 같아.”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그럼 이미 기술세트를 배웠다는 말이야?”

“이거 한 발 늦은 것 같군. 그런데 도대체 누가 벌써...”

“그런데 저런 속성은 처음 보는 것 같은데? 나만 그런가?”

검기 하나 피워낸 것으로 많이들 술렁인다. 하긴 술렁일만 하다. 내가 봐도 이 성화가 담긴 검기는 상당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백색의 불길로 타오르는 것이 뭔가 신성해 보였다. 원래 속성 마력들이 다들 그렇다지만, ‘나 이런 속성이에요’하고 아주 전력으로 티를 내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뒤로 하고 난 일단 기술세트 창을 띄웠다. 현재 사용 가능한 식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기술세트

­ 세라프 카마엘(Seraph­Camael)의 수호검술: 일품천사, 즉 세라프인 카마엘의 고유 검술이다. 기반은 다른 세라프들이 쓰는 수호검술이지만 카마엘의 독자적인 개조와 추가를 거쳐 그녀만의 고유 기술로 재탄생하였다.

· 수호 검술 12식

· 카마엘(Camael)의 고유 비기

무기 정보 중 기술세트 부분만이 따로 띄워졌다. 나는 그중에서 수호 검술 12식과 카마엘의 고유 비기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띄웠다.

수호 검술 12식

· 심판하는 불을 내리라

· (잠김)

· (잠김)

· (잠김)

· 저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

· (잠김)

· (잠김)

· (잠김)

· 성역화(??化) ­ 뜰

· (잠김)

· (잠김)

· (잠김)

카마엘(Camael)의 고유 비기

· 전투 천사 강림 ­ 오파님(Ophanim)

· (잠김)

· (잠김)

역시 대부분이 잠긴 상태였다. 하지만 쓸 수 있는 기술이 4개는 있었다. 아마 카테고리 별로 한 개씩만 해금해 준 듯하다. 아쉽지만 일단 이거라도 써야했다.

앞의 두 개의 기술명은 마치 성경 구절의 일부 같은 느낌이었다. 뭔가 다른 기술이 열리면 이름 사이의 맥락같은 것이 보일 것 같다. 또 세 번째 기술은 이름 상 어떤 영역을 펼치는 기술인 것 같았다. 그 영역의 이름은 스킬 이름에서 보이듯이 성역(??)일 것이다.

그런데 문득 고유 비기에 시선이 꽂혔다. 전투 천사 강림이라니? 천사를 이곳에 불러낸다는 것일까?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너무 사기적인 기술이 되어버린다. 아마 천사와도 같은 힘을 내게 강림시킨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걸 먼저 선행하고 다른 식을 사용한다면 훨씬 더 강력해지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일단 비기부터 사용하기로 결정하였다. 기왕 하는 김에 임팩트 있게 시작하면 좋은 것이고, 또 다른 기술도 강화된다면 더 파워풀한 기술 시연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비기를 사용하고 나머지 기술을 차례로 사용하면 될 것이다.

그렇게 마음을 정한 나는 끌지 말고 바로 시작하기로 했다.

먼저 비기를 사용하였다.

‘전투 천사 강림 ­ 오파님(Ophanim)’

그 순간, 구경하던 사람들의 눈을 멀게 할 것만 같은 빛이 하늘에서 내리꽂혔다.

파아아아아 ­

동시에 마력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던 나는 그 양에 경악하였다. 뭔 놈의 기술 하나가 75/100에 해당하는 마력을 가져간 것이다. 이때부터 난 뭔가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압도적인 빛이 휩쓸고 간 곳에는 모습이 변화한 내가 남아있었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의 입이 죄다 벌어져서 닫힐 줄을 몰랐다. 그건 저쪽에서 나를 보던 벨과 린펠도 마찬가지였다.

난 수련장 벽에 비치된 커다란 거울을 통하여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일단 내 뒤에 찬란한 날개 한 쌍이 달려있었다. 그리고 머리에는 천사들에게서 보았던 월계관 같은 것이 있었다. 게다가 내 몸이 전체적으로 빛에 휩싸여 똑바로 바라보기가 어려웠다. 무엇보다 두드러지는 것은 내 손에 들린 검이 빛나는 대검이 되있다는 것이었다. 휘두르면 이 훈련장을 반으로 쪼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어정도면 거의 천사로 변신을 한 수준이었다.

사람들은 한동안 경악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그중에는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진지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다.

“음... 좀 과한가?”

이거 초장부터 너무 튀어버린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 와서 멈출 수는 없다. 본격적인 차력쇼는 이제부터니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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