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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자가 지옥에서 살아남는 법-16화 (16/61)
  • 〈 16화 〉 15. 깜짝 이벤트

    * * *

    “후우... 알았어. 그러니까 비켜.”

    [초대자의 패배 인정을 확인.]

    [대련 종료.]

    [승자, 초대자 김진운.]

    “초대자 김진운, 승리!”

    이해나는 그렇게 대뜸 반말을 하며 패배를 인정했다.

    ***

    대련이 끝난 뒤에도 이해나는 여전히 표정이 차가웠다. 그래도 나는 한 번 말을 붙여보기로 했다. 그냥 이대로 곧장 헤어지기에는 그녀와의 대련이 너무 인상 깊었다. 한국인에, 묘한 분위기에, 뛰어난 전투능력에, 꽤 상당한 외모까지. 이참에 친해져서 나쁠 게 하나도 없었다.

    “근데 보기보다 싸움을 엄청 잘하시네요? 혹시 레벨이 어떻게 되세요?”

    “...”

    “...”

    “...17레벨.”

    “아, 그렇군요. 많이 올리셨네요.”

    이쪽을 쳐다도 안 보고 대답도 안 하길래 아예 무시할 작정인가 했더니, 그래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을 해주었다. 여전히 이쪽은 보지 않은 채로 말이다.

    음, 내가 그렇게 싫은가? 아니면 사람 자체를 멀리하는 성격인가?

    내가 조금 뻘쭘해 하고 있었더니 갑자기 이해나가 먼저 말을 했다.

    “내가 올리고 싶어서 올린 것도 아냐.”

    “네?”

    이건 무슨 소리일까? 자기가 올리고 싶어서 레벨을 올린 게 아니라고? 그럼 누군가 억지로 레벨을 올려주기라도 했다는 건가?

    그 말을 한 이해나는 잠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 서늘한 눈빛으로 바라보니 뭔가 내가 잘못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참다 못해 혹시 내가 뭔가 실수를 했냐고 물어보려는데, 그때 이해나가 다시 말을 꺼냈다.

    “나랑 가까이 지내지 않는게 좋아.”

    “어.. 왜요?”

    “나 소문 안 좋아.”

    “소문이요?”

    여기 있는 사람들끼리 만난지가 얼마나 되었다고 소문이 나지? 혹시 시험에서 있던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로 퍼진건가?

    “...아무튼 나랑 대화같은 거 해봤자 너만 피해볼거야.”

    무슨 소문인지는 말해줄 생각이 없나보다.

    이해나는 그렇게 말하곤 돌아서서 곧장 멀어졌다. 그렇게 걸어가다 잠시 멈추더니 살짝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강화된 청력으로도 간신히 들을 정도로 작게 한 마디를 던졌다.

    “...대련 재미있었어.”

    그리고는 몇 배는 빠른 걸음걸이로 멀어졌다.

    음, 일단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자기가 좀 소문이 안 좋다고 다른 사람을 다 멀리한다니. 아마 피해를 주는 게 싫은 모양이다. 착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나는 그녀가 참 인생 피곤하게 사는 스타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같으면 아예 소문내는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전면으로 맞설것이다. 그리고 다 뒤집어 엎든가 하겠지. 뭘 어쩌든 저 상황보단 나을테니 말이다.

    뭐 어쨌든 저건 이해나 자신이 해결할 문제다. 맞서든 도망치든 숨든 그건 자기 선택이다. 아직 딱히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닌데 괜히 끼어드는 것도 이상하다. 일단 좀 지켜보는 걸로 하자.

    나는 일단 이긴 사람들, 진 사람들끼리 모이는 곳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교관에게 보고를 마쳤다. 교관은 수고했다며 다른 조가 대련을 끝낼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다른 조가 한창 대련하는 동안 유지윤이랑 앉아서 노가리나 까고 있었다.

    그렇게 모든 조가 대련을 끝마치자, 얼추 승자와 패자가 가려진 상태가 되었다. 이제 승자는 승자들끼리 토너먼트를 하고, 패자는 패자들끼리 토너먼트로 다시 치고 올라와야 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토너먼트를 시작하겠습니다! 새롭게 지급된 배치표를 따라 순서와 위치를 지켜주십시오! 그럼, 1조 나와주시기 바랍니다!”

    대련은 그렇게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그 후로 내가 참여한 대련은 5회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토너먼트를 하면서 이해나 이상으로 강한 상대를 만나지 못했다. 다들 전부 기본 신체능력에다가 기술 한두 번만 섞어주면 알아서 떨어져 나갔다. 일단 이해나가 대련 시작부터 나를 만난 건 상당한 불운이었다는 건 알겠다. 내가 처음이 아니었다면 아마 패자부활전 자체에 갈 일이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한참 대련이 진행되었고, 어느새 토너먼트를 한지 반나절 가까이 된 때였다.

    “전부 주목해 주십시오!”

    어느새 공터의 한 가운데에는 6명만이 서 있었다. 승자 토너먼트에서 연전연승을 달려온 4명과, 패자부활전에서 탑을 차지한 2명이었다. 나는 이제 토너먼트 6강을 하는 건가 싶었다.

    “지금 제 앞에 서 있는 6명은, 대련을 통한 입학테스트에서 가장 높은 순위권을 달성한 6명입니다. 우리 교관 모두는 이들의 전투력이 이제 막 초행자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범상치 않음을 확인했습니다.”

    나는 그 때 살짝 고개를 돌려 6명의 면면을 살펴보았다. 모두 토너먼트 도중 두드러지는 활약을 한 사람들이었다. 저마다 강한 개성과 특징을 가지는 동시에 강한 사람들이었다.

    일단 나.

    마력 강사를 이용한 원거리 무기와 함정을 쓰는 유지윤.

    긴 창을 사용해 속전속결을 잘 내는 아미르 벨.

    단검 여러개로 뛰어난 투척술을 보여준 린펠 하이드리히.

    숏소드 하나로 패자부활전을 평정해버린 이해나.

    특이한 박투술로 상대를 제압하던 하미드.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인물들이다. 아마 내가 전력을 다한다면 못 이기진 않을 것 같지만, 나도 상당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들 뿐이다. 아마도 이들 중에서 15레벨 언저리가 안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느껴지는 마력의 양이 그 정도이기도 했고, 모두 한 개 이상의 기술을 쓰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진행하던 교관 뒤로 교관 5명이 줄지어 섰다. 거기다 진행하던 교관도 그 줄에 합류하여 우리를 바라보고 섰다. 졸지에 6대 6으로 마주보는 듯한 모양새가 되었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일까?

    “그리하여 우리는 이 6명에게 더이상 테스트는 필요없다고 판단하였고, 이 6명이서 마저 대련을 하는 대신 색다른 경험이자 가르침을 주기로 했습니다.”

    색다른 경험이자 가르침? 뭔가 어감은 좋지만 예감이 상당히 안 좋다.

    “즉, 이 훈련캠프의 6명은 전투교관과 직접 대련해볼 것입니다.”

    와우, 정말 심각하게 색다른 경험이다. 너무 색달라서 한사코 사양하고 싶을 정도다.

    “전투교관과 대련해볼 기회는 흔치 않습니다. 이들 모두 초행자들을 이끌고 가르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초대자임이 증명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로서 초행자 여러분이 앞으로 가야할 길과 그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슬쩍 앞을 보니 내 앞에 선 교관은 알리시아 교관이었다. 지금까지 쭉 토너먼트를 진행했으며, 몇 시간 전 가벼운 펀치로 남자 하나를 게거품을 물고 기절하게 만든 교관 말이다.

    “물론 교관들은 일정한 페널티와 함께 대련에 임할 것입니다. 교관들은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을 것이며, 초행자가 교관에게 공격을 한 번이라도 성공할 경우 초행자의 승리입니다.”

    흠, 그래도 저런 조건이면 그나마 해볼만 할 것 같다.

    “그럼 거두절미 하고, 바로 순위권 초행자들과 교관들의 대련을 시작하겠습니다!”

    와아아아!

    뒤에서 편안하게 관람 중인 다른 초행자들이 환호성을 질러댔다. 토너먼트 후반부부터는 이미 스포츠 경기 같은 느낌이 된지 오래이긴 했지만 이번 환호성은 특히 컸다. 하긴 내가 저렇게 관람하는 입장이었어도 팝콘 꺼내들고 응원하고 있었을 것이다. 다만 내가 그 당사자라서 문제인 거지.

    나와 알리시아 교관이 짝을 지어 지정된 위치로 이동했다. 설마설마 했는데 역시나였다. 할 수 없다. 게거품 무는 꼴을 당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수 밖에.

    알리시아 교관이 나를 보더니 씨익 웃으며 말했다.

    “초행자 김진운, 토너먼트 내내 상당히 돋보이더군요. 다른 이들과 다르게 여유가 넘치던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한 번 검을 맞대 보고 싶을 정도였답니다.”

    “아.. 예, 감사합니다.”

    그래서 직접 맞대러 오셨군요. 대단한 적극성이십니다.

    속마음을 삼키고 나는 위치에 섰다. 알리시아 교관 역시 내 맞은편에 섰다. 잠시 후에 대련이 시작될 것이다.

    알리시아 교관이 쓰는 무기는 얇은 레이피어였다. 비교적 호리호리한 체형의 알리시아 교관과 제법 어울리는 것 같다. 알리시아 교관은 검을 뽑아 자연스럽게 바닥을 향해 사선으로 두었다. 다른 한 손은 뒷짐을 진 채였다.

    나도 검을 뽑아들고 방패를 치켜올렸다. 이번엔 아마 전력을 다해야만 할 것이다. 사실 그러지 말라 해도 그럴 생각이었다. 지금까지 적당히 봐주면서 대련하는 것도 질린 참이었다. 한 번쯤 내 전력을 쏟고 싶었는데 그러기에 지금 같은 상황은 최고의 기회였다.

    “초행자 김진운, 준비되셨습니까?”

    “네. 시작하죠.”

    알리시아 교관은 내 당당한 대답에 씨익 웃음을 지었다. 분명 예쁜 미소인데, 왜 나한테는 사신의 미소로 보이는 걸까?

    ‘대련 시작.’

    두 사람의 생각이 교차했다. 반투명한 반구형태의 영역이 주변으로 전개되었다.

    [5]

    [4]

    [3]

    [2]

    [1]

    [대련 시작.]

    두 사람의 마력이 대련 영역 안에서 크게 맥동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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