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대자가 지옥에서 살아남는 법-13화 (13/61)

〈 13화 〉 12. 입학 테스트

* * *

“이거 나이가 들어가니 잡설이 느는군요. 슬슬 시간이 된 것 같으니 이제 일어납시다.”

“아니에요. 정말 많은 도움이 되는 말씀이었어요. 다음에도 다시 이야기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네요.”

“하하, 저도 여러분 같은 전도유망한 사람들과 다시 이야기하고 싶군요. 이번 대화는 제게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럼 이제 여러분이 앞으로 한 달간 지내게 될 훈련캠프로 가볼까요?”

나와 유지윤은 남자를 따라서 접견실을 벗어나 훈련캠프로 향했다.

***

접견실을 나오자 우리가 들어왔던 이 건물이 훈련캠프 건물임을 알 수 있었다. 우리를 안내하던 남자가 바로 건물 내의 다른 장소로 이동한 탓이었다. 어쩐지 훈련소같은 느낌의 건물이라는 생각은 했었는데 정말이었던 모양이다.

남자를 따라 이동한 곳은 훈련캠프 건물 앞쪽의 공터였다. 그곳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언뜻 보니 아까 전 우리와 같이 시험을 통과한 사람들이었다. 다들 기본적인 설명을 듣고나서 안내를 따라 여기에 모인 것 같았다.

우리 말고도 설명이 끝난 사람들이 속속히 합류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다 모이고 보니 아까 전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본 사람들보다 훨씬 많아 보인다는 것이었다. 분명 공간의 틈은 대여섯개 정도였고 틈 한 개당 나온 사람은 보통 4~5명 정도였는데 말이다. 어쩌면 그 틈같은 것이 열린 장소가 우리가 있던 곳 뿐만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대략 200명 정도의 사람이 모였다. 모두가 모인 것을 확인하자 아까 전 우리를 안내했던 남자가 사람들 앞에 섰다. 접견실에서부터 보았던 남자의 호위로 보이는 사람들이 남자의 뒤에 정렬하였다. 딱히 단상에 오르거나 화려한 복장이 아님에도 남자는 자연스레 자신에게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보이지 않는 카리스마가 좌중을 휘어잡는 듯한 느낌이었다.

남자가 주변을 몇 번 둘러보더니 이내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을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초행자 여러분. 저는 제 1계층의 사르비나 거점 총책임자 오웬스 루이스입니다. 먼저 이번 입문자의 시험에서는 다른 때에 비해 생존하신 분들이 많아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역대 최초로 상 난이도 시험을 통과하신 분들도 계시고 말이죠. 여러모로 기대가 많이 되는 기수입니다.”

마이크를 쓴다거나 크게 소리를 치는 것도 아닌데 말이 귀에 쏙쏙 들려왔다. 목소리가 좋긴 하지만 마냥 그것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혹시 대중을 통제하거나 말을 전달하는 것과 관련된 기술을 쓰는 것일까?

“안내 받으셨겠지만 여러분은 이제부터 훈련캠프에 참가하게 됩니다. 물론 여러분 중에서 각성을 한 초대자와 각성하지 못한 방문자는 구별되어 캠프를 이수할 것입니다. 초대자 분들은 지옥에서 생존하는데 필요한 지식을 익히고 전투 훈련 및 마력 제어 훈련 등을 받게 됩니다. 방문자 분들은 마찬가지로 지옥에서 살아가기 위한 지식을 배우지만 전투 훈련은 제외됩니다. 대신 거점에서 생활하고 활동할 수 있는 교육을 받게됩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모여있는 사람들이 크게 두 무리로 나뉘어 있는 것이 보였다. 비율은 한 쪽이 다른 한 쪽의 3배 정도였다. 그중에서 많은 쪽에서 마력이 더 짙게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많은 쪽이 초대자들인 모양이다.

그러던 중 초대자들 중 한 명이 손을 들며 질문을 던졌다.

“혹시 초대자들은 전투보다 생활 쪽으로 갈 수 없는 건가요?”

질문을 들은 남자가 대답했다.

“아쉽게도 그건 어렵습니다. 이건 안내 받으신 분도 있고 아닌 분도 있겠지만 다시 공식적으로 안내 드리겠습니다. 지옥에서는 모든 초대자들이 한 달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랜덤한 지역에 떨어집니다. 보통 4~5명이 함께 떨어지며, 떨어지는 지역은 그 초대자가 거주하는 계층 안에서 정해집니다. 다만 규칙성은 없이 말 그대로 무작위입니다. 이것을 우리는 ‘무작위 소환’, 간단하게 소환이라고 부릅니다. 소환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캠프에서 배우시게 될 겁니다. 요지는 초대자들은 예외없이 이 소환에 휘말리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한 전투 훈련은 필수라는 것입니다. 생활 쪽에 흥미가 있으신 초대자 분들은 전투와 생존에 대한 충분한 교육 이수 이후에 따로 배우시기 바랍니다.”

무작위 소환이라. 저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 초대자들을 대뜸 무작위로 아무데나 떨어뜨린다니. 역시 이 세계는 절대 사람들에게 친절하지 않다. 거의 입문자의 시험 수준으로 불합리한 이벤트이다.

“물론 초행자이신 여러분은 한 달 동안 소환에 휘말리지 않으니 걱정하실 건 없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방문자 분들은 따로 담당 교관들의 안내를 받도록 하고, 초대자 분들은 잠시 남아 다음 일정을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나뉘었던 무리 중 방문자 쪽이 교관의 통제를 받아 건물 내부로 향했다. 남은 150명 정도의 초대자 무리는 잠시 다음 일정이 준비될 때까지 공터에서 기다렸다.

잠시 동안의 기다림 이후 이번엔 총책임자 루이스가 아닌 교관으로 보이는 사람이 앞에 나왔다. 보니까 아까 전 난동을 피우던 남자를 한 방에 때려눕힌 여자 교관이었다. 나와 유지윤과 같은 곳에 있던 시람들은 모두 그 장면을 기억하며 무서움 반, 동경 반으로 교관을 바라보았다.

“초행자 여러분께 안내드립니다. 저는 교관 알리시아입니다. 갑작스럽지만 훈련캠프에 입학하기 전 먼저 입학 테스트가 있을 예정입니다. 이는 여러분 각각의 수준을 알고 그에 맞추어 교육과 훈련을 제공하려는 목적입니다. 테스트는 이 공터에서 진행되며 테스트의 형식은 대련입니다.”

대련이라고? 초대자들끼리 싸우게 함으로써 테스트를 본다는 건가? 나는 다소 과격한 방식의 테스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다치거나 혹은 크게 사고라도 나면 답이 없을지도 모른다. 이건 일반인끼리의 싸움이 아니라 각성한 초대자끼리의 싸움이니까.

그때 말하는 교관의 뒤로 많은 수의 교관들이 일렬로 섰다. 모두 절도 있고 깔끔한 움직임을 보였다.

“대련이 진행되는 동안 모든 대련 과정은 교관의 감독 하에 이루어지며, 초대자 여러분은 시스템 기능 중 대련 시스템을 이용하여 정해진 다른 사람과 대련해주시면 됩니다. 대련은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고 진 사람들은 다시 진 사람들끼리 대련할 기회가 주어집니다.”

교관은 술렁이는 사람들을 조용히 시키며 말을 이었다.

“그럼 모두 대련 시스템을 활성화 해주시기 바랍니다. 기술을 사용해 본 적 있는 분들이라면 기술을 사용할 때처럼 하시면 됩니다. 기술을 사용해 본 적이 없으시더라도 ‘대련 시스템 활성화’라고 머릿속에서 생각을 떠올리시거나 마음 속으로 계속 연상하시면 됩니다.”

기술을 사용할 때 처럼 하면 된다니, 그럼 쉽다. 나는 바로 시도해 보았다.

‘대련 시스템 활성화.’

곧이어 메세지 창이 눈 앞에 떠올랐다.

[초대자의 대련 시스템 활성화 요구 확인.]

[초대자 김진운의 의사에 따라 대련 시스템을 활성화 한다.]

[처음으로 대련 시스템을 활성화 한 초대자임을 확인.]

[대련 시스템에 대한 정보를 출력한다.]

이어서 정보창과도 비슷한 창이 하나 떠올랐다.

대련 시스템

시스템 내부에서 초대자들끼리 대련을 위해 준비된 시스템. 결투 시스템과는 구별되며 말 그대로 상대를 해하려는 의도 없이 대련을 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 대련 시스템을 함께 활성화 할 수 있는 인원수는 최소 2명에서 최대 10명까지이다.

­ 대련 시스템은 안전지역에서만 활성화 할 수 있다.

­ 대련 시스템을 활성화 할 경우 대련할 초대자들을 중심으로 반경 15m의 대련 영역이 생성 된다.

­ 대련 영역이 생성되면 대련이 종료될 때까지 외부인은 개입할 수 없으며, 대련하는 초대자들도 이 영역 바깥으로 벗어날 수 없다.

­ 대련의 승패는 한 쪽이 패배를 인정하거나 전투불능이 됨으로서 정해진다.

­ 대련 중 입은 상처는 대련 종료 이후 모두 이전과 같이 복구되며, 치명상의 경우 자동으로 방어하고 당한 쪽이 패배한 것으로 판정한다.

­ 대련 중 모든 특성과 기술의 효과는 그대로 유지되며 레벨의 차이 또한 변함 없지만 양측의 동의 하에 균등하게 조정할 수 있다.

“호오.”

이반에도 기술이나 특성을 얻을 때처럼 정보가 머릿속에 지동으로 들어왔다.

시스템에 이런식으로 초대자가 사용 가능한 시스템이 별도로 존재할 줄은 몰랐다. 앞에 설명에서 결투 시스템과는 구별된다는 말을 보니 결투 시스템도 따로 있는 모양이다. 대련과 결투 말고도 이런 식으로 초대자가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더 있을까? 캠프가 시작하면 질문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혹시 아직 활성화를 못하신 분 계십니까?”

교관이 물어보자 몇몇이 쭈뼛거리며 손을 들었다. 그러자 다른 교관들이 그 사람들에게 다가가 도움을 주었다.

잠시후 다들 활성화하고 정보까지 숙지한 듯 보이자 교관이 말했다.

“그럼 이제부터 입학 테스트를 시작하겠습니다. 정해진 배치표를 드릴테니 자신의 상대를 확인하신 다음, 장해진 위치로 이동하여 주십시오.”

교관들이 만들어진 배치표를 사람들에게 하나씩 나누어주었다. 나는 배치표를 받아보자마자 내 첫 상대가 누구인지 확인해 보았다.

대련 배치표

린네 가드너 vs 요시다 아키히코

...

김진운 vs 이해나

이름으로 보아 한국인에 여자인 것 같다. 대련 상대가 여자라고 딱히 좋을 것은 없다. 이곳에는 모두 각성한 초대자만 모였으니 이미 성별에 따른 신체적 차이는 무색하기 때문이다. 이미 다들 악마를 찢어발길 정도의 초인인데 남녀간 신체 차이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러다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새 다들 정해진 위치를 찾아 부지런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도 슬슬 움직여야겠다.

이제부터 정말로 초대자들 끼리의 대련을 통한 입학 테스트가 시작될 모양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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