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대자가 지옥에서 살아남는 법-8화 (8/61)

〈 8화 〉 7. 기억의 편린

* * *

“와우.”

한없이 잔혹했던 시험의 보상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눈 앞을 빼곡히 채우는 메세지들에 나는 정신이 없었다. 업적이니, 보상이니, 장비니 거의 퍼다 주는 수준으로 보상이 쏟아졌다.

방금까지 탈력감과 무력감에 빠져있던 사람은 어디가고 눈을 반짝이는 한 명의 초대자만 남았다. 단순히 지쳐서 나자빠져 있기에는 너무나 많은 보상이었다. 드러누워 있던 자세에서 일어서서 똑바로 앉는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둘러보려는데 살짝 눈치가 보여서 옆을 보았다.

갈색머리 여자 역시 조금 전 흐느끼던 여자와 다른 사람인 양 정신 없이 메세지를 읽고 있었다. 눈 밑에는 눈물자국이 남아있는데 눈빛은 흥미와 희열로 살아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내 보상에 집중하기로 했다.

하나하나 메세지로 확인해보기는 너무 오래 걸릴 것 같다. 그래서 일단 내 정보를 확인해 보기로 했다.

초대자 정보

이름: (없음)

Lv 24

자격: 초대자

직업: (없음)

칭호: ‘최악의 시험을 통과한 자’외 2개

고유특성

­ 절대이성(??): 언제나 본능과 감정보단 이성이 우선권을 가진다.

정신계열 상태이상 면역, 모든 상태이상을 받을 확률 50% 감소, 상태이상으로 인한 피해 30% 감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극한의 상황에서도 이성적인 사고가 가능해진다.

­ 마력 흡수형 소화기관: 마석을 먹는 괴상한 식성을 가진 이에게 딱 맞는 소화기관.

마석을 먹어서 흡수할 경우 체내 마나 증가효율 15% 증가, 마석을 먹을 경우 해당 악마의 특성이나 기술 중 하나를 10% 확률로 획득(같은 종류의 악마끼리 중복 불가), 일반적인 음식을 소화할 때 소량의 마나를 흡수한다.

­ 확장된 체내 마력 순환로: 체내에 마력이 순환하는 통로가 확장되고 더 튼튼해진다. 마력의 낭비가 줄어들고 신체능력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며, 마력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다.

기술 사용에 필요한 마력 15% 감소, 체력 및 지구력 상승, 상대의 마력 성질이 일부분 감지됨.

기술

­ 열폭발: 사용자를 중심으로 5m 반경의 반구에 해당하는 범위 안에서, 원하는 장소에 열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 사용시 투입하는 마력의 양에 비례하여 위력이 증가한다.

상대에게 상태이상 ‘화상’ 부여, 상대가 낮은 확률로 행동 불능에 빠짐.

*화상: 넓은 범위에 걸친 화상을 부여하며 극심한 통증, 해당 부위의 신체 기능 저하를 일으킨다.

­ 단계별 가속: 사용자의 신체능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려 가속한다. 1에서 3단계까지 가속이 가능하고 단계가 높을 수록 시간당 마력 소비량이 커진다. 3단계 가속은 약간의 후유증을 동반한다.

1단계 ­ 이동속도 25% 증가, 2단계 ­ 이동속도 50% 증가 및 반응속도 20% 증가, 3단계 ­ 이동속도 100% 증가 및 반응속도 50% 증가.

초대자 정보를 열자 추가된 특성 하나와 능력 하나가 보였다. 여태까지 그랬듯이 보자마자 머릿속으로 관련 정보가 들어왔다. 동시에 사용 방법과 작용 원리도 이해할 수 있었다.

일단 얻은 특성과 기술은 꽤나 도움이 되는 것들이었다. 둘 모두 현 상황에서 내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큰 이바지를 할 것이다.

먼저 ‘확장된 체내 마력 순환로’는 기술 사용에 필요한 마력이 줄어든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확실히 아까 전 가고일(시스템 메세지가 가고일을 퇴치했다고 하니 그 악마가 가고일일 것이다.)과 전투에서 마력 관리의 필요성을 절감한 참이었다. 거기다 신체 능력이 상승하고 마력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지는 것도 이것에서 살아남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단계별 가속’은 마침 검을 들고 빠르게 치고 들어가 공격하는 내 방식과 잘 맞았다. 단계별로 나뉘어 있어 상황에 따른 활용도도 높을 것 같다. 공격을 하던 회피를 하던 속도는 중요하다. 거기다 상대가 예상치 못하게 순간적인 가속을 한다면 허를 찌를 수 있을 것이다.

특성과 기술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 나는 칭호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칭호 관련 정보를 보고자 하니 창이 따로 생성되어 보여졌다.

칭호

최악의 시험을 통과한 자: 난이도 ‘상’ 시험을 최초로 통과한 자에게 주어지는 칭호. 보유할 시 각종 상황에서 행운이 따르며, 3일마다 죽음에 이르는 일격을 무조건 한 번 막아낸다.

악마 사냥꾼(하급): 15Lv 이하의 레벨로 하급 악마를 사냥한 자에게 주어지는 칭호. 보유할 시 격이 높은 악마를 마주할 때 압도 당하거나 상태 이상에 빠질 확률이 줄어들고, 하급 ~ 중상급 악마에게 주는 데미지가 25% 증가한다.

최고의 파트너: 다른 초대자와 힘을 합쳐 입문자의 시험을 통과한 자에게 주어지는 칭호. 최대 3명까지 서로 지정한 초대자와 함께 전투할 경우 마력 흡수율 20% 상승, 적에게 주는 데미지 15% 상승의 효과를 받는다. 또한 하루에 한 번 지정한 초대자와 즉시 자리교체를 할 수 있다.

현재 등록된 초대자 ­ (이름 없음)

칭호 역시 정보창을 열자 관련 정보를 자동으로 알 수 있었다. 각각의 효과는 괜히 어려운 업적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는 듯, 뛰어난 성능을 자랑했다.

‘최악의 시험을 통과한 자’는 여벌의 목숨이나 다름 없었다. 비록 3일에 한 번이지만 죽음에 이르는 일격을 무조건 막아낸다는 것은 생존 확률을 비약적으로 높여줄 것이 틀림 없다. 이 칭호가 있다면 아까 전 가고일의 불기둥을 맞고도 멀쩡히 살아나 숨통을 끊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악마 사냥꾼(하급)’은 아마 중상급(지금으로는 얼마나 강할지 상상도 안 간다.)까지의 악마를 상대할 때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다. 피해가 25% 증가한다는 것은 언뜻 보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약 400의 피해를 준다면 500의 피해로 바뀌는 효과다. 유용하지 않을 수 없다.

‘최고의 파트너’는 노골적이게 협동 플레이를 요구하는 칭호 같다. 서로 지정한 초대자와 함께 전투할 시 다양한 효과를 받으니 이 칭호를 보유한 사람들은 거의 무조건 협동 전투를 할 것이다. 아마 나와 갈색머리 여자 말고도 이 시험을 보는 초대자들은 대부분 서로 협력을 할 것이다. 그렇다보니 아마 이 칭호는 가장 흔한 칭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조금 전 메세지에서 동료 초대자를 자동 등록한다 했으니 저 (이름 없음)은 갈색머리 여자일 것이다. 이제보니 이름이 없는 것이 나만이 아닌 모양이다.

나는 스펙을 점검하는 김에 아직 확인 안 한 무기 정보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아직 악마의 피가 묻어있는 부러진 검을 들어 정보창을 열었다.

무기 정보

이름: (잠김)(불완전함)

내구도: ∞

무기 특성

­ 강력한 화염내성: 화염, 고열, 불속성 공격에 강한 내성을 갖는다. 불에 뒤덮이거나 높은 온도의 환경에서 오히려 능률이 상승한다.

불속성 데미지를 33% 확률로 완전 무시, 90% 확률로 절반으로 감소. 고온이나 불에 둘러싸인 환경에서 이동속도 20% 상승 및 주는 대미지 30% 상승.

(잠김)

(잠김)

(잠김)

무기 기술

­ 작열(??): 검신이 극도로 뜨거워지며 검에서 불꽃이 피어오른다.

모든 검격의 데미지를 20% 증가, 검의 절삭력 상승, 대상에게 ‘소각’ 상태이상 부여.

*소각: 상처가 불타오르며 고통을 극대화한다. 기술 사용자의 레벨에 비례하여 초당 데미지 부여, 대상의 재생속도를 대폭 감소.

(잠김)

(잠김)

(잠김)

­ 각 위계에 해당하는 악마의 피를 묻힐 때마다 해금 가능.

­ 시스템으로 분석 불가능한 특징 및 기능 다수 존재.

역시 새로 열린 무기 특성은 화염 관련 내성이었다. 불기둥을 간신히 피하고도 오히려 안정감이 들었던 것은 이 내성 때문일 것이다. 불속성 데미지를 일정 확률로 무시하거나 감소한다는 것도 좋지만, 고온의 환경에서 오히려 능률이 상승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뭔가 선입견일지 모르지만 악마라고 하면 불속성 능력을 사용하는 것들이 많을 것 같기 때문이다.

작열에 이어 ‘강력한 화염내성’을 보니 일단 이 무기가 불과 관련된 것이라는 건 알겠다. 아직 이름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잠겨있는 것이 많지만 말이다. 불과 관련된 수수께끼의 부러진 검. 대체 이 검의 정체가 무엇일까?

그렇게 잠깐 동안 검을 바라보던 나는, 검신에 처음보는 문양 같은 것을 발견했다. 분명 처음 무기를 얻고 이리저리 둘러봤을 때는 없었다. 두번째 해금을 하면서 생겨난 것일까?

신기한 모양이다. 지그재그같기도 하고 번개를 표현한 것 같기도 하다. 이 문양이 검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는 단서일까? 하지만 당장은 저 문양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나는 차후 기회가 된다면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넘기기로 했다.

정신없이 추가된 스펙을 확인하던 도중, 또다시 메세지가 출력되었다.

[보상으로 처음 장비가 지급됨을 확인.]

[초대자의 인벤토리 기능을 활성화 한다.]

[인벤토리에 자동으로 보상 ‘우수한 초행자의 장비 세트’가 보관된다.]

“오호.”

장비가 지급되었으므로 인벤토리가 활성화 되었다는 메세지였다. 마침 장비 세트가 보상으로 지급되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그렇게 인벤토리를 한 번 확인해 보려는 참이었다.

[시험장 이탈까지 4:59]

[최종보상을 지급한다.]

[최종보상 ‘기억의 편린’ 지급.]

[범위 ­ 자신의 이름과 결심 순간]

“응?”

이건 또 뭔가. 기억의 편린이라니?

그 순간, 의문을 가질 새도 없이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열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 열린 부분에서 무언가가 새어나온다. 그리고 다시 닫힌다. 생소한 느낌의 연속에 당황하는 찰나,

불현듯 기억들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나의 이름은 김진운.

정보창에도 나오지 않던 나의 이름과,

누군가 보낸 고급스런 편지지를 뜯고 그 안에 싸인을 하던 나의 모습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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