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화 〉 3. 입문자의 시험
* * *
초대자 정보
이름: (없음)
Lv 1
자격: 초대자
직업: (없음)
칭호: (없음)
고유특성
절대이성(??): 언제나 본능과 감정보단 이성이 우선권을 가진다.
정신계열 상태이상 면역, 모든 상태이상을 받을 확률 50% 감소, 상태이상으로 인한 피해 30% 감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극한의 상황에서도 이성적인 사고가 가능해진다.
마력 흡수형 소화기관: 마석을 먹는 괴상한 식성을 가진 이에게 딱 맞는 소화기관.
마석을 먹어서 흡수할 경우 체내 마나 증가효율 15% 증가, 마석을 먹을 경우 해당 악마의 특성이나 기술 중 하나를 10% 확률로 획득(같은 종류의 악마끼리 중복 불가), 일반적인 음식을 소화할 때 소량의 마나를 흡수한다.
능력
(없음)
"이게.. 뭐야?"
게임의 플레이어 정보 화면같은 창이 눈앞에 떠있었다.
초대자 정보? 나에 대한 정보라는 건가?
이름조차 없는, 하나같이 텅 빈 정보창이지만 유일하게 채워진 두 가지 항목이 눈에 띄었다.
자격과 고유특성.
고유특성은 아까 전 고통에 몸부림 칠 때 봤던 것이다. 나를 분석중이니 뭐니 하더니 2개를 부여한다는 메세지를 본 것 같다.
신기한 것은 다 읽지도 않았는데 마치 이미 알고 있던 것처럼 머릿속에 들어있다는 것이다. 두 가지 특성에 대한 상세한 정보들이 줄줄이 떠오른다. 마치 누군가 강제로 머릿속에 박아넣은 듯한 느낌이다.
자격 역시 아까 전 각성을 하네 어쩌네 할 때 봤던 것이다. 초대자로서 자격을 부여한다고 했던가? 자격이라는 것이 무엇이며 초대자가 어느 정도 위치인지는 알 수 없으나 아마 이 정보창을 가지게 되는 최소 조건이 아닌가 싶다. 정보창의 이름부터 ‘초대자 정보’이니 말이다.
느긋하게 눈 앞의 정보창을 들여다보고 싶지만 아쉽게도 상황이 여의치가 않다. 언제 또 그 작달막한 괴물들이 달려들지 모른다. 내가 신경을 끄자 정보창은 자연스레 사라졌다. 나는 다시금 주변을 경계하며 둘러보았다.
아직까지 내 쪽으로 오는 놈은 안보인다. 나는 약간 안도하며 아까 전 해치운 놈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아니, 이미 가루가 되어 사라지고 내부의 결정같은 것만 남았으니 시체라고 할 수도 없었다.
저 결정같은 것은 아까 전 메세지들이나 머릿속에 들어온 정보로 보아 ‘마석’이라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들이 품은 게 ‘마력’이라는 모양이다. 내가 마석을 씹어먹었을 때 느낀 그 이질적이고 시원한 느낌이 마력인가보다. 그리고 아마 갑자기 각성이니 초대자니 고유능력이니 하던 것은 전부 저 마석으로 인한 것이 틀림이 없다. 뭔가 변화를 줄만한 행동을 한 것이 마석을 씹은 것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도중 나는 내 몸 상태가 무언가 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온 몸에 활력이 돌고 힘이 넘친다. 전체적인 근력과 체력 자체가 상승한 것 같다. 그 각성이라는 것의 영향일까? 게다가 아까 전 그 작은 괴물이 내 팔에 낸 상처도 깔끔히 사라져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인 양 흉터조차 남지 않았다.
어쨌든 여기선 마석을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건 알겠다.
생각을 마친 나는 재빨리 땅에 떨어진 놈의 마석을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바로 입으로 가져가 깨물었다. 아마 다른 흡수 방법도 있는 모양이지만, ‘마력 흡수형 소화기관’이라는 특성이 있는 나에겐 먹는 것이 제일 효율이 좋다. 다른 방법을 모르기도 하고.
“후우...”
마석을 깨물어 먹자 청량하고 시원한 느낌이 몸 안으로 스며들어왔다. 그리고 눈 앞에 또 메세지 창이 보였다.
[임프의 마석을 흡수.]
[Lv 1 > Lv 2]
임프? 저 날붙이를 든 작은 놈들의 이름이 임프인 모양이다. 그리고 1이었던 레벨이 2으로 올랐다. 동시에 몸에서 느껴지는 활력이 보다 강해진 것 같다.
나는 혹시 고유특성의 효과로 임프의 특성 중 하나를 획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다른 메세지는 보이지 않았다. 하긴 고작 하나로 10%확률이 터지는 것은 어렵긴 하다. 나는 아쉬움을 접고 놈이 들고 있던 무기를 집어들었다.
무기는 부러진 장검이었다. 만약 온전했다면 꽤나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겼을 것 같다. 물론 지금은 두동강이 나서 없어보일 뿐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특이한 점이 있다면 부러진 단면이 아주 깔끔하게 잘려있다는 것이다. 마치 누군가 일부러 자른 것처럼.
그러던 도중, 갑자기 또 다른 메세지가 보였다.
[귀속 무기를 획득.]
[무기가 초대자에게 귀속된다.]
“응?”
귀속 무기? 무기가 내게 귀속된다고? 이 부러진 검이?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하는 찰나, 눈 앞에 새로운 정보창이 보였다.
무기 정보
이름: (잠김)(불완전함)
내구도: ∞
무기 특성
(잠김)
(잠김)
(잠김)
(잠김)
무기 기술
(잠김)
(잠김)
(잠김)
(잠김)
각 위계에 해당하는 악마의 피를 묻힐 때마다 해금 가능.
시스템으로 분석 불가능한 특징 및 기능 다수 존재.
뭔가... 비밀이 아주 많아보이는 무기이다.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특성이든 기술이든 심지어 이름까지 모두 잠겨있는 것도 그렇고, 악마들의 피를 묻힐 때마다 해금이 가능하다니. 게다가 무기의 특징 중에 시스템(아마 이 메세지 창을 보여주는 주체인 것 같다.)이 해석 불가능한 요소가 다분하다니. 모든 항목이 수상하기 짝이 없지만 가장 가관인 것은 내구도이다.
내구도: ∞
내구도가 무한이다? 무기의 내구도가 무한인 것이 가능한 일인가?
하긴 따지고 보면 지금 상황에 말이 되는 것은 없긴 하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무한이라는 수치는 이상하다. 더군다나 이것은 부러진 검이다. 무기 이름 옆에도 불완전하다고 써있지 않은가. 내구도가 무한인데 부러져 있다는 것은 모순된다.
게다가 어떻게 이런 무기를 저런 임프 따위가 들고 있던 걸까?
한창 머릿속이 혼란스러운 와중, 갑자기 뭔가 목에서 서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소름이 끼치는 느낌에, 또 알 수 없는 불안감에 나는 황급히 몸을 기울였다.
내가 막 몸을 기울이는 찰나, 방금 전 서늘한 느낌을 받았던 부분이 있는 자리를 단검이 가르고 지나갔다. 뛰어올라 단검을 그은 임프는 목표를 놓친 채 떨어져 바닥을 굴렀다.
내가 무기에 정신이 팔린 사이 접근한 모양이다. 나는 재빨리 부러진 검을 고쳐들었다. 그리고 임프를 향해 시선을 고정하며 놈이 도약하는 순간을 기다린다.
“끼르르륵!”
예의 그 소름끼치는 울음소리를 낸 임프는 다시 단검을 꼬나쥐고 내게 뛰어올랐다. 동시에 나는 향상된 동체시력으로 놈의 경로를 본뒤, 부러진 검으로 힘껏 머리 쪽을 내리그었다.
푸칵 !
검이 뭔가 딱딱한 것을 파고들어가는 소리가 났다. 얼굴에 핏방울이 후두둑 거리며 떨어진다. 나는 검의 날이 놈의 머리를 반으로 쪼개며 파고들어간 것을 볼 수 있었다.
나는 검을 휘둘러 임프의 시체를 떨어뜨렸다. 그러다 문득 내가 이 일련의 과정들을 너무나 태연하게 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방금까지 무서워서 무기를 제대로 들지도 못하던 내가, 검으로 임프의 머리를 쪼개고 가볍게 시체를 털어내고 있다. 마치 잠깐 사이에 다른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이다. 이것이 ‘절대이성’이라는 특성의 효과일까? 분명 혐오감과 구토감이 일어야 마땅한 장면들이 아무렇지가 않다.
뭔가 특성에 영향을 받아 인격이 변화하는 것 같아 무서웠지만, 이것이 딱히 부정적인 것은 아니라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특성에 나온 설명과도 같이 내가 감정과 본능보다 이성을 중요시하는 사람이 된다면 생존확률은 올라갈 것이 분명하다. 적어도 이 아수라장 같은 곳에서는 그러할 것이다.
나는 일단 임프의 시체에서 마석을 회수해 입에 넣었다. 다시 청명한 기운을 느끼며 눈 앞의 메세지를 확인했다.
[임프의 마석을 흡수.]
[Lv 2 > Lv 3]
[최하급 악마의 피가 무기에 묻었다.]
[무기의 기술 하나가 해금된다.]
“오?”
레벨이 오를 것은 예상했지만 무기의 해금은 예상치 못했다. 최하급 악마는 뭐지? 무기 설명에 나왔던 악마의 위계라는 것의 일종일까?
나는 일단 해금되었다는 기술을 확인해보기로 했다.
무기 정보
이름: (잠김)(불완전함)
내구도: ∞
무기 특성
(잠김)
(잠김)
(잠김)
(잠김)
무기 기술
작열(??): 검신이 극도로 뜨거워지며 검에서 불꽃이 피어오른다.
모든 검격의 데미지를 20% 증가, 검의 절삭력 상승, 대상에게 ‘소각’ 상태이상 부여.
*소각: 상처가 불타오르며 고통을 극대화한다. 기술 사용자의 레벨에 비례하여 초당 데미지 부여, 대상의 재생속도를 대폭 감소.
(잠김)
(잠김)
(잠김)
각 위계에 해당하는 악마의 피를 묻힐 때마다 해금 가능.
시스템으로 분석 불가능한 특징 및 기능 다수 존재.
일단 설명을 보니 상당히 괜찮은 기술인 것 같다. 이번에도 고유특성 때와 같이 관련 정보가 머릿속으로 알아서 들어왔다. 덕분에 기술을 사용하는 방법도 알 수 있었다.
“끼르르르륵!”
또 다른 임프가 날 향해 다가온다. 기술의 첫 실험대상으로서는 적합한 것 같다.
‘작열.’
부러진 검날이 빨갛게 달아오르며 맑은 불꽃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