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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자가 지옥에서 살아남는 법-3화 (3/61)
  • 〈 3화 〉 2. 입문자의 시험

    * * *

    "끼르르르륵, 끼르륵!"

    "끼르르륵!"

    "저, 저리가! 저리가라고!!"

    공동에 있는 사람들 중 절반 정도가 순식간에 몰살당했다. 이미 공동의 바닥은 죽은 사람들로부터 나온 피가 작은 물줄기를 이루고 있었다.

    "우욱..!"

    나는 생전 처음 맡아보는 역한 피비린내에 구토감을 참아야 했다. 사람의 피냄새가 지독하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실재로 맡아보니 지독하다는 표현으론 부족한 것 같다.

    반면 이상할 정도로 안정된 정신은 이 피비린내 속에서도 긴장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오히려 손에 든 넓적다리 뼈를 더 강하게 움켜쥐었다.

    "끼르륵!"

    그렇게 이를 악물고 전방을 바라보던 나는 그놈들 중 하나가 내 앞에 다가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가까이에서 보니 정말 흉측하게 생겼다. 온 몸을 덮은 붉은 피부는 사람의 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손에 들고 있는 단검에서는 핏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놈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활짝 웃고있었다. 입꼬리가 귀 밑까지 찟어지는 보니 기분이 상당히 더러웠다.

    나는 이놈들이 방금 전 사람을 죽일 때 주로 쓰던 방법을 떠올렸다. 엄청난 속도로 점프해서 어깨에 안착한뒤, 목을 그어버리는 방법.

    이놈도 그런 방식으로 공격해올 확률이 높다. 그래서 나는 무식하지만 확실한 방법을 쓰기로 했다.

    놈이 자세를 낮추는 것이 보인다. 점프를 하기 전 도약 준비 자세와 상당히 비슷하다. 역시 같은 방법을 고수할 모양이다.

    나는 넓적다리 뼈를 내 앞쪽으로 가져와 세로로 세운다.

    이어서 놈이 점프를 하는 것이 보인다. 바로 앞에서 보니 정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다.

    하지만 상관없다.

    나는 놈을 보지도 않고 그냥 넓적다리 뼈를 수직으로 내리쳤다. 점프를 한다는 것을 확인한 후 바로 이어진 동작이었다. 보이지는 않지만 놈이 있던 방향으로 일단 힘껏 휘둘렀다.

    놈이 지상에 있었으면 모를까, 공중에서는 피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한 공격이었다. 이 공격을 맞았을 때 최소한 잠시 움직이지 못할 정도의 충격은 줘야 한다. 그래서 나는 정말 온 힘을 담아 뼈 몽둥이를 내리쳤다.

    빠각­!!

    넓적다리 뼈를 쥔 손에 강한 충격이 느껴진다. 동시에 무언가 부서지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결과적으로 놈은 내 어깨 위로 올라오지 못했다. 내가 휘두른 뼈에 맞은 것이다. 여기까지는 예상한 결과이다.

    나는 바닥에 쓰러져서 거품을 내뱉고 있는 놈을 바라본다. 팔다리가 부들거리며 경련한다. 그리고 정수리 쪽이 약간 함몰 되어있는 것이 보인다.

    음...

    내가 힘이 강한건지 이 녀석의 머리뼈가 약한건지 잘 모르겠다.

    잠시 벙 쪄 있던 나는 놈이 쓰러지면서 떨어뜨린 단검이 눈에 들어왔다. 사람의 피가 잔뜩 묻어있지만 날은 꽤 날카로워 보인다. 난 일단 단검을 챙겨들었다.

    이것이 뼈 몽둥이와 함께 내 목숨을 지켜줄 무기가 되어줄 것이다.

    단검에 묻은 피를 털어낸 나는 다시 쓰러진 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았다.

    놈의 몸이 회색빛 잿가루가 되어 부스러지고 있었다. 붉은 빛이 돌았던 놈의 피부는 칙칙한 회색이 되어 실시간으로 사라져가고 있었다.

    그리고 거의 다 부스러져가는 놈의 몸 중앙에 무언가 결정같은 것이 들어있는 것이 보였다. 마침내 놈의 몸이 다 가루가 되어버렸을 때도 그 결정같은 조각은 남아있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현상에 놀라면서도 저 조각에 대한 궁금증이 강하게 생겨났다. 작은 키의 괴물이 죽으면 가루가 되어 사라지고, 탁한 빛의 보석같은 조각을 남긴다? 내가 아는 그 어떤 생물도 몸 속에 결정 조각을 품고 살아가지 않는다. 그리고 죽는다고 조각 하나 덜렁 남기고 사라져버리지도 않는다.

    난 마치 홀린 듯이 조각에 다가섰다. 사실 피가 튀는 학살의 현장에서 그런 조각 따위에 정신이 팔리는게 이상하긴 하지만 나는 정말 반즈음 홀린 듯이 조각에 다가갔다.

    조각을 들어올리자 나는 그 조각이 약한 붉은 빛을 띄고 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조각 주변으로 희미한 아지랑이 같은 것이 넘실거리는 게 보였다. 또한 보면 볼 수록 참 영롱한 빛깔을 띄고 있는 것이 참 사람의 마음을 끄는 보석이다.

    그렇게 보석을 바라보며 빠져들어가던 도중, 나는 어떤 강렬한 충동을 느꼈다.

    이 보석을 내가 취하고 싶다는 충동이었다. 어떻게 취할지는 모르겠으나 어떻게든 흡수하여 내 일부로 삼고 싶다는 충동이 느껴졌다. 이 충동이 너무 강렬하여 나는 이외에 다른 생각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

    어떻게 해야 이 보석을 내 것, 나만의 것으로 삼을 수 있을까.

    나는 짧은 고민 이후 참으로 직관적이며 확실한 방법을 택했다.

    와드득­

    바로, 먹는 것이었다.

    다행히 별로 딱딱하지 않아서 쉽게 씹어 삼킬 수 있었다.

    씹어삼킨 조각이 뱃속으로 들어가자 무언가 알 수 없는 기운 같은 것이 뱃속에 퍼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뭔가 이질적이면서도 시원한 듯한 느낌이었다.

    "끼르륵?"

    나는 갑작스레 앞에서 들린 소리에 정신이 돌아왔다. 아까 상대한 놈과 비슷하게 생긴 다른 놈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근데 놈의 표정이 조금 이상했다. 나를 보는 눈이 마치 미친놈을 보는 듯한 눈이었다.

    왜지? 내가 아까 그 조각을 먹은 것 때문에 그러는 것일까?

    그렇게 잠시 이상한 표정을 짓던 그 작은 괴물은 다시 표정을 풀고 무기를 겨누었다. 그 모습에 나도 급하게 단검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행동은 놈이 더 빨랐다. 어느새 점프하여 내게 다가오는 놈을 향해 나는 무작정 단검을 치켜들었다.

    푸욱­!

    "끼륵?!"

    무언가가 꿰뚫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단검이 살을 찢고 들어가는 감각이 손을 타고 전해진다. 나는 그 느낌에 인상을 찌푸리고 앞을 보았다.

    어찌어찌 타이밍이 잘 맞은 건지, 내가 든 단검은 놈의 복부 중앙에 박혀있었다. 놈은 내 단검에 배가 꿰뚫린 채로 대롱대롱 매달린 형태가 되었다.

    "끼이이이이이익!!"

    놈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찢어지는 듯한 비명 소리는 잠시동안 청각을 마비시킬 정도로 컸다. 날카로운 비명이 공동을 울리지만 이미 비명과 절규로 가득 차 있어 딱히 시선이 집중될 일은 없었다.

    그러다 놈은 비명을 멈추더니 눈을 독하게 뜨고 나를 노려봤다. 피가 입으로 역류하는 것을 참지 않고 피를 뱉어낸 놈은 마지막 힘을 짜내어 손에 든 부러진 검을 내리그었다.

    "끄아악!"

    나는 팔뚝에서 느껴지는 화끈한 통증에 손에 든 단검을 놓아버렸다. 팔을 내려다보니 기다란 자상이 그어져있다. 길게 그어진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피가 팔을 타고 흐른다. 마치 팔이 불타는 듯한 통증이 느껴진다.

    바닥에 떨어진 놈을 보니 내게 한 방 먹인게 좋은지 기분 나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난 팔의 통증을 갚아주겠다는 듯이 놈의 배를 관통한 단검을 발로 거칠게 밟아버렸다.

    그렇게 내가 통증에 몸부림 치고 있을 때 갑작스런 변화가 찾아왔다. 작은 괴물과 싸울 때는 미처 신경쓰지 못했으나 어느새 내 몸을 떠돌던 시원하고 이질적인 느낌은 온 몸을 두르고 있었다.

    그리고 돌연 내 눈 앞에 아까와 같은 메세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석의 흡수를 확인.]

    [초대자로서 자격을 부여한다.]

    [각성 시작.]

    초대자? 각성?

    도대체 뭔 소리인지 이해할 수 없어 혼란스러워하던 찰나, 갑자기 몸 전체를 내달리는 격통이 느껴졌다.

    "끄으아아아!!"

    통증은 마치 내 몸을 잠식하려는 듯이 몸 구석구석으로 침투해 들어갔다. 무언가가 파고들어오며 길을 뚫는 듯한 느낌이 내 몸의 모든 조직에서 느껴졌다.

    그 와중에 메세지는 계속 올라왔다.

    [초대자의 성향과 행동을 분석 중.]

    [고유특성 2개를 부여한다.]

    고유특성이란게 뭔지는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점차 잦아들긴 하지만 여전히 온 몸을 헤집는 듯한 생소한 고통에 몸부림쳐야 했다.

    마침내 고통이 완전히 진정되었을 때는 눈앞에 이상한 창이 떠있을 때였다.

    초대자 정보

    이름: (없음)

    Lv 1

    자격: 초대자

    직업: (없음)

    칭호: (없음)

    고유특성

    ­ 절대이성(??): 언제나 본능과 감정보단 이성이 우선권을 가진다.

    정신계열 상태이상 면역, 모든 상태이상을 받을 확률 50% 감소, 상태이상으로 인한 피해 30% 감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극한의 상황에서도 이성적인 사고가 가능해진다.

    ­ 마력 흡수형 소화기관: 마석을 먹는 괴상한 식성을 가진 이에게 딱 맞는 소화기관.

    마석을 먹어서 흡수할 경우 체내 마나 증가효율 15% 증가, 마석을 먹을 경우 해당 악마의 특성이나 기술 중 하나를 10% 확률로 획득(같은 종류의 악마끼리 중복 불가), 일반적인 음식을 소화할 때 소량의 마나를 흡수한다.

    스킬

    (없음)

    이건 또 뭘까?

    뭔가 텅텅 비어있는 정보창 같은 것이 눈에 보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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