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화 〉 학교라는 지옥
* * *
“수정이, 걔 괴롭힘 당하지?”
최승현은 연필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아까 전부터 시작된 무청고 전교 1등에 대한 이야기는 끝날 줄을 몰랐다.
“정말?”
최승현의 말에 유나는 정말 모르는 듯 대꾸했다.
수정이라는 아이가 괴롭힘을 당하는 건 나도 실제로 보지는 못했는데 사실에 가까웠다. 의심이긴 하지만 내 안에선 거의 확실시 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 아이를 떠올릴 때마다 불편했다.
학교 폭력은 어느 시대에든 변함없이 존재한 행위였다.
폭력은 인간이 동물이라는 증거 중에 하나가 아닐까. 동물의 세계에는 약자가 있고 강자가 있다. 강자는 약자를 잡아먹으며 살아간다.
꼭 육체를 먹는다는 게 아니다. 약자의 자리를 뺏고, 약자의 권리를 빼앗은 것, 그게 강자들이 하는 짓이었다. 그리고 인간도 동물이었고 우리들이 하는 짓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나도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에는 피해자였다. 초등학교 때 난 학교폭력을 당했다. 그와 동시에 가정폭력까지 받고 있었다.
그 부모라는 이름의 개자식들의 행동이 만천하에 공개되면서 나에 대한 소문은 그 일대에 퍼졌다. 당연히 익명성은 보장하려고 했겠지. 근데 그 학교에서 학교폭력에 가정폭력을 받은 학생이라고 하면 나밖에 없었고 그들의 눈앞에서 병원에 실려 갔으니 모르는 애들이 없었다.
중학교에는 호기심 때문인지 애들이 많이 접근했다.
친구라는 생물이 고팠던 나는 그들의 접근에 고마웠다. 난 그들과 잘 지내기 위해 어색하게나마 노력했다. 그런데 나의 노력에도 그들은 필요이상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그들과 나의 사이에는 벽이 있었고 그 벽 너머에 아이들이 있었다. 난 반 아이들에게 그리고 학교에서 신비로운 동물이라도 된 것 같았다.
난 구경거리였고 그들의 관심은 호감이 아니라 호기심에서 나온 것에 불과했다. 그걸 깨달은 나는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그 뒤로는 일사천리였다. 또 고립되었고 소위 힘 있는 애들의 도구로 전락했다. 그래서 당하는 아이든 당하게 만드는 아이든 그런 애들이 싫고 엮기고 싶지도 않다. 그 처참했던 과거들이 계속 떠오르니까.
“공부 안하면 나 간다?”
난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최승현은 나의 말에 대충 대답하고는 다시 책을 들여다봤고 유나도 곰곰이 무언 갈 생각하는 듯 보였다가. 이내 자신이 풀던 문제에 집중했다.
이 몸으로 버텨온 학교생활은 그럭저럭 할 만 했다.
다가오는 남자들 외에는 별 문제없는 학교생활이었다. 그러니까 이제 나와는 상관없는 세상의 일이었다. 새삼스럽게 기억하고 싶지도 않고 묻어둔 기억을 다시 꺼낼 생각도 없었다.
조용해진 방안에는 사각거리는 흑연소리만이 울렸다. 그러다 가만히 앉아있는 나에게 지은이가 다가왔다. 지은이는 눈꺼풀을 연신 비벼댔다.
“언니, 나 잠와아앙.........”
귀엽게 말끝을 흩트리며 내 곁에 앉은 지은이는 이내 꾸벅거리기 시작했다.
“최승현, 지은이 잠 온데.”
최승현은 날 힐끔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나야 침대 좀 쓰자."
"엉~"
최승현의 물음에 유나는 고개를 들지도 않고 대답했다. 그걸 보고 나는 생각했다. 유나가 할 때는 하는구나. 연필을 문제 위에 올려두고 고민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대견하기까지 했다.
최승현은 지은이를 안더니 유나의 침대 위로 올렸다. 지은이를 눕힌 최승현이 떨어지려하자 지은이는 울상을 지었다. 그걸 보곤 최승현은 자기의 뒤통수를 긁으며 말했다.
"아직까지 잠잘 때 누가 안아 줘야해? "
그러자 지은이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흥! 오빠한테 안아달라고 안 할거야!"
그리 말하곤 지은이는 나를 봤다. 여기까지의 대화를 들으니 아무리 나라도 다음 요구상황을 알 수밖에 없었다. 자그만 입을 오물거리며 뜸 들이는 지은이였다. 직접적으로 부탁하기는 힘든가봐.
"서율, 부탁할게."
최승현은 여자아이의 마음도 모르고 그걸 무심하게 내뱉었다. 난 최승현을 잠시 노려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래. 나도 피곤하던 참이니까."
주말에 여기까지 오는 것도 곤욕이었다. 지금 피로도가 거의 다되어서 방전 직전이었다.
지은이는 그런 나의 말에 활짝 웃었다. 그리곤 꼼지락거리며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기분 좋은 듯 키득거리는 지은이였다.
만들어 준 자리에 파고 들어가자 지은이는 나에게 찰싹 달라붙었다. 헤헤거리며 웃는 지은이가 반려동물 같기도 했다.
자신을 잘 따르는 동물을 보면 마음 속 어딘가 따뜻한 구석이 생기는 것 같았다. 지은이가 사람이긴 하지만 날 잘 따라주고 좋아하는 모습에 나도 조금씩 마음이 열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언니 좋은 냄새나~"
내 품에 파고들며 쑥스러운 말을 잘도 내뱉는다. 그런 말에 나는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어느새 유나까지 나에게 다가와서 킁킁거렸다.
"와... 율이 넌 여자의 적이야. 아무것도 안 해도 예쁘고....... 마성의 냄새까지 흘리고 다니다니. 혹시 안 그런척하면서 신경 쓰고 그러는 거 아니야?"
"내가 그럴 애야? 몸치장할 시간에 잠을 더 자지."
난 유나를 밀어내며 말했다. 공부하고 있더니 언제 여기 온 건지. 그리고 마성이라니 난 몸에 아무 짓도 하지 않는데 무슨 소리일까. 그 때 가만히 우리 이야기를 듣고 있던 최승현과 눈이 마주쳤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정신을 차린 듯 탁자로 눈을 돌리는 그였다.
“지금 생각한 거 읊어봐.”
내가 그리 묻자 최승현은 말을 더듬었다.
“아... 아니.”
뭐가 아닌지 묻고 싶다만 들으면 내가 창피해 질 것 같으니 그만두기로 했다. 남자들의 생각이 다 거기서 거기겠지. 최승현과 나 사이에 이상한 기류가 흐르자. 유나는 뭐가 불만인지 투덜거리며 자리에 가서 앉았다.
“다들 시끄러워........”
금세 잠이 들었는지 잠결에 대답하는 지은이였다. 그런 지은이의 말에 우리 모두 잠든 강아지를 위해 조용히 하기로 했다.
*
주말의 둘째 날, 즉 일요일. 어김없이 나는 유나의 집에 가고 있었다.
이러다 내일 시험에서 피곤해서 곯아떨어질지도 모르겠다. 그냥 유나 집에서 자버릴까. 어제 지은이 재운답시고 누워본 유나의 침대는 꽤나 쾌적한 환경이었다. 모르는 거 생기면 깨우라고 하면 되겠지. 공부도 좋지만 사람은 잠자는 것도 중요하다.
아까까지 잠자고 대낮에 일어났으면서 괴변을 늘어놓으며 난 터덜터덜 걸어갔다.
한걸음 걷고 한숨 한 번 내쉬기를 반복하던 때, 갑자기 울리는 폰을 꺼내 들었다.
유나였다. 뭐 내 폰에 전화 건다고 한다면 유나 외 가족들뿐이고 굳이 한분 더 꼽자면 노장선생님 뿐이었다. 이건 내 번호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이들 뿐이라는 얘기였다.
“어. 왜?”
[받았다! 있잖아. 율아. 카페에서 공부하자!]
그 말을 들은 나는 몸에 기운이 쫙 빠졌다. 이건 무슨 말이지. 집이라는 홈그라운드를 놔두고 사람 많고 복잡한 거길 왜 가려는 걸까? 그리고 지금 주말이라 인파는 평일에 두 배. 거긴 나한테 있어서 사지였다.
“유나야 열심히 공부하고. 꼭 좋은 성적을 받길 기도할게.”
침착하게 말한 나는 실제로도 발걸음을 돌리고 있었다. 카페까지 가려면 또 버스 타야 되잖아. 아니 될 말씀이다. 유나 집에 가도 유나가 없다면 소용없는 일이다. 집에 가서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게 더 현명하겠지.
[지금 집 가려고 그러지?]
“......”
어떻게 알았지? 소꿉친구 대단해.
난 그 자리에 서서 주위를 둘러봤다. 유나는 보이지 않았다.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소꿉친구를 약 10년 하면 생각까지 읽나 보다.
[주말에 계속 집에만 있는 것도 아깝잖아. 맛있는 것도 먹고 단것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해야지. 그러다 정말 가끔 공부도하고.]
죄다 먹는 거잖아. 공부는 가끔 하는 게 아니라 매일 하는 거라고.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쓸쓸한 목소리로 유나는 말했다.
[딴 애들이랑은 자주 오는데... 율이랑은 이런데 자주 못 오잖아.]
“미치겠다.......”
정말 안타깝다는 듯 이야기하기에 미안해지기까지 했다. 여기까지 나왔으니 그냥 눈 딱 감고 갈까. 하는 생각이 문뜩 일어났다. 하나밖에 없는 친구 부탁인데 내가 너무 귀찮아서 소홀한 경향이 있을 수도 있었다. 그래도... 귀찮은걸 어찌할 수 있을까......
“알았어. 가면 되잖아!”
유나에겐 너무 물러졌다. 이전 학교 옥상에서 있었던 대화 이후로 더했다.
오빠의 일로 삶에 대한 의욕이 바닥까지 내려앉았을 때 유나는 자신의 삶을 담보로 날 붙잡았다. 그 말이 사실인지 어떤지는 모르겠는데 말만으로도 난 구해진 기분이었다.
다시 생각해 보고 답을 냈고 결과를 얻었다. 가족은 변함없고 나까지 살아있다. 그게 정답은 아닐지라도 나치고는 한 발 나선 게 아닐까?
[예쁘게 입고 와.]
유나는 나의 답에 이런 말을 돌려줬다. 그 말에 나는 옷차림을 살펴봤다. 어제와 같은 옷이었다. 검은 트레이닝 복. 옷만 보면 어디 조깅하러가는 꼴이었고 카페 같은 곳을 갈 옷차림은 아니었다. 그래도 남들 눈 신경 쓰지 않고 갈 거다. 누구 좋으라고 내가 옷을 차려입어야 하는 걸까. 옷이라는 건 내가 편하면 그만이었다.
“너 지금 어디 있어?”
예쁘게 입으라는 유나의 말을 무시하곤 그리 물었다.
[버스정류장에 있어. 여기서 만날까?]
“그러자.”
의외로 근처에 있었다. 행동파 유나라면 이미 카페에 있을 줄 알았는데. 나는 유나가 있는 버스정류장으로 가기위해 느긋느긋 걸어갔다.
조금 걷자 버스정류장이 언뜻 보이기 시작했다. 주말임에도 다행히 유나 외의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방금 막 버스가 떠난 건가?
“율아! 여기.”
유나가 양팔을 흔들며 반겨줬다. 그런 유나의 모습에 조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카페에 공부하러간다는 학생이 저건 아니지. 예쁘긴 하지만서도 본래의 의도에서 벗어난 옷차림이었다.
약간 밝은 갈색의 머리는 여전히 양 갈래로 묶고 있었다. 본래 하얀 얼굴에서 부각되는 색이 진한 입술에는 과하지 않게 립 클로즈를 발라두었다. 흑홍색의 남방 티를 걸치고 짧은 청바지를 입은 유나였다.
딱 보자마자 어울린 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런 옷차림을 하려면....... 몸매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야 했다. 지금의 유나는 외모에서 오는 귀여움과 몸매에서 오는 고혹은 보는 이들의 탄식을 흘릴 만큼 매력적이었다.
종아리 허벅지도 다 들어나고 기존의 얼굴도 어디서 꿀리지 않는데 거기다 자기에게 어울리는 메이크업까지 갖춘 유나는 내가 보기엔 괴인이었다. 근데 남들이 보기엔 어디 화보 촬영하러온 모델처럼 보이지 않을까.
“너...... 오늘 다른 고등학교 소개팅 나가?”
“아닌데? 왜?”
“그럼, 옷이 왜 그따위야?”
내가 묻자 유나는 빙그르르 제자리를 돌더니 나를 보고 활짝 웃었다.
그래 예쁘다 예뻐. 속으로만 생각하고 내가 겉으로 반응을 보이지 않자. 유나는 나의 관심을 받기 위해 점점 움직임이 거세졌다. 그렇게 격정적으로 움직이지 마 다들 쳐다보잖아!!
유나의 어깨를 잡고는 정류장 의자에 앉혔다.
“오늘 너무 힘 준거 아니야? 그냥 공부하러 간다면서.”
“흥! 율이랑 다니려면 이 정도는 입어줘야 해 안 그러면 내가 꿀리니까.”
유나는 심통이 난 듯 고개 홱 돌렸다.
“그게 뭐야.”
한창 관심을 받고 싶은 나이니 그런가?
“에휴... 내 친구는 왜 저리 예쁜지 트레이닝복만 입었을 뿐인데 다들 쳐다보잖아.”
“너 보는 거야. 너!”
“헐? 진심?”
진짜였다. 지금의 유나는 나에게 오던 모든 시선을 다 섭취하고 있었다. 정류장 주변에는 드물게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는데 그들은 눈길을 이쪽으로 돌리기 바빴다. 유나 덕에 내가 조금 편할 정도였다.
“응.”
내가 대답해 주자 유나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흥얼거렸다. 그리고 손바닥을 탁치더니 들고 있던 핸드백에서 머리끈을 하나 꺼냈다.
그 머리끈은 흰 꽃이 장식으로 달려 있었고 그 꽃 밑에는 검정색 리본과 눈물 모양의 진주가 달려있었다. 가격대는 잘 모르겠지만 유나가 꽤나 신경 써서 골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걸 나에게 내밀었다.
“율이한테 잘 어울릴 거 같아서 샀어.”
“왜 갑자기?”
“친구끼리는 갑자기 선물하고 그러는 거야. 자 받아.”
내 손을 잡더니 거기에 머리끈을 올리는 유나였다.
친구는....... 그런 건가? 잘 모르겠다. 많은 친구를 둔 유나 말이니 일리는 있어보였다.
그런데 머리끈이라니....... 한 번도 자신이 해본 적은 없는 물건이었다. 어릴 때 엄마가 해준다고 했던 적은 있었다. 그때마다 거부를 해왔었다. 내 방에도 헤어핀, 머리끈, 머리띠 같은 것은 취급하고 있지 않았다.
유나가 주는 건데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받기 싫다고 하면 후폭풍이 예상이 되어서 곤란했다.
“난 준비한 게 없는데........”
“흠...... 그럼 오늘 카페 값은 율이가 내.”
그런 거라면 내가 내겠는데. 그것보다 문제인 건 유나가 노골적으로 날 바라보는 것이었다. 내가 가만히 있자 유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내손에 있던 머리끈을 잡아채갔다. 그리곤 정류장 의자에 나를 앉히며 자신은 나의 뒤로 돌아갔다.
“내가 해줄게.”
“집... 집에 가서 내가 할게.”
거부 아닌 거부를 해봤다. 그런 건 유나에게 통하지 않았다.
“내 앞에서 하라고 사온 건데 왜 집에서 해. 예쁘게 해줄 테니까.”
그러곤 내 머리카락을 손 빗질하기 시작했다. 천천히 부드럽게 머리를 모으더니 능숙하게 나의 머리를 묶었다. 머리들이 한데 뭉쳐 누가 잡고 있는 기분이 들지만 그리 거슬리는 느낌은 아니었다.
“다 됐다!”
유나는 손거울을 내 얼굴 앞에 내보였다. 그리곤 마지막으로 한쪽 어깨로 묶은 머리카락을 늘어뜨렸다.
“내 친구지만....... 진짜 예쁘다!”
칭찬이긴 하지만 곧이곧대로 받아드릴 수가 없는 게 조금 슬펐다. 하지만 거울상에 비친 그녀는 청조했으며 자신의 모습에 놀란 눈동자는 순수해보였고 귀엽기까지 했다.
이목구비는 선으로 그은 것처럼 또렷했으며 화장을 안했음에도 뽀얀 피부는 만지면 터질 것 같이 섬세해 보였다.
검은 머리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머리끈이었다. 유나가 꾸미기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 안목이 있을 줄은 몰랐었다. 내 머리는 엄청나게 흑색이었는데 거기에 흰 꽃이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은 정말 예뻤다.
“고마워.”
“아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런 것뿐이니까...”
유나는 의미 불명한 말을 내뱉으며 내 옆에 앉았다.
버스는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했다. 그걸 타고 우린 대학가로 향했다. 다행히 자리에 앉을 수 있고 그에 우리들은 편안하게 대학가까지 가게 되었다.
나는 짧은 옷을 입은 유나를 위해 트레이닝 복 저지를 벗어 무릎 위에 얹어줬다. 그 옷은 한순간에 힐끔힐끔 거리며 찰나의 순간을 노리려는 남자들의 시선을 막아버리는 악마 같은 옷이 되었다.
유나는 그런 나의 행동에 놀라며 말했다.
“승현이는 안 해주던데........”
“걔는... 맞아 죽어야겠다.”
유나의 그 말에 난 단어를 고르고 골라서 최대한 순화시켜 말을 뱉었다. 무청고의 매너남 같은 소리는 잘도 하더니.... 순 멍멍이 같은 놈이잖아. 그런 자식을 유나가 좋아하다니.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최승현의 바보 같은 행동에 도착할 때 까지 씩씩거렸다.
오늘 우리가 가는 곳은 대학가 중심에 있는 카페였다. 인파를 헤치며 잘 가고 있다고 믿었는데 어느새 우리는 원하던 카페와 반대쪽방향인 서점 근처까지 와버리고 말았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되돌아가는 것도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으으 내가 이래서 오기 싫었던 건데.”
내가 말하며 유나를 바라봤지만.
유나의 시선은 한 곳에 멈추고선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 그리곤 탄식하듯 입술이 조금씩 열렸다.
“저거 수정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