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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원수)를 다루는 바람직한 방법-2화 (2/31)

〈 2화 〉 모범생은 인식이 좋다

* * *

때는 1학년이 끝나가던 무렵.

"야. 너 혹시 김하늘 좋아하냐?"

김하늘과 임진우의 끝없는 싸움에 지친 유빈은 그렇게 물었다.

임진우는 다혈질이다. 그것도 한번 끓어오르면 앞뒤 안 재고 터지는 다혈질.

그런데 유독 김하늘을 상대로는 성격을 꾹꾹 눌러 참고, 한번 터져도 금방 진정했다. 다신 보지 말자고 헤어지는 일이 있어도 다음 날에는 먼저 용서를 구했다.

싸워도, 싸워도, 싸워도 그는 그랬다.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 가까워지고 돌봐주려고 하는 진우의 모습은 아무리 생각해도 우정 이상의 무언가를 품은 것 처럼 보였다.

"무슨 소리야. 그럴 리가 없잖아."

그러니까 그 말을 듣고 생각했다. 일단 믿어는 주겠는데 사실은 좋아하는게 아닐까, 라고. 좋아한다고 말하기 부끄럽다면 이정도 거짓말은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말도 안 된다는 듯이 너털웃음을 짓는 진우는 어딘가 부자연스럽고 가식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웃어 넘겼다.

그래, 친구니까.

"그래?"

"그럼. 내가 그런 애를 좋아하겠냐? 그냥 친구야, 친구."

#

하교 시간. 하늘과 진우는 분노에 찬 상태로 각자 집으로 돌아갔고, 시달리느라 진이 빠진 유빈은 매점에서 음료수를 사 벤치로 향했다.

이야기를 들으며 맞장구를 칠 뿐이었지만 마라톤이라도 한 듯한 피로감이 끔찍했다.

축 처져서 터덜터덜 걷는 그를 발견한 민재가 손을 흔들었다.

그는 두 사람이 싸우는 곳에 있었지만 직접적으로 끼이진 않았기 때문에 유빈보다는 여유가 있었다.

전민재는 시아나 유빈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친구들을 대했다. 유빈은 속을 거짓없이 내보이면서 친하게 지내고 시아는 선을 그어 누구와도 친해지지 않으려 한다면 민재는 모든 친구들 사이에서 중립을 고수했다.

누구의 편도 들지 않고, 싸움이 일어난다면 한 발짝 물러선 위치에서 지켜본다. 그렇다고 관계 없다는 태도를 취하는 건 아니고 가능한 한 어느 한쪽의 편을 들지 않고 싸움을 중재하려고 했다.

유빈과는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냈다. 오래됐고 가까운 사이라 유빈이 고통받고 있는 상황을 잘 아는 두 사람 중 한명이기도 했다.

민재의 옆에 가서 풀썩 앉은 유빈의 입에서 신음이 세어나왔다. 열불이 날 것 같은 속에 시원한 음료수를 쏟아 부었지만 답답함은 풀리지 않았다.

"죽겠다."

"수고했어."

민재가 유빈의 어깨를 두드렸다. 위로의 말을 들으니 괜시리 더 비참했다.

"어떻게 그렇게 싸우면서도 같이 지내는 거냐고 진짜."

급식실에서의 싸움은 유빈이 말려서 어떻게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여전히 험악한 상황이며, 오늘 밤도 하소연하는 문자가 날아올 것이 분명했다.

잘 수 있는데, 졸음에 눈이 감기는데 억지로 깨어있어야 한다니! 유빈은 벌써부터 기가 질렸다.

아까 시아가 물었을 때는 그냥 친구니까 그런게 아니겠냐고 말했지만 아무리 친구라도 이건 이상했다.

대답을 바란 물음은 아니었지만 민재가 대수롭지 않게 내뱉었다.

"그야 진우가 하늘이를 좋아하니까 그렇지. 차였긴 하지만."

"...뭐?"

유빈은 놀라서 고개를 휙 처들었다. 음료수를 든 손에 무심코 힘이 들어갔다.

"무슨 소리야?"

묻는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뭐야, 몰랐어?"

민재가 의아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진우가 가장 친하다고 공언하고 다니는 유빈이 이 사실을 몰랐을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기 때문이었다.

"임진우 1학년때 하늘이한테 고백했다가 차였잖아. 아직도 좋아할걸?"

"1학년 언제?"

"대충 2학기 초에?"

즉 유빈이 물어봤을 때는 이미 고백했다 차인 후였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진우가 하는 행동을 봐서는 차인 후에도 계속 하늘이를 좋아한다는 것은 명백했다.

"나한테는 안 좋아한다고 그랬는데."

"뻥이겠지."

"그 망할 놈이!"

싸우면 말리고, 화를 내면 이야기를 들어주고, 화해하고 싶다고 그러면 중간에서 다리 역할도 해줬다. 그래도 친구니까, 그래도 절친이라고 가능한 한 도와줬다.

그런데 그런 중요한 사실을 가르쳐주지 않았다니.

"너 말고 아는 사람은 몇이나 있어?"

"대부분 다 알걸? 너한테도 작년에 가르쳐 줄 걸 그랬나."

고백했다가 차였다는 사실을 굳이 알려주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말하지 않은 것 자체는 이해 할 수 있었다.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였다. 친구는 무슨 놈의 친구. 사실상 자기 연애사업을 위해 그를 이용해왔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그렇게 도와줬는데 거짓말을 해? 안좋아한다고?"

"진정해. 원래 그런 놈이잖아."

민재는 놀랄것도 없다는 반응이었다. 그리고 사실 그렇긴 했다.

유빈도 반쯤 알고서 속아준다는 생각이었으니 새삼스러운 일이었다.

"화 내봤자 너만 손해야. 그리고 문자는 밤에 휴대폰을 끄고 자면 그냥 해결될 일 아니야?"

"안 받았다가 문제 생기면 어떻게 해. 맨날 죽겠다고 난리인데."

"정말 죽을 리가 없잖아?"

"그건 그렇지만..."

유빈은 그러겠다고 하지 못하게 한숨만 내쉬었다. 어찌 생각하지 않았을까. 휴대폰을 끄면, 끄지 않더라도 한번만 무시하면 편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렇게 하지 않았던 것은 도저히 저 상태의 두 사람을 내버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말로는 죽겠다, 자살하겠다 그러지만 정말로 죽을 일은 없을 것이다. 아무리 화가 났어도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고, 그가 굳이 들어주지 않아도 알아서 화해를 하건 절교를 하건 할 것이다.

분명히 그렇지만 문자를 보낸 두 사람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어쩌면 정말로 힘들어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어쩌면 정말로 죽고 싶은걸지도 모른다. 무시하겠다고 침대에 누우면 그런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그런 유빈의 마음을 알고 있는 민재는 픽 숨을 내쉬고는 중얼거렸다.

"호구라니까, 정말."

"나도 알아."

"난 안 도와줄거야. 옆에서 팝콘을 씹고 있을거라구. 풋."

"젠장할!"

얄미워서 등짝을 후려쳤지만 민재는 유쾌하다고 웃었다. 강 건너 불구경이니 당연히 즐겁겠지. 원래 싸움 구경이 정말 재밌는 법이다.

"일단 너 자신부터 챙겨. 다크서클이 무지 진해서 해골 같은거 알아?"

"날 챙기고 자시고 대학 붙을 때까지 안 사라질거야 이건."

"내가 보기에 너네 셋 중에 가장 상태가 안 좋은건 너 같은데 말이야."

"그렇게 못봐줄 것 같다고?"

자각은 없지만 그는 지금 좀비같은 꼴을 하고 있었다. 일어나자마자 대충 양치에 세수 정도만 하고 등교했기 때문에 머리는 부스스했고 다크서클이 진해 누가 보든 피곤에 쩔은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다른 사람을 돕겠다고 저러고 있는 걸 보면 대단하다 싶기도 했다. 그 노력이 헛수고인걸 알면서도 저리 행동하니 더더욱.

"그렇게 건조한 윤시아가 너만큼은 도와주겠다고 하는 이유를 알겠어."

"건조하다고?"

"난 그렇게 생각하는데."

"굳이 표현하자면 건조하다는게 틀리진 않았지만..."

친구라고 해도 모두가 가까운 사이인 것은 아니다. 친구들 중에 시아가 사실은 지나치게 가까워지는 것을 피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적고, 왜 그렇게 행동하지는 아는 사람은 더 적었다.

전후 사정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는 것은 유빈 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인간관계라는건 정말..."

괜시리 가라앉은 기분에 남은 음료를 쭈욱 들이킨 유빈이 한탄했다. 해가 지고 있는 오후의 바람은 쓸데없이 선선했다. 아까까지 큰 목소리로 악악거리는 두명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기 때문인지 목이 따가웠다.

가시에 찔리는 것 같은 목을 쓰다듬고 있자니 묘하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어려운 것 같아."

"누가 아니래."

민재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쉬는 시간. 종이 울리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난 학생들이 시끄럽게 떠들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비명과 웃음소리가 터져나오며 교실 안은 순시간에 시장통처럼 변했다.

그런 상황에서 맨 앞자리에 앉아 있는 유빈은 태연하게 참고서를 꺼내들어 공부를 시작했다. 특별한 구석 없는 평범한 인문계 고등학교의 쉬는 시간이란 이런 법이었다. 주변의 소음 정도는 공부에 영향이 없을 정도로 익숙해져 있었다.

쉬는 시간은 단 10분. 해야 할 숙제는 많았다.

"오늘도 공부야?"

주인이 매점에 가서 빈 옆자리 의자에 진우가 와서 앉았다. 표정이 밝은 것을 보니 그 사이에 또 화해하긴 한 모양이었다.

"어. 정확히는 공부가 아니라 숙제지만."

"그게 그거지 뭐."

숙제와 공부는 다르다고 유빈의 어머니는 항상 주장했지만 그걸 굳이 진우에게 설명할 생각은 없었다. 어머니의 논리는 숙제를 하고 공부를 더 해야한다는 내용으로 이어지곤 했으니까.

"점심시간에 배드민턴 할건데 올래?"

"원래는 그때 노트 정리할 생각이었는데. 지리 과목 정리가 안 끝났어."

"너 오면 4명이라서 그래. 꼭 와라?"

그럴거면 왜 물어봤냐, 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진우는 기본적으로 이런 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안된다, 못간다고 하면 강요하진 않았다.

배드민턴은 좋아하는 운동이고 점심 시간에 땀을 흘리면 기분도 개운해지니 굳이 거부하지 않았다. 유빈도 고등학교 2학년이라는 한창 활발할 나이에 앉아만 있는 것은 좀이 쑤셨다.

"김하늘은 어디 갔는지 아냐?"

"자리에 없으면 나야 모르지. 아, 이거 틀렸네."

붉은 볼펜으로 체크. 틀린 것을 표시할 때는 알아보기 쉽게 붉은 색으로. 이것도 어머니의 주장이었다. 그 문제를 유심히 보던 진우는 금방 눈가를 찌푸렸다.

"지금 하는건 뭐야?"

"수학이잖아. 보면 몰라?"

"그게 아니라 수학 중에 뭔 내용이냐고. 수학인걸 누가 모르겠냐 병신아."

"말해주면 알아는 듣냐 병신아."

"이 새끼가 뼈 때리네."

진우가 낄낄거렸다.

타고난 머리가 좋아도 자주 쓰지 않으면 제 성능 발휘를 못한다. 그리고 임진우는 전형적인 수학을 포기한 경우에 속했다.

암기로 해결 가능한 기본 문제는 곧잘 맞지만 심화 과정에 들어가면 푸는 것을 그냥 포기해 버렸다. 체육계열 실기로 대학에 가려고 하니 성적에 집착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 화제도 없어서 자연스럽게 대화는 끊어졌다. 문제에 집중하는 유빈과 달리 진우는 금세 주변의 친구들과 떠들기 시작했다.

"으휴."

교실이 시끄러워도 공부에 문제는 없지만 소리가 바로 옆에서 나면 아무래도 거슬렸다. 진우가 있다고 다른 친구들도 주변에 모여든 통에 문제 풀이는 진도가 잘 나가지 못했다.

"야, 임진우."

"응?"

"문제 푸는데 시끄러워서 방해가 되니까 다른데로 가서 떠들어 줄 수 없을까?"

굳이 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 옆으로 와서 떠드는건 무슨 짓이냐 싶었다. 유빈은 적당히 두 자리 정도만 떨어져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뭐? 하. 너 웃긴다?"

하지만 진우의 반응은 거칠었다.

"네가 뭔데 다른 사람이 대화하는데 이래라 저래라야?"

"뭐?"

"지 방해된다고 꺼지라고? 양아치 새끼냐? 시끄러우면 네가 다른 자리로 가."

진우는 그렇게 말하고서 꿋꿋하게 옆자리에서 계속 떠들었다.

당연히 유빈은 기분이 상했다. 조용히 공부하고 있는 그의 옆에 온 건 진우였다. 애초에 이 자리는 유빈의 자리였고 진우의 자리는 반대편 맨 뒤쪽이었다.

다른 곳으로 가라고 명령하거나 윽박 지른 것도 아니고 분명히 부탁하는 어투로 말했는데 저런 반응이라니. 친구가 부탁하는데 고민도 안하고 그냥 면박을 주는 태도가 참으로 더러웠다.

거절을 해도 말 좀 예쁘게 못하나.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입 밖으로는 어떤 말도 꺼내지 않았다. 그냥 저 인성 파탄자와 대화를 하는 것 자체가 시간 낭비라고 느껴졌다.

"하."

더러워도 공부는 해야했다. 유빈은 이를 갈며 참고서와 필통을 들고 뒷 쪽의 빈 자리로 움직였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울컥해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참았다. 그래, 저 녀석이 저렇게 행동하는게 하루 이틀인가. 신경쓰면 지는거다. 유빈은 마음을 다잡고 참고서에 시선을 고정했다.

집중하지 못하고 있던 사이에 10분 뿐인 쉬는 시간은 반 이상 지나가 있었다. 더 시간을 쓸데없이 흘려보내서는 안됐다.

계속해서 떠드는 진우. 고개를 푹 숙이고 자리를 옮긴 유빈.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시아는 친구들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길래 내가 말 했잖아. 진우는 널 더 괴롭힐거라고."

그녀는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을 목소리로 그렇게 조소했다. 여전히 유빈의 행동은 멍청하다고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설령 그 멍청함이 있기 때문에 시아가 유빈을 믿을 수 있는 것이라고 해도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진작에 진우와 멀어졌다면 저렇게 상처입는 일도 없었을테니까.

"야, 저거 봤어? 임진우 진짜 밥맛이네."

"쟤 맨날 저러잖아. 잘생긴 것도 아니고 입도 험한데 무슨 자신감으로 저런데? 유빈이가 불쌍해."

뒷담은 언제나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는 대화였다. 안 그래도 목청이 큰 진우가 저렇게 험한 말을 뱉었으니 교실 내의 많은 학생들이 그것을 전부 들을 수 있었다.

대부분의 남학생들은 안쓰럽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대부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사소한 말싸움 같은 것은 언제나 일어나는 일이었다.

하지만 몇 명의 남학생들과 평소 유빈과 접점이 있던 여학생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웃고있는 진우를 흘겨 보았다. 그리고 그 중에는 화장실에서 돌아오던 김하늘도 포함되어 있었다.

"시아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어? 응, 그야 그렇지."

평소라면 시아는 누군가에 대한 뒷담은 조용히 빠져 가능한 한 연관되는 것을 피했을 것이다. 하지만 욕 먹는 상대가 임진우라면 이야기는 별개였다.

유빈이 미련하게 당하고 있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그 꼴을 절대 곱게 볼 수 없었으니까.

"왜 유빈이를 저렇게 괴롭히는거야?"

"쟤는 괴롭히는게 아니야."

시아는 알고 있었다. 진우는 악의를 가지고 행동한 것이 아니었다. 그냥 진짜로 자기가 옳다고 생각해서 저렇게 말한 것이다.

"임진우는 그냥 정말로 자기 생각을 말한 것 뿐이야. 말이 험하고 자기 생각은 절대 안 굽히니까 문제지."

"헐, 진짜?"

유빈은 평소에 누가 상대라도 친절하게 대했다. 모르는 문제를 물어보면 알려주고,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가능한 선에서 도왔다. 자연스럽게 반 내의 대부분의 학생들은 유빈이에게 우호적이었다. 사실 진우마저도 자각 없이 고통을 줘서 그렇지 제 딴에는 절친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그런데 공공연하게 유빈에게 면박을 줬으니. 지금의 몇 마디 말이 반 학생들이 진우에 대해 가진 인상을 한 단계 떨어트렸다.

시아는 한술 더 떠서 진우를 신랄하게 까내렸다. 잘못하면 제 이미지를 깎아 먹을 수도 있는 행동이었지만 유빈이 당하는 걸 보니 제 속이 다 답답해져서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시아는 시아대로 반 내에서 여학생들이 귀여워하는 위치에 있었다. 그런 그녀가 부정적인 시선을 전파하니 효과가 뛰어났다.

끝나지 않는 숙제에 울상으로 매달리고 있는 유빈. 당사자인데 눈치도 없이 계속해서 큰 소리로 떠드는 진우.

두 사람이 모르는 사이에 진우의 업보는 쌓이고 있었다.

그 중심에서 시아는 생각했다. 분명히 미련하게 손해보는 일 투성이지만 그래도 그게 유빈의 인망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하고.

"그래도 멍청한 건 멍청한 거지만."

"응? 뭐라고 했어?"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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