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화
#발전
-김정남 위원장 한국 방한, 한국과 북한 원화 교환 비율 협상 타결.
-원화 비율 북한 원화와 10대 1에서 7대 3으로...
2006년 8월, 여름휴가 기간이 끝나는 시점.
북한 원화와 국내 원화 교환 비율을 7대 3으로 맞췄다.
“아빠가 그러더라. 한반도 통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지금 통화 화폐 비율이 어느 정도 맞춰지면 바로 통일이래.”
“진짜? 정말로 그게 가능해?”
“야, 가능하니까 지금 KJ그룹이 발 벗고 나서는 거잖아. 북한 화폐 달러 위안 쓰는 거 이제 옛말이야. 전부 우리나라 화폐를 쓴다고.”
“완전 지리네. 북한 여자가 그렇게 예쁘다던데. 이제 직접 찾아가서 볼 수 있는 건가?”
“아이고, 이 화상아. 넌 그것밖에 생각 못 하냐? 북한이랑 통일이 되면 우리나라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지도 않냐?”
북한과 한국에서 벌인 이번 협상은 커다란 이슈로 다가왔다.
광복 이래 처음으로 있는 일이었기에 받아들이는 느낌 자체가 달랐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이산가족 상봉까지 이뤄졌다.
엄청난 현금이 투입된 대규모 행사는 희망의 불씨를 지펴주었고, 심지어 두 국가는 통일역을 중립지역으로 삼아 새로운 도시를 만들었다.
통일역과 가까운 근방 지역들의 땅값이 치솟은 건 너무도 당연한 현상이었다.
“그래도 남남북녀라 했다. 그럴 수 있지.”
“으구. 누가 너를 말리냐.”
둘의 대화의 선은 각기 달랐지만, 바람은 같았다.
통일, 둘은 통일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랐다.
***
쉬이이이─
2001년 후반기에 착공을 시작해 약 5년의 시간이 걸려 기다려왔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대만의 한인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가 완공됐다는 소식은 마음을 들뜨게 하였다.
“호우, 이거 떨리는데.”
“나도 떨려요.”
사업차 방문하는 것도 있지만, 가족여행까지 겹쳐 윤희와 두 남매를 함께 안아 들고 전세기에 올랐다.
윤희도 나와 같은 마음인지 심호흡을 하였다.
“중국 전역에 인터넷망을 깔고 알리바바를 성공리에 성장시킨 것보다 이게 더 긴장된다.”
중국은 흘러가는 역사 속에 숟가락을 얹은 꼴이라면 대만은 전생에는 없던 일을 새로이 만들어 결실을 맺은 사업이었다.
“하람아, 하영아. 아빠 떨지 마세요. 해주자.”
윤희가 각 다리에 앉혀둔 하람이와 하영에게 귀여운 행동을 시킨다.
“압빠, 떨지마요.”
하람이가 내 팔을 툭 건들며 글썽거리는 눈으로 바라봤다.
“압빠. 무서버? 옆에 하영이가 있어요.”
하영이는 고개를 내밀어 앙증맞은 손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언제 저리 말을 배웠는지 모르겠다.
윤희의 노력이 두 아이에게서 느껴진다.
“우리 하람이랑 하영이 덕분에 든든하다. 고마워. 우리 아들딸.”
“헤헤헤.”
“히히히.”
나의 미소가 좋았는지, 보조개까지 만들어 해맑게 웃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다.
‘두 아이가 있어 참 다행이야. 이게 행복이란 거겠지.’
윤희와 결혼하던 시기가 떠오른다. 그때는 결혼하면 끝인 줄 알았는데, 아이를 가지고 보니 행복이란 열매가 어디서 생겨나는지 알겠다.
없던 기운도 다시 생기게 만드는 두 남매는 내게 용기와 책임감을 심어주었다.
윤희는 가정에 대한 안정감을 가져왔다.
“윤희야, 고맙다.”
“부부인데, 당연하잖아요. 우린 오빠가 있어 이렇게 좋은 울타리에서 지내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죠.”
참으로 멋진 여자다. 보통은 자신의 할 일도 있다며 불만을 가지기 마련인데, 모든 걸 받아들이고 행복이란 글자를 어떻게 사용하여야 하는지 아주 잘 아는 여자였다.
-...비행기 곧 착륙합니다.
“하영아, 하람아. 자리에 앉자.”
대화를 하는 사이 대만 공항에 도착했다. 하람이와 하영이를 자리에 앉혀 안전벨트를 채운 뒤, 자세를 고쳐 착륙에 대비하였다.
와─!!
답답한 비행기 안에서 밖으로 나오니 아이들이 좋아한다. 우리는 각자 한 아이씩 품에 안아 들고 공항 게이트를 빠져나왔다.
“회장님 오셨습니까.”
대만 건설사업부 책임자가 나와 우리 식구를 반겼다.
그중에는 KJ건설, 미래건설 등등 국내 건설 대표들이 함께 있었다.
“너무 많은 분들이 마중 나와, 감사할 따름입니다. 하람아, 하영아. 인사해야지.”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하람과 하영이 품속에서 혀 짧은 소리를 내며 인사를 하였다.
영특하고 귀여운 아이들이다.
“허허, 도련님과 아가씨가 참으로 귀엽습니다.”
“회장님과 사모님의 미모를 고스란히 물려받았습니다.”
사람들이 하나둘 앞다퉈 하람이와 하영이를 칭찬했다.
“헤헤.”
“......”
자신들을 예뻐하는 걸 아는지, 둘이 수줍게 웃었다.
“예뻐해 주어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자식을 예뻐해 주는 사람들을 미워할 수 있을까. 윤희와 가벼이 웃으며 감사를 전했다.
“사실을 말했을 뿐입니다. 이리 오시죠. 저희가 안내하겠습니다.”
한 국가의 수장이라도 온 것 같은 행렬이 이어졌다. 자리한 경호 인력까지만 따져도 족히 백여 명이 넘어갔다.
대만에서도 귀빈으로 대접받게 되어 경찰 인력까지 주변에 대기했다.
“엄청나네.”
한 국가의 왕도 부럽지 않을 행렬을 바라보며 한인타운으로 향했다.
“와...”
윤희의 감탄이 터졌다.
“그저 디자인된 그림만 보다 직접 보게 되니, 확실히 달라.”
대만의 대자연과 잘 어우러진 한인타운이 두 눈가에 고스란히 비쳤다.
너무도 멋진 경관에 흠뻑 빠져들었다.
“저 끝에부터 여기까지 와이어 줄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갈 때는 걸어가더라도 돌아올 때는 저 와이어 줄을 타고 이쪽으로 빠르게 넘어올 수 있습니다.”
대만의 난터우는 예전 지진 시절과 확연히 달라 있었다. 이제는 옛모습을 완전히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아주 멋집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이곳 난터우는 쌀, 홍차, 사탕수수, 바나나, 귤 등이 재배되는 아주 유명한 지역입니다. 그래서 그와 관련된 음식과 상품을 개발해 판매를 하고 있고 이곳의 주요산업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석탄, 금, 은, 흑연, 점토 등의 광산이 자리해 있어 대만 정부가 허가한 지역까지 관광시설로 운영해 새로운 수입원으로 만들었습니다.”
책임자의 설명을 들을수록 입가에 지어진 미소가 더욱 진하게 변하여 갔다.
울창한 산을 배경으로 자리한 르웨탄 호수.
그곳에 스키장과 호텔을 건설해 주요 관광지로 만들었다.
“올해 겨울은 대만에서 보내야겠습니다.”
“좋은 생각이십니다. 아주 만족할 겁니다.”
책임자의 설명은 계속 이어졌다. 우리는 지역 곳곳을 돌아다니며 길거리에서 판매하는 음식과 과일의 맛을 음미하며 대한의 공기를 느꼈다.
“너무 좋아요. 오빠.”
윤희도 매우 만족한 얼굴이다.
“고생들 하셨습니다. 올해 연말 성과급 기대해도 좋을 겁니다.”
고향을 떠나 대만에서 생활을 한 지 족히 5년이다.
당장 한국에서 타지역으로 넘어가 생활하는 것도 힘겨운데, 타국에서 일하면서 얼마나 고생을 하였을지 뻔히 보였다.
기업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 고생을 돈으로써 환산해 직원들에게 보상해주는 길뿐이다.
귀국하면 편히 살아갈 수 있도록 대대적으로 자금을 풀어 보상을 해줄 생각이다.
“직원들이 좋아할 겁니다.”
“많은 걸 해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진심으로 마음을 담아 고개를 숙였다. 훌륭히 임무를 수행하였으니 이렇게 하는 게 마땅하다. 권위라는 건, 아무 때나 내세우는 것이 아니다.
지금 순간은 내려놓고 그들의 노력에 감사함을 전하는 게 맞았다.
“이게 저희 일인데, 고개를 들어 주세요. 회장님.”
직원들이 어쩔 줄 몰라한다.
“저도 감사드려요.”
윤희도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하람이와 하영이도 엄마를 따라 인사를 하였다.
“이거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할지. 저희도 감사합니다. 저희의 수고에 대한 말씀들을 해주셔서. 정말 KJ그룹의 직원이란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직원의 자부심은 다른 데에서 나오지 않는다. 기업의 대표에게서 나온다.
직원은 회사를 보고 일을 하기보다, 기업 대표의 마인드와 방향성에 애사심과 충성심을 느낀다.
밑바닥에서 굴러 오너가 되었기에 그들의 생각과 생리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지 싶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하지 못한다.
기업이 그리고 오너가 가장 경계를 해야 할 속담이라 봤다.
***
미국의 주식과 부동산은 지나치게 가격상승이 이뤄져, 미정부는 연달아 금리를 인상하였다.
한데, 시중금리는 계속해서 떨어지는 기이한 일이 계속 발생했다.
이유는 바로 급성장하는 중국에서 비롯되었다. 미국의 채권을 대량으로 사들인 데에 있었다.
2000년도부터 계속해서 이어온 꾸준한 미국의 성장은 주식뿐 아니라 부동산에 진한 거품이 끼게 되었다.
거기에 더하여 발생한 미국 금융권의 무분별한 담보 대출사태.
욕망에서 비롯된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부채담보부증권)은 미국 금융권을 지옥으로 이끌었다.
거기에 덩달아 움직인 보험사들의 CDS(Credit Default Swap, 신용부도스와프)를 보장해, ‘너희가 망하면 우리가 보장해 줄게’ 상품을 내놓았다.
그야말로 축제였다.
집값의 상승이 멈추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2008년, 미국에 사형선고가 내려졌다.
“대, 대통령님. 큰일 났습니다. 지금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합니다.”
대책을 마련하려 하였지만, 미국은 너무도 깊게 들어왔다.
이 모든 것은 글래스-스티그 법안의 폐기에서 비롯되었다.
이제는 그 대가를 치를 차례.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절차는 금융을 넘어 보험사에까지 미치기 시작했다.
미국은 갑작스러운 사태에 패닉에 빠졌다.
“이 일을 어쩌면 좋다는 말이오.”
어떻게든 막아보려 하였지만, 막지 못했다. 곯아 버린 암은 확장되어 치유가 불가능할 지경에 이르렀다.
“만약, 파산을 당장 막지 못한다면 세계 금융위기로 번지게 될 겁니다. 그리스와 스폐인, 남아메리카가 국가 부도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사태는 무척 심각했다. 중년인의 보고를 들은 빌 클린턴의 안색은 무척 창백하게 변했다.
국가의 부도로까지 몰아가게 될 엄청난 사건, 그 중심에 자신이 있다 생각하니 앞이 캄캄했다.
“부채가 얼마나 된답니까?”
덜덜 떨리는 입으로 물었다.
제발 미국이 해결할 수 있을 정도이길 바랐다.
“최소치가 3500억 달러 규모입니다. 여기저기 파생상품까지 포함이 되어 있어 정확한 산출이 어렵습니다. 아마 이보다 더할 것으로 보입니다. 시간이 좀 더 필요합니다.”
“아...”
클린턴의 입에서 탄성이 터졌다.
최악의 그림이 완성되었다.
리먼 브라더스만 3500억 달러. 그렇다면 전체로 따지면 대체 부채는 얼마나 된다는 걸까?
생각만 해도 암담했다.
이는 실업률로 이어지고 장기 경기침체가 발생하게 될 터였다.
“이번 일을 막을 방법이 없겠소?”
“...솔직히 방법은 없습니다. 리먼을 포기하고 월가를 살려야 합니다. 이게 최선입니다.”
중년인은 참담한 얼굴로 말했다. 그도 지금의 사태에 좌절을 맛보고 있었다.
“혹시 KJ라면...”
클런턴이 KJ그룹이 언급을 하는 순간.
따르르릉─
책상 위 전화기에서 벨소리가 들려왔다. 덕분에 클린턴은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제가 받겠...”
“아니요. 내가 받겠소.”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하는 클린턴 대신 수화기를 들려던 중년인은 뒤늦게 들려온 클린턴의 목소리에 행동을 멈췄다.
침통한 얼굴로 클린턴을 바라봤다.
“여보세요. 빌 클린턴입니다.”
-오랜만에 전화를 드립니다. 저 김정수입니다. 지금 미국의 상태가 심각하다 들었습니다. 그 문제 제가 해결해 드릴 수 있을 거 같은데. 어떠십니까?
두둔.
숨도 쉬기 힘들 지경에 수화기 너머로 희망의 빛을 건네는 구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클린턴은 더 생각도 할 거 없이 입을 열었다.
“내, 내가 당장 그리로 가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