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재벌 강림하다-142화 (142/145)

142화

#통일 협정

두두두─

“북한에서 도착한 듯합니다.”

저 멀리서 공기를 두들기는 거친 음이 들려왔다. 헬기는 총 다섯 대.

고도를 낮춰 대지로 내려섰다.

“통일역이 세계에서 가장 넓고 전경이 좋은 역이겠습니다. 정말 이름값을 하는 곳이군요.”

김정일 위원장이 내려서 손을 내밀며 칭찬을 하였다.

“고생 많았네.”

뒤따라 내린 정남 형님도 웃으며 말을 건넸다.

“이 모든 게 위원장님과 형님의 지원과 지지가 있어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모르기는 해도 한반도의 중심가는 통일역을 중심으로 새롭게 구성이 되리라 봤다.

그린벨트 라인은 개발이 되지 않겠지만, 북한과 한국이 만나는 이 지점은 아주 의미 있는 지역으로 자리매김을 할 것이다.

그래서 지은 이름이 통일역이었다.

“말은 늘 듣기 좋게 잘하십니다.”

“하하, 사실을 이야기했을 뿐입니다. 저기 대통령님이 오시는군요.”

김정일 위원장과 담화를 가지는 시각, 남국현 대통령이 경호원들의 보호 아래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대통령님을 뵙습니다.”

“안녕하시오. 처음 뵈오.”

근방에 당도해 남국현 대통령에게 인사를 하였다. 김정일 위원장은 예의 무뚝뚝한 음성으로 인사를 하였다.

“뜻깊은 자리를 만들어주어 감사합니다. 김 회장님은 CEO 만찬 이후 신수가 더 좋아지셨습니다.”

서글서글한 얼굴에 담긴 미소.

인상은 상당히 좋아 보이는 사람이다.

“이만 준비된 자리로 가시지요.”

위원장과 대통령의 인사를 마무리된 시점, 역 앞에 마련된 자리로 안내했다. 오늘의 난 KJ그룹 회장 겸 안내인으로 이 자리에 서 있었다.

“KTX는 11시 기점으로 이곳에 당도하게 될 겁니다. 북한에서 출발하는 열차도 같은 시간대에 도착할 겁니다.”

각 지역에서 도착하는 시간은 같으나, 출발 시각은 달랐다.

같은 시각을 기하여 동시에 내려서는 두 국가의 이산가족 상봉의 극적인 연출을 하기 위한 이벤트였다.

“여기는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김 회장은 제 자식과 따로 시간을 보내시지요. 전 여기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겠습니다.”

“위원장님 말대로 하세요. 김 회장님.”

“이런, 제가 모셔야 하는데.”

“여기에 김 회장 말고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고. 괜찮습니다.”

“그럼, 잠시 물러나 있겠습니다.”

위원장과 대통령의 말에 뒤로 빠지기로 하였다.

“저리로 가지.”

정남 형님이 고개를 돌려 턱짓으로 한 장소를 가리켰다. 사람이 붐비지 않는 비교적 조용한 장소였다.

“그러지요.”

자리가 자리인 만큼 주변에는 군인, 경찰, 경호원들이 상당했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준비된 인력이었다.

“오는 길에 아버지가 묻더군. 통일을 생각하고 있느냐고.”

천막 아래서 담배를 꺼내 물며 입을 여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위원장님이?

“그래서 뭐라 하셨습니까?”

“솔직히 이야기했다. 통일이 목표라고. 알고 있었더군. 알면서 모른 척 넘어간 모양이야.”

사실 모르는 게 더 이상할 수 있다.

KJ그룹에서 벌이고 있는 행동, 정남 형님의 움직임.

모든 것이 하나로 귀결된다.

2천만 명의 원수이며, 그 아래로 브레인 기관들이 상당할 터다.

한데, 몰랐다. 역시 말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알면서 모른 척 넘어간 이유는 무엇일까?

“위원장님이 말입니까?”

“별말은 안 하셨다. 내 보기에 심경의 변화가 있는 모습이었다.”

“그 말은?”

“정확히 말은 안 하셨지만, 허락을 했다 본다.”

시선을 돌려 철로를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는 김정일 위원장을 응시했다.

나이를 먹으면 사람이 달라진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아들의 긍정적인 변화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생각이 달라진 모양이다.

“만약, 통일이 된다면 대통령과 부통령을 나눠 국가를 운영하자 말씀을 드릴까 합니다. 북한에서 대통령이 나온다면 한국에 부통령을, 한국에서 대통령이 나오면 북한에 부통령을. 이렇게 운영을 하는 것이 통일국가로서 평등한 체제라 보입니다.”

“그렇게 노력할 필요 없다. 나의 대에서 모든 걸 내려놓을 거다. 우리 김씨 정권은 상징적인 가문으로 남아 있는 것만으로 만족해. 북한에 있는 땅과 자원 일부를 한국과 공동개발에 나서 우리는 거기에서 나오는 돈으로 가문을 일구면 그만이다.”

“...... 세계 최고의 자원 부자가 되시겠습니다.”

북한에 살아 숨 쉬는 모든 자원은 북한의 김씨 정권의 자산이다. 그걸 모두 개발한다면, 과연 김씨 가문의 자산은 얼마나 될까?

중동국가에 만수르급은 되지 않을까?

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묘한 시선으로 형님을 바라봤다.

“그 정도는 되어야 내려놓는 데 의미가 있는 거 아니냐.”

“뭐, 그도 그렇네요. 기름, 석탄, 금광, 희귀금속까지. 정말 엄청나겠네요. 그거 전부 저에게 맡기는 거죠? 일등공신인데.”

“큼.”

어허, 이 형님 보소.

함께 고생한 시간이 얼마인데.

“너무 욕심부리는 거 아니냐? 지금 네 녀석의 기업만 하더라도 세계 시총 1위다. 이미 록펠러, 로스차일드 가문을 넘었다 들었다.”

“그거 가지고 될까요. 요즘 제가 세상을 위해 뿌리는 돈이 얼마인데. 저 같은 사람이 돈을 벌어야 세상이 살기 편해집니다.”

“허허, 아주 착한 도둑놈일세.”

나의 욕망에 찌든 말에 거리를 벌리는 형님이다.

그래도 거짓말은 아니다. 지금 KJ그룹은 벌어들인 순수 이익금 중 일부를 재단으로 보내고, 국민들의 복지를 위해 사용이 된다.

미국과 한국에 나가는 돈만 매년 몇십조 단위로 깨졌다.

이러한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KJ그룹은 계속해서 성장할 필요가 있었다.

“네게 맡길 테니 그런 눈으로 보지 마라. 오늘 먹은 아침이 나오려 하니까.”

“...큼. 알겠습니다.”

-대구에서 출발한 열차가 곧 통일역에 당도할 예정입니다.

-목포에서 출발한 열차가 곧 통일역에 당도할...

-평양에서 출발한...

그때 스피커에서 안내방송이 들려왔다. 기다리던 열차가 통일역에 당도한다는 방송이었다.

“이만 가시죠.”

“그러지.”

쁘아아앙─

힘찬 기적소리와 함께 저 멀리서 달려오는 열차들이 보였다. 열차들은 서서히 속도를 줄여 길게 줄지어 통일역에 멈췄다.

“아이고, 순자야. 네가 살아 있었어. 크흑.”

“오빠, 오빠. 흑흑.”

“어머니. 어머니. 어디 계세요. 저 문열이 여깄어요.”

“이문열이 맞는 거여. 문열아...”

“어머니... 불효자가 인사 올립니다.”

양쪽 라인에서 내려선 북한과 한국국민들이 만나 서로를 부둥켜 껴안고 오열을 하였다.

1950년 6월 25일에 발생한 전쟁으로 헤어진 가족은 2006년 6월 6일이 되어서야 마주하게 되었다. 56년 만의 재회였다.

전씨 정부 당시 이산가족 상봉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감동적인 재회는 아니었다.

이제는 서로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 만나 늙은 손을 맞잡고 가족의 정을 나누었다.

“먼저 제가 나서도 되겠습니까.”

윤희도 눈물을 훔치며 보고 있다. 윤희를 살짝 다독이고는 걸음을 대통령과 위원장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러세.”

“맘대로.”

둘에게 허락을 구하고 마이크를 들었다.

“안녕하십니까. 이번 행사를 주최하고 맡게 된 KJ그룹 김정수 회장입니다. 오시면서 상세한 설명을 들어 아시겠지만, 이번 행사의 총비용은 한국과 북한 정부에서 각 40%씩 80%를 지원하게 되고, KJ그룹이 20%를 맡아 이번 행사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일정은 오늘을 기준으로 4박 5일간 KJ호텔에서 머무르게 되실 겁니다. 그간 나누지 못한 가족의 정을 마음껏 나누시기 바랍니다. 안내인들의 인솔에 잘 따라와 주시기 바라며, 혹여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 시 불이익이 따를 수 있다는 점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인솔자분들은 각자 맡은 번호순으로 인솔해 주시기 바랍니다.”

긴 멘트가 끝나고 무대에서 내려왔다.

“감사합니다.”

“KJ그룹을 믿겠네.”

김정일 위원장이 어깨를 두들기고 자리를 떴다.

“이따 연회장에서 봅시다.”

“네.”

대통령도 만족한 미소를 입가에 품고는 김정일 위원장과 자리를 떴다.

이산가족 상봉은 하루가 멀다 하고 눈물바다를 이뤘다. 그중에는 사망한 소식을 들은 가족도 있어 첫날 분위기는 말도 아니었다.

이튿날은 북한과 한국이 나눠 공연을 하였다. 연예인들이 출연해 각자의 끼를 풀어 분위기를 업시켰고, 한국과 북한의 문화를 교류해 조금은 적응하기 힘든 분위기를 풀어가기도 하였다.

통일역 근처에는 한국과 북한에서 취급하는 물건들을 판매하는 상가들이 즐비해 있었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수익금의 세금은 북한과 한국 정부가 반반씩 가져갔다.

그렇게 4박 5일의 뜻깊은 시간이 지났다.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어머니를 모실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놀라운 일이 한 가지 벌어졌다.

[이곳 중립지역에서 터전을 잡는다는 조건 하에 같이 살 수 있도록 하겠소. 단, 이를 악용하는 자가 있다면 두 번 다시 이런 배려는 없을 것이니, 잘들 행동하기 바라오.]

그건 통일역을 중립지역으로 선포하고 이곳에 자리를 잡는 걸 허락한다는 김정일 위원장의 폭탄 발언에 행사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은 크게 환호를 하였다.

그 발언 덕에 KJ그룹의 주가가 다시 한 번 크게 오른 건 말할 것도 없고.

“아닙니다. 제가 뭐 한 게 있습니까. 공사하고 돈 쓴 거 외에. 앞으로 좋은 일만 일어나길 바라겠습니다.”

2006년 6월, 이산가족 행사는 역대 최고의 날로 마무리되었다.

***

-급여 명세서.

-지급총액: 83만 원.

-차익지급액: 49만 원.

“허허, 매일이 이랬음 좋겠어.”

“그러게 말이오.”

개성공단 월급날이 되었다.

한국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지만, 전보다 좋아진 형편에 사람들은 만족하며 살았다.

“베어링스 은행이 있어 환율도 따지지 않아도 되고. 세상이 참 좋아졌어.”

49만 원이면 북한 원화로 490만 원 정도의 가치를 가진다.

공장을 나서는 사람들은 만족스러운 월급에 입가를 길게 찢었다.

“아줌마, 여기 고기 두 근 주쇼.”

“5천 원입니다.”

그리고 개성공단 주변에서는 북한 원화를 사용하는 것이 아닌, 한국 원화를 사용하였다.

북한은 알게 모르게 한국의 원화를 받아들이며 달러나 유료, 위안화가 아닌 한국의 원화를 자국 내 화폐로 사용하는 경우가 늘어갔다.

금액 단위도 100원 500원 1000원 10000원.

여기서 웃긴 건 1만 원권을 북한에서는 수표처럼 취급했다.

“수고하세요.”

고기를 사 들고 퇴근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가볍다.

개성공단에서만큼은 한국의 문화가 깊이 관여해, 북한국민들에게 빠르게 전파가 되어갔다.

덕분에 북한 정부의 재정은 나날이 늘어갔다.

“위원장님. 이러다간 우리 북한이 망가질 수 있습니다. 개성공단을 막고 통일역을 차단하여야 합니다.”

하나, 꼭 좋은 일만 일어나지는 않았다.

북한 정권의 핵심이라 말할 수 있는 기득권층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김정일 위원장을 찾아 지금 북한에 벌어지고 있는 좋지 않은 흐름을 보고했다.

“그래서?”

중년 남성의 보고에 김정일 위원장이 심드렁하게 물었다.

“한국과의 교류를 끊고 혼란스러운 국민들을 위해...”

“내버려 둬.”

“네?! 아니 그게 무슨...”

“한 번 말한 걸 두 번 말하게 하지 말게. 나가봐.”

“위, 위원장님.”

“나가보라 했을 터인데.”

나가지 않고 반복적으로 부르는 남성의 모습에 위원장의 얼굴이 사늘하게 변했다.

“죄, 죄송합니다.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중년 남성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후다닥 밖으로 도망치듯 나갔다.

“아무래도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겠어. 쯧쯧.”

김정일은 책상 위에 펼쳐진 보고서를 보고는 결단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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