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재벌 강림하다-140화 (140/145)

140화

#소리도

-뉴스입니다. 지난 1995년에 발생했던 소리도 기름유출을 기억하십니까? 기름유출로 오염된 지역에서 기적이 벌어졌습니다.

-산호초가 죽고 어종이 줄어든 소리도 근방 바닷속을 들여다봤습니다. 생명이 살지 못하는 줄 알았던 죽음의 바다는 산호초가 바닷물결에 흔들리고 수많은 어종들이 한 데 어울려 바닷속을 노닙니다.

-어느 바다에서도 볼 수 없던 기적이 이곳 소리도에서 일어났습니다.

TV 속에 나오는 바닷가 풍경이 하나의 예술 작품이었다.

-교수님, 이번 현상을 어떻게 보십니까?

바닷속 풍경이 뒤로 밀리고, 60대로 보이는 중년 남성이 화면에 모습을 비췄다.

-당시 20대로 보이는 어린 청년과 근방에 사는 변호사가 등장해 황토를 판매했다 합니다. 당시에 두 사람이 중심이 되어 15톤의 유출제를 뿌리는 걸 막았다 합니다. 이 유출제는 기름을 흡수하고 바닷속으로 가라앉아 또 다른 독성분을 만드는 화학성분제입니다. 또 다른 오염을 일으키죠.

95년 당시 나와 변호사의 이야기에 귀가 쫑긋 세워졌다. 당시 어떤 방송사와도 접촉이 없었으니, 저 청년이 나라는 정보는 없을 것이다.

-시기적절하게 황토를 트럭에 싣고 온 그날, 사방에 황토가 뿌려졌습니다. 어민들의 도움이 컸지요. 시작은 아주 단순했습니다. 당시 황토로 기름을 없앴다는 소식에 많은 개발자들이 연구에 나섰습니다. 한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게 무엇입니까?

-놀라지 마세요. 독성으로 가득하던 황토가 독성분을 제거했다는 겁니다. 황토를 뿌린 자리에 새로운 조개와 소라가 생겨났다는 겁니다. 우리 연구진들은 황토를 뿌린 소리도를 꾸준히 연구해 왔었습니다.

-허, 그 말은 그때 두 사람은 이러한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말이 되네요?

-그렇습니다. 당시 젊은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지요. 우린 그 젊은 사람을 찾아내 어디서 알아낸 지식인지 듣고자 했지만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포기하고 있었는데, 허허. 아주 재밌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응?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뿌듯함이 밀려와 흐뭇하게 시청하고 있던 방송 속의 중년인이 묘한 미소를 입가에 만들었다.

-그 주인공은 우리도 아주 잘 아는 사람이었던 겁니다. 아나운서님은 누구라 보십니까?

“......”

할 말을 잃었다. 이쯤이면 100%다.

-누군데요? 저도 아는 사람인가요?

-아주 잘 알지요. 그리고 세계인들도 아주 잘 아는 유명한 분입니다.

-변호사 중에 그런 분이...

-아니요. 20대였던 남자를 말하는 겁니다.

-당시 20대면 지금은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초반이란 뜻인데, 딱 떠오르는 사람이 없네요.

-어허. 왜 없습니까? 우리나라의 최고의 부자. 세계에서 가장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주인공...

-서, 설마... 그분 말인가요?

-맞습니다. 바로 김정수 KJ그룹 회장이 그 주인공입니다.

-세상에...

“......”

웅성웅성.

지금 이곳은 회장실 안.

사람들이 모여 있는 지금, TV에서 나오는 소리에 시선들이 단번에 모였다.

“회장님, 저 말이 정말입니까?”

고금석 베어링스 은행 한국지사장이 깜짝 놀라 묻는다.

-그분이 있었기에 지금의 소리도가...

“뭐... 그렇게 됐습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어린 나이에 그런 훌륭한 일을 하실 수 있었던 겁니까? 그리고 그런 수많은 지식은 대체... 회장님을 뵐 때면 여러 번 놀랍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전공자도 아닌 사람이 관련도 없는 여러 기술들을 풀어 버리니, 믿기지 않을 터다.

묻고 싶은 건 많겠지만, 자리가 자리인지라 묻지 못하는 것뿐.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것들입니다.”

딱히 설명할 길은 없기에 상세한 설명은 피했다.

‘다행이네. 언젠가 소리도에 가서 안을 확인하고 싶었는데. 저리 나오니. 이제 안심이야.’

어부들이 정든 고향을 떠나지 않아도 되었다. 크게 줄었던 어종들이 대폭 늘고, 이제는 옛 터전으로, 본래의 모습을 찾아갔다.

“회장님은 지식은 정말 바다와도 같습니다.”

“하하, 그만 띄워주세요. 그러다 저 우주 여행하겠습니다.”

“그것도 좋겠네요.”

하하하.

한국지사장의 드립 아닌 드립에 방 안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거참.

이 타이밍에 저런 방송이라니.

“여러분들은 휴가들 안 가십니까?”

나야 아직 할 일이 있기에 휴가를 뒤로 밀었다. 하지만, 이들은...

“회장님이 회사에 계시는데 우리가 어떻게 가나요. 회장님이 떠나시면, 그때 휴가 내서 다녀오겠습니다.”

다음은 임효원 소주 대표가 나섰다.

“여러분들 휴가를 보내려면 일을 후딱 마치고 다녀와야겠습니다.”

“이제 회장님도 아이를 가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큼...”

한창 공부 중인 이윤희를 위해 아이를 가지는 걸 뒤로 미루고 있다.

아무래도 후계자 부분이 걱정되는 모양이다.

“내년에는 가질 계획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럼 다행입니다.”

일을 하다 잡다한 이야기는 지친 마음을 달려준다.

우리의 잡다한 이야기는 30분 정도 더 이어졌다.

“소리도 주민들에게 50억 원을 지원하세요. 이렇게 제가 알려진 이상 확실히 이용하는 게 좋겠죠.”

얼떨결에 기업을 알리며 이미지를 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면 이를 확실히 이용하는 게 좋았다.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으니까.

“그러겠습니다.”

기업을 광고하는 입장에서 50억 정도면 저렴한 축에 속한다.

내 이미지가 좋아지는 만큼 기업의 이미지도 더욱 좋아진다.

***

“설마, 그때 그 젊은 청년이 KJ그룹 회장일 줄 꿈에도 몰랐어.”

“뭐야, 그간 나만 알고 있던 거야?”

같이 일하는 동료의 물음에 남자는 어이없다는 얼굴로 바라봤다.

얼굴을 팔릴 정도로 움직인 적은 없지만, 그래도 그때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했다.

“그럼 자네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이 말이여?”

“암만? 당연하지. 난 다들 다 아는 줄 알고 조용히 지냈는디. 거참. 다들 눈이 어둡네.”

“흐미, 그랬다면 진즉 알렸어야지.”

억울한 감정을 내비치며, 남자를 타박했다.

“어허, 이 사람하고는. 우리 이럴 게 아니라, 단체로 고마움을 표하자고. 그러잖아도 우리 마을에 그리 큰돈을 쓰신다는디, 우리가 이러고 있음 되겠는가?”

동료의 말을 들은 남자는 한심하게 바라보다, 제안을 하였다.

KJ그룹에서 마을 살리기에 50억 원을 지원했다는 소식은 뉴스를 통해 마을 전체로 알려진 상태.

그런 상황에 이대로 멍하니 있기에는 양심이 용서를 하지 않았다.

은혜도 모르는 인간으로 살고 싶지 않았다.

***

“회장님, 여수와 소리도 부근에 사는 지역주민들로부터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이게 다 뭡니까?”

집으로 엄청난 양의 박스가 도착했다.

스티로폼으로 포장된 박스 안에서 약간의 비린 냄새가 흘러나왔다.

“오징어, 전복, 생선입니다.”

“아니, 그걸 왜 내게...?”

“그쪽 사람들도 방송을 본 모양입니다. 당시 회장님의 선택이 아니었다면, 마을 주민들이 일자리를 잃고 다 떠났을지 모른다며, 감사함에 보낸 선물이라 합니다.”

허허. 보람찬 마음이 강하게 들지만.

눈앞에 쌓인 수많은 상자는 입을 쩍 벌어지게 만들었다.

아니, 세상에 저걸 다 언제 먹으라고.

“주민분들께 감사하다 말씀 전해주세요. 그리고 저기 있는 박스 하나는 서서제조로 보내시고, 하나는 주방에, 그 외 나머지는 직원들에게 골고루 나눠주세요.”

그들의 마음은 충분히 받았다. 아직도 당시의 자신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심장이 따스하다.

“이래서 사람은 보람된 일을 하며 보내야 돼.”

직원들이 나르는 박스를 눈에 담으며 은은한 미소를 입가에 남겼다.

***

“우리가 왜 너희와 여행을 가야 하지?”

“아빠, 우리 가족여행 다녀온 지 한참 됐어요.”

“아버님, 우리 같이 가요.”

“난 싫다. 자식들 다 키우고 결혼도 시켰는데, 이제 우리 부부끼리 보낼 때도 됐지. 안 그래, 당신?”

“호호.”

“......”

“......”

휴가를 모처럼 온 가족과 보내려 하였건만, 아빠가 이렇게 거부하실 줄 몰랐다.

세상 참...

“알았어요. 두 분 다녀오세요. 그런데 어디로 가시게요?”

“30일간 네 엄마랑 크루즈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그러니 한 달간 우리를 찾지 말아다오.”

“......”

“......”

처음엔 우리를 위한 아빠의 배려인 줄 알았다. 한데, 그것이 아니었다.

이미 크루즈 여행은 우리 부부 몰래 준비되어 있었던 거다.

‘엄마도 그간 말씀하지 않은 걸 보면... 하기사...’

나를 키운다고 두 분이서 제대로 지낼 시간은 없었을 터.

유명해지고부터는 행동에 제약이 따랐으나, 이 또한 조심스럽게 다니신 두 분이시다.

부부끼리 따로 시간을 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다.

‘그러고 보면 두 분이서 여행을 가시는 건 처음이구나.’

“그렇게 하세요. 저도 윤희랑 둘이 보낼게요.”

“그래, 잘 생각했다. 그럼 우린 간다.”

뿌우우웅─

더 놀라운 사실은 그날이 바로 다음 날이었다는 사실이다. 허탈한 마음을 감추고 크루즈선에 올라서는 두 분을 배웅했다.

뜨거운 태양 아래 떠나는 배를 보는 사이.

시간 또한 서서히 흘렀다.

아빠와 엄마는 남극까지 가셔서 빙하를 만져보셨다고 그렇게 자랑을 하셨다.

우리 부부는 그 말을 조용히 들으며 두 손을 꼭 잡고 살포시 웃었다.

그리고 난 폭탄 발언을 하였다.

“윤희 임신했어요.”

“뭐!”

“7주래요.”

“아가!”

“며늘아...”

이 발언은 집에 경사를 가져왔고, 곧바로 기사로 대서특필되어 전국에 알려졌다.

응애응애─

아이의 울음소리가 병원 전체에 퍼졌다.

2003년 겨울에 임신을 하는 데 성공한 윤희는 다음 해인 2004년 가을에 우리의 2세를 낳았다.

“쌍둥이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한 방에 쌍둥이를 가지게 되었다.

1타 2피.

처음 쌍둥이 소식을 들었을 때, 어찌나 놀랐던지.

아직도 그때의 기억은 잊지 못한다.

그리고 2006년.

2년이 지난 시점.

“김하람! 김하영!”

하람이는 아들이었고, 하영이는 딸이었다.

다행히 아들과 딸을 나눠 가졌다.

“네!”

“압빠.”

아이들은 건강하게 자라 세 살이 되었다.

아들은 아들이라고 나름 씩씩했고, 딸은 여자라고 귀여움을 잔뜩 품고 품에 안겼다.

“삼촌에게 인사해야지.”

2006년 5월.

집으로 한 사람이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혀가 짧아 정확한 발음은 어렵지만, 뜻은 전달이 되었다.

“회장님을 닮아 아이들이 참으로 예쁩니다.”

“제리 양 회장님의 아이들도 예쁘지 않습니까.”

“허허.”

그의 입가에도 미소가 떠오른다.

“한데 갑자기 나를 보자 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아이들을 품에 안고 물었다.

당시 온 연락을 떠올려보면 제리 양 회장의 목소리는 매우 다급해 보였다.

“쉬는 날, 갑자기 뵙자 해 죄송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우리 야후를 KJ에서 맡아 주셨음 하여 직접 부탁을 드리고자 급히 발걸음을 하였습니다.”

“네?!”

아직은 때가 아니라 생각했던 일이었거늘.

그날이 부쩍 앞으로 당겨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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