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재벌 강림하다-139화 (139/145)

139화

#다시 살아나다

“좋습니다.”

약간의 거부반응이 나올 줄 알았는데, 너무 쉽게 승낙을 하였다.

JK그룹 회장 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는 것보다, 내 입장에서도 최 부사장이 앉는 게 좋으리라 봤다.

“정말 괜찮겠습니까?”

정말 궁금한 마음에 물었다. 다음 대 산업은 누가 보더라도 스마트폰과 연관된 사업.

그런 경유지를 내어준다는 건,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괜찮지 않습니다. 미래의 먹거리를 놓치는 꼴이니 말입니다. 하나, 이미 시장은 KJ로 개편돼 맞춰졌습니다. 말이야 육성이나 애플에서 스마트폰을 만들고 있지, 실상 KJ그룹의 기술력과 특허를 빌려 만들고 있죠. 엔지그룹도 폰 시장을 포기한 상태. 현재 KJ는 육성, 엔지의 대리점을 인수해 영업하고 있는데, JK가 버틴들 뭐하겠습니까?”

저 말도 맞다. 나름 판단이 빠르다고 해야 할까?

“이번 딜 받아들이죠. 이틀 뒤 진행하겠습니다. 그때까지 준비할 시간을 드리지요.”

이정도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 터.

“배려 감사합니다.”

상승을 하지 못한 채 계속 떨어지는 주가는 내일을 기점으로 천천히 반등을 하리라.

외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주식을 던지고 있는 지금이 그에게는 철호의 기회가 되리라.

***

“접니다. 전무님. 바로 제 방으로 오세요.”

KJ그룹을 벗어나 그룹으로 돌아온 최진영은 자신의 손을 잡은 이재명 전무를 소환했다.

“부르셨습니까.”

30분정도 지나, 이재명 전무가 찾아왔다.

“김 회장과의 딜을 성공했습니다. 김 회장에게 폰 대리점에 대한 권한을 넘기고, 5년간 우리의 망을 무상으로 지원하게 될 겁니다.”

결국, KJ는 기존에 들고 있는 망을 더불어 NG, 육성, JK의 망을 통합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기간이 정해진 무상사용.

“그 기간 내 최대한 많은 망을 구축해, KJ그룹과 우호적인 관계가 이어질 수 있도록 해주세요.”

5년간 수익도 나지 않을 적자사업이 되어 버렸지만, 나쁘지 않은 조건이라 여겼다.

그리고 JK는 충분한 투자를 통해 망을 늘려나간다. KJ가 손을 놓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일 예정.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JK의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주거래 은행은 베어링스 은행으로 돌려 거기서 최대한 많은 현금을 가져오세요. 지분을 최대한 끌어오세요. 돈은 얼마가 들어도 좋습니다.”

최진영은 이번 기회를 잘 살려보기로 하였다.

이번 결과에 따라 자신의 운명은 완전히 달라질 터다.

“내일까지입니다. 아시겠습니까?”

“알겠습니다.”

JK그룹에 변화의 계절이 시작되었다.

***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15시 32분,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로 KJ그룹의 소식이 전파를 탔다.

나의 입이 아닌.

-“안녕하십니까. JK그룹 부사장 최진영입니다.”

최진영의 입을 빌려서.

-“JK글로벌 분식회계로 많은 분들께 실망을 끼쳐 드린 점, 그룹을 대표하여 사과드립니다. 이번 일로 그룹 차원에서 감사를 통해 이번 일에 가담한 모든 임직원들을 솎아내 고발하는 한편, 피해를 본 모든 투자자분들께 피해보상을 할 방침입니다.”

그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한 보상책을 마련했다. 동시에 이번을 구실 삼아 자신의 라인이 아닌 자들을 모두 쳐내겠다 공표했다. 잔머리가 좀 돌아가는 인물이다.

-“그룹의 불미스러운 일로 KJ그룹과 틀어진 거래를 재개하기로 하였습니다. KJ그룹에서 받은 위약금 전체를 돌려주고 내일부터 다시...”

1.3% 오른 상태로 마감한 직후 터진 JK그룹 최진영 부사장의 폭탄 발언은 세계를 뜨겁게 달궜다.

덕분에.

“김 회장님, JK그룹과 거래를 다시 하시기로 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일각에서는 쇼라며 말들이 많은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KJ그룹으로 기자들이 모여들었다.

“최진영 부사장의 진심을 봤습니다. 전 그 진심과 기업을 생각하는 마음에 생각을 바뀌었을 뿐입니다. 단, 문제를 일으킨 경영진이 다시 발을 들인다면 KJ그룹은 JK와의 거래를 다시 끊을...”

기자들의 질문에 성실히 답해주었다. 그러면서 최진영 부사장에게 확실한 힘을 실어주었다.

이 발언이 KJ그룹과 투자자들에게 어떻게 들릴지 모를 일이나, 약속은 약속.

미뤄주기로 한 거 확실하게 해주기로 하였다.

“가죠.”

인터뷰를 대충 마치고 JK그룹 본사로 향했다.

경호원들이 모여든 기자들을 밀어내고 앞으로 나아갔다.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는데, 이 정도로 모여들 줄 몰랐어요.”

“허허, 그만큼 회장님의 인기가 하늘을 덮을 정도란 뜻이 아니겠습니까?”

기사님이 기쁨이 묻은 웃음을 흘렸다.

“두 번 더 그랬다간, 숨 막혀 죽겠습니다.”

“아이쿠, 그리되면 한국 경제가 단번에 죽을 겁니다. 저보다 몇 배는 오래 사셔야죠.”

“하하, 알겠습니다. 기사님도 오래 사세요. 아프지 마시고.”

기사님의 듣기 좋은 아부를 들으며 시선을 창문 밖으로 던졌다.

“좋구나.”

뒤로 밀리는 새싹이 돋은 나무들을 보다, 눈을 감았다. 피로감이 살짝 밀려왔다.

“회장님 도착했습니다.”

17시 20분.

예상보다 20분 정도 늦었다.

아무래도 기사님이 쉬게 해줄 생각으로 천천히 온 듯싶었다.

“퇴근 시간인데, 바로 퇴근하세요. 이곳으로 윤희가 차를 끌고 오기로 했으니까요.”

매일 나로 인해 고생하는 기사님이다. 되도록 퇴근 시간은 맞춰주고 싶다.

“이건 제 마음이니, 가서 오랜만에 식구들과 외식하세요.”

“아이쿠, 감사합니다. 회장님.”

수행기사라고 계속 붙들고 있어야 하는 그런 법은 없다. 기사님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를 보니, 조금 보람차다.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미리 나와 기다리고 있던 JK그룹 인사들의 안내를 받아 위로 올라갔다.

“휘유, 많이들 오셨네요.”

“회장님, 여깁니다.”

주주총회가 열리는 강당으로 발을 밀자 수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 인파 속에 최진영 부사장이 올라와 반겼다.

“뭐 여까지 올라오셨습니까. 제가 내려가면 될걸.”

“사정이 있어 밖은 못 나가도, 여기부터는 제가 모셔야지요. 이리로.”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최진영과 가깝게 지내는 모습에 놀란 얼굴도 보이고, 반기는 시선도 느껴졌다.

“시작하라 이르세요.”

아무래도 내가 가장 늦게 온 사람이었는지, 최진영이 수행원을 시켜 주주총회를 시작할 것을 알렸다.

“이거 처음 뵙습니다. 연기금 운용본부장 안효섭입니다. 연락은 잘 받았습니다.”

자리에 앉자 옆쪽으로 연기금 운용본부장이 손을 내밀었다.

“높으신 분이 제 옆자리였다니, 잘 부탁합니다.”

“부탁할 게 무어 있습니까. 기업에 도움이 되는 분을 앉히는 게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그렇지요. 조만간 식사를 대접하겠습니다.”

“하하, 기다리겠습니다.”

-주주총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소개가 끝나고 단상으로 시선을 향하자, 사회자가 주주총회 시작을 알렸다.

“최근 불미스러운 일로 구속된 최현식 회장과 최진구 대표 외 사람들은 기업에 부실을 가져왔습니다.”

사회자는 끝에 ‘님’자를 생략했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사회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사들.

쟁쟁한 권력층들이 모였기에 예를 갖춘 모습이다.

“하여 이번 회장직 교체를 위하여 여러분들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사회자의 목소리에 어떤 기대감이 실려 있다 느끼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정면으로 주시하던 시선을 곁눈질로 주변을 살폈다.

‘저기는 최 회장의 라인인가 보군. 표정이 꽤나 어두워.’

최 회장의 라인이란 뜻은 최 대표의 라인과도 같다는 뜻.

회장의 자리가 바뀌면 많은 사람들이 정리되고 새로이 자리를 차지하게 될 터다.

반면.

‘우리 쪽은 아주 평화롭네. 승기를 확실히 잡았다는 뜻이겠지.’

이쪽은 고요함 속에 웃음기를 머금고 있었다.

“최진영 부사장을 다음 대 회장으로 추대하는 데 찬성하시는 분 손을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됐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조용히 지켜봤다.

“3.8% 최진영 부사장을 찬성합니다.”

“1.5% 최진영 부사장을 찬성합니다.”

“3.2% 찬성합니다.”

주주총회가 시작되고 최진영 부사장에게 붙은 사람들이 줄지어 일어나 찬성표를 던졌다.

이제 그가 가진 지분은 30%가 넘어섰다.

“4.8% 찬성합니다.”

옆에 자리한 연기금 운용본부장이 손을 들었다.

단숨에 35%가 넘어갔다.

“KJ그룹 7.5% 찬성합니다.”

혹시 몰라 이틀간 JK그룹의 지분을 0.5% 더 확보했다.

변수를 만드는 건 내 취미가 아니기에, 확실하게 지분을 끌어왔다.

“이로써 지분이 48.2%인가?”

숫자는 계속 불어 2%의 벽을 남겨두고 있었다.

이 숫자만 완성이 되면 JK그룹의 다음 대 회장은 최진영 부사장이 된다.

“0.3%!”

“0.6%!”

차곡차곡 쌓여가는 숫자들의 향연.

이제 49.1%.

꿀꺽.

누군가의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49.5%.

49.81%

49.92%

“......”

“......”

모두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있을 때.

“육성 2%.”

“엔지 1%.”

그때 육성과 엔지그룹에서 각각 2%와 1%의 찬성표를 던졌다.

“찬성 52.92%로...”

결국, 다음 대 회장은 최진영 부사장으로 결정됐다.

최진영 부사장의 라인에서 환호 소리가 들려왔다.

어둠과 빛이 공존한 강당은 환희와 절망으로 물들었다.

“저 먼저 가겠습니다.”

모든 결과를 확인하고, 나는 강당을 벗어났다.

-JK그룹 회장으로 최진영 부사장 추대!

-KJ그룹 JK그룹 휴대폰 대리점 인수 결정. KJ유통은 앞으로 대한민국 시장의 휴대폰 대리점을 독점 공급을 하게 되었다. 대리점이 아닌, 본사 직영으로 받아들여 대리점으로 들어가던 인센티브를 없애고 영업 수당으로 바꿔 핸드폰 가격을 낮추겠다 밝혔다.

다음 날 아침 경제신문 일면에 JK그룹의 소식과 KJ그룹의 소식이 메인에 달렸다.

“저희 요금제는 미성년자 요금제를 2만 원 미만으로 한도를 걸어 운영하게 되고, 성인 요금제는 5만 원을 넘지 않을 겁니다. 핸드폰 구입 시 원하는 요금제를 선택하여 사용하시면 되시고, 핸드폰 구입 시 10% 포인트를 적립해 추후 현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나는 해당 소식을 접하고 즉시 KJ그룹의 뜻을 전했다.

그동안 문제가 되어 온 핸드폰 요금제와 기기값을 낮춰 판매하겠다 발표를 하였다.

***

2003년 8월.

여름 휴가철이 찾아왔다.

직장인들은 도심을 벗어나 모두 자연으로 떠났다.

산과 바다가 있는 곳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향했다.

풍덩─

사람들은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여자, 남자 가릴 거 없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잠수했다.

“여기 기름유출 사고로 망한 곳인데, 굳이 여기까지 와서 잠수를 한다고. 필리핀이나 발리로 가자니까.”

모두가 뛰어든 바닷속을 바라보며 남자를 구시렁거렸다. 90년대 초중반 기름유출 사고로 큰 이슈를 낳았던 이곳을 꼭 와야 한다며 등 떠밀려 온 것에 대해 남자는 크게 불만스러웠다.

어렵사리 시간을 맞춰 온 여행지가 오염된 바다에, 심지어 이곳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하였다.

얼굴에 달라붙게 될 기름 덩어리를 생각하니 끔찍했지만.

어쩌랴, 소수는 다수를 이기지 못했다.

풍덩─

불만으로 가득하던 남자도 힘겹게 바닷속으로 몸을 던졌다.

산소통을 짊어지고 바닷속 깊이 내려갔다.

‘거봐 내 저럴 줄 알았지.’

오리발을 이용해 아래로 내려가는 때, 저 아래쪽에 먼저 내려간 일행이 멈춰 선 게 보였다.

남자는 그것 보라는 듯, 씁쓸히 웃고는 일행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응...?!’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기름으로 오염이 되었을 거라 생각했던 곳이 생각과 다른 환경을 조성하고 있었다.

‘이럴 수가... 말도 안 돼... 어떻게?!’

남자의 얼굴에 놀라움이 떠올랐다. 시야로 비치는 곳에 기름유출로 죽어버린 걸로 알려진 산호초들이 빛을 뿌리며 춤을 추고 있었다.

남자는 그제야 일행들이 왜 저리 멍하니 있는지,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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