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재벌 강림하다-136화 (136/145)

136화

#엔지그룹 인수합병

“엔지카드를? 엔지카드를 노리고 있었단 말인가? 자네.”

꽤 놀란 표정이시다.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모를 일.

엔지카드를 KJ에서 흡수하게 되면 국내시장 점유율은 단숨에 1위로 올라서게 된다.

카드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니, 오해를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KJ그룹은 카드 시장에 관심이 없다’로...

“네.”

하지만, 난 카드 시장에 욕심이 없는 게 아니라,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때는 지금 찾아왔다.

“너무 욕심을 부리는 게 아닌가? 지금 KJ가 국내에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라 생각하는가? 가전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KJ가 시장을 반독점을 하고 있는 상황이야. 그런데 카드까지 먹겠다니... 육성에 남는 게 대체 무엇인가?”

KJ가 설립되고 나서 국내기업 ‘1’에서 ‘2’위를 다투던 두 기업의 시장점유율은 크게 줄어들었다.

기업의 가치 또한 크게 폭락한 상태.

그런 상황 속에 이러한 부탁은 장인어른에게 있어 그리 좋은 선택지는 아닐 터다.

‘그래도 KJ가 가져가는 게 옳아. 독점시장은 누가 운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

기업들은 실적을 쫓다 원가절감이란 사유를 달아 이것저것 부품을 빼내어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하지만, 금액은 그대로.

이익률은 최소로 잡고 품질은 최대한 끌어내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것이 KJ그룹의 방식이다.

즉,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고품질의 제품과 상품,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 시장구조는 반대되는 입장. 돌아가는 경제 사정만 봐도 알 수 있지.’

“주가입니다.”

“주가?”

“네, KJ의 상승은 육성의 상승장을 의미하니까요. 또한, 도움을 주신다면 KJ카드 지분을 5% 정도 드리겠습니다.”

최고의 딜이라 할 수 있었다.

“KJ카드는 유가증권 시장에 입성하게 될 겁니다. 장인어른께는 저렴한 금액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습니다. KJ그룹에 대한 투자자들의 충성도와 미래가치를 따져보면 큰 차익을 실현하실 수 있을 겁니다.”

자신할 수 있었다. 죽어라 상승하진 않겠지만, IPO 즉시 크게 성장하리라고.

“음...”

“형님 승계를 생각하면 가장 좋은 선택이리라 봅니다. 부족한 현금을 충당하실 수 있을 겁니다. 아직 인수 전이고, 엔지카드를 인수하기 위한 투자유치라 명분을 내세워 투자를 받게 된다면 어떨까요? 엔지카드 인수 후 유가증권에 공개를 하게 된다면?”

“정말이지 내가 못 당하겠어. 허허.”

육성에는 아주 좋은 상황이다.

어떤 불법도 없다. 합법적인 루트를 거쳐 부족한 자금을 차익 실현을 통해 구하게 되는 꼴.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어디에 있을까?

“마음에 드십니까?”

최근 카드 대란과 대출문제로 KJ그룹은 막대한 자금을 푼 상황.

그러한 이유로 외부자금을 끌어썼다 하면, 의심은 들겠지만 충분한 이유가 되었기에 받아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회계도 불법, 비리 없이 완벽하고 깨끗한 상황에 그들이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없겠지.

“괜찮은 생각일세. 그렇다면 이제 중요한 건, 가격이겠군.”

“1주당 35000원으로 책정해 봤습니다. 결코 나쁘지 않을 겁니다.”

현재 카드 점유율은 거의 끝자락인 상태.

그간 영업도 잘 하지 않아, 실적도 좋지 못하다.

이 정도가 적당하다 여겼다.

“허... 정말 그렇게 받을 생각인 겐가?”

KJ 정도면 미래가치를 따져봐도 지금의 가치보다 압도적일 터.

하지만, 그런 가치를 싹 빼고 현실적인 부분만 따졌다.

장인이 놀라는 것도 당연한 상황.

“네. 엔지카드를 편안하게 가져올 정도면 이 정도가 딱일 겁니다. 하지만, 엔지카드를 가져오고 앞으로 경영방식을 바꾸면 몇 배는 오르리라 봅니다.”

베어링스의 뿌리는 영국에 있다.

영국민들과 유럽의 지지를 받고 있는 상태.

거기다 미국에 영업망도 확보한 상황이라 앞으로 벌어질 일들까지 생각을 해보자면 주당 20만 원 정도를 내다본다.

“큼...”

“어떻습니까?”

“좋네. 그 정도면 이쪽에서 받아들여야 맞겠지. 재진이에게 말해 놓겠네.”

“감사합니다. 장인어른.”

“고마운 건 날세. 머리 아픈 일들을 자네가 해결해 주니, 고맙지 않을 수 있나. 잘 부탁함세.”

엔지카드의 방향이 꺾였다.

이번 인수전에 육성의 지지를 받게 됐다.

***

엔지카드 본사 빌딩.

“KJ그룹 베어링스 은행에서 국민들에게 지원을 약속한 상황입니다. 시간만 들이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습니다.”

하나, 엔지카드는 용납하지 않았다. 힘겹게 일군 기업을 한순간에 날리게 생겼다.

KJ에서 지원을 약속한 이때, 채무를 80%를 갚으라고? 그것도 일시에.

이런 억지도 없었다.

“미안한 일이지만, 베어링스에서 연락이 왔었습니다. 엔지카드에 대한 지원은 자금이 너무 커 고민할 문제라 하더군요. 엔지카드는 후순위로 밀려났습니다.”

산업은행 채권단은 엔지카드 대표의 말을 일축했다.

“그게 뭔 헛소립니까? 우리가 밀리다니.”

“KJ에서 엔지카드 인수 의사를 밝혔습니다.”

“뭐라고요?!”

엔지카드 대표는 화들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인지에 대해 묻는 것이다.

“엔지카드의 부실을 더는 보기 힘들어 우리 입장에서도 KJ에 넘기는 걸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KJ에서는 모든 채무를 일시에 상환하겠다는 약속도 받았습니다. 반면 엔지카드는 채무를 80%가 아니라 70%도 갚지 못하는 상황 아닙니까? 당연 우리의 입장에서는 엔지카드보다 KJ가 낫지요.”

“그렇다고 이를 멋대로 정하는 법이 어딨습니까?!”

엔지카드 대표가 참지 못하고 목에 힘을 줬다.

붉어진 얼굴 위로 분노가 자리했다.

“미안하게 됐습니다. 더는 할 말이 없는 걸로 간주하고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뭐라고 더 말하려던 중년인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더 말해봐야 서로에게 좋지 않겠다는 판단에 내린 결정이었다.

“으으...”

엔지카드 대표는 그대로 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화를 퍼부으려 하였지만, 그러지 못했다.

“회장님, 이혁섭입니다.”

이혁섭 카드 대표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엔지그룹 회장 최현식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대통령 선거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며칠조차 남지 않은 상황에 정부에서 공식적 발표가 있었다.

-외환카드가 외환은행으로 합병이 되는 한편, 육성카드는 육성생명으로부터 5조 원의 금융지원을 받아 부도를 막았습니다.

카드사들이 그룹 내 관련 계열사의 자금지원을 받아 부도를 막는가 하면, 사업부를 흡수하는 방향으로 부도를 막았다.

하지만.

-업계 1위인 엔지카드는 그룹 지원만으로 회생이 어려운 상황에 놓였습니다. 정부의 지원을 약속받지 못한 상황에, 엔지카드에 미래의 추가부실 80%까지 책임지라 정부와 채권단이...

엔지카드는 높은 채무로 인하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위기에 빠졌다.

“당신들 벙어리야? 입이 있으면 말을 해봐!”

핸드폰 사업은 압도적 기술의 차이로 어쩔 수 없다 치자. 한데, 카드는 아니었다.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영업만 잘하면 되는 일.

“이건 KJ에서 벌인 계획적 기획입니다. 우리카드를 인수하기 전까지 절대 지원을 하지 않을 겁니다.”

어렵사리 입을 연 이는 권오권 대표이다.

최근 핸드폰 문제로 E육성에 방문했던 인물.

일이 참 공교롭게 돌아갔다.

“그럼 이를 넋 놓고 있으라, 이 말이냐!”

권혁수는 아들이자 그룹의 대표인 권오권의 말에 성을 냈다.

얼마 전 일은 나쁘지 않게 해결했다 하지만, 일껏 키워놓은 기업을 하나둘 빼앗기니 너무도 억울하고 화가 났다.

재주는 자신이 부리고 실속은 KJ와 육성이 가져가는 상황.

덕분에 엔지그룹의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좌향기성.

가만히 앉아서 남이 애써서 이룬 성과를 누리는 꼴이다.

“엔지카드를 살리려면 계열사를 매각하거나, 대거 지분을 정리해야 합니다.”

“그만!”

원하는 답은 나오지 않고, 원하지 않는 대답이 들려온다.

“내 직접 김 회장을 만나보지. 당장, 그쪽에 연락해 시간을 정하여 내게 보고해.”

더는 참지 못한 권혁수 회장은 권오권 대표에게 일러 KJ그룹 김정수 회장과 약속을 잡으라 지시했다.

답이 나오지 않으니, 이제 방법은 당사자를 직접 만나 단판을 짓는 방법 외에 다른 대안이 없었다.

***

베어링스 은행 한국지사가 자리한 KJ그룹 본사.

“엔지카드는 어떨 거 같은가요?”

“산업은행 채권단에서 말하길 엔지그룹 측에서 기업을 쉽게 던지진 않을 것 같아 보인다 합니다.”

채무도 많은 기업이, 뭔 자신감으로 그럴까?

“계속 쪼아 보세요. 계속 버티면 부도라도 내는 수밖에 없겠죠.”

어쩔 수 없는 거다.

대안도 내놓지 않고 버티는 기업은 망하는 게 맞으리라.

“그리고 회장님.”

베어링스 은행 고금석 한국지사장이 입을 열었다.

“말하세요.”

“이번에 하신 발언으로 고객들의 문의가 폭주하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진행이 되는지, 알려달라 하는데 어떻게 하는 게 좋겠습니까?”

발표만 했지 아직 밑으로 지시가 내려가지 않은 상황.

그렇기에 베어링스 은행은 제대로 된 답을 해주지 못한 채 혼란을 겪고 있는 걸로 보였다.

‘이제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게 좋겠지.’

엔지그룹을 인수하는 동시에 동시다발적으로 일을 진행하려 하였는데, 역시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카드사별로 순위를 나누겠습니다. 육성카드부터 해결하고 그 뒤로 외환, 국민 순으로 진행하세요. 엔지는 제 허락이 있을 때까지 보류입니다.”

“그렇게 하면 여기저기서 반발이 있지 않겠습니까?”

“최대한 시간을 끄세요. 어차피 모든 국민들에게 일시에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우리 측에서도 돈을 한 번에 푸는 것도 무리고. 그러니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시간을 끄세요.”

어차피 두어 달 정도 기간을 잡고 진행하는 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나아가기로 하였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지시대로 하겠습니다.”

굵직한 방향을 제시했으니, 더는 업무적으로 꼬이는 일은 없을 터다.

“네. 시작일은 다음 주 월요일부터 진행하는 게 좋을 거 같으니, 그리 아시고 문제없이 일을 처리하세요.”

“네.”

이 정도면 됐겠지.

“회의를 마치죠. 더 하실 이야기들 있으면 남아서 하셔도 됩니다. 저부터 나가보도록 하겠습니다.”

회의를 끝내고 밖으로 나왔다.

“회장님. 엔지그룹 권혁수 회장으로부터 연락이 있었습니다. 금일 뵈었으면 한다는데, 어떻게 할까요.”

밖으로 나오니 대기하고 있던 이 사장으로부터 권혁수 회장의 만남 요청이 들려왔다.

“결국 그분이 나서려나 보네요.”

“어쩔 수 없지 않겠습니까. 완전히 코너로 밀렸으니, 권 회장이 아닌 이상 결정할 사람이 없을 겁니다.”

“그도 그렇네요. 연장자께서 뵙자 하니, 뵙는 게 예의겠죠. 그쪽과 시간을 맞춰보세요. 우리가 움직이는 걸로 하고.”

하나의 일이 끝나면 하나의 일이 생기는 멈추지 않고 반복되는 뫼비우스 현상.

과연, 그쪽에서 어떻게 나올지 무척 기대가 되는 이유는 왜 그럴까?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걸친 채, 유유히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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