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재벌 강림하다-134화 (134/145)

134화

#카드 대란

“오랜만입니다.”

1시간 반 정도 걸려 청와대에 도착했다.

서울에 차가 왜 이리 많은지, 인프라를 더욱 분산할 필요성을 느꼈다.

서울의 인구 절반을 인기 없는 지역으로 분산하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거 같은데.

상황이야 어찌 되었든, 힘겹게 찾아와 황비선 대통령을 만날 수 있었다.

“오는 데 고생 많았습니다. 앉으시죠.”

이제는 떨어지는 낙엽 신세가 된 황비선 대통령.

말년병장의 끝물을 맛보던 중 비상이 걸린 신세.

KJ의 손을 들어주면서 평판이 좋아진 입지적인 대통령의 모습이 말이 아니다.

“한데, 왜 저를 보자 하셨는지요? 전화로 자세한 이야기는 해주지 않아 걱정이 되더군요. 혹시, 좋지 않은 일에라도 엮이셨는지요?”

대충 예상이 가지만, 짐짓 모른 척 시치미를 뚝 떼고 부른 이유에 대해서 물었다.

“휴, 이거 어디부터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도 일이 생각 이상으로 꼬여서 말이죠.”

“음...”

마지막 시점이 되니 무척 조심스러운 모양이다.

있는 말 없는 말을 다 하던 모습은 어디 가고, 약한 초식동물로 변해 있었다.

“부담 없이 말씀 주셔야 저도 부담 없이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약점 같은 건 잡지 않겠으니, 그냥 말하란 의미였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 들을진 모르지만.

처음이야 모르지만, 중반부에 이르러서 많은 것들을 기획하고 한팀이 되어 일을 처리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믿음이 가는 우군이 아닐까?

“좋습니다. 정부에서 진행한 내수정책으로 인해 발생한 카드 대란으로 금융위기가 목전에 온 상태입니다. 외환위기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놓여 이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할지 몰라, 고민 끝에 회장님과의 독대를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양반이다. 97년 당시 정권은 무엇이 경제를 갉아 먹는지도 모른 채, GDP 1만 달러를 위하여 고정환율제를 고집하였는데, 황 대통령은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발 빠르게 도움을 요청하였으니.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여겼다.

“제가 보기에 회장님은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미리 알고 사전부터 대비해 놓고 계신 걸로 압니다.”

베어링스 은행에 대해 제법 조사를 하였나 보다.

“솔직히 맞습니다. 규제와 한도가 해제되면 사람의 소비심리는 크게 증폭합니다. 울타리 안에서 똥을 잘 가리던 강아지가 처음으로 밖으로 나오면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똥을 싸지르죠. 사람들에게 있어 한도 풀린 카드는 아무 데나 똥을 싸기에 딱 좋은 환경을 만들어줬습니다.”

적응하며 돈을 관리하는 금융관리 프로그램이 있었던 거도 아니다.

그냥 단순하게 경제가 좋지 않으니, 부동산과 대출 규제를 풀어 국민들의 소비 활동을 이끌어 내겠다는 계획 자체가 무리였던 것이다.

결국, 예정대로 부동산은 말도 안 되게 오르고 있는 실정, KJ그룹에서 그러한 발표를 했음에도 있는 자들과 가진 자들이 무작위로 매수를 하며 거품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역시... 그렇군요. 이거 이야기를 듣고 보니 우리가 너무 서둘러 결정을 내렸던 거 같습니다.”

“어떻게 들리실지 모르지만, 그렇게 생각합니다. 금융에 대한 교육을 확실히 하고 그 이후에 여러 금융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면 지금과 같은 일은 크게 벌어지지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또한 부동산을 이용하는 대출 규제 부분 첫 주택자에 한해서만 풀고, 2주택자 이상부터 단단히 규제를 했다면 지금과 같은 부동산 거품도 없었겠지요.”

“음, 그렇게 되면 부동산 경제가 무너지지 않겠습니까? 그도 아니면 전세가 더욱 오르리라 보는데.”

“부동산 매매가가 터무니없이 오르지 않게 하는 게 포인트입니다.”

“김 회장님은 타인들과 생각하는 부분이 많이 다른 거 같습니다.”

“그런 사람이 있기에 경제가 움직이는 거지요.”

같은 교육, 같은 상식을 가지고선 기업은 발전하지 못한다.

그 안에 새로운 생각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섞여야 기업에 새로움이 생겨난다.

“음...”

“대통령님, 당장 모든 걸 고칠 생각을 할 필요는 없다 봅니다. 일단 하나를 실행하고 다음 문제는 천천히 풀어나가면 되리라 봅니다.”

하나를 가져가게 되면 하나는 포기를 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처방안을 꺼내면 될 일.

“정 전세 시장이 불안하시다면, 빌라 단지를 늘리는 한편, 다주택 보유자 중 대출빈도가 높은 건물주들을 대거 정리하고 계약서에 필수 조항으로 전세보증금 반환을 못 할 시 세입자에게 들어간다와 같은 계약서를 규격화한다면 피해자를 막을 수 있으리라 봅니다.”

현 사회에서 가장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는 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고 도망치는 건물주들이다. 그로 인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세입자에게 돌아간다.

은행의 지분도 지분이지만, 은행에서 일정 개월 수까지 세입자에게 편의를 봐주고, 세입자들이 대출 일부를 할인하여 넘겨받아 집을 얻는다면, 은행 입장에서도 세입자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으리라 봤다.

“음...”

내 이야기를 전부 들은 대통령은 고심에 빠졌다.

“베어링스 은행에 그러한 주택들이 꽤 됩니다. 불안하시다면 KJ에서 시범 시행을 해보겠습니다. 부동산 계약서 부분만 건드려주신다면, KJ에서 직접 움직여 보겠습니다.”

안 되면 되게 하라.

해서 실패하면 좋은 경험을 한 것이고, 성공을 한다면 대한민국에 새로운 주택 문화가 자리를 잡게 되고 그런 사기꾼들은 사라지게 될 터다.

“건물주들은 대출의 8~90%를 갚지 못하면 파산 신청을 못 하도록 만들어 주세요.”

이것도 충분히 가능하리라 본다. 세입자들의 돈을 싹 끌어다 쓰고, 도망친 건물주가 잘사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현실성이 있고 없고는 해보지 않고는 모른다.

“그렇다면 카드채로 부도 위기에 직면한 기업들은 어떻게 하는 게 좋겠습니까?”

신용카드사들은 유동성 자산이 부족해, 고객들에게 결제받을 자산을 담보로 카드채를 발행하여 단기로 자금을 끌어와 영업을 한다.

한데, 이런 카드사들에 문제가 생겼으니.

신용불량자가 늘면서 고객들에게 채무를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기 시작했다.

결국 이는 기업의 부실화를 의미했고 카드채 이자를 상환하지 못한다면 부도로 이어질 확률이 상당히 컸다.

“몇 군데는 지분을 대가로 베어링스 은행에서 투자를 해주겠습니다. 또한 일부 은행들을 KJ가 받아들인다면 지금의 문제는 빠르게 안정화 될 겁니다.”

남들이 다른 곳에 눈을 돌릴 때, 베어링스 은행은 꾸준히 자금을 늘려왔다.

물론, 미국을 겨냥해 늘려온 자금이지만.

지금 시점에 써도 크게 상관은 없었다.

“허,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제 입장에서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오?”

“국가 차원에서 KJ에 50%를 지원을 해주셨음 합니다. 그렇게 해주신다면 KJ에서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무상으로 교육해 줌과 동시에 투자관리를 약속하겠습니다.”

이 정도만 하더라도 할 만큼 했고,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자선과 경영은 전혀 다르다.

KJ가 기업들의 호구가 되는 일은 피하는 게 좋다.

“그러리다.”

“감사합니다.”

이로써 국가의 협력을 얻어냈다.

이건 절대 불법적인 거래가 아니다. 정부에서 밀어준 것도 아니고.

“식사는 이번 일이 다 끝나고 하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청와대를 떠나 베어링스 은행 한국지점으로 향했다.

“1시간 뒤 모두 회의실로 모이라 하세요.”

철컹. 턱.

“일어서지 말고 앉으세요.”

10분 정도 늦게 회의실에 도착한 상황.

베어링스 한국지사 임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손으로 제지했다.

“회의는 길게 잡지 않을 겁니다. 지시만 내리고 가겠습니다.”

모두 입을 다물고 조용히 듣고 있는 모습을 살펴봤다. 무척 마음이 든든했다.

어디 가서도 절대 빠지지 않는 실력을 갖춘 정예직원들.

이제 이들은 내 지시에 따라 움직여 KJ그룹의 덩치를 더욱 크게 살찌워 줄 것이다.

“먼저 정부에서 부동산과 금융에 관련하여 어떤 발표가 있을 겁니다. 정부에서 발표하기 전까지 최대한 빠르게 서류를 꾸려 움직이시라 말씀을 드리며, 지시를 내리겠습니다.”

청와대에서 나누었던 일부 내용을 임원진들에게 공개하며,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방향성을 제시하며 지시를 내렸다.

“...이상 여기까지가 여러분이 해주셔야 할 일들입니다.”

회의는 들어오고 난 시점으로 15분 내 끝냈다.

정확히 할 말만 하고 지시만 내리고 베어링스 한국지사 회의장을 벗어났다.

***

-긴급속보입니다. 금일 JK글로벌의 분식회계 정황이 확인되어 검찰은 긴급압수수색에 들어갔습니다. 추정치는 약 2조 원 상당으로...

“아주 지랄을 했네. 지랄을.”

우리나라 대표 재벌그룹에 속하는 JK에서 계열사의 생명을 담보로 걸고 무분별한 분식회계를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검찰은 KJ그룹 최현식 회장과 김동석 본부장 등 2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혐의로 구속 기소했습니다.

2001년도부터 시작된 은행명의 채무 잔액 증명서를 위조해 1조 원이 넘어가는 은행 채무를 없는 것처럼 처리하는 등의 전형적인 방식으로 분식회계를 나섰다.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이 시국에 JK가 큰 거 하나 터트려 주시네.”

카드 대란에 부동산 버블로 한창인 지금 JK가 아주 큰 거 한 방을 갈겨버렸다.

“증시가 500 초반. 아주 좋네.”

이번 사건으로 국내 은행들 대부분이 폭락하면서 종합주가지수가 500 초반을 기록했다.

재벌 기업이라는 작자들이 남의 돈을 불법으로 가져다 쓰려는 행위라.

무척 쪽팔리는 일이다.

재벌그룹의 가오가 있지.

“저딴 곳은 망해야 국가 경제가 좋아지고 살기 좋은 곳으로 변하지.”

에잉, 쯧쯧.

TV에 등장하는 노인들을 보니 인상이 와락 찌푸려졌다. 저런 것도 재벌이라고.

“접니다. JK와 모든 거래를 끊으세요. 사유는 비리가 많은 더러운 기업과는 믿을 수 없어 거래를 하지 못한다 이르세요.”

수화기를 들어 비서팀에 알렸다.

앞으로 JK로 납품이 되는 품목과 납품을 받는 모든 품목들의 거래를 끊기로 하였다.

JK에서 공급을 받거나, 공급을 하는 제품과 원자재가 없다 하여 일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다음 소식입니다. 임기 만료가 코앞으로 다가온 황선비 대통령이 카드 대란으로 발생한 금융위기에 대해 대안을 발표하였습니다. 부동산에 대한...

기다리던 소식이 전국으로 전파됐다. 청와대는 부동산에 대한 대출 규제를 발표를 하는 동시에, 첫 주택자와 신혼에 대한 규제를 풀겠다 밝혔다.

주택 전세계약서는 국가에서 만든 계약서를 공통으로 사용하기로 하였고, 특약이 있을 시 신고할 것을 당부했다.

그리고.

-“카드사와 은행사를 하나로 묶어 운영하길 권고하며, 엔지카드는 전체 채무의 80% 이상을...”

KJ에서 노리고 있던 카드사 한 곳을 지목해 모든 채무의 80%를 책임질 것을 알렸다.

“그럼, 이제 움직일 차례인가? 이 실장님. 기자들은 준비됐나요?”

-네, 준비됐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기자들이 대기해 있는 곳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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