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재벌 강림하다-131화 (131/145)

131화

#배터리 사업

“이걸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지금 스마트폰인가 뭐시기 때문에 정말 우리 사업이 죽게 생겼습니다.”

KJ그룹과 육성그룹의 파트너십 이후 발 빠르게 움직여 기술을 따라가려 발버둥을 쳐봤지만, 그저 발버둥에 지나지 않았다.

-육성그룹과의 계약 당시 3년 이후부터 거래를 트기로 하였습니다.

KJ그룹의 이 한마디는 핸드폰 사업을 하는 모든 기업에 절망을 안겨주었다.

기업에 있어 3년은 무척 긴 시간이었다. 하루만 지나도 기술의 간격은 엄청 벌어지는 곳이 이쪽 개통이다.

“정치권에 이를 말하면 안 되겠습니까? 이건 독점위반 아닙니까?”

“뭐가 독점입니까? 버젓이 사업을 하고 있고, 이제 시장에 진출한 사업인데. 그리고 현 정부가 어디를 잡아주고 있는지 벌써 잊으셨습니까?”

“......”

순간 말문이 막혔다.

2003년 3월까지 무슨 수로 버틸까?

“아무래도 우리도 핸드폰 사업에서 전면 철수를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조금은 젊은 남자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상석에 있는 NG그룹 회장의 자리와 가까운 것으로 보아 이들 중 꽤 높은 자리에 있는 인물로 보였다.

“다른 방도는 없더냐?”

축 처진 분위기 속에 회장의 입술 떼어졌다.

엔지그룹 회장은 쉽사리 사업 철수를 받아들이지 못하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지게 될 겁니다. 기술의 격차를 좁히는 건 무리에 가깝습니다. 그런 상황에 압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KJ그룹과 거기서 내건 특허들로 인해 우리의 모든 길을 차단당했습니다.”

애플마저 대부분의 기술들을 KJ그룹에 의지해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웃긴 건 시간이 지날수록 기술의 격차는 10년 단위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

더 들고 있어 봤자, 남는 건 적자로 전환된 사업장만이 덩그러니 남게 될 터다.

“권 대표는 매각이 답이다 이건가?”

“그렇습니다. 대신 육성과 충분한 합의점은 이끌어 낼 수 있으리라 봅니다.”

“합의점?”

“그렇습니다. 핸드폰 시장에서 철수하는 대신 부품을 가져와 저희가 생산을 한다면 손실을 메꾸고 보다 안정된 기업으로 체질을 개선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음...”

핸드폰 시장을 육성에 내어주고 부품사업을 가져온다?

나쁘지 않은 계획이었다.

“자신은 있고?”

고민하던 권혁수 엔지그룹 회장은 권오권 대표에게 시선을 가져가 지그시 바라봤다.

“맡겨주시면 꼭 성공하겠습니다.”

권오권은 자신감을 내비쳤다. 엔지그룹 다음 대 회장으로 거론이 되고 있는 만큼, 확실한 실력을 보이겠다는 의지가 그의 눈빛에 서렸다.

엔지그룹의 다시 없을 배팅이 시작된 시점이다.

***

-2002년의 축복 속에 찾아온 소중한 새싹을 위해 KJ그룹이 나섰습니다. 우리 아이에게 부모의 따스함을 전해주세요. KJ보험.

2002년의 이벤트를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이 활발한 이때, KJ그룹에서 공격적 마케팅에 나섰다.

2002년에 태어난 아이들을 기준으로 특별한 보험 상품을 공개했다.

-해당 상품은 2002년에 태어난 아이들을 기준 가입이 가능한 보험임을 확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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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들어올 때 확실하게 시장을 잡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2002년생들 복 터졌네. 이 정도면 아이를 하나 더 낳아도 되겠어.”

“월 납입금이 5만 원인데, 부담되지 않아?”

“5만 원에 저 정도면 남는 장사지. 우리 같은 서민들이 저거 다 부담하려 해봐. 우리가 19살까지 내주고 나머지는 지들이 알아서 내라고 하면 그만이지. 5만 원씩 20년을 모아봐. 천 이백이야.”

“음.”

“요즘 은행이자도 줄어드는 판국에 이 정도면 날로 먹는 거지.”

“그런가.”

“선택은 본인의 몫이니까, 난 들어야겠네.”

사람들의 반응은 엇갈렸지만, 대체로 해당 보험 상품을 가입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러던 때. 정치권에서는 다른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외환위기의 경험 때문인지, 민간소비가 많이 위축됐습니다.”

외환위기를 김정수 회장의 도움으로 슬기롭게 헤쳐나갔다 하지만, 짧게나마 경험한 위기감은 사람들 뇌리에 강하게 박혔다.

“정말 걱정입니다. 그것도 그거고, 요즘 미국경기가 좋지 못해 국내경기도 급격히 하락 중입니다.”

“미국 수출 비중이 큰 우리로서 매우 위험한 상황입니다.”

2000년에 들어서 경기가 내리막을 향해 가고 있는 미국, 그로 인해 국내기업들은 상당한 타격을 받은 상황이다.

“이 두 가지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외수가 아닌 내수부양정책을 펼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해외 수출 시장의 악화는 한국에 있어 큰 악재,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내수시장을 키울 걸 주문했다.

“역시 부동산밖에 없겠군요.”

“맞습니다. 부동산 규제를 부분적으로 풀어 건설 경기를 키우고 부동산 매매가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을 성싶습니다.”

“나도 같은 생각이오. 혹, 이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이 계십니까? 계신다면 손을 드시고 반대의견을 말해 주세요.”

상석에 자리한 중년인은 주변을 쓱 둘러봤다. 어느 정도 정리된 이야기에 반대표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함이다.

“......”

“......”

3분 정도 기다렸으나, 들려오는 말은 없었다. 모두가 동의를 한다는 의미였다.

“지금의 안건을 추진하도록 하겠습니다. 회의를 마칩니다.”

***

XX금융.

“정부에서 내수시장을 살리기 위한 규제 완화에 들어간다 합니다. 신용카드 발급과 부동산 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라는 지시가 위에서 떨어졌습니다.”

정치권에서 벌인 결과는 금융권으로 이어졌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상황.

감독원은 이번 일을 적극 활용해 대출량과 카드발급량을 늘릴 것을 각 금융사에 전파했다.

“모두 들었지. 무슨 일이 있어도 카드 점유율을 높여. 절대 뺏기면 안 돼. 알았음 빨리 움직여!”

이와 같은 결정은 각 금융기업의 경쟁에 불을 지폈다. 금융회사는 발 빠르게 움직여 카드를 찍어내 사람들에게 전달했다.

그중에는 무직자도 포함되어, 카드를 무작위로 뿌렸다.

***

“회장님의 예견대로 규제가 풀리면서 카드사들의 영업이 활발해졌습니다.”

때가 도래했다.

결국, 정부에서 카드대란의 방아쇠를 당겨버렸다.

“우린 깊이 관여하지 마세요. 확실한 신용자에 한해서만 카드를 발급해 주시고, 한도는 당분간 일시적으로 줄이세요.”

지난 역사와 달리 다른 정권이 자리에 앉았는데, 큰 줄기는 역시 바뀌지 않았다.

KJ그룹을 중심으로 북한, 중국, 대만을 통한 건설 붐을 일으켰지만, 내수시장을 견인하기에 부족했던 모양이다.

‘하긴, 대기업이야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중소기업들이 문제지.’

현 정책이 꼭 틀렸다 말하기 힘들지만, 너무 허점이 많은 방법이었다.

능력도 없는 사람들에게 카드 한도까지 풀어 사용하도록 하는 현 시스템에 제동을 걸고 싶지만, 아무리 나라도 이건 무리다.

“그리한다면 고객들이 대거 이탈을 하게 될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대출이 까다롭다며 미국과 유럽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오는 상황에 한국까지 그러시면...”

“저랑 내기한 거 잊지 않으셨죠?”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너무 무리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싶습니다.”

이 실장은 겁이 많은 게 탈이다.

회사를 생각하는 건 좋지만, 조금은 심장이 커졌음 좋겠는데.

이 험난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려고 저러는지.

“정 걱정이 된다면 투자로 돌리시면 되지요. 정부에서 부동산에 대한 규제를 풀고 경기를 부양할 생각이라면 우리도 따라가 주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앞으로 우리는 부동산에 투자합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손실을 메꿀 수 있게 될 겁니다.”

정치권에서의 이번 선택은 시중 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려 거품을 유발시켜 시장에 불안감을 조성하게 될 터다.

이는 서민들에게 빚 부담으로도 돌아올 터이지만, 그 부분까지 신경 쓰기에는 할 게 너무 많았다.

“회장님 뜻이 그러시다면, 이쯤하고 계열사에 알려 회장님의 뜻을 전하겠습니다.”

“부탁드리죠.”

***

세상은 빠르게 바뀌어 갔다. 사람들 손에는 일반 폴더폰이 아닌 스마트폰이 손에 들려져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아가기 시작했다.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지나가는 남자의 얼굴 위로 씁쓸함이 묻어났다.

“어이없구나. 이렇게 엔지 핸드폰 사업이 죽게 될 줄이야.”

성인식을 불러 대세에 오른 박지윤을 이용해 카이코코를 출범하여 큰 인기를 누렸는데, 그건 아주 먼 과거가 되어버렸다.

컬러폰으로 넘어가면서 급격히 차이가 나기 시작한 핸드폰과 화면에 비치는 화질을 엔지전자의 기술로는 어떻게 따라잡을 수 없는 격차가 발생했다.

“허허...”

남자는 다름 아닌, 권오권 엔지그룹 대표.

권오권은 자신에게 떨어진 책임감을 들고 E육성 건물로 들어갔다.

***

E육성 빌딩.

“요즘 사업이 잘되어 가는 거 같아 보기 좋습니다. 형님.”

오랜만에 E육성을 방문해 형님을 만났다. KJ그룹 회장이 아닌, 윤희의 남편 된 입장에서 E육성을 방문했다.

“그게 다 동생 덕이 크지. 설마 스마트폰이 이렇게 크게 성공할 줄은 몰랐어.”

“저돕니다.”

솔직히 그렇다. 인터넷도 느려 사람들의 손길이 덜 타리라 봤는데, 생각 이상으로 반응이 매우 좋았다.

“고급화 상품 전략이 잘 들어먹은 거지. 최근에는 규제 완화로 카드가 대거 풀리면서 사람들의 씀씀이도 상당히 커졌어. 금융권에서 카드를 대거 풀고 있으니, 자연히 이쪽 매출도 크게 성장할 거 같고. 기대가 높아.”

“그거 잘됐네요. KJ는 이번에 부동산 투자에 나서려 합니다.”

“하여튼, 돈 냄새는 아주 잘 맡아.”

눈가를 찡그리는 모습에 시샘이 묻어났다.

“그건 형님도 그렇지요. 한데, 듣자니 엔지전자에서 핸드폰 사업을 철수하겠다는 소문이 있던데. 어떻게 하실 겁니다. 제가 볼 때 형님과 어떤 협상을 하려 하지 않을까 싶은데.”

아주 자연적 흐름. 앞으로 핸드폰은 애플과 육성이 서로 양분해 가져가게 될 터.

중국을 넘어 유럽으로 넘어간다면 매출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리라 보는 상황에 엔지전자의 사업 철수는 꽤 좋은 판단이라 봤다.

“그 작자가 내게? 그럴 일 없어.”

“사람 일은 모릅니다. 코너에 몰리면 구멍을 찾기 위해 발악을 하는 게 동물의 기본습성입니다. 이건 사람도 크게 다르지 않죠. 엔지그룹이 돌파구를 찾기 위해 형님과 만남을 가지리라 봅니다. 혹시 압니까? 당장 저기 문을 열고 권오권 대표라도 들어올...”

끼이익.

문이 열리며 비서가 들어와 대화 사이에 끼어든 순간, 진심으로 재진 형님과 황당한 표정으로 비서를 바라봤다.

“대표님, 권오권 엔지그룹 대표님이 방문하셨습니다.”

“......”

“......”

말없이 비서를 보다, 이윽고 재진 형님이 진지하게 물었다.

“너 신내림 받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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