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재벌 강림하다-130화 (130/145)

130화

#월드컵_스마트를 열다

와아아아─

저녁 시간, 한반도 전체가 함성 소리에 들썩였다.

서울광장을 시작으로 안산, 일산, 수원 등 모든 지역에 걸쳐 저녁을 뜨겁게 달궜다.

-대한민국 4강! 4강입니다. 우리의 태극전사가 해냈습니다. 저기 보이십니까? 우리의 자랑스러운 태극전사가 태극기를 흔들며 경기장을 돌고 있습니다.

모두 예상조차 하지 못한, 그저 바라기만 했을 뿐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대사건을 태극전사가 이뤄냈다.

-“저희 KJ그룹은 4강 진출 축하 이벤트를 열었습니다. 모든 기종을 16% 할인된 금액으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가전기기, 자동차 등 모든 제품에 대하여 16% 할인 행사를...”

KJ그룹은 전 계열사 걸쳐 월드컵 4강 마케팅을 펼쳤고, 이를 방송을 통해 대대적으로 알렸다.

“정말로 우리가 4강에 갈 줄 몰랐습니다. 이러다 결승까지 가서 우승을 하는 건 아닌지 하하하.”

이 실장이 오죽 좋은가 보다. 하루 종일 축구에 대한 이야기를 입에 달고 살더니, 끝내 퇴근하는 시간까지 저리 웃는다.

“아마, 우승은 힘들 겁니다. 열기가 식기 전에 이벤트로 준비한 모든 재고를 소진할 수 있도록 모두에게 전달해 주세요.”

좋은 성적을 거뒀으니, 국내는 당분간 월드컵 앓이에 빠져들 거다. 못한 건 숨기고 잘한 건 수시로 꺼내어 사용하는 현실적 상황을 봤을 때, 3개월 내 모든 이벤트 상품들을 소진할 필요가 있었다.

“이걸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할지... 정말로 미래가 보이십니까?”

요즘 이런 반응을 많이 보이는 이 실장이다.

“미래가 보이는 게 아니라 현실이 그래요. 준결승과 결승에서 만나게 될 팀들을 생각해 보세요. 4강이면 잘한 겁니다.”

독일을 뭔 수로 이기나. 브라질은 어떻게 이길 것인가?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우승하길 바라지만, 현실을 모른 척, 배제할 수 없다.

불가능과 가능은 분명하게, 냉정하게 받아들여 세상을 봐야 한다.

“듣고 보니 그렇군요. 그래도 전 회장님이 우리나라가 이길 거라 말씀하실 줄 알았는데, 조금 김샜습니다.”

“하하, 월드컵이 끝날 때까지 희망을 가져보는 것도 좋지요.”

“아닙니다. 회장님이 못한다 하는데, 우승할 리 없지요.”

저 눈빛, 마치 무당을 보는 눈빛이다.

“죄송하게 됐네요. 한데, 지시한 일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태광기계 건.”

잡다한 이야기를 끝내고, 태광기계에 대해 물었다. 얼마 전 내린 지시사항이 어디까지 진행이 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함이다.

“지금 태광기계에...”

이 실장의 보고를 들으며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쭉 기록해 나갔다.

승원이 형, 많이 컸네.

확실히 머리가 있는 사람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

***

“이게 다 뭔 일이야... 갑자기 이런 오다가...”

태광기계 영업부서.

이곳에 때아닌 소동이 벌어졌다.

“하 대리, 이거 정말 맞게 들어온 거 맞아?”

이혁수 영업부장은 갑자기 밀려든 오다에 어안이 벙벙했다.

창립 이후 그리고 입사 이래 지금과 같은 일은 처음이었다.

“2년간 총 300대 납품, 맞습니다. 모두 KJ그룹 계열사와 협력사에서 보내온 겁니다.”

“허, 허허. 왜?”

이걸 좋아해야 맞는 일인지 모를 일이다. 1년간 150대, 충분히 가능한 수량이다.

그리고 이건 태광기계가 1년간 따오는 실적의 5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 오다였다.

“오다는 더 들어 올 거 같은데, 음... 아무래도 생산팀에 이야기를 해 계획을 세워야 할 거 같습니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올해 뭐가 되려는 모양인가?”

영업부장은 얼떨떨한 눈으로 발주 리스트를 쭉 보다, 죄 없는 뒷덜미를 긁고 나갔다.

지금의 상황을 위에 보고하기 위함이다.

같은 시각...

부릉─

여러 대의 차량이 태광기계 정문을 지나 본관 앞에 당도했다.

차량에서 내려선 인물은.

“구색은 좀 갖춘 회사네.”

이호영 KJ그룹 비서실장이었다. 뒤를 따른 이들은 수행 요원으로 따라온 사람들.

지금 그의 위치를 말해주는 모습이기도 하였다.

“어이쿠, 높으신 분께서 이렇게 오시다니. 영광입니다. 태광기계 대표 홍수형입니다.”

이런 위치는 중소기업의 대표조차 고개를 숙이게 만들었다.

홍수형은 본인이 나이가 많음에도 허리를 굽히는 것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이호영입니다. 너무 예를 차리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그저 회장님의 뜻을 전하러 온 사람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이호영은 고개를 들 걸 주문했고, 과한 표현은 하질 말 것을 주문하였다.

“하하, 제 방으로 모시겠습니다.”

속으로 끝말로 ‘누추하지만’을 가져다 붙이며, 머쓱한 얼굴로 계단을 올라 대표실로 향했다.

대표실은 어디서나 볼 법한 아주 흔하게 생긴 방이었다. 넓지는 않지만 열댓 명은 앉힐 수 있을 정도의 넓이를 가졌다.

이호영은 주변을 대충 훑고는 무표정을 고수하며 자리에 앉았다.

“긴 이야기는 되지 않을 겁니다.”

이호영이 방에 들어와 첫 말문을 열었다.

“편히 하시지요. 경청하겠습니다.”

면접관 앞에서 면접을 보는 사람처럼 홍수형의 얼굴에 긴장으로 가득하다.

‘생긴 것답지 않게 겁이 많은 사람이야. 이런 자가 그런 일을 벌였다는 건, 큰 용기가 필요했을 테지. 이를 부추긴 사람은 아무래도 동생 쪽이겠군.’

태광기계에 대한 조사를 끝냈다. 회사구조, 가족관계 등등.

대표를 직접 만나고서 알 수 있었다.

이번 일의 주범은 대표가 아닌 지원팀 이사로 있는 그의 동생이란 사실을.

“이곳으로 KJ그룹 계열사와 협력사에서 오다가 들어오고 있을 겁니다.”

“네?! 그게 갑자기 무슨, 아니. 감사합니다. 태광기계에 믿고 맡겨 주셔서.”

벙찌던 그의 표정에 화색이 감돌았다.

“감사할 것까진 없습니다. 우리는 그저 보답을 할 뿐입니다.”

“보답이라니요?”

“서서제조. 잘 아시죠? 이번에 서서제조에 꽤 큰 투자를 하셨다 들었습니다.”

“아...”

“이번 일, 회장님께서 주의 깊게 보고 계십니다. 부디 불편한 일 없도록 서서제조와 함께 잘 성장하길 바라십니다. 이번 오다는 그에 따른 보답입니다.”

이호영은 담담한 얼굴을 유지하는 한편.

“......”

홍수형은 똥 마려운 강아지 얼굴이 되어 눈알을 데굴데굴 굴렀다.

“아마도 대표님의 계획은 서서제조 대표의 줄을 따라 KJ그룹과 연결되는 게 아닐지 싶습니다. 잡음 없이 서서제조를 잘 이끌어 주신다면 추후 회장님께서 지금과는 다른 보답을 직접 하시겠다 하셨습니다.”

경고가 담긴 협박성 당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태광기계의 운명이 크게 달라질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그럼요. 당연하지요. 그저 순수한 마음에서 서 대표가 마음에 들어 투자를 했을 뿐입니다.”

‘역시 서서제조와 거래를 트길 잘했어. 곧장 이렇게 움직일 정도면...그나저나 정말 엄청나군. 벌써 이렇게 움직일 줄이야.’

홍수형은 고개를 격렬하게 끄덕이며 어떠한 사심도 들어가 있지 않음을 내보이며, 서서제조와 좋은 거래를 이어나가길 다짐했다.

20분 정도 더 대화가 오가고 KJ그룹 사람들이 전부 빠져나간 시점.

똑똑─

방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오는 동시에 영업부장이 들어왔다.

그의 손에 결재판이 들려 있었다.

“무슨 일인가요?”

흥분된 마음이 가라앉지 않은 가운데, 들어선 영업부장의 모습에 미간이 좁혀졌다. 개인 시간을 가지고 싶었는데, 방해를 받은 까닭이다.

“대표님께 보고를 드려야 할 일이 있어 들어왔습니다. 이것 좀 봐주셨음 좋겠습니다.”

이혁수 영업부장이 결재판을 내밀었다.

무언가 싶어 결재판을 펼쳐 들어 안에 든 종이의 내용을 살폈다.

“...최우선으로 진행하세요. 태광기계의 운명이 달린 일입니다.”

종이의 내용을 살핀 홍수형 대표는 침을 꿀꺽 삼키며 서명을 하였다.

“절대 문제가 있어서는 안 될 겁니다.”

바로 반응이 들어온 상황, 서서제조의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 확실히 깨우친 홍수형 대표였다.

홍수형 대표는 영업부장을 바로 내보내고 경리팀에 전화를 걸었다.

“서서제조 정산 하루라도 밀리면 단단히 각오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절대 밀리지 마세요.”

연락을 끊고 다시 수화기를 든 홍수형은.

“서서제조에 월 매출 5천씩 맞추다, 공장 이전되면 월 1억 이상 맞춰봐. 그쪽에서 소화할 수 있을 정도 선에서.”

그리고 서서제조의 매출에 대한 확실한 언급을 주어 구매팀에서 어떤 꼼수도 부리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

E육성.

“이번 월드컵 이벤트 판매 대수가 오늘을 기점으로 30만대를 넘겼습니다.”

E육성은 스마트폰 판매량은 역대 최고로 빠른 판매량을 보였다.

과연, 이것이 성공할 수 있을까? 싶었던 예상 판매량을 가뿐히 뛰어넘어 버린 것이다.

“이거, 정말. 대박입니다. 투자한 기업도 조금씩 수익을 내고 있고, 이대로만 흐르면 E육성은 육성전자 매출을 따라잡을 수 있으리라 봅니다.”

회의실 분위기는 무척 좋았다. 기쁨에 취해 만세라도 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전자를 넘어설 수 있도록 하면 그만이지요. 이번 기회에 OEM방식으로 이뤄진 생산을 방식을 바꾸도록 하겠습니다. 육성전자 핸드폰 라인을 인수하도록 하지요.”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하고부터 가져온 생각이다. 이재진 대표는 계획대로 육성전자 핸드폰 사업부를 인수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시장의 반응을 확인하였고, 잠재적 가치를 입증했다. 더 시간을 끌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이 스마트폰 시장은 우리 육성의 다음 먹거리가 될 겁니다. 가장 큰 매출로 기록될 거라 봅니다. 어느 사업보다 중요하게 된 사업이란 말입니다. 미래를 기다리기 전에 미리미리 준비를 하세요. 기술, 디자인 등등. 그런 줄 아시고 인수준비에 들어가세요. 부족한 자금은 베어링스 은행이 도움을 줄 겁니다.”

주거래 은행이 된 베어링스 은행에 의지해 인수자금을 가져와 인수작업에 나서기로 하였다.

“전 회장님을 뵙고 이번 인수작업에 들어가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인수는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겁니다. 그런 줄 아시고 미리 준비 바랍니다.”

오랜 시간 계획해 오던 일들이 차츰 앞으로 다가왔다. 핸드폰 사업부를 인수 후 상장을 하게 된다면, 상당한 자금이 E육성으로 들어오게 될 터.

이번 일만 잘 풀리면 늦어도 5년 내 육성그룹을 무리 없이 인수합병을 할 수 있으리라 봤다.

이재진의 입가에 기분 좋은 미소가 떠올랐다.

***

-E육성 핸드폰 강자로 떠오르다. E육성이 개발한 스마트폰이 예상을 뛰어넘고 국민들의 열띤 지지를 받았다. 단 두 달 사이 국내에서만 30만대가 팔린 스마트폰은 E육성을...

-E육성, 육성전자 핸드폰 사업부 전격 인수 결정. 이번 스마트폰 시장에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은 E육성 이재진 대표는 육성전자 핸드폰 사업부를 인수하여 OEM이 아닌 개발부터 생산까지 모두 맡기로 하였다. 이에 육성전자는 죽어가는 핸드폰 사업을 전격 철수하기로...

며칠 후, 육성전자는 핸드폰 사업을 포기하기로 공개발표를 하였다.

이로 인하여 떨어진 주가로 인한 투자자들의 반발이 있을 줄 알았으나...

“조용히 지나갔습니다.”

“그들도 알고 있는 거죠. 지금 벌이고 있는 일은 기업가치를 올려놓고 곧 상장하게 되리란 사실을요. 뒤에서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지분을 대가로 돈을 빌려주라 이르세요.”

E육성 프로젝트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가족이 아닌, 내 사업에 신경 쓸 일만 남았다.

‘엔지전자를 포함해 여타 기업들이 안 됐어. 본 역사보다 빨리 철수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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