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재벌 강림하다-128화 (128/145)

128화

#서서제조

‘태광기계 이사 홍수빈...’

당당한 모습을 보고 어느 정도 직급이 있을 거라 생각은 했지만, 이사가 직접 방문을 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아무리 중소기업이라 하지만 급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였다.

“위로 올라가시죠.”

명함을 받아든 승원은 사무실이 있는 2층으로 안내하였다.

“제법 그럴싸하게 해놓으셨네요.”

홍수빈은 순수하게 감탄을 하였다. 영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업장이지만, 나름의 시스템을 갖춰놨기 때문이다.

“여기 커피 하나.”

승원은 사무실에 들어가 효린에게 커피를 주문했다.

‘호오, 사무실 직원도? 다른 데와는 완전 다르게 운영하네?’

보통은 이런 소규모 사업장은 따로 사무직을 두지 않는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하여 현장직원을 두고 사무와 영업은 사장이 직접 맡았다.

한데, 이곳은 현장직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사무실 직원을 두는 무리수를 뒀다.

“현장직원을 두지 않고 사무실 직원을 두십니다? 현장직원 더 두고 생산량을 올리는 게 더 좋지 않겠습니까?”

홍수빈 이사는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질문을 던졌다.

“네, 영업도 필요하고 현장 일도 중요하지만, 사무와 지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더 좋겠다 싶어서요. 다른 건 신경을 쓰지 않고 오로지 현장 일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아요.”

분명한 장단점은 있다. 생산량은 떨어질지 모르지만, 다른 건 크게 신경 쓰지 않고 현장 일에 집중할 수 있다는 아주 큰 장점이.

“사무적인 업무가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잡아먹습니다. 회계, 주문, 발주 등등. 작업 중에 일을 멈추고 전화를 받을 수도 없고, 멈추고 일하면 품질에 영향을 끼칠 수 있겠다 싶어 당장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지금처럼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그리고 누나와 함께 일하고 싶은 개인적인 마음도 크게 한몫을 하였지만, 이 부분은 스킵을 하였다.

일하면서도 느낀 부분은 잘했다는 생각을 하였다.

가까운 곳은 직접 배달을 하기도 하였지만, 거리가 멀다 싶은 곳은 화물차를 불러 운반했다.

“여기 커피 드세요.”

대화가 잠시 끊긴 타이밍.

효린이 총총걸음으로 다가와 커피를 놓고 갔다.

“잘 마시겠습니다.”

홍수빈은 커피를 들어 텁텁한 목을 축이며, 생각에 빠졌다.

“그런데 그런 걸 왜 물으시는지?”

이건 사장인 자신이 직접 정한 운영 방식.

한데, 그 부분에 대해 언급을 하고 있으니 살짝 기분이 나빴다.

그러다가도 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보는 사람이 대뜸 찾아와 이것저것 묻고 있는 이유가 무척 궁금하기도 하였다.

“기분이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실은 태광기계와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는 1차 협력사로 적당한 기업을 찾던 중 서서제조를 알게 되어 궁금한 부분들을 자세히 묻게 되었습니다.”

아!

홍수빈 이사의 말에 서승원은 깜짝 놀랐다. 설마 1차 협력사 개발 회사 후보 중 한 곳으로 서서제조가 있었다 하니, 놀라지 않으면 그게 또 이상할 터다.

“제 회사를 말입니까? 아직 거래는 한 번밖에 없었고, 회사는 이렇게 작은데... 태광기계의 협력사로 적당할는지요?”

중소기업이라 불리는 태광기계지만, 반월공단 내에서 꽤 큰 회사로 통했다. 연 매출 500억 대기업.

산업기계를 만들어 해외로까지 납품하는 태광기계는 지금의 서서제조로서는 최고의 고객이고 파트너사였다.

KJ그룹은 부담이지만, 태광기계의 제안은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음, 한데... 좋은 기회를 잡기 힘들 거 같습니다. 제 밑천이 바닥이라 태광기계의 협력사로 적당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서승원은 지금 자신의 주제를 너무도 잘 알았다. 미래성장형 기업을 추구하지만, 그것도 바탕이 받쳐줘야 가능한 일이었다.

욕심은 능력이 될 때 부리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었다.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사장님만 생각이 있다면, 태광기계에서 투자를 해드릴 겁니다.”

홍수빈은 조마조마했다. 돈을 주는 사람은 자신인데, 서승원이 거절하면 어쩌나 하는 ‘을’된 생각에 휩싸였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에게 투자를 하시겠다니요. 저의 어떤 점을 보고 말인가요?”

서승원은 되려 깜짝 놀랐다.

거래는 딱 한 번, 김 과장과 홍 이사는 각 한 번 본 게 다인 상황.

이걸 어떻게 해석하여 받아들여야 할지 가늠이 서지 않았다.

“김 과장에게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우리가 맡긴 가공품을 꼼꼼히 체크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이 깊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신생이라 고정된 거래처가 없어 생산에 큰 차질이 없을 거란 점도 긍정적인 부분으로 다가왔습니다.”

거짓과 진실을 교묘하게 잘 섞어 이야기하는 말들이지만, 꽤 그럴싸하게 완성되어 승원에게 전달됐다.

“그럴 수 있겠네요.”

결과는 아무런 의심 없이 가벼이 넘어갔다.

충분히 납득이 가는 이야기여서다.

‘분명 좋은 기회야. 그런데, 너무 찝찝해. 투자라는 것이 이렇게 쉽게 오는 그런 게 아닌데...’

승원에게 있어 지금의 기회는 다시 올지 모를 큰 기회이기는 하였다.

하지만, 찝찝함은 지울 수 없었다.

일이 너무도 쉽게 풀리고 있었기에 의심이 들었다.

“투자를 받게 되시면 고정품목을 받게 되실 거고, 매달 일정한 매출이 발생하게 될 겁니다. 저희는 납기에 대한 문제를 해소할 수 있어 좋고, 서로에게 좋은 조건이라 봅니다.”

고민하는 기색을 내비치자, 홍수빈은 서둘러 뒷말을 이었다.

태광기계의 미래를 위한 몸부림은 계속되었다.

“음... 규모는 어느 정도 보시나요?”

“적재공간, 추가 설비 확충 이것저것 따지면 지금보다 3배에서 4배 정도 규모가 적당하지 싶습니다. 생산인력은 10명 정도면 충분하리라 봅니다.”

“......”

생산인력이 10명이면 가공업체 기준으로 잡았을 때, 결코 적은 인원은 아니었다. 가공기술은 경력에서 나오고, 경력직이 많은 회사는 거래에 장점으로 뽑힌다.

그리고 사무인력은 구매와 외주팀을 뽑아 운영을 해야 할 거고.

‘나를 빼고 최소 12명에서 최대 14명까지 뽑아야 된다는 소리인데... 정말 괜찮은 걸까?’

서승원은 조용히 그를 응시했다.

‘태광기계’ 저 상호만 아니면 고민 없이 거절을 했을 터인데.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거 같습니다. 별 볼 일 없는 이곳까지 바쁜 걸음 하셨는데 바로 답변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역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인생의 전환점이 될 아주 중요한 이야기.

바로 결정하기에 걸리는 부분들이 많았다.

그리고 이곳에 일정 지분을 가지고 있는 누나의 생각도 들어봐야 하였다.

“아닙니다. 당연하지요. 결정이 되시면 저에게 연락 바랍니다.”

홍수빈은 마음과 달리 여유롭게 웃으며 서서제조를 나갔다.

멀어지는 홍수빈 이사를 쳐다보며 있을 때.

“투자를 받고 싶으면 받아. 난 생각하지 말고. 어딜 가든 내가 뭘 못하겠어.”

“누나 이거 생각 잘해야 돼. 한 번 잘못된 선택을 하면 우린 진짜 끝나는 거야.”

솔직히 마음은 투자를 받는 쪽으로 많이 기울어진 상태이다. 단지, 태광기계가 왜 자신과 거래를 하려는지, 그 연결점을 찾지 못해 답을 뒤로 미룬 것이다.

세상에 공짜와 값진 호의는 절대 없다는 것을 그간의 경험으로 배워온 까닭에 더욱 조심스러운 마음을 가졌다.

“태광기계가 못 미더운 회사야?”

“그건 아닐 거야. 듣기로 저기 건너편 회사와도 거래를 하는데, 미수금은 없더라고. 마감일에 이월하는 품목이 몇 개 있다고는 하는데, 그건 어느 회사나 있는 일이고.”

태광기계에 대해서는 진즉 조사를 해봤다. 거래를 하기에 나쁘지 않은 회사라는 답을 듣기도 하였고.

“그럼 왜 고민을 하는 거야?”

“찝찝해서 그래. 누나라면 듣도보지 못한 회사에 몇억이 들어가는 돈을 투자할 수 있어? 생판 첨 보는 사람에게?”

“그것도 그렇네. 듣고 보니.”

“그래서 그런 거야. 저쪽에서 말한 게 분명 타당해. 타당하기는 한데, 이해가 안 가. 왜 나냐는 거지.”

“KJ에서 도움을 준 게 아닐까?”

“KJ? 그럴 리 없어. 내게 직접 전화까지 해서 물어본 게 KJ야. 그리고 난 거절을 했고. 내가 직접 찾아가겠다고 못까지 박았다고.”

“음? 가만. 혹시...?!”

“왜? 누나. 뭐 생각난 거라도 있어?”

대화 중 효린의 머릿속으로 번뜩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여기에 있어 봐. 나 건너편 회사 사장님께 뭣 좀 물어보고 올게.”

효린은 황급히 사무실을 벗어나 아래로 내려갔다.

철과 부딪히는 발소리가 점차 멀어졌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웬일이래. 여까지?”

태아정밀 대표 김덕팔이 효린을 반갑게 맞이했다. 어여쁜 외모는 호감을 사기 충분했다.

“다름이 아니라, 좀 물어볼 게 있어서요.”

“물어볼 거?”

“네. 태광기계와 거래를 하신다 하셨죠?”

“응, 하지. 그런데, 그건 왜?”

“혹시, 홍수빈 이사님 아시나요?”

“알다마다. 나랑 거래한 지 벌써 10년이 넘었어. 근데?”

“다른 건 아니고, 저희 이모가 KJ그룹 김정수 회장 어머니신 건 아시죠?”

“잘 알지.”

‘그래서 거기에 물건 맡기면서 점수 따는 거 아냐.’

이런 속마음은 쏙 감추고 말했다.

“음, 이런 이야기 태광기계 홍 이사님도 아세요?”

“큼, 알지. 모를 수 있나. 여기서 일한 사람들 다 아는데, 홍 이사가 모르면 이상하지.”

본인이 직접 말했다는 건, 또 쏙 감췄다.

“대화를 하다 보면 그런 얘기들도 나오고.”

“그날 이상한 행동은 없었나요?”

“허허, 그날 꽁지 빠지게 돌아가긴 했지. 그런데 태광기계는 왜?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야?”

“아, 아니에요. 그냥 갑자기 찾아와서 너무 잘해주셔서 혹시나 하고요.”

“그 친구라면 그럴 만도 하지. 기회주의긴 한데, 나쁜 사람은 아냐. 알고 지내면 좋을 거야.”

“감사해요. 오늘 한 말은 비밀이에요.”

“허허. 알았어. 그거 물으러 온 거야?”

“물건 완성됐으니, 가져가시라고요. 겸사겸사 왔어요.”

“알았어. 밖에 꺼내놔, 가져갈게.”

남자는 여자와 대화할 때면 남자와 대화할 때와 달리 경계선이 무너지며 방어본능이 풀어지는 면이 있다.

예쁜 여자면 더욱.

김덕팔은 입가에 아빠 미소를 한 움큼 걸치고는 떠나는 효린을 지켜봤다.

“역시 내 짐작이 맞네.”

“갑자기 태아에 갔다 오더니, 뜬금없는 소리야?”

사무실로 돌아온 효린은 확신이 깃든 어조로 말했다.

“태광기계, 지금 우리랑 거래를 하고 싶은 게 아니야.”

“그럼?”

“우리 뒤에 누가 있는지 잊은 거야?”

“설마 KJ?”

“그래, KJ. 태광기계는 우리와의 거래를 통해 KJ랑 이어지고 싶은 거라고. 그러니 그런 좋은 조건을 내걸지.”

“음...”

승원의 눈빛에 거부감이 모여들었다.

자신의 힘으로 기업을 일으키고 싶은데, 또다시 KJ의 배경이 언급이 되어서다.

“승원아.”

그런 승원의 모습에 효린이 작은 입술을 떼었다.

“난 말이지. 우리 뒤에 KJ의 배경은 어떻게 숨길 수 없다고 봐. 너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닌데. 현실을 받아들일 필요는 있지 않을까 싶어.”

인맥은 자연적인 능력이다. 이걸 거부하는 건 바보 같은 행동.

KJ에 도움을 요청한 것도 아닌, 저쪽에서 찾아온 상대이다.

직접 투자까지 해주면서 고정품목을 주겠다고 하는데, 마다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찝찝한 부분도 찾아낸 상태.

효린은 동생이 지금보다 더욱 높게 날았음 하였다.

“휴, 고마워 누나. 내가 너무 갇혀 살았나 봐. 내가 너무 바보 같이 행동을 했네.”

힘겹게 결정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누나의 도움으로.

너무 빙글 돌아왔다.

저쪽에서 그런 걸 생각하고 접근을 했다면.

‘제대로 이용을 해주는 게 맞겠지.’

좁혀 있던 생각이 확장이 되자, 좀 더 넓은 세상이 시야로 들어온 기분이다.

승원은 이번에 찾아온 기회를 이용해주기로 마음을 정했다.

서로가 윈-윈 할 수 있는 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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