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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재벌 강림하다-127화 (127/145)

127화

#서서제조

-황비선 대통령이 북한 정부와 한일 월드컵 출전에 대한 협상을 하였으나, 북한은 출전을 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남조선의 우승을 응원합니다.” 조선중앙TV를 통해 응원의 목소리를 보냈습니다.

선반 위에 올려둔 라디오에서 북한에 대한 소식이 들려왔다. 귀를 쫑긋 세우며.

‘아쉽네. 재밌을 거 같았는데. 그나저나 우리가 저쪽에 맞는 조건이 될까?’

마음속으로 안타까움에 혀를 찼다. 그러다 정신이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잠시 설비를 좀 볼 수 있을까요?”

“편히 보세요.”

태광기계에서 최소한으로 원하는 설비조건이 있을 터.

그러한 사실을 잘 알기에 설비확인 요청을 승낙했다.

“선반이 650에 5천. 밀링은 3호에 1700에 470. 이송 거리가 1200에 600에 550. 드릴...”

김도진은 설비들의 대수부터 시작하여 사양을 꼼꼼히 체크하여 수첩에 정리를 하였다.

“공장 크기에 비해 괜찮은 설비들이 많네요. 이거 전부 혼자서 하시나요?”

체크를 끝낸 김도진은 조금은 놀란 눈이 되어 돌아왔다.

처음 회사 크기를 봤을 때 근처에 자리한 회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여겼는데, 설비는 작은 것과 큰 게 각 1대씩 있었고, 밀링, 드릴, 소형 연마기 등 갖출 수 있는 건 다 있었다.

“네, 혼자 다 하고 있습니다.”

“혹시 사업 설립일이 어떻게 되세요?”

“설립은 이제 약 반년 정도 됐습니다.”

“자본금은...”

설비에 이어 회사에 대한 정보까지 빠짐없이 체크하는 모습에 승원은 진땀을 뺐다.

승원은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친절히 다해주었다.

“저희 이사님께서 이곳을 봤는지, 주문을 넣으라 하시더군요. 혹시 홍수빈 이사님과 아는 사이신가요?”

“홍수빈 이사님이요? 글쎄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질문에 홍수빈이란 이름을 뒤적여 보지만, 아무리 떠올려 봐도 처음으로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제 착각이었나 보네요. 감사합니다. 이건 다음 주 수요일까지 필요한 물건인데, 부탁 좀 하겠습니다. 견적서는 팩스로 보내주시면 확인하고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모든 조사를 마친 김도진은 챙겨온 도면을 내밀었다. 돌돌 말린 도면 세 장이 승원의 손에 쥐어졌다.

“감사합니다. 맡겨주셔서.”

바로 주거래처가 될 거라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저 실수 없이 잘해 태광기계와 꾸준한 거래 실적을 쌓길 바랐다.

***

“몇 번 제안을 했지만, 당분간 자신의 힘으로 KJ그룹의 계열사 한 곳과 거래할 정도의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흠, 이번에도요?”

“지금의 상황은 힘들지만, 처음으로 자신의 힘으로 이룩한 회사라며 부끄럽지 않게 키워 당당히 요청하겠다 합니다.”

“거, 참.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좋게 받아들이시죠. 무데뽀로 일감을 달라는 사람보다 본인의 위치와 부족한 부분을 알고 일하는 모습이 더 보기 좋아 보입니다. 제 생각이지만, 좋은 회사로 만들리라 예상됩니다.”

이 실장의 말도 일리가 있다.

용서를 해주고 마음가짐 자체가 달라진 모습에 기계 관련 계열사와 협력관계를 맺게 하려 하였다.

부족한 규모는 투자를 자처해 규모를 키우고 반듯한 기업으로 성장을 시킨다면 크게 문제 될 건 없었다.

‘의견을 존중해 줄 필요는 있겠지.’

“E육성은 어쩌고 있나요?”

“회장님께서 말씀하신 스마트폰 개발에 들어가 테스트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이번 월드컵이 개최되는 시점에 출시될 예정입니다.”

그렇다는 소리는 4월 내 완료하고 양산에 들어가겠다는 소리인데. 잘됐음 좋겠다.

“애플은 어때요?”

“애플도 월드컵 이벤트를 활용할 거 같습니다.”

“음, 나쁘지 않네요.”

“한데, 이게 잘되겠습니까? 직접 보긴 했지만, 요금도 비싸고...”

음...

어떻게 말을 해주면 좋으려나?

“아마 당장은 큰 호응을 얻지 못할 거예요. 사실 제가 생각한 스마트폰은 인터넷 기술도 그렇고,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들이 수두룩합니다. 그러한 것들이 개선되지 않는 이상은 스마트폰 구매율은 급격하게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사업을 유도하는 이유는.

“당장은 문제점이 많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의 변화는 눈치 빠른 사람들에게 있어 기회가 될 것이고, 그럼으로 인해서 부족한 부분들이 빠르게 개선이 될 겁니다.”

틀어박혀 있는 시장과 기업들의 체질 개선을 위한 운동이라 보면 좋을 것 같다.

사람들의 특징은 벌어지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무신경하지만, 일이 벌어지고 나면 해결을 위한 몸부림을 친다.

그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본 역사보다 훨씬 앞당겨져 스마트 시대를 열어가게 될 터다.

‘스마트폰이 지금으로부터 2007년 초에 애플에서 아이폰을 출시하게 되지.’

터치라는 것 자체가 공상과학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였는데, 나라는 변수를 만나 공상과학이 2000년대 들어 현실화가 되어갔다.

당장 기기 전체를 터치로 조작하기 힘들겠지만, 늦어도 2년 내 모든 조작을 터치화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회장님은 마치 미래를 다 아는 눈치십니다. 모든 걸 전부 확신하며 밀어붙이시는데, 그게 또 다 맞아떨어지니. 가끔 회장님을 보면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신적인 존재로 보일 때가 종종 있습니다.”

움찔 찔러오는 팩트에 심장이 덜컹했지만, 장칠성의 사기적 연기로 얼룩진 표정을 지으며 여유로이 말하며 웃었다.

“정말 그런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미래에서 온 사람인지도요. 하하.”

“정말 회장님은 못 당하겠습니다. 하하.”

진실되게 말했지만, 역시 믿지 않는다.

이 실장의 허탈한 웃음을 보며, 빙긋 웃고는 쓱 시선을 돌렸다.

시야로 디자인된 스마트폰이 들어왔다.

‘스마트폰이라... 직접 본 게 아니라 그런지, 완성되는 시기가 기다려지네.’

오늘도 다른 때와 다름없이 이렇게 웃음으로 끝을 맞이했다.

***

“거기 어때?”

2002년 2월 19일 화요일, 9시 30분 태광기계 생산계획 회의시간.

구매팀과 외주팀이 모여 회의장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홍수빈 이사가 자리에 앉아 서서제조에 대해 물었다.

그의 시선은 김도진 과장에게 향했다.

“아직 초기이고 고정 거래처가 없어서 그런지, 납기는 일자에 맞춰 들어왔습니다. 품질은 좀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상당히 꼼꼼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직접 찾아와 상대부품과 맞춰보고 공차 부분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지금처럼만 한다면 해당 가공품을 서서제조에 고정품목으로 맡겨 보는 것도 좋을 거 같습니다.”

샤프트와 바디에 뚫린 홀과의 공차가 어긋나 늘 문제가 발생해 외주팀에서는 수시로 밖으로 나가 가공품을 수정하고는 하였다.

거기에 들어가는 시간적인 부분과 이동비용을 따지면 원가는 급격히 올라간다. 하지만, 지금만 같다면 그러한 마이너스적인 요소가 해결되는 동시에 업무적인 피로감도 줄어 태광기계에 있어서 상당한 이득이라 할 수 있겠다.

“오케이, 그럼 해당 건은 서서제조에 밀어줘. 단가는 알아서 조율하고. 소재 포함 턴키로 밀어. 그리고 그쪽에 우리의 투자를 받고 확장할 생각 있는지에 대해, 아니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나머지 계획 조율해서 생산계획, 납기계획 리스트 정리해서 내 자리에 올려둬.”

“알겠습니다.”

홍수빈 이사는 가장 궁금했던 부분을 들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그의 발걸음은 대표실로 향했다.

“어떻대?”

“괜찮은 거 같아.”

대표실로 올라온 홍수빈의 보고에 홍수형은 손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허벅지를 툭툭 쳤다.

“사람은 괜찮고?”

“직접 회사까지 찾아와서 상대부품이 뭔지 확인하고 간 것만 봐도, 어떤지 충분히 알 수 있지.”

“그래, 그렇다는 말이지.”

툭툭.

다시 허벅지를 툭툭 쳤다.

중대한 결정을 하는 거라, 쉽사리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정말로 투자를 해도 되는 거겠지?”

재벌이면 또 모를까, 중소기업 대표인 그로서 억 단위 투자가 실패로 끝나면 큰 타격으로 돌아올 터다.

그럼에도 이렇게 움직이는 이유는 지금 이상의 기업을 키우기 위한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다.

가치가 올라 투자한 금액에 10배 100배로 올라 차익실현을 해도 좋지만, 베스트는 역시 KJ그룹과 줄이 이어지는 것이다.

“형님은 그게 문제요. 하기로 했으면, 밀어붙이지를 못하니. 에잉. 쯧쯧.”

홍수빈은 그런 형의 모습에 마음에 차지 않는 얼굴로 혀를 쯧 찼다.

“이 녀석아.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란 말이 그냥 있는 줄 알어. 금은 아니어도 은인지 썩은 줄인지 정도는 따져봐야 할 거 아냐.”

“알았습니다. 그래서 결정은 하셨소?”

“그래 하자. 규모를 좀 더 키워서 우리 회사 1차 협력사로 키워보자고. 대출과 현금 7대 3 정도로 해서 투자... 진행해봐.”

“하하, 탁월한 선택이오. 나만 믿어요.”

형제이지만, 둘의 성격은 극명하게 갈렸다. 조심성이 많은 홍수형, 도전적인 홍수빈.

이러한 이유로 둘의 자리가 사장과 이사로 나눠져 있는지 몰랐다.

홍수빈은 승인이 났다는 소리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그의 걸음은 사무실이 아닌 회사 밖으로 향했다.

***

“저번 달 매출 나왔다.”

사무실에서 작업을 마친 효린이가 내려와 종이를 건넸다. 그녀의 얼굴이 무척 밝았다.

“1천만 원이나 벌었어.”

자리를 잡은 지 수어 달.

이제야 매출다운 매출이 뽑혔다.

“이제 적자는 면했네.”

그동안 간신히 유지만 하는 정도로 끝났던 시기, 그러던 차 일거리가 소폭 늘었다.

“누나랑 대충 200씩 가져갈 수 있겠다.”

월 1천의 매출은 반타작에 반타작이 나서 사장임에도 실제 가져가는 돈은 2백 수준.

하나, 승원은 이걸로도 만족했다.

회사가 성장하고 있다는 게 눈으로 보여서다.

“오늘은 맛있는 거 먹자. 내가 살게.”

공장 유지비와 밖으로 나가는 등을 생각하면, 어쩌면 2백도 채 되지 않으리라.

그러한 사실을 잘 아는 덕에, 효린는 오늘 자신의 돈으로 외식을 하기로 하였다.

월급을 덜 받고자 했지만, ‘이건 내 자존심이야. 누나는 꾸준히 월 2백씩 가져가. 내가 잘 벌면 더 챙겨줄 거야.’

그 한마디에 더는 월급 문제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러자. 오늘 삼겹살 엄청 먹을 거니까, 각오해.”

“야, 겨우 삼겹살이 뭐야. 소 먹자. 이럴 때 먹지 언제 먹어.”

“괜찮겠어?”

“나 왕년에 잘 나갔던 서효린이야. 먹은 만큼 또 벌면 되지.”

“알았습니다. 누님. 받들어 모시죠.”

둘은 시시덕거리며 월 마감을 끝냈다.

드르륵─

“계십니까.”

사무실로 올라가 잠깐의 휴식을 취하던 때, 문이 열리며 중년남성이 들어왔다.

태광기계 홍수빈 이사였다.

홍수빈 이사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눈으로 설비를 대충 확인하며 시선을 사무실과 연결되어 있는 계단으로 향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승원이 사무실에서 나왔다.

“태광기계 홍수빈입니다. 사장님과 긴히 할 말이 있는데, 잠시 시간을 내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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