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재벌 강림하다-124화 (124/145)

124화

#베어링스 은행 북한지점

“미국의 은행대출 규모가 점차 확대되고 있답니다. 반면 베어링스 은행을 찾는 고객이 전년 대비 20%, 전전년 대비 34%가 빠져나갔습니다.”

대출 규모를 더욱 조이고 자금을 회수하는 방향으로 꺾자 미국에서 즉각 반응이 나왔다. 미국인의 말.

‘신용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건 우리의 돈이 될 거니까요.’, ‘대출은 우리의 또 다른 자산이고 돈입니다.’

미국은 대출도 본인들의 돈이라 생각하고, 신용이 오르면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통하여 소비하는 걸 당연시 여겼다.

“정상적으로 보이나요?”

“어떻게 단정 짓기 뭣하지만, 확실한 건 회장님 말씀대로 적신호는 맞는 거 같습니다.”

몇 걸음은 늦어서야 깨우치기 시작한 이 비서의 모습에 방긋 미소가 지어졌다.

다행히 몇 걸음은 몇 번만 움직이면 그만이다. 하나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몇 걸음이 아닌, 수백 걸음은 걸어 위기에서 벗어나기 힘들 지경에 처했다.

대출도 자산이라 하지만, 그 돈은 전부 갚아야 하는 돈. 유통기한이 명확한 썩은 자산이라는 점이다.

“혹여 미국에 투자한 돈이 있다면 늦어도 내년 초반까지는 모두 매도하세요.”

내 식구이고 내가 믿는 사람 중 한 명이 피해를 보는 건 사양.

혹시 몰라 이 실장에게 정보를 주어 위험에서 벗어날 기회를 주었다.

“회장님이 하신 말씀이니 새겨듣겠습니다.”

아무래도 미국에 투자한 돈이 있나 보다. 말해 주기를 잘한 거 같다.

“이만 나가보세요.”

이 정도면 됐겠지.

작게 고개를 숙이고 나가는 이 비서를 보다, 시선을 창가 너머로 돌렸다.

후두두둑─

비가 내리고 있었다. 오늘도 기상청의 날씨 예보는 멋지게 빗나갔다.

하지만.

“내 미래예보는 빗나가지 않지. 그리고 그 규모는 나란 존재로 인해 더욱 크게 확대가 될 거야.”

야금야금 모으고 있는 미국 금융사의 채권들을 떠올리며 입꼬리를 올렸다.

***

“현재 북한의 화페는 외국과의 거래에 매우 좋지 못한 위치에 있습니다.”

북한의 화폐가치는 우리나라가 KRW 1원이라 한다면 북한은 ‘0.15원’의 가치를 지닌다. 국가간의 거래도 매우 문제. 그래서 북한의 장마당에서는 북한의 원화 대신 위안화나 유로화를 주로 사용했다.

나는 자국의 화폐는 나라의 자존심이라 생각한다.

화폐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건, 무시를 받고 있다는 것과 같다.

이제 북한도 나의 자존심 일부로 변해갔다.

“그래서 어쩌자는 거지?”

“개성공단이 완공되면 한국에 자리한 많은 기업들이 개성공단에 자리를 잡게 될 겁니다.”

저렴한 인건비는 기업들을 개성공단으로 이끌기에 충분한 매력을 지지고 있었다.

“그렇겠지.”

“그래서 전 북한 주민들의 인건비를 달러도 위안도 유로화도 아닌 원화로 거래를 했으면 합니다. 북한도 원화가 더 친숙해 사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을 겁니다.”

“음...”

“이를 돕기 위하여 1차로 개성공단에 베어링스 은행을 설립하고, 허락만 한다면 평양에 북한지점을 세우고 싶습니다.”

정남 형님의 자택을 찾았다. 이제는 아무도 우리를 방해하지 못한다.

아직 모든 힘이 집중되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대 위원장으로 확정이 되었다는 의미는 무척 큰 의미를 부여한다.

“확실히 나쁘지 않겠어.”

다행이다. 긍정으로 바라봐줘서.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북한 주민의 인건비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여겨집니다.”

“보호?”

“그렇습니다. 세금에 대한 부분을 조금은 낮춰 최소한의 소비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주어 북한의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셨으면 합니다.”

“음, 그렇지.”

북한에 지급되는 인건비의 90% 이상이 북한 정부로 들어가는 걸로 유명하다.

기억 속 저편, 미래에서 따온 정보에 의하면 북한 정부에서 무분별하게 국민의 월급을 세금 명목으로 강제로 뜯어갔다 한다.

이것이 김정은이 있던 때 발생한 일.

지금은 그때와 다른 미래가 시작되려 하는 시기.

이참에 확실하게 길을 잡고, 북한의 체질 개선을 통한 경제성장을 이루고, 경제력이 높고 화폐가치가 높은 한국을 중심으로 화폐를 통합시키는 것.

이것이 통일의 기본이 될 것이다.

“화페 교환은 6대1로 시작해, 차츰 늘려 2대1로 맞춰졌을 때 한국과의 문화적, 경제적 통일을 이룬다면 남북은 세계가 무시 못 할 강국이 될 겁니다.”

“그리고 북한과 공용으로 사용할 화폐를 만드는 것도 좋으리라 봅니다.”

통일을 위한 준비로 통일 화폐를 만들기를 바랐다. 갑자기 화폐가 풀리면 북한과 한국의 화폐시장이 엉망이 되면서 서독과 동독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그런 위험은 피하는 것이 서로를 위해서 좋았다.

그리고 통일 기념 화폐를 만들어 조금 더 친밀한 관계로 만들어 유대감을 느낄 수 있도록 이끌어 보고자 하였다.

“나쁘지 않은 의견이야. 하지만, 후자는 당장은 어려워. 그건 너도 알겠지?”

“아무래도 그렇겠지요. 지금 위원장님께 많이 변하셨다 하더라도...”

“5년 뒤면 생각을 해볼 만은 해. 그때가 되면 내 입지도 탄탄해질 것이고.”

5년이라... 확실히 나쁘지 않은 시간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하는 날이 10년도 채 남지 않은 상태.

충분하다.

“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나머지는 아버지께 건의를 해보도록 하지.”

힘든 산을 넘으니, 나머지는 탄탄대로다. 내리막으로 내려와 평야를 달리는 이 속도감.

짜릿하다.

“이곳에서 쉬고 있어. 필요한 거 있으면, 사람 시키고. 그 정도는 할 수 있겠지.”

“다녀오세요. 책이라도 보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정남이 형이 대화를 끝내고 방을 나갔다. 자리에서 일어나, 테라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부릉─!!

자동차 소리가 들리고, 서서히 떠나가는 차량을 바라봤다.

쉬이이─

싸늘해진 가을바람이 코끝을 스치고 지나갔다.

***

“휴...”

김정일 위원장의 입에 물린 담배 연기가 코를 통해 밖으로 내보내지며 방안에 자욱한 연기를 만들었다.

최근에 벌어진 일로 마음속에 큰 응어리가 맺혀 있는 듯하였다.

“나이를 먹으니, 예전 같지 않아.”

며칠 사이 김정일의 얼굴이 많이 늙어 있었다. 수척해지기까지 한 모습은 세월의 무게를 고스란히 짊어지고 있었다.

똑똑─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길게 이어진 재를 재떨이에 털고 고개를 돌려 시선을 문 쪽으로 가져갔다.

“웬일이냐? 지금 김 회장과 같이 있는 거 아니었더냐?”

방으로 들어온 인물을 확인한 김정일 위원장의 첫 물음이었다.

“벌써 간 거야?”

둘의 사이를 잘 아는 덕에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북한에 방문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아 돌아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기에.

보통은 하룻밤을 지내고 떠나곤 하였다.

“지금 제 집에 있습니다. 이곳에 들린 건 정수와 했던 내용을 아버지와 상의하기 위해섭니다.”

“음... 읊어 봐.”

김정수 회장과 대화를 해본 결과, 대부분이 유익한 이야기들이었다. 북한에 해가 되지 않는 서로가 나눠가질 수 있는 말들이 주였기에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였다.

무엇보다 북한에 있어 은인이라면 은인과 같은 사람이기에 조금은 특별한 대우를 해줄 필요성을 느꼈다.

“우리 조선민주주의공화국에 KJ그룹의 계열사인 베어링스 은행을 설립하고 싶다 하더군요.”

“은행을?”

“네, 그렇습니다.”

“네 생각은?”

“나쁘다 보지 않고 있습니다.”

“이유는?”

김정일은 마치 아들을 시험하듯, 짧은 물음으로 의중을 떠봤다.

이제 북한의 지도자가 될 아들이기에 그의 생각을 들어보고자 하였다.

“먼저 우리 북한의 화폐는 타국과 거래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여겼습니다. 전보다 좋은 관계를 맺고 있지만, 일본이나 여타 국가와 거래를 하기에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만약, 북한에 베어링스 은행이 들어선다면 북한에 있어 큰 이점이 따를 겁니다. 가장 먼저 무역거래가 원활하게 이뤄질 것이고, 화폐 거래가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다 생각합니다.”

외국과 거래를 하기에 앞서 베어링스 은행을 통하여 한국의 원화와 달러, 위안화 그리고 엔화 등을 바꿀 수 있다면, 무척 편안하게 거래를 할 수 있게 될 터였다.

“음...”

“미국이나 일본과의 거래도 편해질 겁니다. 지금 KJ그룹이 세계에 뻗치고 있는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우리에게 있어 아주 좋은 기회라 생각합니다. 한국 정부는 믿지 못하더라도 KJ그룹은 믿을 만하다 봅니다.”

어설프게 정치질을 하겠다고 나서지도 않았다. 그는 완전한 기업가.

이득이 된다면 한국 정부에서 말하는 걸 무시하고, 이득을 따라 움직일 인물이었다.

심지어 한국 정부도 KJ그룹의 눈치를 보는 실정이니, 이보다 더 좋은 거래 상대도 없었다.

김씨 정권과 무척 긴밀한 관계로 이어져 있지 않던가?

“KJ그룹이 우리에게 투자한 금액이 최대 80조에 달할 걸로 보입니다. KJ그룹은 절대 우리를 배신하지 못합니다.”

김정일은 뜨뜻미지근한 김정일 위원장의 반응에 설득하는 데 열과 성을 다하였다.

“음... 김 회장과 말한 게 그것뿐이냐?”

“네.”

“생각을 해보지.”

“그리고... 저.”

축객령을 내리려던 차, 김정남이 잽싸게 나서 급히 입을 뗐다.

아직 할 말이 남았음을 알렸다.

“또 뭐 있는 것이냐?”

“제 개인적으로 생각한 바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조금 전과는 또 다른 눈빛이 김정남에게 어렸다.

달라진 눈빛을 발견한 김정일은 자세를 고쳐 앞으로 당겨 담배를 꺼내며 말했다.

“말해봐.”

“곧 개성공단이 들어서게 될 겁니다. 그곳에 한국기업이 대거 들어서면 우리 북한 주민들이 그곳에 자리를 잡고 임금을 받게 될 것인데, 그들에게 받는 세금을 조금은 낮춰 받았으면 합니다.”

사실 김정수 회장의 의견이나, 김정남은 이 문제를 자신의 생각으로 돌려 말했다. 앞의 내용은 사업적 이야기이나, 세금과 같은 민감한 문제는 김씨 정권은 재산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문제기에 자신의 이름을 걸었다.

“음...”

생각지 못한 질문에 담배로 시선을 고정하던, 김정일 위원장의 눈동자가 위로 올라갔다. 김정남과 시선을 마주하는 때, 그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KJ에서 회토류 자원을 곧 개발하게 될 겁니다. 그곳에서 나오는 자원은 북한을 풍요롭게 해줄 것이고, 주민들의 소비가 늘면 그만큼 북한의 경제도 빠르게 성장하리라 봅니다.”

“...... 어느 정도로 보느냐?”

무표정한 얼굴로 묻는 통에 긍정인지, 부정인지 알 수 없다.

김정남은 아버지의 반응을 살피기를 포기하고 지금껏 가지던 생각을 털기로 하였다.

“50% 정도면 충분하리라 봅니다.”

“50?”

“네.”

“많아.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재정에 그 정도면...”

“아닙니다. 결코 부족하지 않을 겁니다. 한국 기업에서 임금을 북한에 지급하게 될 겁니다. 그들이 지급하는 돈을 올려 받는다면 세금을 낮춘다 하여 재정이 부족해지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더 증가하게 될 겁니다.”

“... 이것도 네 생각이더냐?”

“그렇습니다.”

“세금을 내리고 월급을 올리겠다... 나쁘지 않은 생각이야. 하지만 50%는 너무 많아. 60% 선에 맞춰. 이 정도면 허락하도록 하지.”

깊게 고민하던 김정일은 최종 결정을 내렸다.

그의 결정에 김정남의 입꼬리가 길게 찢어졌다.

“베어링스 은행 문제는... 내 김 회장과 직접 만나 정하도록 하지. 더 할 말은 없겠지?”

“감사합니다. 정수에게는 그리 전하겠습니다.”

북한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아직 작은 잎사귀를 흔드는 수준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 바람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를 이루게 될지, 이때까지 두 부자는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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