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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재벌 강림하다-122화 (122/145)

122화

#후계자 공식 선언

“내게 할 말이 없느냐?”

의자에 앉아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김정은을 응시했다. 김정일의 얼굴은 무심하기 이를 데 없었다.

“억울해요. 전 그 자식, 아니 형을 해하려 한 적 없어요. 정말이에요!”

“형을 해하려 한 적이 없다. 난 네게 이곳에 데려올 때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아......”

말실수를 깨달은 김정은 사색이 되어 입을 오들오들 떨었다.

어떤 언급도 없었던 사실을 말했다는 건, 스스로의 죄를 인정한 꼴이었다.

“아버지, 그게 그러니까. 용서해 주세요. 밑에 있는 사람들의 꼬임에 넘어가 후계자 자리에 욕심을 냈어요. 앞으로 조용히 살게요.”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았다. 다급해진 김정은은 당장 떠오르는 변명을 입 밖으로 토해냈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죽기 살기로 김정일 위원장을 설득하며 용서를 구했다.

등줄기가 축축하게 젖어갔다. 이마에서는 땀이 흘렀고, 눈에서는 눈물이, 코에서는 콧물이 흘러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네 이 녀석! 그러고도 자신이 벌인 짓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려 드는 것이냐!”

“정말이에요. 아버지. 제발, 제발...”

김정은은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로지 살아야 한다. 지금의 위기를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만이 자리했다.

“허허, 그렇다면, 그놈들에게 죄를 물어 전부 처형해도 되겠지.”

어찌 되었든 자신의 핏줄을 해하려 한 자들이다. 절대 그냥 넘어갈 생각은 애당초 없었다.

그중 한 명은 이미 본보기로 비밀리에 처리를 하였다.

“......”

아차 하는 표정이 김정은의 얼굴에 떠올랐다. 또 말실수를 했음을 인지한 것이다. 하나, 그는 어떤 말도 하지 못하고 머리를 바닥에서 떼지 못했다.

그저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떨고 있을 뿐이다.

“너를 북한에서 추방한다. 네 어미와 동생들 데리고 떠나라.”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김정남이 아닌 다른 사람을 노렸다면 눈감고 넘겼을지 모른다. 하나, 본인이 눈을 뜨고 살아있음에도 일을 벌인 건 여러모로 문제가 있었다. 이는 자신을 무시했다는 의미. 조금만 힘이 약해지면 어떻게 나올지 모를 일이기에 이번 기회에 확실히 하기로 하였다.

“아버지! 제발요. 그것만은, 네! 아버지!”

“네 어미에게도 이미 말은 해뒀다. 더는 북한에 발을 들이지 말거라.”

전날까지 아내와 크게 다투었다. 친자를 두고 서자를 택하냐고. 세상에 이런 법은 없다며 난리를 쳤는데, 거기서 김정일은 확정을 지을 수 있었다.

필요 없는 사람. 북한을 해롭게 만들 사람으로 규정해 모두 북한에서 내보내기로 하였다.

“대신 필요한 돈은 충분히 쥐여주지. 북한의 지원은 받기 힘들 것이다.”

김정일이라 하여 결정이 쉬웠던 건 아니다. 어찌 되었든 자신의 피붙이다.

북한과 저울질하다, 가장 옳은 선택을 하였다.

“아버지! 아버지!”

자리에서 일어나 홀연히 떠나는 김정일을 보며 김정은이 소리를 높여 불렀다.

하지만, 무심하게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아......”

깊게 꿈을 꾸었던 영광이 한 번의 잘못된 판단으로 신기루가 되어 사라졌다.

김정은은 힘없이 정면을 바라봤다. 다시 열리지 않을 문이 있는 방향으로.

***

“우리 가족에 대해 못난 모습을 보였네. 김 회장.”

“아닙니다. 위원장님.”

며칠 뒤 위원장의 호출이 있었다. 급히 준비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다.

“그간 이야기는 다 들었네. 정말 많은 도움을 주었더군. 난 자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어.”

설마 김정일 위원장에게서 이런 말을 들을 줄은 몰랐다. TV에서 봐오던 무뚝뚝한 모습과 달리 무척 자애롭다. 무데뽀로 날리던 미사일은 사라지고 미소를 연신 날렸다.

“그리 말씀해 주시는 것만도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 시기에 이런 말을 하기 뭣하지만, 이번 일에 대해...”

“함구하겠습니다. 절대 외부로 노출될 일은 없을 겁니다.”

웬만한 정보가 외국으로 알려졌지만, 아주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

추측과 사실은 다른 문제였기에 여기서 입을 다문다면 이 이상으로 이슈화가 되지는 않을 거다.

“좋아. 그럼, 그에 대한 보상을 해줄까 하네. 원하는 게 회토류를 개발하길 바란다지?”

헙, 그걸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나 싶었는데.

사전에 정남이 형에게 말한 게 좋게 작용을 하였나 보다.

절대 놓칠 수 없는 기회이다.

“맞습니다. 개발만 허락해 주신다면, 북한에 큰 이득을 가져다드리겠습니다.”

열차 사업까지 병행을 하고 있어, 개발만 된다면 운송에도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중국의 반독점이나 다름없던 회토류를 개발에 성공만 한다면, KJ그룹은 ‘자원’에 대한 권력을 지니게 된다.

“그리하게. 세세한 건 정남이와 정하면 되네. 혹, 또 필요한 게 있음 말하게.”

무슨 일일까?

왜 이리 퍼주려 하지?

“아닙니다. 전 이 정도면 만족합니다. 위원장님의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보기보다 욕심이 없는 사람이로군. 은혜라. 나가보세.”

모든 대화가 종결되었음을 알렸다. 최근 벌어진 일로 꽤나 피로한지 등을 소파에 기댄 채 바로 눈을 감았다.

‘충격이겠지. 자식 간의 일도 그렇고, 누군가 하나는 버리고 선택을 하여야 했으니.’

그의 심정을 십분 이해를 하기에 숨소리조차 죽이며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방을 나섰다.

-북한 수뇌부 정리에 나서다. 관계자는 최근 김정남을 노린 배후세력을 김정은을 지목했다. 알려진 바로 김정은은 베트남에 있는 걸로...

한국은 북한에 대한 정보를 취합해 관련된 기사를 전국구로 퍼날랐다.

하지만.

-북한의 회토류 광산개발 면허를 취득한 KJ그룹, 새로운 날개를 달다. 한국의 반도체 강국으로 변모하나?

-KJ그룹 또 대형사고를 치다. 가족회사인 육성전자의 주가가 큰 힘을 받고 있다.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육성전자에 반영이 되었다.

-육성전자 금일 주가 3.3% 급성장.

“하하. 이거 큰일을 하셨습니다.”

2002년 월드컵은 앞둔 2001년.

그간 골칫덩어리로 자리한 문제 중 하나를 KJ그룹이 풀었다.

북한과의 문제가 좋은 방향으로 빠르게 풀려 황비선 대통령의 얼굴 위로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기업의 이윤을 찾아 움직이다, 얻어걸렸을 뿐입니다. 운이 좋았을 뿐이니, 너무 그리 추켜세워 주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분명히 운이 작용했다. 목표를 위하여, 꿈의 한 발짝 다가서기 위한 몸부림에 행운이 응답했다.

“하하, 겸손 떨 필요 없습니다. 김 회장의 노력은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덕분에 북한의 극적인 변화에 김 회장이 있음을 모르는 이들이 없어요.”

이번 일은 기자들이 대서특필하여 수시로 기사로 내보냈다.

한편으로 KJ그룹의 영향력이 거대해짐에 따라 우려를 나타내는 사람들도 존재했다.

“계속 좋은 말씀만 해주어 제가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사실을 말했을 뿐인 것을. 한데, 김정남과는 어떻게 된 건가?”

올 것이 온 건가?

왜 묻지 않나 싶었다.

“사업차 할 이야기가 있어 차를 돌려보내고 제 차로 모셨는데,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정부가 김정남과의 관계를 모르지 않을 터. 이 말은 결코 틀린 말도 아니기에 밝힐 수 있는 진실의 범위 내로 대답했다.

다른 건, 무조건 숨겨야 하는 특급 기밀이었다.

“음...”

“그보다 좋은 소식을 더 들고 왔습니다.”

그의 생각을 바꾸기 위하여 급 화제를 전환했다. 대통령의 생각을 바꾸기 위한 소재,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안건을 꺼냈다.

“좋은 소식이 있습니까?”

“대통령님의 정책 존중합니다. 하여 그에 맞게 미국에 있는 사업 일부를 한국으로 들여오기로 하였습니다. 자동차 부품, 컴퓨터 부품 등 올해부터 시작해 내년까지 순차적으로 국내에 자리를 잡을 겁니다. 부족한 취업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으리라 봅니다.”

“오오오. 그 말이 참말입니까?”

황 대통령은 KJ그룹에 그리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러던 것이 먼저 손을 내밀어 먹이를 던져주면서 관계가 개선이 되었다.

앞으로도 KJ는 정권과 반대된 모습이 아닌, 정권의 정책을 따를 의지가 담겨 있음을 밝혔다.

“하하. 정말 잘하신 선택이십니다. 내 진즉 김 회장님의 운영을 존중해 왔습니다.”

생각 이상으로 단순한 사람.

이번 프로젝트는 국내 취업 시장에 약 5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으리라 봤다.

“정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하하.”

꺼내지도 않은 말을 그에게 듣게 되면서, 약간의 이득을 취할 수 있게 되었다.

“정부의 모든 정책을 따라가지 못하겠지만, 되도록 따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정치에 흔들리는 기업은 오래 살아남지 못한다.

물론, KJ그룹은 별개의 문제이지만. 그렇다손 치더라도 정치에 무조건적으로 끌려다닐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제 업적이 회장님 덕분에 쌓여가는데, 뭔들 더 바라겠습니까.”

그래도 어느 정도 따라주고 그의 경력에 크게 기여한 까닭에 앞으로 사업은 편해질 거 같아 안심이다.

“편의를 봐주신 점 감사합니다.”

좋게 들려오는 말은 감사함을 담아야 하는 법.

활짝 핀 미소를 담고 대통령과의 시간을 마무리 지었다.

***

-김정남이 다음 대 후계자로 내정된 가운데, 세계는 김정남 씨에게 집중되고 있습니다. 유년기 시절 김정은보다 고압적인 성격을 지녔다는 말도 있습니다. 교수님은 앞으로 어떻게 되시리라 보십니까?

-북한과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이 되고 일본과 관계를 회복하겠다는 발표문이 뜬 적이 있습니다. 이 모든 걸 김정남 씨가 직접 핸들링을 했습니다. 그리고 북한에서 탈북한 사람의 말에 따르면 난폭하고 권위적인 모습에 김정일 위원장에게 많이 혼이 났다 합니다. 하지만, 지금 보이는 모습들을 보면 전과 달리 김정수 회장과의 사업파트너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점을 비추어 볼 때 북한의 정치성향이 크게 바뀌리라 봅니다.

-그럼, 앞으로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리라 보십니까?

-북한과의 교류가 활발해짐에 따라 외국인들의 투자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주가가 이를 반영하고 있지요. 지정학적 리스크가 줄고 지역분쟁, 군사적 긴장이 대폭 낮춰지리라 봅니다. 기업의 가치는 오를 것이고, 해외 의존도가 줄어 국내 경제 능력이 크게 상향조정이 되리라 봅니다.

“아주 시끌시끌하네.”

TV에서 북한에 대한 경제 토론회를 열었다. 북한과의 관계가 개선되면 이뤄질 경제적 영향을 두고 이런저런 말들을 늘어놓았다.

“통일에 대한 준비를 해주는 게 좋겠지. 전력투자라든가, 통화라든가... 이건 금방 가능할 것도 같은데...”

현재 북한과 거래하고 있는 화폐는 달러.

만약, 이걸 한국 화폐로 바꾸어 거래를 한다면 통일 시 발생할 수 있는 화폐리스크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봤다.

“그때 또 원하는 게 없냐고 물었을 때, 베어링스 은행을 북한에 설립하고 싶다 말할걸... 이거 아무래도 정남이 형과 이야기를 나눠봐야겠어. 이왕 교류를 확장해 나갈 거 달러보다 자국의 화폐를 이용해 거래를 하는 것이 좋지.”

다음 단계가 정해졌다.

북한의 화폐를 자국 화폐로 바꾸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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