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재벌 강림하다-120화 (120/145)

120화

#귀국

“이런 일이...”

방 안에 김정남이 둘이나 존재했다. 정확히는 진짜와 진짜를 따라 한 대체 인물.

방 안에 자리한 사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확실히 이 정도면, 자세히 보지 않는 한 비교가 힘들겠어.”

머리, 눈, 코, 입, 체형까지 모든 게 흡사하다. 심지어 헤어스타일까지 살린 디테일함이란.

한편의 콩트를 보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커, 흠. 그래서 김 회장님의 생각은 가짜를 미국이 맡고 진짜를 데리고 한국을 경유해 북한으로 간다는 말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이 정도면 같은 핏줄인 사람들도 가까이서 보지 않는 이상, 알아보기 힘들 겁니다. 정식으로 북한에 김정남 씨를 보호하고 있음을 밝히고 함께한다면 김정은도 깜빡 속게 될 겁니다.”

그저 비슷한 체형의 사람이겠거니 하며 처음 접했던 때가 떠오른다. 정남이 형이라 부를 뻔했던 그 순간순간들이 머릿속을 타고 지나갔다.

웃음보가 입가에 맴돌았으나, 꾸역꾸역 참았다.

“음...”

“반대로 하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보는데 말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세요. 북한 입장에서 제가 보호를 하고 있을 거라 생각할까요? 미국이 보호를 하고 있다 생각을 할까요? 당연히 미국일 겁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역으로 돌려 구멍을 파고 파는 게 무엇보다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정남이 형은 무조건 지켜야 할 대상이다. 물론, 미치지 않고서야 김정은이 미국 차량에 테러를 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를 일이다.

“북한 측 인물이 호텔 어딘가에 숨어서 지켜보고 있을 겁니다. 저희는 그 틈을 타서 한국으로 가고, 사전에 김정일 위원장과 약속을 가진 제가 앞에 등장한다면...?”

“그렇다면 김 회장 옆에 우리 CIA 요원을 파견하도록 하지요. 만약 이것도 거절한다면 전 당신의 뜻에 따를 수 없습니다.”

미정부가 이번 일을 얼마나 중요시 여기고 있는지 알 것도 같다.

빌 클린턴에게 있어 이번 사안은 아주 중요하게 다뤄지는 일일 터.

“좋습니다. 그러도록 하지요.”

이번 일까지 거부할 이유는 없기에 그의 뜻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점점 우리에게 유리하게 흘러가는 이번 사건, 위기는 기회가 되어 찾아왔다.

***

“분명 미정부와 함께 있는 걸 봤습니다.”

조선로동당중앙위원회 건물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건물 방 안.

김정은의 앞으로 40대로 보이는 남성이 김정은 앞에 서 있었다.

“개 같은 지렁이 새끼. 거기서 그냥 뒈지지 않고 살아있다니.”

김정은은 절대 김정남을 형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노예보다 못한 사생아로 대했다.

“아무래도 미국 정부에 보호를 요청한 모양입니다. 이래서는...”

“절대 북한으로 넘어오게 해선 안 됩니다!”

김정은은 불길함을 느꼈다. 이번 일의 주범이 자신이란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

그저 증거가 없으니, 아버지도 조용히 있을 뿐.

만약, 그가 복귀를 한다면 조사가 들어올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미국 정부에서 나선 이상 일을 벌이게 된다면 자칫...”

“미국을 노리는 게 아닙니다. 김정남 그 새끼만 죽이면 됩니다. 물론, 아버지의 의심 속에 살게 되겠지만, 그 새끼가 살아있는 것과 없는 건 차이가 있어요. 일단 없애세요. 뒷일은 과잉 충성으로 비롯된 일이라 하면 그만입니다.”

김정은은 다급했다. 이러다 진짜 후계자의 자리에서 영영 밀려나게 될 터이기 때문이다.

절대 그런 상황이 와서는 안 될 일이었다.

“만약 내가 후계자에 오르지 못하면 당신도 무사하지 못할 겁니다.”

“......”

김정은의 말에 40대 남자도 크게 동요했다. 그의 말이 맞기 때문이다.

지금 김정남 측 인사들과 보이지 않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

북한의 역사를 봤을 때, 패배자의 마지막은 죽음으로 끝이 났다.

“잘 들으세요. 김정남을 죽이세요. 이번 일이 성공만 한다면 추후 큰 보상이 있을 겁니다. 북한의 이인자 자리도 나쁘지 않겠지요.”

“......”

“남자가 큰물에서 놀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알겠습니다.”

그리고 김정은의 의견을 반대할 힘 따위 없었다. 이미 일은 벌어진 상태.

뒤로 물러설 수 없었다.

이번 일이 실패한다면, 남은 건 죽음뿐.

“개 같은!”

남자가 떠난 방, 김정은은 혼자 남아 탁자를 강하게 내리쳤다.

“반드시, 반드시 죽인다.”

***

“양금룡 중좌가 움직였습니다.”

양금룡 중좌, 김정은의 오른팔이라 할 수 있는 인물로 김정은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인물 중 하나다.

“내가 지켜보고 있는 걸 뻔히 알고 있음에도 또 일을...”

김정일은 주먹을 말아 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화가 머리끝에 미쳤지만, 당장 화를 내보낼 대상이 없어 참고 있는 모습이다.

“사람을 파견해 미국으로 보내겠지. 미국에 잠복해 있는 이에게 연락해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이들을 전부 잡아들이라 하게. 반항하면 죽여도 좋네.”

자신이 원하지 않음에도 일을 벌이는 이들을 용서할 생각 따위 애초에 없었다.

“그리고 이번 일이 끝나면, 정은이의 모든 지위를 내려놓을 걸세.”

오랜 시간 고민해오던 일.

김정일의 발언에 남자의 눈이 부릅떠졌지만, 실수를 깨닫고 표정을 즉각 고쳤다.

김정일 위원장에게서 나온 이 한 마디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다음 대 북한의 지도자가 누가 될지, 우회적으로 언급을 하였다.

“알겠습니다.”

남자는 생각을 하였다.

‘줄을 잘 서야 한다.’

김정은은 끝났다. 중립을 지키고 있던 상황, 그가 몸을 담을 때가 정해졌다.

***

쉬이이─

거대한 몸체가 활주로를 떠나 하늘 위로 떠올랐다. 비행기에는 ‘KJ’ 마크가 크게 새겨져 있었다.

“돈이 엄청나군. 이런 전세기를 고작 기업가가 한 대도 아니고 세 대를 더 들고 있다니.”

미정부의 도움으로 가짜 여권을 이용해 미국을 떠나는 데 성공을 하였다. 캐리어를 들고 어떤 조사도 없이 그냥 통과를 시켜주었다.

캐리어에 숨겨놓은 인간을 어떻게 데려가나 싶었는데.

‘한국 정부에도 연락을 취해놔서 다행이야.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내 계획이.’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시선을 정남이 형에게 가져갔다. 혀를 내두를 모습에 작게 미소가 지어진다.

정남이 형은 멀어지는 미국 땅을 바라보며 KJ그룹의 자금 능력에 순수한 감탄을 터트렸다.

“저만 이용할 수 있습니까? KJ그룹에는 능력 있는 이들이 넘쳐납니다. 그들에게 편의를 제공해줄 의무가 있습니다.”

전세기는 경영진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특수한 경우에는 간부진도 이용을 하기도 하고, 직원들의 신혼여행을 위해 이벤트로 사용이 되기도 한다.

“... 나도 들어가고 싶은 곳이야.”

모든 걸 다 들은 정남이 형은 부러운 시선으로 비행기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통일이 되면 선물로 비행기 한 대 해 드리죠. 또한 북한에 설립하게 될 지부 일부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해드리겠습니다.”

경영능력에 대해 입증된 바 없지만, 머리가 비상하게 돌아가는 인물이다. 거기에 더하여 세계를 돌아다니며 쌓은 인맥도 상당하다.

이 정도만 되어도 정남이 형을 KJ그룹의 중요한 자리를 내주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심지어 북한의 지도자가 되어 다스리게 될 것인데, KJ그룹에 남는 장사다.

‘북한 정부와 한국 정부가 단번에 합쳐지기란 어렵겠지. 그때까지는...’

모든 건 계획된 일.

정남이 형도 어느 정도 알고 있으리라. 도움을 준 그에게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업을 주는 것도 도리적으로 맞다고 봤다.

“능구렁이 같은 녀석. 주는 걸 마다하지는 않지.”

역시 의도를 정확히 간파를 하고 있다.

-김포공항에 도착합니다.

10시간이 넘어가는 비행거리를 마치고 한국공항에 도달했다.

“이번 일, 잊지 않겠네.”

“꼭 잊지 마세요. 잊으면 북한 가서 깽판 칠 거니까.”

“후후.”

기분 좋은 공기가 비행기 안에 맴돈다. 비행기 고도는 서서히 낮아져 활주로를 긁었다.

‘휴, 살았다. 나도 죽는 줄 알았어...’

정말로 위험한 순간이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음 좋겠다.

***

“아니, 어떻게 된 게 이 사람은 잠시도 조용히 넘어가는 날이 없어.”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미국에서 온 연락을 받고 얼마나 황당하고 당황을 하였는지 모른다.

기업가가 CIA와 같은 일을 하고 있다.

“조치는 어떻게 취했습니까?”

국가정보요원, 줄여서 국정원.

남자의 정체요, 소속된 조직이었다.

“요원들을 일반인, 항공 직원 등으로 변장해 요소요소에 배치를 시켜뒀습니다.”

“그걸로 되겠습니까? 경찰 인력까지 동원을 해야 하는 건 아닌지.”

황비선은 여러모로 머리가 아파왔다. 난데없이 김정남과 그를 죽이려 했던 이를 데려오고 있다며 도움을 청한 사실에 뒷골을 잡아야 하였다.

“그랬다가 북한 측에서 이상하게 생각할지 모릅니다. 지금이 가장 최선의 방법입니다.”

“허허, 거참. 어쩌다. 국장님 생각은 어떤지 듣고 싶군요.”

김춘호 국정원 국장.

황비선이 대통령 위에 오르는 시점, 바뀐 인물로 국정원의 모든 걸 책임지고 관리하는 인물이었다.

황비선은 그에게 의견을 물었다.

“김정수 회장의 의견대로 가심이 좋아 보입니다. 저희 입장에도 김정은보다 김정남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마 저들이 무사히 북한으로 넘어간다면 김정은은 지금 자리를 지키기 힘들 겁니다.”

CIA보다 못하다지만 한 국가의 정보단체다.

국정원에도 북한의 소식이 닿은 상황.

모든 정보를 맞춰 본 결과, 김정남이 다음 대 위원장이 될 가능성이 큼을 알아낼 수 있었다.

게다가 한국기업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까지 하다.

이보다 더 좋은 그림은 없다고 봤다.

“알겠습니다. 이번 일은 국장님께 맡기도록 하지요.”

이쪽 분야의 전문가이다. 황비선은 김정남의 관련된 모든 일을 김춘호 국장에게 맡기기로 하였다.

한편.

“목표물 확인.”

미국 워싱턴. 백악관 근처. 경호 인력과 함께인 남자를 향해 저격총의 총구를 겨누는 남자가 있었다.

무전을 통해 목표를 확인했음을 알렸다.

“저격하겠음.”

목표물이 조준경 안으로 들어왔다. 남자의 숨이 일정한 간격으로 쉬다, 천천히 줄어들었다.

입을 악물고 모든 신경을 조준경에 비치는 남자에게 집중했다.

“거기까지.”

척.

“누, 누구냐!”

하나, 그 집중은 어느새 주변을 에워싼 인물들로 인해 흐려지고 말았다.

“위원장님의 지시요. 여기서 죽기 싫다면 우리와 함께 가주어야겠소.”

“어, 어떻게...”

“반항하지 않는 게 좋을 거요. 반항하는 즉시 당신네 가족들은...”

“......”

남자는 떨리는 눈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함께이던 이들이 제압되어 있었고, 시선을 한쪽으로 옮기니 얼굴을 들지 못하는 이가 있었다.

배신자였다.

“따르겠소.”

그를 본 순간 알 수 있었다. 지금의 자리는 함정이었고, 일이 벌어지기 직전을 기다리고 있었음을.

“당신들의 목숨은 위원장님에게 달려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오.”

남자는 힘없이 포박을 당했다.

“작전 완료. 모두 철수한다.”

사람들이 떠나간 자리. 한 귀퉁이에서 남자가 나왔다. 그들의 정체는.

“모든 상황이 종료. 작전해제.”

미국의 특수요원으로 북한과 남몰래 협조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남자였다.

모든 위험에서 벗어났음을 알린 남자는 북한 측 인물이 사라진 반대 방향으로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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