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화
#작전
미국에서 대형사고로 다뤄져 연일 떠들고 있을 때, 북한에서도 미국에서 벌어진 일로 소동이 벌어졌다.
김정일 집무실.
“알아보았는가?”
김정일은 사라진 첫째 아들인 김정남이 사라졌다는 소식에 큰 충격에 빠졌다.
“알아보았지만, 사고지점에서 첫째 도련님의 행적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미국 당국에 협조를 구해 첫째 도련님을 찾고 있습니다.”
예전이면 모를까, 지금은 북미 관계가 우호적인 상황.
미국은 북한의 요청으로 실종된 김정남을 찾고 있었다.
“누구야. 누가 이 짓을 꾸민 거야.”
살벌하고 죽음의 기운이 느껴지는 섬뜩한 공기가 방 안에 깔린다. 사람들은 무겁게 내리는 압박에 식은땀을 흘렸다.
“아직 뚜렷한 증거가 없어...”
“그딴 거 말고. 둘째인가?”
중년인의 떨리는 눈동자가 시야로 비친다. 이것만 보더라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김정남이 죽어야 이득을 볼 수 있는 사람이라 한다면 정은이밖에 없었다.
북한 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그러하였다.
“아직 확답을 드리기에는...”
“녀석이군. 그 녀석이야.”
김정일은 확신하듯 범인으로 김정은을 지목했다. 아니 확정을 지었다.
하지만, 김정은에게 바로 책임을 물을 수 없었다. 증거가 없다.
아무리 독재와 가까운 권력을 지녔다 하더라도 증거 없이 죄를 묻는다면 문제 될 소지가 컸다.
“내 아들이라 해서 수사를 게을리하지 말도록, 이번 사안은 어떤 일보다 가장 우선으로, 가장 중요하게 다루게. 만약 수사를 허투루 한다면 자네에게도 책임을 물을 것이니. 알겠나.”
김정일은 중년인의 눈동자를 똑바로 쳐다보며 경고했다. 감히 자신이 버젓이 눈을 뜨고 있는 상황에 지금과 같은 문제를 일으킬 줄 생각도 못 했다.
이는 자신을 무시하는 행위이며, 반역에 준하는 대형범죄이다.
절대 가벼이 넘어갈 생각 따위 없었다.
따르르릉─
그때 방 안에 자리한 전화기가 울린다. 김정일의 시선이 중년인에게서 전화기로 옮겨졌다.
“나가보게.”
수화기로 손을 가져가며 중년인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김정일은 중년인이 사라진 걸 확인하고 잠깐의 시간을 지체하다 수화기를 올렸다.
“찾았는가?”
이상하다. 방금 나간 중년인에게 물었던 질문과 같은 질물은 수화기를 통해 던졌다.
“뭐? 그것이 사실인가? 좋아. 알았네. 그렇게 준비를 하도록 하지. 허허.”
무슨 내용을 들은 건지, 김정일은 허무한 웃음을 내보냈다.
얼굴의 표정 또한 황당함으로 가득하다.
“김정수 회장이라... 알면 알수록 잘 모르겠어.”
김정일은 낮게 읊조리며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의 시선은 수화기에서 떠나지 않았다.
***
“어이가 없군.”
빌 클린턴 대통령은 급편으로 들려온 소식에 황망한 얼굴을 잠시간 유지했다.
“국민들 중 다친 자는?”
“다행히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김정남을 사살하기 위해 나선 김정은의 소행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이번 일로 인해 CIA를 급히 파견해 정보를 끌어모았다.
정보를 조합해 나온 결과는 김정은파의 소행으로 드러났다.
“김정남의 행적은?”
“김정수 회장과 함께임을 알아냈습니다. 아무래도 복귀 중이던 김정일과 김정남이 백악관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무언가를 알아내고 차량을 바꿔 몸을 피한 걸로 보입니다.”
김정남의 위치는 어렵지 않게 밝혀낼 수 있었다. 김정수 회장과 김정남의 수상한 모습은 많은 걸 생각하기에 이르렀고, 김정남의 시체가 없었다는 점에서 김정수 회장이 김정남을 빼돌렸음을 짐작게 하였다.
“이쪽에서 알아냈을 정도면, 북한 측에서도 김 회장을 의심하겠군.”
“그래서 김정수 회장 주변으로 CIA 요원을 배치시켰습니다.”
“김 회장과는 접촉을 해봤나?”
“곧 접촉할 예정입니다. 비밀요원이 호텔 직원으로 위장해 김 회장과의 접촉할 예정입니다.”
CIA 요원은 여러 방면으로 김정수 회장과의 접촉을 시도했고, 끝내 연락이 닿아 약속을 잡는 데 성공을 하였다.
“김정남과 김정수는 미국에 있어 아주 중요한 인물이 될 거야.”
빌 클린턴은 김정남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작전을 펼칠 것을 주문하였다.
덩달아 김정수 회장의 중요성도 강조하며 어떤 불상사도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도록 부탁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중년인은 보고를 마쳤다는 듯, 방을 나섰다. 빌 클린턴은 손을 가져가 이마를 짚었다.
“정말이지, KJ 때문에 조용할 날이 없어.”
시끌시끌한 주변 분위기에 머리가 아파왔다.
“그래도 최악의 상황은 막아 다행이라 봐야겠지. 후.”
긴 한숨 속에 깃든 안도감이 방에 낮게 깔린다. 빌 클린턴은 심신이 지치는지 털썩 등을 소파에 깊숙이 파묻고 고개를 들어 눈을 감았다.
***
“이자는 무조건 살려 본국으로 데려가야 하네.”
북한과 미국이 어수선한 이때, 워싱턴에 자리한 호텔의 수많은 방 중 한 곳에서는 은밀한 대화가 이뤄졌다.
나와 정남이 형 그리고.
“으...”
피곤죽이 된 북한의 남자가 몸을 부르르 떨며 천으로 깔린 바닥에 피를 뚝뚝 떨구고 있었다.
바닥은 피로 얼룩진 천으로 가득하다.
“감히 날 죽이려 해!”
컥!
천으로 칭칭 감은 주먹을 남자의 복부를 향해 강하게 내질렀다.
정남이 형은 분이 풀리지 않는지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남자의 복부를 사정없이 과격하며 분을 풀었다.
본국으로 데려가야 한다며 얼굴을 피해 때렸다.
뭐 초기에 얼굴을 짓뭉개 놔서 더 때렸다가 절명할 거 같았지만, 어디서 데려왔는지 모를 의사의 도움으로 치료까지 해주었다.
“이쯤 하시죠. 장기 다 터지겠습니다.”
이런 잔인한 모습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은 내 자신도 참 신기하다. 이런 장면은 난생처음으로 보는데, 그리 잔인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너무도 당연한 광경에 살짝 당황스럽기도 하다.
하나, 그것도 잠시. 이러다 정말 사람 하나 잡을 거 같은 분위기에 정남이 형을 말렸다.
“큼, 미안하네. 나도 모르게 흥분을 주체하지 못해서.”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라도 반곤죽을 만들어 버렸을지 모를 일이지만, 이자는 아주 중요한 증인이 되어 줄 사람이라 말리는 것뿐입니다.”
“후, 그렇지. 그보다 여기도 크게 안전하지 않을 거야. 내가 살아 있음을 알게 될 터이니, 여기고 정은이의 사람들이 들이닥칠 거야.”
흥분을 잠재우니 현 상황이 눈에 들어오나 보다. 정남이 형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제 생각인데,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아마 모르기는 해도 북한보다 미국에서 먼저 움직일 거라 예상합니다. 혹시 모르죠. 호텔 주변에 CIA가 쫙 깔려 있을지도. 그리고 저희도 무시 못 할 경호원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KJ그룹을 무시하면 섭하다. 그리고 미국에서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웅성─
“?!”
“쉿.”
타이밍이 좋게도 밖이 어수선하다. 입술에 검지를 가져갔다.
정남이 형도 방금의 소란을 들었는지 표정을 딱딱하게 굳히고 손을 안주머니로 가져갔다.
‘총이 있었구나.’
늘 총을 소지하고 다니는지, 품속에서 총을 꺼내 기둥 옆으로 몸을 숨겼다.
똑똑─
잠시 뒤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회장님, 미정부에서 찾아왔습니다.”
허, 진짜 미국은 양반 국가는 아닌 모양이다. 어떻게 타이밍이 딱 맞춰 찾아오는지.
“형님, 일단 이자를 숨겨 주시겠어요. 제가 나가서 상황을 보다 부르겠습니다.”
미정부에 남자를 보이는 건 좋지 못한 선택지. 그냥 돌려보낼 수는 없기에 급히 정남이 형에게 남자를 숨길 것을 주문하고 밖으로 나갔다.
“CIA에서 나왔습니다.”
당당히 CIA라 밝히며 들어서는 남정네들.
그들의 눈동자가 방 안을 쭉 살핀다.
“무슨 일로 날 찾았을까요?”
“김정남. 여기에 있는 걸 확인했습니다.”
역시 알고 왔구나.
“네. 저랑 있습니다.”
“... 솔직하시군요.”
“굳이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그걸 왜 숨깁니까. 우리의 안전을 위해 24시간 내내 지켜주는 분들에게.”
예상이 맞았다. 반응을 보니 한참 전부터 우리를 감시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찾아오지 않은 건, 저들만의 사정이 있었을 터.
“김정남 씨를 우리가 보호했음 합니다.”
“그건 들어주기 힘들 거 같습니다.”
“김정남 씨가 죽기라도 한다면, 회장님께서도 좋지 않으리라 보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안 된다는 겁니다. 미국에 맡기는 것보다 저와 함께하는 것이 더 안전할 겁니다.”
“그게 무슨 의미십니까?”
“이미 북한 측에 연락을 취한 상황입니다. 한국을 통해 북한으로 넘어갈 예정입니다.”
“......”
“미국에서 있었던 일은 김정남 씨에게 상당히 유리하게 흐를 겁니다. 모르기는 해도 김정남 씨를 추종하는 세력이 움직여 김정은을 압박하고 있을 거고, 김정일 위원장도 이번 일을 그냥 넘기지 않을 겁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그리 자애로운 아버지가 아니다. 가족의 정이 있다지만, 본인이 살아 있는 상황에서 일이 벌어졌다.
만약, 정남이 형이 죽었다면 모를 일이지만, 절대 이번 일을 가볍게 끝내지 않으리라 내다봤다.
“그런다 하더라도 한낱 기업이 미국보다 안전할 수 없습니다. 북한이 안전하다 여겨지면 이쪽에서 모시고 북한까지 안내하겠습니다.”
이보세요. 그리되면 정남이 형의 위치가 훤히 노출이 되지 않습니까?
그것보다 위험한 건 없다고 봅니다만.
“그건 위험합니다. 김정남 씨를 365일 백악관에서 24시간 경호를 한다면 또 모를 일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미국에서 경호를 하기보다 KJ가 맡는 게 가장 안전합니다.”
“모를 소리군요. 어떤 이유로 그런 자신감을 내보이는 건지 참 궁금하군요.”
남자의 얼굴에 불편한 기색이 가득하다. 아마, 무시를 받았다는 생각에 지금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으리라.
“이미 계획과 이동계획은 세워졌습니다. 미국에서 약간의 도움만 준다면 가장 안전한 노선으로 북한으로 이동할 수 있을 겁니다.”
“방금 미국의 도움은 필요 없다 하지 않았습니까?”
“네, 없습니다.”
“한데, 미국의 도움이란 말은 왜 꺼내신 겁니까?”
“김정남 씨의 이동노선을 미국에서 감춰줬음 합니다. 위조여권을 이용해 한국으로 이동할 참입니다. 그 정도만 해주시면 보도 안전하게 한국으로 복귀해, 북한으로 돌려보낼 수 있을 겁니다.”
이건 기밀이지만, 공항으로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마중을 나오기로 하였다.
“......”
“또한 미국에서 북한의 눈길을 돌려주었음 합니다. 이쪽에서 김정남 씨를 대체할 만한 인물을 준비했습니다. 그자를 미국에서 데려가 보호를 한다면 김정은의 눈길을 피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이보다 더 안전한 방법이 있을까 싶다.
사고가 있고 정남이 형과 비슷한 체형의 인물을 섭외한 바 있다.
하루에 1억씩 주겠다고 하니, 저쪽에서 오케이를 하였다.
“음...”
CIA 요원이 고민에 빠진다. 선택의 추를 올려놓고 가장 좋은 방법을 저울질하는 모습이다.
“김정남 씨와 준비한 사람을 보고 결정을 하겠소.”
역시 선뜻 동의를 해주지 않는다. 닮음 정도를 비교해 고민해 볼 참으로 보인다.
“좋습니다. 형님과 그자를 데려오세요.”
뒤에 대기 중인 수행원에게 지시를 내렸다. 수행원은 작게 고개를 숙여 보인 뒤, 걸음을 옮겼다.
자, 둘을 데려오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큭큭.
당시 처음 이 남자를 접했을 때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