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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재벌 강림하다-117화 (117/145)

117화

#북&미, 경제중심 KJ그룹

두두두두두.

하늘을 두들기는 소리가 대기에 울려퍼지며, 주변에 강한 바람을 일으켰다.

주변에 자리한 사람들의 머리카락이 휘날린다.

“오신다는 연락을 받고 기다렸습니다.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헬기에서 내려서니 공항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줄지어 대기해 있었다.

“아니, 그럴 필요 없어요. 북한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첫째 아들인 김정남 씨가 올 겁니다. 몇 시 비행기인지만 확인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시간까지 확인을 못 했다. 이들 중 가장 선임자로 보이는 남자에게 시선을 던져 부탁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바로 확인해 알려드리겠습니다.”

남자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귀에 가져갔다.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는지, 그가 손으로 입을 가린 상태로 전화를 받았다.

“이번에 착륙하는 비행기에 탑승해 있다고. 알았네. 수고하게.”

다른 일은 뒤로 미루고, 바로 확인해 달라 말하자 즉각 답이 들려왔다.

“곧 도착하는 비행기에 탑승해 있다 합니다. 이럴 게 아니고 휴게실이라도 들어가 기다리시지요. 비행기가 착륙하면 저희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돈은 위대했고, 성공이란 열매는 달다는 게 여기서 나오나 보다. 전혀 다른 기업의 오너인 내게 사람들이 저리 쩔쩔매는 걸 보면, 위치가 사람을 어떻게 만드는지 보여준다.

“너무 저를 신경 쓸 필요는 없으니, 괜찮아요. 모두 바쁘실 텐데, 일들 보세요. 전 여기서 기다렸다 직접 모시고 복귀할 테니.”

“하지만...”

위에서 어떤 언질은 받은 모양이다. 이러면 불편한 건 저쪽만이 아닌 이쪽도 마찬가지.

“위에는 제가 말을 잘해 놓도록 하겠습니다. 아주 친절하게 안내를 잘 받았다고. 그러니 안심하시고 돌아가 보세요. 이러시면 저도 불편합니다.”

“음, 감사합니다. 회장님.”

남자는 힐끗힐끗 눈치를 보다 주변에 모인 사람들에게 눈치를 줘 자리를 떴다.

위의 눈치로 인하여 완전히 벗어나지는 않겠지만,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을 거 같다.

쉬이이이─

비행기 한 대가 하늘 위를 선회하는 게 보인다. 아무래도 저 기체로 보였다.

거대한 몸뚱이가 점점 거대하게 변하며 서서히 아래로 내려왔다.

건물만 한 바퀴가 날개와 주둥이에서 나와 활주로와 키스를 한다.

“왔나 봅니다. 마중을 가보죠.”

내 뒤를 따르는 수행원들을 데리고 멈춰선 비행기 앞으로 다가갔다.

사다리가 게이트 앞에 놓이고 문이 개방됐다.

“저기 나옵니다.”

정남이 형의 모습을 발견한 수행원 중 하나가 손가락을 뻗어 한 지점을 가리켰다. 전보다 조금 날렵해진 몸을 가진 정남이 형이 계단을 이용해 내려오는 모습을 발견했다.

“요즘 자주 봅니다. 형님.”

“참내. 정말 자네는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야. 대체 아버지와 어떤 이야기를 했기에 나를 특사로 움직이게 만든 겐가? 정말이지, 아버지가 뭐라고 하는 줄 아는가? 자네에게 물어보면 될 거라 하더군. 이게 뭔 소리인지 아는가?”

정남이 형의 어이없는 시선을 마주하며 슬며시 웃었다. 내 나름대로 아주 좋은 소리를 들었기에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정남이 형에게 있어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명령은 황당할지 모를 일이나, 내게 있어 이 말은.

김정일 위원장이 생각 이상으로 나를 신뢰하고 있음을 증명해준 꼴이 되었다.

아무래도 이번 사업, 국내 최초로 성공할 거 같아 기분이 뿌듯하다.

“이야기는 가면서 드리죠.”

올 때는 급하게 오느라 헬기를 타고 왔지만, 대화가 제법 길어질 거 같아 차를 이용하기로 하였다. 공항 밖으로 차량이 있을 터이니, 그리로 안내를 하였다.

“정말 자네 같은 사람은 내 인생 중 단연 최초야. 처음부터 별난 사람이라 생각은 했네만, 어떻게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는 거지? 심지어 그 말을 숨기지 않고 고스란히 아버지에게 밝히는가 하면, 그걸로 클린턴 대통령과 딜을 할 생각을 하다니.”

차량에 올라 그간 있었던 일들을 간략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김정일 위원장에게 부탁한 일부터 시작해 KJ그룹과 미국 정부와의 사이까지. 그리고 최근에 벌어진 일까지 싹 공개했다.

그러자 정남이 형의 말이 묵혀둔 마음을 꺼내 밝히기라도 하듯 장대하게 이어졌다.

“뭐 어쩌겠습니까? 저도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저도 이번 일이 잘되길 바랄 뿐입니다.”

이 마음은 진심이다. 대한민국이 부강해져 여러 국가의 동네북이 되지 않았음 하는 바람이 강하다.

중국에 데이고 북한에게 두들겨 맞고 미국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는 현주소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북한과 통일이 되어야 해. 그렇게만 된다면 더는 개놈들의 눈치 따위 보지 않아도 된다.’

북한과 합쳐지면 대한민국의 인구는 약 8천만 명. 북한은 한국과 달리 자원도 풍부하고 개발되지 않은 곳 천지다. 내수시장만으로 어느 정도 버틸 수준이 될 정도.

꼭 통일이 되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자넨 정말로 북한이 한국과 통일이 될 거라 보는가?”

가만히 지켜보던 형님이 궁금증이 가득 묻은 말을 뱉어냈다.

진지한 눈빛이 나에게 향한다.

“그 전에 내가 후계자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을 하는가?”

나로 인해 머릿속이 꽤나 복잡한가 보다. 질문을 연달아 하는 걸 보면.

“정남이 형이 다음 대 위원장이 될 확률은 60%에서 70% 정도입니다. 반 정도로 봤는데, 오늘로써 어느 정도 안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어째서지?”

“간단합니다. 북한의 미래가 바뀔 정도의 협상 자리입니다. 그 선택지를 형님께 맡겼다는 소리는 그만큼 형님을 중히 여기고 있다는 소리가 됩니다.”

천재로 불리는 그라도 부모의 생각과 자신에게 주어진 일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하기사, 자식이라고 부모의 속을 어찌 알까마는, 적어도 지금 벌어지는 일은 차기 위원장으로 정남이 형을 보고 있다는 의미가 됐다.

“통일은 정남이 형의 마인드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문화교류가 원활하게 이뤄진다면 10년, 늦어도 20년 이내 통일이 가능하리라 봅니다.”

이건 내 예측에 불과하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이다.

김정은이 북한 내 권력을 잡기 전에 모든 일을 빠르게 끝내, 정남이 형을 북한 내 최고의 위원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김정은과 그의 모친과 동생은 정남이 형 판단에 맡기겠다. 가족의 일까지 끼어들 생각은 없다.

“음...”

내가 입을 다무니 차 안이 조용하다. 생각에 빠진 모습에 조용히 기다려 주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꽤나 심각하다.

“북한은 장자 계승을 중요시하지만, 친자와 서자의 관계 또한 중요해.”

“잘 알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따지면 친자와 서자이지. 이걸로 난 승계에 상당한 잡음이 많을 거야.”

“많더라도 그 전에 위원장 위에 오르면 일은 금방 풀릴 일입니다. 위원장님은 분명 후계자 위에 올릴 겁니다.”

“그래, 좋아. 내가 올라간다 치자. 하지만, 김정은의 세력이 가만히 있지 않겠지.”

“그때부터는 형님의 일입니다. 그들을 포섭을 하든지 국외로 추방을 하든지, 그것도 아니면...”

전생에 김정은이 하던 것처럼 반대파에 자리한 이들 모두를 숙청하는 수밖에.

사실 이보다 깔끔한 처리 방법도 없다.

“허허...”

난 아주 잘 안다. 정남이 형의 본성이 평화주의적인 성격은 아니라는 사실을.

하나, 이 또한 모를 일. 그의 성향 또한 전생과는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으니, 이미 미래는 많은 부분에서 틀어지고 있었다.

“도착했네요. 클린턴 대통령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백악관에서 앞을 막지 않는다. 이는 이미 연락이 닿았다는 소리.

우리는 백악관으로 들어 빌 클린턴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요즘 초면인분들을 참 많이 보는군요.”

“저도 그렇습니다.”

둘은 나를 한 번 쓱 보더니 시선을 돌렸다.

이번 일의 주범이 나임을 밝히는 꼴이다.

“권한이 어느 정도인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전권을 받고 왔습니다.”

“호오.”

전권이란 말에 빌 클린턴의 눈빛이 반짝 빛을 뿌린다. 그도 느낀 것이다. 다음 대 북한을 이끌 지도자가 누가 될지를.

“생각 이상으로 엄청난 분이 백악관을 찾으셨군요.”

“엄청날 정도는 아닙니다. 전권을 받았다뿐이지, 돌아가면 어떻게 변할지 그건 모를 일이지요.”

정남이 형은 있는 그대로를 솔직히 말했다. 북한이 그간 저질러온 일들을 생각해 보면 지금 순간은 그야말로 개벽했다 할 정도이니까.

“내일 일을 누가 알겠습니까.”

“음.”

나도 그렇지만, 이런 엉망진창 막장 협상 자리는 두 번은 없을 거다.

빌 클린턴도 꽤 당황한 눈초리다. 이는 나도 마찬가지.

“하나, 내가 위원장이 된다면, 국제경제에 신경을 쓰고 협력하는 자세를 취할 겁니다.”

호오, 이것 봐라.

결국, 자신 외에 다른 사람이 된다면 미국과의 협상은 무의미한 일임을 예고했다.

즉, 이 말은 자신을 지지해 달라는 일종의 어필인 셈이다.

‘머리를 제법 굴리셨습니다.’

빌 클린턴이 바보가 아닌 이상, 지금의 의미를 알아듣지 못했을 이유는 없었다.

‘눈빛이 변했어. 이거 재밌게 돌아가는데.’

둘의 대화에 끼지 말고 조용히 지켜보자. 오늘의 주인공은 나도 빌 클린턴도 아닌, 정남이 형이다.

그의 결정에 미국과 나아가 한국 그리고 KJ그룹의 미래가 결정난다.

“그걸 한자로 우문현답이라 하던가요?”

빌 클린턴의 시선이 내게 옮겨진다. 진한 미소를 입가에 걸친 채.

어디서 들은 건 있어 가지고 기초적인 사자성어가 빌 클린턴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영문이라 들리는 바는 살짝 다르지만, 분명히 그 부분을 지목하고 있었다.

“맞습니다.”

결국, 자신만이 미국의 뜻을 받아들여 북한을 민주주의로 바꿀 수 있음을 우회적으로 말한 것이다.

아주 재밌다. 아무래도 이번 뽑기가 제대로 통했다.

“그렇다면 묻겠습니다. 북한은 북미 북일 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할 용의가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미국이 도와준다면 일본과 지위를 회복하고 한국과 같은 협력 국가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하나, 그건 먼 훗날 일이 될 겁니다. 대신 미국의 요청대로 미사일 발사를 막는 걸로 끝내는 게 지금 시점에서 적당하리라 보입니다. 또한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제재를 멈춰야 할 겁니다.”

중국의 그늘 아래 있는 북한, 하나 북한은 언제든 중국에서 벗어날 준비가 되어 있다. 그저 몸을 움츠리고 있을 뿐.

그 1단계가 움직였다. 그건 미국의 제재를 피하고 수교의 문을 열어 두는 것.

이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터이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기업가인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것도 사실 우스운 일이나, 이 자리에 참석한 이상 발언권은 있다 봅니다. 처음부터 많은 걸 원하기보다 사회 흐름에 적응을 시키고 순차적으로 하나둘씩 만들고, 그 기반이 확실히 다져졌을 때 마지막 3단계를 언급하는 것이 맞다 보입니다. 한 번에 너무 많이 먹는 건 추후 배탈이 날 일입니다.”

당장 해도 좋지만, 너무 많이 앞서나가는 건 좋지 못하다. 지금은 김정일 위원장이 북한의 지도자다. 아무리 좋은 일을 한다 하더라도 그가 반대라도 한다면 오늘 있었던 일은 백지화가 된다.

“나도 한 번에 많은 걸 할 생각이 없었소. 그저 미래의 위원장이 되실 분의 생각을 듣고 싶었을 뿐이요. 하하. 진작 당신을 만났어야 했는데. 내 오늘 일은 결코 잊지 않을 것이오. 김정남 특사.”

다행이다. 나의 계획은 아주 멋지게 맞아떨어졌다.

둘은 준비된 종이에 서명을 하고 악수를 청했다.

“그렇다면 KJ그룹에 관련된 일은?”

“김 회장 마음대로 해도 좋소. 내 약속은 지키지.”

“감사합니다. 백악관을 벗어나면 바로 기자회견을 가지도록 하지요. 빌 클린턴 대통령님 미국의 영웅이 되실 겁니다.”

미국의 일이 드디어 끝났다.

“조만간 북한에서 뵙지요. 오늘은 감사했습니다.”

“오늘 일은 절대 밖으로 새어나가면 안 될 거야. 밝혀지는 진실 외에는.”

“걱정마세요. 제가 이래 보여도 입은 무겁습니다.”

씨익─

“담에 봅세.”

백악관을 나선 우리는 각자의 길로 떠났다.

“방금 우리를 감시한 사람을 잡아오세요.”

정남이 형이 떠나고, 눈동자를 한 장소로 옮겼다. 아까부터 계속 느껴지던 시선.

경호원도 그 부분을 알고 있었는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고는 낮은 톤으로 무전을 때렸다.

“우리를 계속 미행하던 인물이 누구인지 구경 좀 해보실까.”

차량에 올라 우리를 감시한 인물을 기다리기로 하였다. 시선은 하늘로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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