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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재벌 강림하다-115화 (115/145)

115화

#북&미, 경제 중심 KJ그룹

“전화 바꿨습니다.”

-허허, 날세. 김 회장.

김정일 위원장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강녕하셨습니까.”

-나야 늘 같지. 자네의 소식은 정남이에게서 잘 듣고 있네. 본국을 위해 고생이 많음이야. 언제 북한에 방문하면 내 근사하게 대접하지.

아무래도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첫째 아들의 변화에 기분이 고무되어있는 모양이다. 낮은 톤의 목소리이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감정은 어떻게 지우지 못했다.

“그리해 주시면 저야 영광입니다. 기대하며 북한에 방문하도록 하겠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북한경계를 무시하고 밥 먹듯 다니는 놈은 내가 유일할 거다.

어쩌면 진짜 기차를 타고 북한 평양까지 갈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이 심장을 강하게 두들겼다.

그날이 어서 와서 남북의 본격적인 교류와 문화공유가 일어나 하나 된 한반도가 되었음 좋겠다.

만약 그날이 온다면 통일 자금은 내가 되겠다.

-기대해도 좋네.

자신감 있는 저 한마디가 귓속으로 후벼 들어와 입가에 미소를 그리게 만든다.

몇몇 음식들은 입맛에 맞지 않았지만, 고기만큼은 혀를 즐겁게 만들었다.

-이쯤 하도록 하고, 그래. 내게 전화를 한 이유가 뭔가?

말은 잘해야 한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

“부탁 좀 드릴 게 있어 연락을 드렸습니다.”

좀이 아닌 엄청 많았지만, 일단 가벼운 단어를 선택해 이야기를 진행했다.

-말 해보게. 자네 부탁이라면 들어줄 용의가 있으니.

현재 미국과 북한은 미래에 발생할 북미 관계보다 조금은 괜찮은 편이다.

그렇기에 이 방법을 선택할 수 있었는지 모른다. 시기도 좋고 타이밍도 적절하다.

“제가 드리는 말은 어쩌면 북한에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음, 계속해 보게.

“지금 미국과 비핵화 문제를 두고 협의를 하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제가 나서기에 주제가 넘지만, 최소 1단계 협상을 해주십사 하여 연락을 드렸습니다.”

페리 프로세스.

지미 커터 대통령이 김일성 주석을 만나 핵시설 동결 동의를 이끌어 내고 이를 기반으로 제네바 합의에 서명한 적이 있다.

이를 빌 클린턴 정부가 받아, 99년 5월 대북 정책을 담은 페리 프로세스를 발표했다.

1단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중지와 미국의 대북경제제재 해제.

2단계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3단계 북미 북일 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나는 이중 최소 1단계에 도달하길 원했다.

-음. 그건 자네가 나설 일이 아닌 거 같은데, 내게 이걸 꺼낸 이유가 있으리라 보네. 그걸 들어보고 생각해 보도록 하지.

역시 쉽지 않다.

초창기 기업을 인수하던 때는 그때 상황이 맞아떨어져 쉽게 이룰 수 있었지만, 이건 그때와 상황이 전혀 다른 문제다.

속이지 말자. 괜히 에둘러 말했다가 오해를 불어 일으켜 잘 진행하고 있는 사업도 날려버릴 수 있다.

“사실은 미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 몇 개를 국내로 가져와 진행을 하려 하는데, 미국 정부에서 제재를 가할 걸로 보입니다. 미국에서 솔깃할 만한 협상 품목을 제시하고 싶은데, 딱 떠오른 것이 북한과 미국의 관계였습니다.”

-음...

고민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의 숨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가슴이 쿵쿵거렸다.

이건 꼭 통과해야 하는 필수,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이뤄야 한다.

-자네는 정말 많은 걸 알고 있어.

“기업대표로서 알아야 이 바닥에서 살아남지 않겠습니까. 제가 사업기반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 아신다면 이해하시리라 봅니다.”

한국에서의 시장도 엄청나지만, KJ그룹의 주력은 미국의 힘에서 나온다. 영국은 걸쳐가는 정도. 물론, 무시할 수준은 아니지만.

미국에서 얻어지는 수익만큼은 아니다.

-그도 그렇겠군.

1년만 들어주는 척이라도 해주면 좋을 텐데, 이건 내 성격으로 직접적으로 말하지 못하겠다.

“부탁을 들어주신다면 위원장님의 요구를 들어드리겠습니다.”

세상엔 공짜가 없다. 받는 게 있으면 주는 건 당연지사.

친인척 간에도 ‘거래’는 공짜란 없는 게 현 세상의 주소다.

그리고 이보다 믿음이 가는 거래도 없다. 봉사 정신으로 들어주는 것보다, ‘거래’가 흔들리는 마음을 다시 한 번 잡아주는 역할을 해줄 터다.

-음, 좋네. 크게 손해 보는 일은 아니니. 하지만, 내가 중간에 생각을 바꾸더라도 기분이 상하지 않았음 좋겠군.

이거 참. 시원하게 오케이 해주면 좋겠는데, 이런 말이라니.

그래도 반은 성공이라 할 수 있겠지.

“그 정도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어쨌든 긍정적인 대답을 이끌어 냈다. 애매모호한 답이지만, 당장 말을 바꾸지 않으리라.

이럴 때면 중국과 친해진 일이 잘한 것도 같다.

정확히는 친해졌다기보다 사업으로 얽혀 있는 긍정적인 관계지만.

-그러지. 그럼 자네가 협상안을 들고 오면 그때 미국과의 거래에 좀 더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면 되겠지. 내 말이 맞는가?

“그리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야기는 끝난 거 같군. 그럼 이만 끊지.

후아.

“됐다!”

주먹을 강하게 말아쥐었다. 회귀하고 나서 일이 착착 맞아떨어져 나간다. 이것이 주인공 버프라고 하는 건가?

마음속에 휴식을 취하고 있던 기쁨의 포효가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이제 미국이다.

쉬이이─

고요한 하늘길에 올라 눈을 돌려 세상을 내려봤다. 군데군데 껴있는 하얀 구름을 보며 흐뭇한 심정을 감출 수 없었다.

“좋구나.”

세상은 온통 하늘과 바다뿐이다. 파란색. 파란색. 그리고 하얀색. 하얀색.

세상을 도화지라 표현한다면 시야로 들어오는 세상은 아주 멋진 그림이리라.

“곧 착륙합니다. 안전벨트 착용 바랍니다.”

잠깐의 시간이 지나 저 끝으로 공항이 보인다. 비행기가 크게 선회하며 차츰 고도를 낮췄다.

끼리릭. 끽끽.

기체가 살짝 흔들리며 활주로에 무사히 착륙했다. 비행기가 다 멈추고 나서야 승무원의 안내를 받아 게이트를 통과했다.

-KJ그룹 김정수 회장님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공항 안으로 들어서니 높게 들어 올린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미국 정부에서 나온 사람들인가 보다.

“회장님 오셨습니까.”

그들만이 아니라 미국의 계열사 대표진들도 주변에 모여 대기하고 있었다.

빌 게이츠 대표가 허리를 숙여 맞이한다. 어느 국가의 대통령에게도 허리를 꿋꿋하게 유지하던 그가.

어깨가 올라간다.

“모두들 오랜만입니다. 그쪽은 미국 정부 사람이겠죠?”

“그렇습니다. 지금부터 저희가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주변에 경호원들이 쫙 깔려있다. 미국 경찰들도 함께.

새삼 나의 위치가 얼마나 대단한 위치에 있는지 알게 해준다.

과거를 생각해 보면 절대 상상조차 하지 못할 일이다.

“갑시다.”

멈췄던 걸음이 떼어졌다.

그들은 주변을 에워싸 벽을 만들어 공항 밖으로 안내했다.

곧 진풍경이 벌어졌다. 수십 대의 차량들이 고급 리무진을 기점으로 뒤로 길게 이어졌다.

지나가는 도심의 풍경 속의 사람들이 이쪽을 쳐다본다. 그중에는 기자들로 보이는 무리도 보였다.

‘빌 클린턴 대통령, 과연 어떤 사람일까.’

최연소의 나이로 정계에 입문해 나름의 업적을 쌓은 인물.

불륜설만 아니었다면, 다음 대도 노려볼 법한 인물이었을 터인데.

조금은 아쉽게 되었다.

차량은 곧 넓은 정원이 보이는 백악관으로 들어섰다. 수십 대의 차량이 백악관 정문에 멈췄다.

그와의 협상이 다가오니, 이거 괜스레 떨린다.

수행원들의 도움을 받아 차에서 내려 백악관 건물로 들어갔다.

저 건물 안에 미국의 원수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

“각하, 김정수 회장이 도착했습니다.”

“이거 생각보다 빨리 왔구만. 안으로 들이게.”

끼이익.

문이 열린다. 통창 유리를 지나 환한 빛이 머무르는 장소에 TV에서 보던 빌 클린턴 대통령의 모습이 시야로 들어왔다.

“TV에서 보시던 것 이상으로 미남이십니다. 반갑습니다.”

빌 게이츠도 허리를 숙이지 않는 남자다. 그럴진대 내가 허리를 굽혀서야 되겠나.

나는 허리를 꿋꿋하게 세워 빌 클린턴 대통령과 눈빛을 교환했다.

그나저나 이 사람 진짜 잘생기긴 했다. 여자 여러 후리고 다닐만한 이유가 있었다.

나름 젊은 축에 속하는 그.

여자가 충분히 꼬일만한 외모에 괜히 부러움이 스멀스멀 밀고 올라왔다.

‘아니지, 윤희에게 잘해야지. 십새끼는 되어도 개새끼는 되지 말자.’

순간적으로 나쁜 생각이 머릿속을 관통한 걸, 가까스로 털어낼 수 있었다.

“동양인들은 머리가 크고 어려 보이는데, 김 회장은 동양인이라기보다 서양인에 가깝습니다.”

칭찬이겠지?

“제가 좀 별종입니다. 하하.”

실제로 내 외모는 동양인보다 서양인에 가까울 정도로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쌍꺼풀이 있는 눈을 가졌다.

눈도 커, 어린 시절엔 개구리 소년 왕눈이라 놀림을 받기도 했다.

“아주 좋은 얼굴입니다. 얼굴도 작은데 키까지 훤칠하니. 여자들이 아주 좋아하겠습니다. 하하.”

이거 불륜업으로 스카웃 제의를 받는 기분이다. 선생님 전 불륜은 성격에 맞지 않습니다. 지금의 아내와 평생을 알콩달콩 잘 살 겁니다.

“하하.”

“앉지요.”

가볍게 웃어 보이고는 느끼한 그의 미소를 보며 그가 이끄는 자리로 향했다.

우리의 잡담은 여자와 외모 두 가지 주제를 가지고 시작해 차츰 본론으로 향해갔다.

사람이 사는 세상은 어딜 가나 같은가 보다. 단지 정책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여까지 찾아온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군요.”

그리고 빌 클린턴의 뻔뻔함에 혀가 내둘러지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뻔히 무슨 이유로 왔는지 알면서 이런 말장난이라, 이 순간만큼은 내가 갑이 아닌 을이 되었다.

아주 오랜만에 경험해 보는 신선함이 뇌를 두들겼다. 아프다.

저 유들유들한 기름진 미소, 당장 계란을 깨어 후라이를 해도 눌어붙지 않을 표정에 정신이 미끄러질 거 같다.

“돌리지 않고 말씀드리지요. 미국에서 진행하는 일부 사업을 한국으로 옮길 예정입니다. 한데, 그 과정에서 미국 정부가 이를 좋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소식에 직접 바쁜 걸음을 하게 됐습니다. 전 미국이 사업가에 이리 관대하지 못한 나라인지 몰랐습니다. 좀 실망입니다.”

빙글빙글 돌려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이럴 때일수록 대담하게 나가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돌리고 돌려 말해봤자, 얻어지는 건 없다. 시간적 손실이 남게 될 뿐.

“아주 좋은 화법입니다. 전 이런 걸 좋아하죠. 저도 말하지요. 미국의 자산을 타 국가로 이전하는 걸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KJ그룹은 미국의 자산을 강탈한 기업이나 다름없습니다. 수많은 기술과 자산을 가져가고선 한국으로 빼가려 하다니.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지 도통 알 수 없군요.”

미국의 생산량을 줄이지 않은 것만도 감사히 여겨야 할 것인데.

이자는 알까?

맘만 먹으면 미국기업 자체를 철수해 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만약 모든 기업을 한국으로 가져오면.

‘전쟁설이 돌려나?!’

참 여러모로 머리가 아픈 곳이다.

“미국 입장에서 그럴 수 있을 거라 보이지만,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미국의 행동이 떠오르는데, 이 부분들은 어떻게 짚고 넘기시겠습니까? 당시 제가 막지 않았다면, 미국은 한국의 기업을 똥값으로 가져가 비싼 값에 팔아먹었으리라 보는데. 그런 움직임도 포착됐지요. 실제로 몇몇 기업이 그리되었고. 이 점에 대해 하실 말씀은 없으십니까?”

내로남불 만세다. 개 같은 거.

“우린 한국을 살리기 위하여 움직였을 뿐입니다. 어찌 되었든 좋은 결과로 나타났고, 미국 중 어느 기업도 한국기업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겠지. 내가 다 먹었는데. 있어봤자 인수합병 정도겠고.

말을 아주 잘 돌리는 사람이다. 코에 붙이면 코걸이라 하더니.

지금이 딱 그 짝이다.

“역시 미국입니다.”

예상은 했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기에 넘겨보자. 지금으로서 KJ그룹이 미국기업을 인수해 달러를 한국으로 보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니까.

저들 입장에서 KJ그룹은 강도였다.

“그게 무슨 뜻으로 말하는 겁니까?”

그의 얼굴에 불쾌함이 잔뜩 서렸다.

“미국의 권력의 콧대를 말함입니다. 만약 제가 힘이 없는 일반 기업가였다면 제대로 눌릴 뻔했습니다.”

“아주 불쾌하군.”

“지금은 제가 힘이 있고, 미국의 예산을 넘는 자본이 KJ그룹을 통해 세계 경제를 움직이고 있지요.”

“......”

어차피 그는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면 아무것도 아니다. 반면 기업가는 다르다. 기업이 존재하는 한 긴 시간 부에서 나오는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이쯤하고 꺼내온 카드를 꺼내 들자. 이곳에 싸우러 온 것이 아닌, 그와의 협상을 위한 자리이니, 이 이상 그를 불쾌하게 만들어 좋을 건 없다.

이제 채찍이 아닌 당근을 꺼낼 차례다.

“어떤 이유가 되었든, 저의 잘못을 일부분 인정하는 바입니다. 하여, 대통령님이 혹할 만한 제안을 들고 왔습니다.”

“......”

그의 입이 더는 열리지 않았다. 삐진 모양이다. 그러나 곧 꺼내게 될 이 말은 그의 굳었던 마음을 풀리게 하기에 충분하리라 봤다.

“대통령님이 진행하던 실패한 사업 중 하나인 의료보장법과 북미 정책에 대해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거 같은데... 들어보시겠습니까?”

카드가 오픈됐다. 본격적인 게임은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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