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재벌 강림하다-109화 (109/145)

109화

#집안 정리

성격적 결함과 어머니가 아버지로부터 멀어지면서 권력승계로부터 거리가 멀어졌다.

나이를 먹고 정신을 차려보니 이복동생에게 정통성에 밀려 아픈 손이 되었다.

‘이대로는 위험하다.’

순간 위기의식을 느껴 정신을 차리고 학업에 열중해 엘리트 코스를 밟아갔다.

하나, 서자라는 치명적 약점은 어떻게 극복할 수 없다 판단되어 해외를 떠돌았다.

살아남고자 결정한 여행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했고, 알게 모르게 인맥이 되어 힘이 되었다.

“혹시 김정남 씨?”

모처럼 가족들과의 여행을 즐기기 위해 도착한 태국에서 만나게 된 뜻밖의 인물, 김정수 회장.

그를 보자마자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날렵한 콧대, 제법 큰 키, 주변에 포진해 있는 경호원들.

중국에서 김정수 회장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자신과 달리 젊은 나이에 세계의 경제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최고의 기업가는 이제 정치계에까지 발을 뻗었다.

그러다 들려온 솔깃한 제안.

“동생에게 쏠린 관심을 형님께 돌리세요. 간단하지요. 밝히세요. 저와 사업을 하고 싶다고. 이번에 벌이고 있는 철도공사와 개성공단 개발을...”

솔깃한 제안이었다. 북한의 궁핍함을 경험하다 새로이 경험하게 된 해외.

정말 많은 부분이 부러웠고, 언제고 망하게 될 본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KJ가 도움을 준다면? 중국과 대만, 미국과 영국의 지지를 받는 그라면?

충분히 북한을 뜯어 고쳐볼 만하지 않을까? 자신에게 기회가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완벽하게 자리에 오르기 전까지 절대 3대 세습을 막고 개방을 하겠다는 발언은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형님께 큰 악재로 다가올 겁니다. 무조건 위원장님의 신임을 얻으세요. 힘들겠지만 최대한 내 사람들에게 잘하고 형님의 아버지가 원하는 모습을 보이세요. 형님의 실수로 거리가 멀어진 사람들을 챙기시고, 보상도 해주시면서 인망을 쌓아 나가세요.]

형, 동생 하기로 하고 나서 쏟아지는 조언들.

마치 자신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는 듯, 이야기를 하며 주의와 방향성을 제시했다.

“정말 신기한 놈이야.”

귀신에 홀린 기분마저 들 정도로 참 묘한 녀석이었다.

김정남은 당시에 있었던 일을 회상하며 길을 걸었다.

“정말 갈 거예요?”

어깨를 나란히 걷던 부인이 묻는다.

“가야지. 당신은 여기에 있어. 돈은 이걸로 해결하고.”

아무리 막 살았어도 가족만큼 중요한 건 없다. 북한은 지금 너무도 위험한 상태.

김정남은 김정수 회장으로부터 건네받은 카드를 부인에게 주었다.

“하지만...”

“그걸 쓰면 추적은 피하겠지.”

북한으로 돌아가는 건 참으로 많은 생각과 결심이 필요로 하였다.

김정수 회장을 만나기 전까지면 모를까, 그를 만나고 생각이 확 바뀌었다.

가족을 지키고자, 자신의 완벽한 자유를 위해 북한으로 돌아가기로 결심을 굳혔다.

“가지.”

김정남은 경호원으로 있는 여성을 대동해 비행기에 올라섰다. 멀리서 손을 흔드는 가족을 뒤로 한 채.

북한으로 떠났다.

“저 왔습니다.”

출렁이는 배를 드러내 보이며 방문을 열고 김정남이 들었다.

전에는 없던 열띤 감성이 두 눈에 담겼다. 자신감은 목소리로 나타났다.

“뭐라도 잘못 먹은 게냐?”

묘하게 바뀐 아들의 모습에 김정일의 눈빛이 바뀌었다. 오래 두고 산 아들의 변화를 눈치를 채지 못할 김정일이 아니었다.

“머리를 좀 식혔더니, 이제 좀 일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네가 일을?”

그간 김정남은 일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해왔다. 젊은 시절에는 방탕하게 살고 나이트에서 총을 사용하기까지 해 여러 방면으로 곤란을 겪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아버지 몰래 혼외자식을 키우는 것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을 했는데.

그런 아들놈이 대뜸 와서는 처음으로 일을 하겠다며 직접 찾아왔다.

“네.”

“허.”

처음으로 있는 일이었다. 호되게 맞아도 말을 듣지 않던 놈이.

“주세요.”

일을 하고 싶어한다.

“무슨 속셈이냐?”

정말 궁금해서 물었다. 사람이 갑자기 달라질 일은 없다 믿어 온 김정일은 아무리 아들이라 하더라도 의심의 눈빛을 지우지 못했다.

“다음 대 북한을 책임지려면 제 잘남을 보여드려야지요. 어디 가서 비명횡사하는 꼴은 싫습니다.”

“...... 음.”

너무도 갑자기 찾아온 변화와 그의 말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자신이 후계자가 되기 전 느껴오던 감정이 아들에게서 느껴졌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마음의 기울기가 장자가 아닌 정실부인에게서 얻은 아직은 어린 아들에게 마음이 가기 시작을 하였는데.

“알겠습니다. 그럼 전 돌아가 뭐 도울 일은 없는지 돌아보겠습니다.”

“......”

확실히 전과 너무 다르다.

“북한의 통치자가 되는 걸 싫어하던 녀석이 왜 갑자기 그리 변한 건지, 물어봐도 되겠느냐?”

“아버지의 핏줄이 어디 갑니까.”

김정남은 나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뭘 당연한 걸 묻느냐는 시선을 보냈다.

둘의 눈빛이 맞닿으며 서로를 탐색했다.

“알겠다. 나가봐라.”

김정일은 무뚝뚝한 얼굴 그대로 시선을 돌렸다. 김정남과 등진 김정일.

턱.

“이제 철 좀 들었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아무리 못났다 하지만, 자신의 핏줄.

긍정적으로 바뀐 아들의 모습은 절로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류경 부부장. 내 방으로 들지.”

몇 분 뒤 김정일은 최측근으로 두고 있는 류경 부부장을 불렀다.

늘 옆에 붙어 다니는 그는 김정일이 믿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부르셨습니까.”

얼마 뒤 류경 부부장이 방 안으로 들어섰다. 노령이지만, 황토색 군복을 차려입은 그의 모습은 군인 그 자체의 모습이었다.

꿋꿋하게 선 허리와 단단하게 박힌 눈동자가 김정일에게 향했다.

“정남이가 돌아왔더군.”

“......”

류경은 입을 다문 채 가만히 있었다.

“그 아이가 뭐라는 줄 아는가?”

“......”

이번에도 입을 떼지 않았다.

“일거리를 달라더군. 믿겨지나?”

“허허,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지도자이신 김정일 위원장님의 자녀다우십니다. 이제야 빛을 발하시려는 모양입니다.”

드디어 류경 부부장의 입술이 떼어졌다. 그는 뿌듯한 감정을 목소리에 담아 김정남에 대한 예찬을 아끼지 않았다.

“자네의 생각은 어떤가?”

“세상을 돌아다닌 건 공부를 위함이지 싶습니다. 비록 어린 시절 위원장님의 마음을 아프게 했지만, 기회를 주셔도 무방하리라 봅니다.”

류경 부부장은 장자 승계을 원칙으로 삼고 있는 사람 중 한 명.

그의 입장에서 바뀐 김정남의 모습은 반갑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고 보면 나랑 같은 상황인가.”

초기 아버지인 김일성의 다음으로 후계자로 언급됐던 김평일.

일찍 잃은 생모로 후계자의 자리에서 밀려났지만, 아버지의 최측근인 최현의 지지로 인하여 현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그 안에는 복잡한 일들도 있었지만, 어쨌든 그의 입김이 원로들의 입을 봉쇄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때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이 조금은 비슷하게 돌아간다.

아직 후계자를 정하지 않은 상황도 비슷.

“부부장은 누가 후계자가 되었음 하는가?”

그때가 떠올라 넌지시 물었다. 그때의 감성이 동했는지 모른다.

“당연히 장손이 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장자가 있는데 다른 누가 한단 말입니까.”

“허허. 그렇단 말이지. 알겠네. 부부장은 정남이를 예의주시하며 일거수일투족을 내게 보고하게.”

김정일은 뒷짐을 진 채, 김정남의 감시를 류경 부부장에게 일임을 하였다.

북한의 정세가 본 역사와 다른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

비슷한 시각 한국에 자리한 육성전자 회의실로 사람들이 대거 들어섰다. 전 계열사에 해당하는 인사들이 이건호 회장의 부름에 집결했다.

“계열사로 향하는 일감을 분산하면 업무적인 오류가 생길 수 있고, 품질에 대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육성전자의 임원진은 이건호 회장의 일감 몰아주기 경영형태에 변화를 주겠다는 말에 극구 반대의견을 내었다.

각 자리에 앉아 있는 대표진들 스스로의 실적과도 관계된 이야기.

“맞습니다. 또한 계열사 간 매출이 떨어질 우려도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 이건호 회장의 결정에 방어하는 자세를 취했다.

“조용!”

급기야 이건호 회장의 입에서 호통이 터졌다. 임원진들은 화들짝 놀라 급히 입을 다물었다.

회의장은 삽시간에 침묵으로 바뀌어 사람들의 숨소리만 작게 들렸다.

“품질? 그걸 생각하는 양반들이 제품을 그따위로 만들어?”

육성전자는 국내에서 잘 알아주는 전자제품 기업이지만, 종종 하품들이 팔려 곤혹을 치를 때가 많았다. 최근에는 핸드폰과 냉장고에 문제가 발생했다.

핸드폰은 1999년에서 2000년 표기가 잘못 표기될 수 있는 점을 확인해, 제품의 소프트웨어 교체가 이뤄졌고.

냉장고는 냉기제어 벨브 결함문제로 1만여 대에 달하는 모든 냉장고에 대하여 리콜에 나서는 촌극을 빚기도 하였다.

그런 상황까지 가게 만들어 육성의 먹칠을 사정없이 해댄 주역들이 눈앞에 자리를 잡고 목소리를 높이는 꼴이라니.

이건호 회장의 심기가 확 뒤틀렸다.

“협력사를 늘리고 점수제와 아웃제를 도입해서 협력사를 관리해. 문제가 계속 제기되면 거래를 끊고 새로운 기업을 찾아 관리할 수 있도록 하게.”

이건호 회장은 힘으로 일을 진행했다. 반대가 있다손 치더라도 더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

사위와의 제안도 있고, 의견의 모두 수용해 진행하기로 하였다.

육성은 조금씩 조금씩 체질 개선에 나서며 변화의 시대를 맞이해 갔다.

***

“이 미술품들이 다 얼마짜린데...”

홍라혜 여사는 거두어지는 미술품들을 안타까운 눈으로 한없이 바라봤다.

벽에 빼곡히 걸려 있는 몇몇 미술품들이 정리되는 모습을 글썽이는 눈으로 바라봤다.

“너무 아까워하지 마세요. 육성에 고작 몇백억 없다고 잘못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깔끔하게 신고하고 투명하게 관리하는 것이 육성에 있어서 더욱 큰 부를 가져오게 도움을 줄 겁니다.”

육성은 오랜 시간 한국에 뿌리를 내려 많은 재물을 모으고, 그 과정에서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좋지 않은 흔적들이 한가득 묻어 있었다.

육성과 KJ에 해가 되지 않도록 모든 오물들을 정리하고자 장모님을 설득해, 비자금으로 조성된,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미술품들을 세탁해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렇게 정리한다고 모든 때가 씻겨지지 않겠지만, 하지 않은 것보다는 나을 거다.

절대 안 된다는 장모님의 강한 반박에도 사위 사랑이 어디 가겠나?

나는 장모님의 사위 사랑을 이용해 ‘KJ’ 명함을 두르고 반강제적으로 정리하도록 만들었다.

“이 부분에 대한 건 제가 채워드리겠습니다. 그러니 과감히 미술품을 정리하세요.”

“휴, 사위. 아무리 그래도 몇 점은 남겨두는 게 좋지 않을까?”

“미술품보다 가문과 기업을 생각하세요. 이거 하나로 장모님과 장인어른이 곤란을 겪을 수 있고, 심지어 처형과 형님께 누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크게는 KJ와 윤희에게도 영향을 끼치게 될 소지가 큽니다.”

이제는 육성과 한배를 타는 이때, 나쁜 이슈는 최대한 막는 게 좋았다. 그래서 앞으로 벌어질 모든 일들에 대한 방어수단으로 이슈로 떠오를 모든 걸 정리했다.

문제 되는 미술품에 대한 단 한 점도 남기지 않고. 에버랜드에 있는 미술품까지 싹 수거했다.

“장모님 앞으로 나가시죠. 기자들이 기다립니다.”

그리고 이 돈과 미술품 모두.

“홍 대표님. 이 미술품 판매대금과 일부를 나라에 기부하기로 한 게 사실입니까?”

나라에 기부하기로 하였다.

“네. 그간 모아온 육성의 자산과 저의 보물을 가난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쓰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부를 결정했습니다.”

단 한 가지.

장모님이 정말로 아끼는 공개된 미술품 몇 가지를 남겨두고.

기자들은 너무 놀라 셔터를 누르는 것도 잊고 장모님을 바라봤다.

가치만 40억 원이 넘는 미술품들이 모두 나라로 넘어간 사실보다, 장모님에 대해 잘 아는 기자들 입장에서 믿어지지 않을 대사건일 터다.

“이에 KJ그룹도 장모님의 뜻을 받들어 50억 원을 좋은 일에 쓰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사회에 내놓기로 하였습니다. 꼭 좋은 일에 쓰이길 바랍니다.”

그리고 공개적으로 KJ는 육성과 함께함을 확실히 밝혔다.

시동을 걸고 있던 검찰 입장에서는 크게 한 방 먹은 꼴일 것이다.

이로써 집안 정리는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