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화
#돌격
로템 인수는 사업에 활력을 더해주었다. 느리게 흐르던 사업을 묶어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중국에 인터넷 기업을 설립해 중국 전역에 걸친 인터넷망을 깔고, 베이징을 시작으로 각 도시로 인텔의 컴퓨터가 공급됐다.
대만은 난터우를 시작으로 관광도시 목적으로 한인타운 건설에 들어갔고, 주변으로 리조트, 고급저택, 상권, 호텔 등이 착공에 들어갔다.
서울과 신의주를 잇는 경의선.
서울과 원산을 잇는 경원선.
경의선의 종착역은 신의주가 아니다.
압록강을 건너 모스크바를 지나 파리와 런던까지 이어진다.
경원선은 과거 원산까지 연결되었으나, 지금은 남북분단으로 인하여 단절되었던 걸 복구작업 예정.
남북의 철로 연결은 국가 간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쉽게 다가설 수 없던 문제였으나, 기연과 행운이 만나 이번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 사업은 많은 사람들에게 뜻밖의 희망의 꽃을 피웠다.
“정말이가? 이 소식이?”
강원도 철원 끝 마을에 사는 노인은 날아든 소식에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밭일을 하기 위하여 나갈 시간이지만, 들려온 소식은 발을 묶었다.
“형님! 재춘이를 볼 수 있게 됐다고요! 우리 재춘이를!”
1950년 발생한 6.25전쟁은 많은 사상자를 내고 많은 가족들을 잃게 만들었다.
전쟁포로 중 일부는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소식조차 제대로 들을 수 없던 동생의 소식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재섭은 헤어진 동생을 생각하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정부가 큰일을 했아. 암.”
노인은 크게 기뻐했다. 눈가에 붙어 있던 눈물 댐이 무너져 아래로 흘러내렸다.
촉촉해진 그의 눈과 얼굴에 행복감이 묻어났다.
그리운 가족을 그리며.
***
“이번 사업으로 국민들의 관심이 무척 뜨겁습니다. 헤어진 가족을 만나게 된다는 희망에 부풀어 이번 공사에 참여하고 싶다는 기업과 가족들이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오랜 시간 떨어져 있어도 피는 바뀌지 않고, 하나로 이어진다.
보고 싶다.
이 바람은 소원이 되어 늘 고향을 마음속에 품고 살게 된다.
사람들은 생각했다.
곧 만날 수 있게 될 거라고.
“... 몰랐네요. 그래서 정부 입장은 어때요?”
“북한과 협의 중으로 알고 있습니다. 2002년 월드컵도 있고....”
퍽!
그때 어떠한 기억이 머리를 크게 강타했다.
-제2의 연평해전.
-2002년 6월 29일 오전 9시 45분, 참수리급 고속정 357호 침몰.
“......”
심장이 두근거렸다. 북한의 기습적인 공격.
그때를 떠올리면 아찔했다.
해외로 장기출장 중에 발생한 일이었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귓가로 이 실장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충격에 빠진 정신이 돌아왔다.
“아니에요. 아무것도.”
에이, 아니겠지. 역사는 바뀌었다.
본 역사와 같은 건 2000년도 철도사업이 북한으로 이어지는 거고.
바뀐 건 ‘나’라는 존재가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게 됐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배경을 가지고.
“말씀하시다 갑자기 멍해지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잠깐 잊었던 기억이 떠올라서 그랬어요. 미안해요. 어디까지 이야기를 했었죠?”
“월드컵까지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민심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정부 입장에서 이번 일은 우선순위로 다뤄질 걸로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기회네요. 그건 우리가 신경 쓸 문제는 아니겠죠.”
좋게 생각하기로 하였다.
“한데 미국 쪽 분위기가 묘합니다. KJ그룹 계열사에 한해 큰 문제는 없지만, 서브프라임 대출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큰 위험이 미국을 덮치지 않을까 좀 우려스럽습니다.”
오?! 이호영 비서실장 다시 봤다.
미국의 초저금리 문제는 계속 화두로 오르고 있다. 전 세계 부동산 시장은 초저금리로 인하여 가파르게 상승을 하고 있는 고위험상태이다.
이로 인하여 초거대 대부업체들이 문을 닫게 된다.
이 일은 2007년쯤 발생한다.
그로 인하여 국제금융시장의 연쇄적 경제위기가 찾아온다.
“말씀 잘하셨네요. 베어링스에 공문을 보내 대출 장벽을 높이라 하세요.”
이 충격적인 건 하나의 기업이 어떻게 막을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
아무리 KJ가 세계적인 그룹이라 하나, 막는다는 건 아주 허황한 꿈이다.
한국처럼 작은 나라도 아니고.
“어느 정도로 할까요?”
“대출자의 1년간 벌어들이는 봉급 기준으로 인당 대출 규모가 2배를 넘어가면 모두 거부하라 이르세요.”
대출 규모가 높은 외국인의 대출을 막기로 하였다. 그간 베어링스 은행은 빠르게 덩치를 키워 미국에서도 제법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당연히 고객들의 빚잔치에 베어링스도 크게 한몫했다.
“음, 그렇게 되면 유입되는 고객이 적어 손실을 보지 않겠습니까?”
당연히 신규회원을 받기 힘들겠지만.
“아니에요. 일단 사태를 지켜보며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대출 장벽을 높이고 지켜볼 필요가 있어요. 지나치게 많은 대출자들을 우리가 받을 이유는 없어요.”
회사가 경영위기에 처하는 것보다 낫다.
“일부 대출을 회수하는 방향은 어떻습니까?”
“그것도 괜찮은 방법이네요.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 정도로 회수조치 내리세요.”
이호영 실장은 참 유능하다. 종종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지적해 좋은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그럼, 그렇게 지시를 내리겠습니다.”
이번 일이 잘된다면 어쩌면 미국의 탑10에 오른 대부업체들을 KJ로 편입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럼, 난 카드를 알아볼까?”
곧 일어날 카드대란.
아무리 KJ가 외환위기의 파도를 막았다 치지만, 위축된 시장은 어쩔 수 없다.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아직 당시 외환위기의 여파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기업의 투자가 줄고 정부에서도 조심스러운 입장.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도 크게 감소해, 정부는 본 역사와 비슷한 발표를 했다.
‘금융규제완화’
카드규제를 풀어 소비시장에 활력을 주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깔렸다.
그렇다면 이 시기를 KJ도 타는 게 맞다.
카드대란은 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자본금이 많은 회사가 이기게 된다. 버티면 시장을 가질 수 있다는 소리.
“접니다.”
책상 위에 올려 둔 핸드폰을 귀에 가져갔다. 곧 수화기 너머에서 중년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베어링스 한국지사장실.
지이잉─
핸드폰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회장님.
“응?! 잠시 회의를 중단하죠. 회장님 전화입니다.”
화면에 비친 이름에 회의를 중단했다.
“고금석입니다.”
-바쁜데 전화해서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잠시 쉬고 있었습니다.”
고금석은 입술에 검지손가락을 가져가면서 자리에 모인 사람들에게 주의를 주었다.
-아, 그거 다행이네요. 다름이 아니라, 베어링스 카드가 국내 점유율이 어떻게 되나요?
“음... 3~4% 수준입니다.”
-음, 역시 적네요. 지사장님. 카드점유율 15%까지 끌어올리세요.
“알겠습니다. 또 지시 내릴 사항이 있으신지요?”
-따로 없고 나머지는 지사장님께 맡기겠습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비장함을 얼굴에 실어 정면에 자리한 사람들에게 향했다.
분위기가 바뀐 고금석 지사장으로 인하여 사람들의 시선이 긴장으로 가득하다.
“아무래도 회의 주제를 바꿔야겠네요. 회장님 지시입니다. 국내 카드 점유율을 15% 이상으로 끌어올리라 하십니다. 이에 대해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 분은 말씀해 주세요.”
회의의 주제가 바뀌었다.
실적을 발표하던 자리는 카드점유율을 가져오는 아이디어 자리로 바뀌었다.
사람들의 얼굴에 깊은 고심이 머물렀다.
“혹, 이건 어떻습니까? 우리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가령?”
그때 하얀색 뽀글머리에 검은 피부를 가진 남성이 손을 들어 목소리를 냈다.
이에 고금석 지사장은 그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백화점과 식료품을 할인해 주고 포인트를 일정 부분 적립해준다면, 상당한 매력을 느끼리라 봅니다. 마침, 우리 계열사 중 인텔과 전자에서 신형 컴퓨터를 내놓고 있는데 가격이 부담이라 구입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지 않습니까? 이벤트로 1년 무이자 할부도 겸한다면 사람들이 몰릴 거라 보이는데 어떻습니까?”
“좋은 의견입니다만, 은행부담이 크지 않겠습니까?”
분명 좋은 의견이다. 하지만, 베어링스가 가지는 부담이 상당하게 다가왔다.
“계열사와 협업해 이끈다면 우리가 가지는 부담은 그리 크지 않을 거라 봅니다. 그간 회장님의 지침으로 관망하는 자세를 가졌지만, 그동안 경쟁사들은 육성 17%, 엔지 16% 이상으로 끌어올린 상황입니다. 이들을 따라잡으려면 우리 환경에 맞는 무기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 봅니다.”
중년인은 자신의 생각을 강하게 주장했다.
꽤 자신감 있는 눈치다.
“다른 분들 생각은 어때요?”
중년인의 말에 공감이 되었는지, 고개를 작게 끄덕여 보이고는 다른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지금으로서 김 전무님의 생각이 좋다 보입니다. 회장님 지시도 떨어졌으니, 시도해 보는 게 좋으리라 봅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일단 점유율을 챙기고 그 후에 다음을 생각하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잠깐의 시간이 지나, 관망하는 자세를 갖추던 사람들이 너도나도 의견을 내며 결론에 도달했다.
“좋습니다. 모두의 의견을 받아, 그대로 진행하는 걸로 하죠. 마케팅팀은 그런 줄 알고 준비하세요.”
회의는 곧 마침표를 찍었다.
-KJ그룹 베어링스 은행 카드 영업 본격적 어택! 관망하는 모습을 보이던 KJ그룹이 카드 투자에 적극 나섰다.
-KJ백화점 물품 구매 시 3% 할인, 1% 마일리지 적립! 1년간 KJ가 쏜다!
-KJ 신용카드 가입 시 1만 마일리지 적립!
-컴퓨터 5% 할인률 적용!
-KJ자동차 5% 할인받고 마일리지 2% 가져가자!
KJ그룹의 규모 대비 너무도 부족한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하여 KJ는 손실을 감수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선보였다.
“자동차 5% 할인에 2%면 총 7% 할인받는 건데. 이거 대박인데?”
자동차를 구입하기 위하여 인터넷을 뒤적이던 중 사이트에 올라온 기사를 보게 됐다.
놀랍게도 신규 가입자 할인에 카드와 마일리지까지 합치자 10%가 넘는 할인을 받았다.
“K3가 아니라 K5로 구입해도 되겠는데?”
마우스를 옮겨 다음 창을 켰다.
-KJ자동차의 역작 K5 출시!! KJ카드로 계약하면 5% 할인받고 마일리지 2% 받자!!
-올여름은 K5와 함께!!
“역시 K5가 좋겠어.”
중형차는 부담스러워 그보다 아래 등급을 알아봤는데, 이번에 KJ에서 신차를 내놓았다.
기존에 자리한 자동차들을 구시대 유물로 만들어 버린 외국 감성의 세련된 디자인이 마우스를 계속 조작하게 만들었다.
“좋아. 이걸로 가자!”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손에 들고 있는 카드를 챙기고 대리점으로 향했다.
이와 비슷한 일은 백화점, 마트, 전자상가에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
며칠 뒤, ...
-KJ 베어링스 은행으로 모여드는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카드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다음 카드를 받을 수 있는 일자는 문자로 알려 주기로 하였으며...
KJ그룹으로 사람들의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