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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재벌 강림하다-99화 (99/145)

99화

#로템 인수

-당연히 내가 껴야 맞지 않는가?

“그거야 맞는 말이지만, 둘만의 자리를 내어주실 수 있지 않았습니까? 제가 옆자리에 있으면 모든 이야기를 꺼낼 수 있으십니까?”

-힘을 실어 주었음 됐지, 자네는 욕심도 많군.

“사업가이니, 욕심이 많지요.”

-욕심이 지나치면 화를 입는다네.

“욕심을 감당할 그릇은 재앙도 막는 법입니다.”

-허, 자네는 정말 단 한마디도 지지 않아. 좀 꺾일 필요가 있어. 그러다 눈먼 총에 맞아 죽을 수 있네.

“그럼, 죽으면 그만입니다. 죽음이 두려워해야 할 사업을 포기한다면 그 무슨 망신입니까?”

-... 그만하지. 자네랑 이야기를 하면 정말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를 일이니. 북한 자원투자는 나랑 같이 하지. 그럼 북한을 압박해서라도 받아 내겠네.

“지분은?”

-5대5.

“역시 우리는 맞지 않는 거 같습니다.”

-중국 희토류 채굴권을 20년이나 줬는데, 이 정도면 공평한 거 아닌가?

“제 목숨값도 안 됩니다.”

-... 좋네. 6대4. 이 정도면 적당하겠지.

“그만 끊겠습니다.”

-좋네. 돈만 투자하고 7대3. 7은 KJ에 지원하도록 하지. 이 정도면 후하지.

“계약서 준비해서 보내도록 하지요.”

-...... 나를 그리 대하는 사람은 세상에 자네가 유일하겠지. 막돼먹은 인간은. 그보다 중국으로 귀화할 생각 없나? 자네가 중국으로 귀화하면 고위 귀족으로...

“관심 없습니다. 중국은 저와 맞지 않아서 말이지요.”

-아쉽게 됐군. 그럼, 계약서를 기다리겠네.

뚝.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네.”

죽이려들 땐 언제고, 매달리는 모양새.

아무래도 세상은 미친놈에게 한 수 접어주는 버그로 얼룩져 있나 보다.

착하면 덤비고, 미친놈은 양보해주는 아주 착한 세상.

이것이 우리 사회의 진실이다.

“이렇게 보니 왜 북한이 미친놈처럼 행동하는지 알겠어. 그보다 북한으로 넘어가면 무사히 돌아올 수 있겠지?”

머리를 긁적이며 수화기를 들었다.

“소 천 마리 준비하세요.”

역시 선물을 준비하는 게 좋겠다.

“북한으로 가져갈 겁니다.”

***

-관심 없습니다. 중국은 저와 맞지 않아서 말이지요.

“아쉽게 됐군. 그럼, 계약서를 기다리겠네. 허, 정말이지 어이없는 인간이야.”

자신을 막대할 수 있는 인간이 이 지구상에 몇이나 존재할까?

눈을 감고 곰곰이 따져봤다.

어머니, 아버지, 할아버지?!

지금은 서거하여 계시지 않는 분들.

즉, 없었다.

한데, 유일한 인간이 생겼다. 그것도 아주 미친놈에 별종이.

“우리 중국에도 이런 패기를 보유한 전사가 필요한데. 오늘은 한국이 참 부럽군.”

한반도가 있는 방향으로 시선을 가져가 본다.

중국에는 없고 한국에는 있는 인물을 떠올리며 저무는 해를 감상했다.

***

미래그룹 회장실.

“오늘 신문에 KJ에서 로템 지분 5%를 확보했다 발표했습니다.”

출근한 정진규 회장 앞으로 신문이 놓인다. 신문 위로 시선을 가져간 정진규 회장의 눈가에 주름이 잡혔다.

“지나치군.”

모든 시장은 KJ를 통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취급하지 않는 사업 없고, 함부로 가격조차 올리지 못하는 상황.

그런 현실에 살아가는 기업들은 울상일 수밖에 없는데, 갑자기 로템 지분을 늘려 주주가 된 KJ의 소식은 무척 불편했다.

“로템을 인수할 걸로 보이나?”

“돌아가는 상황을 놓고 봤을 때,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 KJ는 중국까지 이을 철도 공사를 위해 자재 수급에 나섰습니다. 사업 규모가 10조 원이 넘는 거대 프로젝트입니다. KJ입장에서 철도청 인수가 가장 효과적이라 판단했을 겁니다. 하지만 쉽지 않을 겁니다.”

미래그룹 33.7%, 한진 30%, 대진 30%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이다.

로템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가 경영권에서 나온다. 세 그룹이 승인을 하여야, 사업이 승인되는 형태이기에 여러모로 문제가 많기도 하였다.

“그렇지. 아무리 KJ라 하더라도 힘들지. 한데 하나라도 넘어가면 큰일이야.”

미래그룹이 세 기업 중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치더라도 확실히 위험했다. 단 한 곳만 들어가도 지금껏 키워온 로템은 KJ에게 빼앗기게 된다.

“안 되겠네. 이들을 만나야겠어. 대진에서 보도록 하지.”

실장의 보고를 가만히 듣던 정진규 회장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로 연락을 놓겠습니다.”

회장의 짧은 말에도 단번에 알아들은 실장은 급히 밖으로 나갔다.

정진규는 그를 뒤로하고 회사를 벗어났다.

“정진규 회장이 대진으로 향했습니다.”

***

한편 그 시각.

KJ그룹 이호영 실장의 귀로 정진규 회장의 이동 소식이 들어갔다.

“우리도 대진으로 가지.”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이효영 실장은 KJ그룹 내에서 계열사 대표와 비슷한 힘을 발휘한다. 때로는 계열사 대표진들 위에 있는 실력자가 이호영 실장이기도 하였다.

비서실장이라기보다 그룹 총 지휘자라 불리어도 아깝지 않을 그가 대진그룹으로 향했다.

***

“소식은 들었습니까?”

한진과 미래그룹 회장이 대진그룹 회장실에서 자리를 가졌다. 정진규 회장이 대진그룹 회장 이덕호에게 질문을 던졌다.

“들었습니다. 우리가 막는다고 막을 수 있을지 그게 걱정입니다. 지금 KJ의 무분별할 사업 확장과 전자사업으로 인해 모니터 사업을 철수했는데, 정말로 머리가 아픕니다.”

대진그룹 이덕호는 골머리가 아프다는 듯 미간을 꾹꾹 눌렀다.

획기적인 LCD모니터의 탄생은 세계에 뻗어 있는 모든 컴퓨터 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했다.

국가에서 지원해 개발에 온 힘을 쏟아붓지만, 워낙 기술력 차이가 많이 나는 데 이어 가격까지 싸니 승부조차 하지 못했다.

“막아야지요. KJ의 독과점을 허용하는 일입니다.”

한진그룹 홍수찬 회장이 대화에 힘을 실었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막아야 된다고 못을 박았다.

“문제는 어떻게 막느냐 이건데. 수가 있으십니까?”

“최근 정부와도 가깝게 지내는 걸 보면 정부의 도움을 받는 건 힘들어 보입니다.”

정진규 회장의 말에 이덕호 회장이 고개를 저어 부정적인 의견을 꺼냈다.

서로의 욕심에서 만들어진 로템.

그걸 뜬 눈으로 뺏길 수 없다 입을 모았다.

똑똑─

무거운 분위기 속에 소심하게 울리는 노크 소리.

방 안에 있던 세 사람의 시선이 돌아갔다.

“무슨 일이야?”

이덕호 회장이 안으로 들어서는 직원을 보며 물었다.

“KJ에서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이호영 비서실장이라고 안으로 들여보내 달라는데 어떻게 할까요.”

직원의 목소리가 무척 조심스럽다.

선약도 없는 사람이나, KJ라는 명성에 기가 눌린 모습.

쯧쯧.

그의 모습에 심기가 불편해진 이덕호 회장이다.

그는 잠시 고민하다 들려오는 목소리에 표정을 풀고 눈을 돌렸다.

“허. 우리가 여기에 다 모인 건 어떻게 알고.”

“아무래도 우리를 감시하고 있는 모양인데, 소름이 돋습니다.”

홍수찬과 정진규 회장의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마음 같아서 당장 쫓아내고 싶지만.

“들여보내게.”

그러기 쉽지 않았다. KJ를 무시하기에 그들의 사업들이 KJ와 얽혀 있는 것들이 너무도 많았다.

“네.”

직원은 식은땀이 맺힌 이마의 땀방울을 제대로 훔치지도 못하고 급히 밖으로 나갔다.

약 1분의 시간이 지나고.

“갑자기 찾아와 실례했습니다. KJ그룹 이호영 실장입니다. 재계에 유명하신 분들을 한자리에서 모두 뵐 수 있어 영광입니다.”

이호영 실장이 들어왔다. 이호영 실장은 예의 유들유들한 미소를 입가에 띠며 한 명 한 명 눈에 담았다.

“KJ의 그 유명한 분이 여기는 어인 일로 오셨습니까?”

아무리 재계 회장이라 하지만 KJ의 비서실장의 자리는 쉽게 대할 수 없는 그런 위치에 있었다.

제국의 공작을 대하는 왕국의 왕이 이러할까?

이덕호를 필두로 홍수찬, 정진규는 불편함을 감추고 웃는 얼굴로 이호영을 맞이했다.

“회장님께서 잘 봐주셔서 지키고 있을 뿐이지, 그리 대단한 사람도 아닙니다. 한데, 여기에 무슨 일로 세 분이 모여 계실까요. 설마 KJ를 욕하고 있던 건... 아니겠지요. 하하.”

이호영은 너무도 편한 자세로 눈으로 대충 쓱 훑고 빈자리를 찾아 앉으며 농을 던졌다.

“......”

“......”

“......”

하나, 셋은 뜨끔한 나머지 웃을 수 없었다.

이호영이 방문한 목적이 세 그룹을 노리고 있는 걸로 짐작됐기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 제가 요즘 하이개그에 빠져 살아 그런지... 재미가 없었나 보네요. 모두 말도 못 할 정도로 어실 줄은 몰랐는데. 죄송하게 됐습니다.”

이호영은 머리를 슬슬 긁으며 그들의 속도 같이 긁었다.

상황파악을 못 하는 건지, 그도 아니면 계획의 일환일지.

얼굴을 보니 전자는 아닌 거 같고 후자 같다.

“실없는 농은 이쯤하고 김정수 회장님 지시로 로템을 인수하러 왔습니다. 마침 여기에 주주분들이 전부 모여 계시네요. 돌려 말하지 않겠습니다. 지분 전부를 내놓으시면 시세에 100%를 더 드리겠습니다.”

지금 시세에 2배를 주겠다는 의미.

이번에 KJ에서 크게 인심을 썼다.

“일이 이렇게 됐으니 우리의 뜻을 말씀드리지요. 우리는 KJ에 로템을 넘길 생각이 없습니다.”

정진규 회장이 대표로 나서서 매각의향이 없음을 밝혔다.

“다른 분들도 같은 생각이십니까?”

고개를 좌우로 천천히 움직여 사람들의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

“큼, 그렇소. 말이 나와 하는 이야기지만, KJ의 욕심이 너무 지나치지 않나 싶소만. 우리의 먹거리까지 건드는 건 아니라 봅니다.”

이덕호 회장은 고민하던 얼굴을 지우고 미래그룹 회장의 뜻과 같음을 인정했다.

“홍 회장님도 생각이 같으십니까?”

이제 남은 건 한진그룹.

이호영의 눈동자가 고정됐다.

“저도 같습니다. 얼마를 불러도 넘길 생각이 없습니다.”

끝으로 한진그룹도 거절 의사를 내놓았다.

“참 좋은 기회를 놓치려 하십니다. 1조도 되지 않는 회사를 지키려고 좋은 기회를 놓치려 하다니 말입니다.”

하지만, 이호영은 표정 변화 없이 웃는 얼굴 그대로 유지하며 말했다.

두 눈동자에는 나무만 바라보는 한심한 인간들을 바라보는 듯한 감정이 실렸다.

그에 세 사람의 얼굴에 의아함, 궁금증, 놓친 게 무엇일지에 대한 중복된 표정이 걸쳐졌다.

“KJ가 이번에 어떤 사업을 하게 됐는지 잊지 않으셨으리라 봅니다. 지금 KJ는 중국, 대만에 대한 공사를 수주받았고 공장 확장 공사를 시행합니다. 거기에 더하여 북한을 경유해 중국으로 넘어가는 철도 공사가 추가됐습니다. 사업 규모만 20조가 넘는 대규모 사업입니다. 아무리 국내에서 가장 큰 건설사를 들고 있다지만, 이 사업을 KJ에서 독점하여 할 걸로 생각하고 계신 건 아니겠지요?”

“......”

“......”

“......”

그제야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알게 됐다. 세 사람의 표정에 설마 하는 얼굴에서 ‘아차’한 얼굴이 되어 표정 굳혔다.

셋의 표정이 와르르 무너졌다.

“다시 말씀드리지요. 지금 시세에 20%를 올려 KJ로 넘기시면 KJ에서 진행하는 사업에 회장님들께 30%의 지분을 보장하겠습니다.”

인수가가 줄어들었다. 하나, 셋에게 제안한 사업지분을 각 10%씩, 30%를 제안했다.

사람들의 얼굴은 뜨악한 얼굴로 이호영을 응시했다.

최소 그룹당 2조 원대 사업.

이건 어디까지나 최소치. 공사를 하다 보면 변수가 많이 생긴다. 절대 공사비용이 줄어들지 않는다.

아주 매력인 제안이었다.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제안.

“자,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최고의 조건이라 보이는데 말입니다.”

이호영의 입꼬리가 스륵 말아 올라갔다.

이미 이들의 답은 정해져 있음을 확신했다.

“한진 지분을 내놓지요.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군요.”

“대진도....”

한진그룹이 시작이었다.

뒤로 이어 대진도 의사를 밝히자.

“......”

미래그룹 정진규 회장은 허탈한 음성으로 말했다.

“미래도 넘기겠네...”

두 그룹이 움직인 이상, 로템을 완벽하게 장악하려던 계획을 포기하였다.

로템은 KJ로 편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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