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화
#통일 한국의 첫걸음
평양시 중구역 중성동 조선로동당 1호 청사 주변으로 사람들이 도열해 있다. 각 잡힌 자세로 한 방향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카키색 군복 중앙에 선 검은 복색의 작은 남자가 서서 뒷짐을 쥐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과 여유 있는 모습으로 보아 이들의 수장으로 보였다.
김정일, 북한을 통치하는 북한의 위원장이었다.
국가는 로동당을 따른다는 미명 아래, 국가를 운영하는 김정일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오시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검은색 리무진 차량이 줄지어 입구 앞에 늘어져 섰다.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먼저 내리고 그 뒤를 따라 중년인이 내렸다.
“오랜만이오. 위원장.”
중국 강택민 주석이 웃는 모습 그대로 다가와 김정일의 손을 잡아 위아래로 가볍게 흔들었다.
“초대를 해주어 감사합니다.”
뒤를 따라 허리를 쭉 편 황비선 대통령도 손을 내밀었다.
“소식은 잘 들었습니다. 이쪽으로 드시지요.”
김정일은 비교적 반갑게 맞이해 주며, 몸을 뒤로 돌렸다. 그의 걸음이 조선로동단 1호 청사로 향했다.
“가시죠.”
“그럼.”
강택민과 황비선도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의 뒤로는 경호원들이 따랐다.
김정일 집무실 안으로 들어선 이들은 여기저기 눈동자를 굴려 내부를 구경했다. 특히 황비선은 처음 와보는 탓에 앞으로 걸으면서 눈동자를 굴리기 바빴다.
‘대체 주민들의 고혈을 얼마나 뜯어낸 거야?!’
김일성이 서거 전, 동지들 무덤에 묻어 달라고 남긴 유언을 무시하고, 권력 이양의 정당성을 위하여 미라화된 김일성의 시신을 전 관저로 사용된 금수산태양궁전에 안치 후 새로이 조선로동당을 새로이 건설해 사용하고 있다.
황비선은 너무도 웅장하고 장대한 건물 내부를 보면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여기가 내 집무실입니다.”
한참을 걸어서야 김정일 집무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의 집무실 또한 상당히 화려했다. 예술품도 보였고, 그가 무엇에 관심을 가지는지에 대한 부분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가난한 국가의 위원장치고 국내 자본가 이상의 생활을 누리고 있었다.
‘쯧쯧.’
황비선은 혀를 쯧 차고 그가 안내하는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강택민은 몇 번 와봤는지 꽤 여유로운 모습이다.
“이번에 당과 사업을 하고 싶다 들었습니다.”
셋이 모두 자리에 앉는 걸 확인한 김정일이 사업에 대한 말문을 열었다.
그 부분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모습이다.
“그렇습니다. 이번 사업에 있어 북한에도 큰 이득을 가져오게 될 겁니다. 중국과 러시아로 넘어가는 경유지로서 부족한 재정을 확보하게 될뿐더러, 우리 한국과와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질 거라 봅니다.”
황비선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이야기를 이끌었다. 전후 사정을 모두 알고 있는 강택민 주석의 입꼬리가 한 방향으로 올라갔다.
이러한 강택민 주석의 표정을 변화를 보지 못한 두 사람은 사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나도 황비선 대통령의 입장과 같습니다. 북한을 중간 무역로로 삼는다면 중국과 한국의 경제적 관계가 더욱 끈끈해지리라 봅니다.”
강택민은 황비선의 의견에 힘을 실어주었다.
약속도 있고, 지금 돌아가는 상황에 재밌었다.
“음...”
전혀 의외의 지원사격이었는지, 김정일의 표정이 난해하게 변했다.
중국 정부가 한국을 두둔하고 나섰다. 정말 이례적인 일이지 않을 수 없었다.
“강택민 주석이 좋다면 좋은 거지요. 허허.”
김정일은 웃었다.
“하하.”
황비선도 어색하게 따라 웃었다.
그리고 확인할 수 있었다. 중국과 북한과의 관계를.
‘그나저나 개성과 자원채굴 이야기는 언제 하는 게 좋으려나...’
웃는 상황 속에 머릿속은 또 다른 생각으로 빠르게 굴러갔다.
여기서 갑자기 개성공단 사업과 자원채굴의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려니 머릿속이 복잡했다.
“철도를 사용한 이용료가 북한에 지급이 될 터이고, 금강산 관광산업도 큰 성과를 거둘 겁니다.”
철도 사업은 일단 될 거 같다. 돌아가는 상황이 긍정적으로 흘렀다.
“그리고 북한국민의 경제적 문제도 해결을 해야 나라의 부가 오르지 않겠습니까?”
결국, 참다못한 황비선은 일자리 창출을 언급하며, 이야기의 흐름을 새로이 조정했다.
“음....”
아리송한 얼굴로 바라보는 김정일 위원장.
“개성지역을 공단으로 개발하고 국내와 세계 기업들을 받아들인다면 국민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겁니다. 그리고 한국에 자원채굴권을 준다면 충분한 투자 활동으로 이 또한 북한의 경제개발에 크게 기여를 하게 될 거라 보입니다.”
“자원채굴? 공단?”
“그렇습니다.”
입을 닫고 기다렸다. 고민으로 얼룩진 모습이 시야에 잡혔다.
꿀꺽, 침이 넘어간다.
“음...”
옆에서 강택민 주석의 콧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없던 이야기인데. 김 회장이 완전히 날로 먹으려 드는구나.’
강택민은 이야기를 듣다 인상을 구겼다. 북한의 자원 개발은 중국에서도 노리고 있던 안건이기 때문이다.
“우리 중국도 북한 자원에 투자를 하고 싶군요.”
참다못한 강택민은 자신의 생각을 여감 없이 밝혔다.
“하하, 자원은 천천히 생각해 보도록 하지요. 너무 갑작스러운 제안이라, 당장 밝히기 어렵군요.”
김정일은 중국과 한국의 자원투자에 고개를 젓고 선을 그었다.
“그럼 개성공단은 어떻습니까?”
둘은 크게 실망하지 않았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던 부분이었기에.
한 번에 모든 게 오케이 되는 게 더 이상한 일이다.
하나, 개성공단 문제는 조금 달랐다. 황비선은 자원 쪽보다 이쪽을 더욱 중요하게 여겼다.
“개성이라. 이건 나쁘지 않은 거 같은데, 생각해 보고 추후 연락을 드리도록 하지요.”
역시 이번에도 대답을 뒤로 미뤘다.
“긍정적으로 검토해 주심 감사하겠습니다.”
무어라 더 말하고 싶은데, 함께 자리하는 강택민 주석으로 인하여 더 말하기 부담스러웠다.
아무래도 무슨 이야기를 나누나 염탐하러 온 기분이 들어 최대한 조심했다.
“허허, 그러지요.”
김정일은 강택민 주석 쪽으로 시선을 가져갔다.
“여기 주석님도 강하게 지지하시니, 철도 사업은 한국과 공동사업으로 시작을 하고, 나머지는 맞춰 가보지요.”
강택민 주석의 눈치를 보는 걸로 보였다.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는 북한이나, 중국 정부는 부담으로 다가오나 보다.
“감사합니다. 나머지는 한국에서 대리인을 보내 조율하면 될 거 같습니다.”
“그 KJ인가? 김 회장을 말하는 거라면 언제든 환영합니다. 주석님의 칭찬이 자자해 궁금하던 차였는데, 잘됐습니다.”
강택민이 KJ를 언급한 적이 있는지, 김정일은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무언가 맛좋은 먹잇감을 찾은 분위기를 술술 풍겼다.
“김 회장에게 그리 말해 놓지요.”
대리인을 다른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리 나오니 계획을 확 변경했다.
중국과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같고, 김정수 회장이 가장 적임자로 보였다.
“그럼 이런 무거운 이야기는 그만두고, 밖으로 나가시죠. 만찬이 준비돼 있습니다.”
김정일은 통쾌하게 웃으며 밖으로 나갔다.
‘반은 성공인가?’
그래도 오늘 모임은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김 회장을 보고 싶은 거야. 이유가 뭘까?’
황비선은 뒤를 따르며 생각에 빠졌다. 그가 김 회장을 찾는 이유에 대해 머리가 복잡하게 변했다.
***
-한국 정부 일냈다! 북한을 방문한 황비선 대통령은 북한과 공동사업으로 철도를 연결해 통일 한국을 위한 한걸음에 다가갔다며 발표했다.
이번 사업은 국내 최대기업 KJ그룹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그 자리에 중국 정부가 함께해 적극적으로 설득을 하지 못하고 언급만 하다 왔습니다.”
기사가 아주 대문짝만하게 났다. 덕분에 한국 정부의 지지율이 대폭 상승했다.
하나, 결과는 기대치 만큼 접근하지 못했다.
‘아니, 그 양반은 그 자리에 왜 낀 거야?’
강택민 주석의 참여는 계산에 없었는데.
아무래도 이쪽을 신경 쓰는 눈치다.
“아닙니다. 그래도 딱 잘라 거절은 하지 않았으니 이 정도면 된 거죠. 가장 중요한 건 철도 공사니까요. 이 정도도 충분히 만족합니다. 나머지는 제가 해보겠습니다.”
확실히 정부에서 할 수 있는 건 너무 한정적이다.
사업가처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기에, 이 다음부터는 직접 나서는 게 좋으리라 봤다.
“정말이지, KJ가 있어 든든하지 않을 수 없어요. 허허.”
“국가의 국민인데, 나라가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 게 기업인이지 않겠습니까.”
“이번 일도 있고, 만족할 정도의 결과물을 가져오지 못했으니, 국가 차원에서 최대한 돕도록 하겠습니다.”
“돈만 충분히 지원해 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사업을 순조롭게 이끌기 위하여 철도청을 KJ에 편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음 합니다.”
한국철도공사 측에서 직접 운행하는 것 보다, KJ에서 관리하는 게 여러모로 좋다.
지금이야 무난하게 나아갈 상황이지만,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지금 철도청 인수는 필수였다.
“국영사업 이야기가 나오는 중인데, 음...”
“철도청이나 국영으로 넘기면 적자 폭이 더 커질 겁니다. 제가 인수하면 철도청을 본 궤도에 올려놔 잘 이끌어 보겠습니다.”
철도청은 국영으로 넘어가면서 비리로 얼룩진 기업으로 성장한다.
공사비, 비리 채용 등등.
기업은 성장하는데 부채와 영업이익도 같이 성장한다. 부채는 플러스. 영업이익은 마이너스로. 아주 당연한 수순이지 싶다.
그럴 바에 KJ가 인수해 기업다운 기업으로 만들어, 성장에 대한 핵심적 도움을 주는 게 좋으리라.
“가능하리라 보십니까?”
“가능합니다. 가능하니 대통령님께 부탁을 드리는 거 아니겠습니까.”
“제가 어떻게 도우면 되겠습니까?”
“국영사업을 철회하는 게 먼저일 겁니다. 그리고 철도청에 감사에 따른 지적을 피력해 기간의 유예를 두어 지적사항조치 미이수 시 경영권을 자연스럽게 넘기는 방향으로 가심이 어떨지 싶습니다.”
현재 철도청의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충 털어도 나오는 문제점들이 철도청에 수두룩하다.
“국정감사를 통해 회사를 흔들어 자연히 KJ로 편입될 수 있도록 해달라 이런 의미겠지요? 확실히 명문도 확실하고, 뒤탈이 발생하지 않겠군요. 알겠습니다. 회장님과 약속한 부분도 있고 하니, 이 부분은 확실히 밀어드리도록 하지요.”
“그럼, 대통령님만 믿고 이쪽에서도 철도청을 인수할 준비를 갖춰놓고 있겠습니다.”
중국까지 철도를 잇기로 한 사업은 개성공단에 이어 철도청 인수로 이어졌다.
모든 계획을 다 듣고 이해한 황비선 대통령은 만족한 미소를 입가에 걸치고 퇴장했다.
“이 실장님. 대충 이야기는 들으셨죠?”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이 실장에게 시선을 옮겼다.
“로템 인수 작업에 들어가시고, 다음 주에 북한으로 갈 테니 일정 조정하세요.”
“철도청의 문제점으로 대두되던 로템 독과점 문제를 인수로 해결을 볼 계획이신가 보네요.”
척하면 척인가? 말이 통해 참 좋다.
두 번 세 번 설명하지 않아도 되니까.
“맞아요. 한진, 미래, 대진그룹에 이를 통보하시고 미팅을 가지세요. 혹여 내놓지 않겠다면 조건을 제시하세요. 중국까지 잇는 철도 사업에 숟가락을 얹게 해주겠다고. 그 정도면 그들도 충분히 납득할 겁니다.”
로템 인수전에 돌입 시작.
철도청을 맞이할 준비를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