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재벌 강림하다-97화 (97/145)

97화

#철도

청와대.

“무슨 일로 찾는 거 같나요?”

자리에 앉아 한참을 내려놓은 수화기를 응시한 황비선의 목소리다.

그의 목소리가 들떠있다.

“중국에 강택민 주석을 만나고 온 걸로 조사됐습니다. 그간 김정수 회장의 행동을 보자면 중국정부와 사업 파트너가 됐을지 모릅니다. 확실하진 않지만 정치적인 문제가 껴있을 거라 봅니다.”

황비선이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새로이 비서실장으로 오른 정호찬은 KJ의 동향을 파악하며 대략적인 상황을 가지고 그럴싸한 답을 내놓았다.

“그렇군.”

“무리한 부탁이 아니면 이참에 김정수 회장의 부탁을 들어주시고 빚을 지게 하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비서실장은 돌아가는 상황을 비교적 정확하게 분석해 방향성을 잡아주었다.

“좋은 생각이야. 어서 움직이도록 하지. 사람을 기다리게 하면 못쓰니.”

어느 정도 결론에 도달한 황비선은 얼굴에 웃음꽃을 매달고 나갈 채비를 하였다.

어떤 실적도 내보이지 못한 상황에 좋은 이슈거리가 생겼다.

방 안은 곧 점등되고 어둠만이 자리했다.

***

저벅저벅.

무수한 사람들의 행렬이 호텔 VIP층을 점거하였다. 작은 틈조차 보이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가 보일 정도로 복도 주변은 검은 양복의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들은 다름 아닌 청와대 경호팀과 KJ그룹 경호팀.

그들은 주변을 경계하며 길을 만들었다.

“김 회장님께서 직접 연락할 줄 몰랐습니다.”

황비선은 친한 벗이라도 본 사람처럼 아주 친근하게 행동하였다.

이번까지 하면 2번 봤나? 3번 봤나?

연락을 애타게 기다려 왔나 보다.

“제가 바빠 시간을 낼 수 있어야 말이지요. 정신없이 바빠 시간 낼 틈이 없다 이번에 간신히 낼 수 있었습니다.”

“암요, 잘 알지요. 우리 대한민국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회장님이신데, 당연 일이 먼저지요.”

“이해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저번과 달리 무척 살갑게 대해준다. 없는 사이 무슨 일이라도 있었다?

사랑에 빠진 눈이 은근 부담으로 작용한다.

“중국에 다녀오셨다 들었습니다. 가신 일은 잘되셨습니까?”

그래도 대통령이다 이건가?

아직 알리지 않은 정보를 꿰차고 있었다.

그렇다면.

“다행히 좋은 방향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었습니다. 한데 약간의 문제가 있어 대통령님의 도움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슬쩍 그의 얼굴을 살폈다. 입이 귓가에까지 길게 찢어져 있었다.

현 자리가 상당히 만족스러운 모습이다.

“허허, 제 도움이 필요하다? 당연히 도와드려야지요. 어떤 일일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부담 없이 말씀하세요.”

황비선 대통령의 두 눈을 주시했다. 무한의 긍정을 품고 있는 눈동자.

저 눈빛의 의미는 하나만을 가리킨다.

“KJ는 중국으로부터 세 가지 사업권을 따냈습니다. 하나는 잘 알려진 인터넷과 컴퓨터 사업. 두 번째는 반도체의 필수 원자재 희토류...”

오!

희토류에서 자리한 두 사람의 얼굴에 놀라움이 깃든다. 희토류의 중요성을 아는 눈치이니, 완전 바보는 아닌 셈.

“나머지 세 번째는 한국에서부터 백두산을 만주벌판을 지나 중국까지 철로를 만들기로 하였습니다.”

“하하, 이거 큰일을... 네? 바,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잘 듣고 있던 거 아니었나? 고개를 끄덕이며 잘 듣던 사람이 눈을 부릅뜬 상태로 바라봤다.

“한국부터 시작해 북한을 지나 중국까지 철도를 연결하기로 했습니다.”

“그 말이 참말입니까? 중국에서 그걸 받아 주던가요?”

“이건 그와 관련된 계약서 사본입니다.”

가방에서 중국 정부와 협의한 계약서를 펼쳐 보였다.

“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겁니까?”

중요한 내용을 삭제하고 계약을 증명한 내용만을 담았다. 대통령은 해당 사본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운이 좋았습니다.”

“내게 연락을 줄 만한 일이기는 하군요. 허허. 세상에 이럴 수가. 이걸 보고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정말로 대단한 수완가십니다.”

“좋게 봐주어 감사합니다. 이 사업의 포인트는 세계와의 연결에 있습니다. 일단 북한 길을 뚫으면 중국뿐 아니라 러시아로까지 연결이 가능해지게 됩니다. 열차로 중국과 러시아와의 안전한 무역로가 뚫리게 되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겁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바람을 담아 보자면 통일의 한국으로 한 발짝 내디딜 수 있게 된다. 많은 바람들이 이 철도 사업에 부여되고 있다.

“정말 큰 일을 해주었습니다. 그럼 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중국에서 북한 정부에 협조를 요청하게 될 겁니다. 날짜가 잡히면 참석하셔서 한국과 북한 철도 사업 중 가장 중요한 궤를 표준궤로 협의해 주셨음 합니다.”

다른 문제도 있지만, 이게 가장 큰 문제다. 우리나라와 일본 등은 표준 궤간(1,435mm)을 사용한다. 하나, 북한은 복합적으로 활용해 노선에 혼란을 줄 수 있다.

‘녹도 많이 슬고 전기도 문제고.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야.’

난 이 사업이 꼭 성공하리라 봤다. 우리나라가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듯, 북한은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본 역사에서 실행이 되기도 했고. 북한까지는...’

반쪽도 미치지 못하는 성공이지만, 시도까지는 나쁘지 않았다. 금강산까지 가는 데 성공하기까지 하였고.

“끝으로 김정남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셨음 합니다.”

“김정남을?”

“네, 이번 사업이 확실히 성공하려면 그가 필요합니다.”

망할, 김정남.

어린 시절 안하무인으로 살아 김정일의 눈 밖에 나다, 일본으로의 추방에 의해 후계자에서 완전히 밀려나게 된다.

그럼에도 그를 만나려 하는 건.

북한 내 유일한 개방혁신파에 3대 세습을 반대하고 나선 인물.

난 김정은이 아닌 김정남을 후계자에 묶어두고 김정일의 다음 대를 책임지게 하려 한다.

“음. 어려운 부탁이지 싶은데, 어째서 성공의 기준을 김정남으로 삼는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음, ... 일단 북한 자체가 외국과의 소통을 단절하고 있습니다. 우리 한국의 방향과 맞지 않는 성격도 크게 한몫하죠. 하나, 김정남은 다른 가족들과 성향이 다른 인물입니다.”

어린 시절과 많이 달라졌다. 그리고 약간의 효심도 있는 걸로 조사됐고.

“음,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국정원에서도 김정남에 대한 정보가 그리 많지 않은데.”

아차...

이 정보는 10년 뒤인 2010년에 일본에서 공개되는데.

어쩐다.

이거 말실수 제대로 했다.

황비선의 눈이 기묘하게 변한다.

“큼, 김정남은 북한 엘리트입니다. 외국문화를 많이 접한 데다, 아는 만큼 눈에 보인다 했습니다. 외국을 떠돌며 그의 사상도 많이 변했을 거라 예측됩니다. 제 추리력은 나쁘지 않은 편입니다.”

김정남은 제네바 대학을 졸업한 인물. 꽤 유능한 인물이기도 했다.

특히 외국어 능력은 천재 수준으로 익혔다.

입학과 졸업의 최소 조건이 프랑스어 DELF B2 이상은 필요했다. 이것만 보더라도 그의 프랑스어 수준은 입증된 꼴.

심지어 친중국파인 그다 보니 중국어도 꽤 수준급에 독일어, 일본어, 한국어를 할 줄 안다고 알려졌다.

웃긴 건 한국말은 서울 표준물을 따른다고 한다. 복잡한 가정환경으로 인하여.

뭐, 조금 억지스러운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이유라 봤다.

“음... 매우 위험한 발상인 건 아시고 하는 말입니까? 정말 위험할 수 있습니다.”

“저도 압니다. 하나, 그것만이 한국과 북한과의 관계를 진보해 나아가 통일 한국을 노려볼 수 있으리라 봅니다.”

“...... 음.”

아무래도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을 거다.

그도 배운 사람. 상황이야 어쨌든 기업가 입장과 국가의 대표에서 바라보는 시선과 방향, 목적은 극명히 갈린다.

“위치만이라도 파악해 주시면, 제가 직접 움직여 보겠습니다.”

“꼭 그렇게 위험을 감수하면서 사업을 해야 직성이 풀리겠습니까? 대만에서도 그렇고.”

날 싫어하는 거 아니었나?

왜 이리 걱정일까?

“위기는 기회를 낳죠. 전 그 기회를 잡아볼까 합니다. 어쩌면 이 일이 성공한다면 통일이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그 발판을 마련한 역대 대통령 중 한 분으로 남게 되실 겁니다. 이번 일을 도와주시면, 제 이름을 걸고 대통령님을 지지해 드리겠습니다.”

딜을 들어갔다.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되느냐?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능한 대통령으로 남느냐?

그의 선택에 달렸다.

“좋습니다. 그러지요. 단, 조건이 있습니다.”

됐다!

“혹여 정치적인 문제가 있을 시, 정부는 KJ를 보호해주기 힘들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김 회장님의 힘으로 넘어가야 할 겁니다. 이 부분을 받아들인다면 정부 입장에서도 도움을 드리지요.”

그냥 그 자리에 있는 건 아니란 의미인가.

이 조건 마음에 든다.

앞에서 웃고 뒤에서 욕하며 수작을 부리는 사람보다, 훨씬 솔직해 마음에 든다.

“그러지요. 제 신변에 무슨 일이 생겨도 정부 탓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럼 이쪽도 조건을 제시하겠습니다. KJ 사업이 아닌 정부의 사업으로 바꿔주세요. 이 정도면 충분히 위험을 감수할 만할 거 같은데. 정부 측에서도 크게 나쁘지 않은 입장일 겁니다.”

이걸 내가 해낸 결과물이 아닌, 정부에서 이룩한 결과가 되는 것이다.

즉, 황비선 정부에 실적이 새겨지고 업적으로 남게 될 터다.

“... 그러지요. 그 밖의 부탁은 없습니까?”

곰곰이 생각을 하던 그의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맺혔다. 좋을 것이다. 실패를 해도 시도 자체가 나쁘지 않은 대형 프로젝트이니까.

게다가 성공확률도 높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 정도면 큰 불만이 없습니다. 자리는 이쯤에서 끝내면 되겠네요. 틀어지기 전까지 잘 부탁드립니다.”

우리의 협상은 타결됐다.

***

-긴급속보!! 한국 정부가 북한으로부터 초대를 받았다. 이 자리에는 중국 정부 강택민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이 자리를 가진다. 방문 목적은 아직 알려진 바 없지만, “좋은 기회가 한국에 닿았습니다. 이 정도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말만을 남기고 북한으로 떠났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비밀리에 KJ그룹 김정수 회장과 독대를 가졌다 한다. KJ 북한 진출하나?

며칠 후, 북한에서 날아든 초대장에 황비선 대통령은 북한으로 떠났다.

몇몇 기자들은 이를 메인기사로 보도했고, 비교적 정확한 추리로 살짝 놀라게 만들었다.

“어떻게 될 거 같으십니까?”

이 실장이 기사를 보며 묻는다.

“일단은 될 겁니다. 제가 봉이 되는 조건으로. 중국과 북한은 인력과 자재를 대고, 우리는 돈을 쓰고. 뭐, 그렇게 되겠죠.”

안 봐도 비디오다. 대신, 우리도 확실히 할 거다.

“너무 손해 아닙니까? 수익이 확실시되는 것도 아닌데.”

“전 두 가지를 요구할 겁니다. 개성지역 개발권과 북한의 미개발 자원 채굴. 이 정도면 충분히 남는 장사지요.”

“헙, 그게 되겠습니까? 북한 사정은 잘 모르지만, 과연 그 김정일 위원이...”

“최소 무라도 썰어서 먹어야 하지 않겠어요. 큰 거 요구하면 작은 거라도 떨어지겠죠. 그리고 전 손해를 보는 사업 자체를 할 생각이 없습니다. 줄 건 주고, 얻을 건 확실히 얻어야지요. 북한의 소식을 기다려보도록 하죠.”

이 실장과 대화하던 걸 잠시 멈추고 시선을 북쪽으로 가져갔다.

북한에서 벌어질 일을 생각하며.

‘잘하리라 믿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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