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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재벌 강림하다-96화 (96/145)

96화

#협상

“주, 주석! 무, 무슨 일이십니까!”

중국 공안이 문을 박차고 안으로 급히 들어섰다. 총구를 겨누며 들어서는 이들.

“회, 회장님!”

동시에 경호원들과 이 실장이 들어와 다급히 주변을 에워쌌다.

일촉즉발인 상황.

“이 근거리에서 조준이 잘못된 겁니까?”

모여든 사람들에게 향하던 시선을 뒤쪽 벽에 박힌 총알로 옮겼다.

그리고 다시 강택민 주석에게 시선을 가져갔다.

“정말이지 어이가 없군... 쏘는 그 순간까지 눈꺼풀조차 깜박이지 않다니. 정말 놀랄 일이야.”

“생각이 바뀌신 이유가 뭡니까?”

분명 총구는 정확히 이마에 겨냥돼 죽일 수 있던 순간이었는데.

어째서?

“정말이지... 김 회장. 자네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가?”

두려움은 있다. 그저 죽음이란 단어 자체가 낯설지 않기에 무덤덤할 뿐이다.

그리고 죽음을 경험한 기억들은 초연하게 만들어줬다.

누구보다 죽음과 가까운 기억.

우리의 기억은 죽음에서 시작됐다.

“그것보다 제가 한 질문에 대한 답을 해주시죠.”

“허, 허허...”

귀신 보듯 바라보는 저 눈동자.

이러한 상황 속에 괜히 우쭐해진다.

“손익을 따졌을 뿐이야. 자네를 죽이면 중국에 끼칠 피해가 너무 클 거 같고...”

이제는 아예 대놓고 반말을 한다. 저쪽이 나이가 많으니 그냥 넘어가 주자.

“고문을 통해 기업을 인수할 생각도 가져봤지만. 자네의 눈을 보니 죽음을 택할 거 같더군.”

그래서 눈알이 이리저리 굴러간 거였나?

“그런데 어쩝니까? 난 대만과 약속을 지켜야 하겠는데, 말입니다.”

“... 내가 졌네. 마음대로 하게. 내 살다 자네 같은 사람은 일생에 처음이야...”

들고 있던 총을 바닥에 내팽개치며 두 손을 든다. 기가 질린 모습을 보니 후련함이 맴돈다.

“그 말 정말입니까?”

“그렇네. 자네를 죽이면 세계전쟁이라도 일어날 거 같아, 내 포기했네. 모두 나가 있도록. 괜찮으니.”

고개를 가로젓는 강택민 주석은 주변을 물렸다.

“하, 하지만. 이대로 가면...”

“두 번 말하게 하지 말라 했을 터인데.”

“죄송합니다!”

공안들은 황급히 밖으로 나섰다. 나가면서 이쪽을 노려보는 걸 잊지 않았다.

“이 실장님도 경호원들 데리고 나가 있으세요.”

“전 그럴 수 없습니다.”

“위험합니다.”

이 실장과 경호 대장이 지시를 거부했다.

“괜찮아요. 그리고 오늘 있던 일, 밖으로 알리지 마세요. 자세한 건 이따 말씀드릴 테니 나가 계세요. 대화는 금방 끝날 거 같으니.”

“...... 알겠습니다.”

힘겹게 모두를 밖으로 내보냈다. 다시 강택민 주석과 둘이 남게 됐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는군.”

당신이 나와 같은 경험을 하게 되면 충분히 이해가 되겠지만.

절대 밝힐 수 없는 비밀이니, 평생을 가도 이해하기 힘들 거다.

“세상에 다양한 사람들이 있으니, 전 그중 하나일 뿐이죠. 앞서 말했듯 오늘 일은 없던 일로 할 겁니다. 시끄러워져 좋을 건 없을 테니.”

“......”

“대신 제 부탁을 들어주셔야 할 것 같은데, 입 닦는 조건으로 말이지요.”

“......”

이 갈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귓불이 빨개진 걸 보니, 화를 억누르고 있는 걸로 보였다.

그렇다고 물러설 생각은 없다.

“희토류 채굴권과 북한을 설득해 한국에서부터 중국까지 철도를 놓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음 합니다.”

“김 회장, 그걸 내가 들어줄 거라 보는가?”

“들어주지 않는다면, 오늘 일도 있고, 주석과 나눴던 모든 프로젝트를 멈추도록 하지요.”

“정말로 죽고 싶어 그러나?”

“전 계산이 아주 철저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중국에도 결코 나쁘지 않은 일이 될 거라 봅니다. 중국과 한국, 북한과의 무역이 보다 유리해질 겁니다. 물로 한국도 혜택을 누리게 되고 북한도 누리게 되겠지요. 난 사업갑니다. 가능성 없는 일은 입에 담지 않아요.”

“내가 허락하지 않으면?”

“허락할 겁니다. 이번 일은 중국과 북한 그리고 한국에도 일자리 창출에 크게 도움이 될 겁니다. 정치적으로 보지 말고 미래를 보고 투자하시죠. 모든 자금은 KJ가 댈 겁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예전부터 들고 있던 생각이다. 정치적 문제만 해결되면 충분히 가능한 사업.

중국 정부가 허락하고 정치적인 도움을 준다면 크게 걸릴 건 없었다.

‘한국 정부는 실적 내기 급급해 이번 사안을 받아들일 게 확실하고.’

“어떻습니까? 2002년 월드컵 때 이벤트로 활용한다면 세계인들은 중국을 또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될 겁니다. 중국 인부를 대거 채용하도록 하지요.”

중국에 있어 결코 나쁜 조건이 아니다. KJ 또한 명성이 올라가고 관광수익을 확실히 뽑아낼 수 있으리라 봤다. 뭐니 뭐니 해도 희토류 채굴을 열차로 운반을 한다면 보다 안전하고 저렴한 단가로 운반이 가능하리라 봤다.

“나쁘지 않은 조건이야. 확실히.”

“희토류 채굴권은 20년. 이 정도면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거래라 봅니다.”

“그건...”

“오늘 있던 일을 발설하지 않는 것도 포함이란 점. 알아주었음 합니다. 만약 이걸 발설한다면 세계는 중국을 비난하겠지요. 물론 제가 이곳에 무덤을 만든다면, 그 또한 문제가 될 터이고.”

“...... 완벽한 나의 패배일세. 좋네. 20년 채굴권을 주도록 하지.”

“계약서를 만들어 주심 감사하겠습니다. 정치적인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제 사업권은 건들지 않기로 하고 20년간 안전을 보장할 것. KJ물류 우대 정도로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과연, 지켜질지 의문이지만.

그래도 조항에 없는 것보다 나으리라.

“짜증 날 정도로 영악해. 내가 정권을 유지할 동안은 모르지만, 그 뒤는 나도 장담 못 해.”

“해주시면 됩니다. 그 뒤는 그때 생각하도록 하지요. 유언이라도 남겨주심 그것도 좋겠지요.”

“... 이만 일어나지. 계약서는 내일 주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지옥에서의 한판 승부에서 승리를 따냈다.

“아, 대만의 국기 사용은 2002년 한 번뿐일세. 그 뒤는 절대 용납 못 한다는 걸 미리 말해주지.”

“그건 마음대로 하시죠. 저도 약속한 건 그때뿐이라서 말이죠.”

“......”

우두커니 서서 멍하니 바라보는 그를 바라보다, 고개를 가벼이 숙이고 밖으로 나왔다.

***

“회장님, 무리해서 굳이 중국과 거래하실 필요 없습니다. 이번에 벌어진 일은 무조건 한국과 세계에 알려 중국을 고립시켜야 합니다.”

관저를 벗어나 호텔로 들어서자 이 실장이 쉬지 않고 떠들어댔다.

이번에 큰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그 이야기는 끝났습니다. 이번 일로 중국으로부터 상당 부분을 뜯어냈어요. 그리고 그는 적이지만, 우리에게 있어 악어새가 되어 줄 겁니다.”

“대체 왜 중국과 거래를 하려 하십니까? 아니 왜 숨기려 하시는 겁니까? 중국은 미쳤습니다. 사업도 중요하지만, 이건 아니라 봅니다.”

흥분이 가라앉지 않나 보다.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나.

“중국 희토류 채굴권 20년 치를 따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부터 중국까지 철도를 깔고 열차를 운행하게 될 겁니다. 희토류는 배로 운반하다, 철도가 완성되면 열차로 운반하게 될 겁니다.”

“네?!”

“북한은 중국 정부에서 힘을 쓰기로 했고, 한국 정부는 무조건 찬성하고 나설 겁니다.”

“......”

“이 열차는 금강산과 백두산으로 연결될 거고 한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게 될 겁니다. 거기서 나오는 홍보 효과와 광고는 KJ의 큰 힘이 될 거고요.”

쩌억, 벌어지는 그의 입에 날파리가 들어갔다 나왔다.

혼자 보기 아까운 장면이다.

“그 계약 안에는 이번 일에 대하여 외부로 퍼트리지 않는 조항이 있어요. 그리고 20년간 희토류 채굴에 대한 안전을 보장하고 정치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조항을 넣었으니, 이 또한 나쁘지 않을 겁니다.”

“정말 말이 다 나오지 않습니다. 어떻게 그런 상황에서 이런 엄청난 계약을 이끌어 내실 수 있는 겁니까? 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도망치기 바빴을 겁니다. 살려달라고 울지나 않음 다행일지도 모릅니다.”

저게 맞는 말이다. 총 앞에 떨지 않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삶을 포기하려는 사람이 아닌 이상, 죽음 앞에 사람은 나약해진다.

‘내가 특별한 경우이기는 하지. 그리고 운이 좋았어.’

당시 정말로 죽는 줄 알았다.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옆으로 방향을 살짝 트는 걸 보고 죽일 생각이 없음을 알게 됐다.

정말 행운이 따르던 순간이라 할 수 있겠다.

“제가 이래 보여도 깡다구는 좋은 편이죠. 일도 마쳤겠다, 호텔 구경이나 하죠. 이런 날 놀지 않음 또 언제 놀겠습니까?”

“혹, 그러다 테러라도 당하면 어쩌시려고.”

“겁도 많네요. 그럴 일은 없을 거니, 안심하고 놀러 가죠. 그런 일이 벌어지면 강택민 주석이 가만히 있을 않을 겁니다.”

“큼, 그, 그렇다면야...”

죽었을지도 몰랐던 과거의 일을 잊고 우리는 하루를 즐기기로 하였다.

흥분된 가슴을 붙들고 수영장이 있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

쉬이이─

“이대로 보내도 괜찮으십니까?”

하늘 위로 나는 비행기를 보며 왕학체가 물었다.

그의 얼굴이 불편함, 분노, 걱정 등의 복합적인 감성이 고스란히 실렸다.

“하나 묻지.”

“말씀하십시오.”

왕학체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것이 아닌 오히려 질문을 던지는 강택민 주석이다.

그는 하늘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말했다.

“내가 자네를 향해 총구를 겨눈다면 어떨 거 같은가?”

“......”

왕학체는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질문이 너무 뜬금없기도 했지만, 차마 자신의 입으로 ‘살려달라 무릎 꿇고 빌 것이다’ 말을 하기가 너무 수치스럽고 부끄러웠다.

“방아쇠까지 당겼지. 눈 하나 깜박이지 않았어. 보통이라면 바지에 오줌을 지리며 눈물과 콧물을 쏟아내고 빌겠지. 안 그런가?”

대답이 없자 강택민 주석은 피식 웃으며 현실을 이야기하였다.

“그런 자가 먼저 배신을 해? 김 회장은 야생에 놓아두어도 살아남을 자야. 이건 내 오랜 경험이 말해주고 있어. 건들면 위험한 자라고. 그리고 그와 손을 잡는 게 중국에 이롭다고 말이야. 그러니 후진타오에게도 전하게.”

“... 알겠습니다.”

왕학체는 부끄러운 얼굴을 숨기고자 고개를 아래로 떨궜다.

그러면서 한 가지 의문을 가졌다.

‘총 앞에서도 눈 한 번 깜박이지 않았다고...?!’

그의 얼굴에 식은땀이 맺혔다. 등짝도 축축하게 젖어갔다.

서늘한 한기마저 전신에 퍼졌다.

‘그런 미친 새끼에게 내가...’

그의 머릿속으로 얼마 전 있었던 일들이 빠르게 스쳐 가고 있었다.

앞으로 자세를 바꿔 대하리라.

***

끼리릭─

“청와대와 일정을 맞춰 보세요.”

이 실장에게 청와대와의 일정을 잡으라 지시를 내리고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그간 청와대에 너무 무심하게 대하였다.

이참에 살살 달래줘 내 편으로 만들어 보자.

“회장님, 황비선 대통령이 전화를 바꿔달라 합니다.”

차량 안에 탑승한 시각, 이 실장이 찾아와 핸드폰을 건넸다.

어지간히 급했던 모양이다.

“전화 바꿨습니다. 김정수입니다.”

-나 황비선이요. 오늘도 괜찮을 거 같은데, 어떻소이까?

수화기 너머로 들뜬 대통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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