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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재벌 강림하다-94화 (94/145)

94화

#GO

KJ그룹 빌딩 1층 로비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왔다. 밖에서는 기자로 보이는 이들이 눈치를 보며 건물로 들어서는 사람들의 모습을 찍었다.

“정말이지 어리지만 참으로 대단하신 분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영어로 들려오는 목소리.

대만 일정이 끝나고 한국에 방문한 제임스 맥어보이 대표였다. 제임스 맥어보이 대표의 얼굴이 무척 밝아있다.

“맞습니다. 일반 사람들은 절대 해내지 못할 일들을 회장님은 서슴없이 해내십니다. 이번에 벌어진 대만 사건은 크게 감동했습니다.”

이학수 KJ전자 대표는 옆을 따르며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입가가 쭉 찢어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입을 크게 벌려 웃었다.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사람들은 엘리베이터 안으로 몸을 실었다.

“한데, 오늘은 어쩐 일로 갑자기 소집을 했을까요?”

“대만사업에 관련된 얘기 아닐까요?”

“음... 그거 참 모를 일입니다.”

보통은 미리 일자를 정해 모이고는 했는데, 갑작스러워도 너무 갑작스러웠다.

귀국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아리송했다.

“가보면 알겠지요.”

띵!

해당 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가 도착 소식을 알렸다.

“갑시다.”

가보면 알게 되리라. 임원들은 궁금증을 뒤로 물리고, 회장실로 향했다.

***

“모두 오셨나요. 피곤하실 텐데, 갑자기 오라 가라 해서 미안합니다.”

이 자리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대만으로 급히 찾아와 누워 있는 동안 대신 궂은일을 해주던 사람들이다. 어려움과 힘듦을 공유한 사람들을 잠시도 쉬지 못하게 해 미안한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아닙니다. 저희보다 회장님이 더 힘드실 텐데. 그런 말 하지 마시죠. 민망할 지경입니다.”

KJ전자 이학수 대표가 머쓱한 표정으로 얼굴을 붉혔다.

“맞습니다. 그런 말씀 마시지요.”

KJ철강 박동호 대표를 뒤를 이어 말했다.

음.

주변을 둘러봤다. 회장실을 가득 채운 경영진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을 바라봤다.

하나같이 애틋한 감정이 눈동자에 머물렀다.

“그리 말하니 제가 다 쑥스럽습니다. 큼. 제가 여러분을 급히 소집한 건 사업적인 이야기보다 대만 정부와 나누었던 내용을 여러분들에게 전하고자 합니다.”

사람들의 진지한 얼굴을 마주한 채, 천수이벤과 약속한 일들을 일목요연하게 경영진들에게 전달했다.

일의 배경과 앞으로 해야 될 일들을 전해 들은 사람들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했다.

“매우 어려운 과제를 들고 오셨습니다.”

빌 게이츠 대표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그의 얼굴에 심각함이 언뜻 떠올랐다.

“잘 아시겠지만, 중국과 대만의 관계는 어찌 보면 한국과 북한과의 관계보다 더 좋지 못하다 할 수 있는데, 여기서 대만의 국기를 달게 되면 중국에서 어떻게 나올지 모릅니다. 중국과 관련된 사업을 철수해야 할지 모릅니다.”

역시 모두의 얼굴에 우려스러운 감정이 가득하다. 부정적인 말들이 줄을 잇는다.

내색은 하지 않지만, 둘 중 한 곳을 포기하기를 바라는 얼굴이다.

“전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겁니다. KJ 체면에 한 곳만을 선택하는 건 있을 수 없고, 내 입으로 한 말은 지키고자 합니다. 여기서 내가 입을 닦는다면 누가 있어 KJ를 믿고 따르겠습니까.”

내 사전에 포기란 없다. 세상에 불가능과 가능이라는 두 선택지가 있는데, 내 인생에 불가능이란 없었다.

하면 된다가 나의 신념이요, 내 행동의 동력이라 하겠다.

“이런 말씀 드리기 뭣하지만, 쉽지 않을 겁니다. 대만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중국에서 이번 일을 알게 되면 그냥 넘기지 않을 겁니다.”

박동호 대표가 거듭 강조했다.

그의 얼굴에 진한 아쉬움이 가득하다.

두 국가의 사업권을 따와 상당한 기대를 품고 있었는지, 자칫 두 국가의 사업을 포기해야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품고 있는 걸로 짐작됐다.

“쉽지 않겠지요. 하여 전. 기본부터 시작하려 합니다. 모든 일은 기본에서 시작돼 결과를 얻게 됩니다.”

“?”

“!”

“...?!”

내 한마디에 모두들 얼굴에 의문부호를 띄우며 궁금한 눈으로 응시했다.

“대만을 국가로 인식하고 있는 국가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대부분 중국 땅이라 생각하고 있지요. 전 이 인식부터 고치려 합니다.”

중국은 대만을 자신의 영토라 주장하고, 대만은 중국을 반란세력으로 간주해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두 국가는 개와 원숭이. 서로 물어뜯기 바쁜 국가였다.

“지금부터 KJ는 다국적 대표 기업답게 만국기를 제작해 모든 계열사에 설치하세요. 세계지도를 크게 만들어 중국과 대만의 땅을 확실히 구분 지어 제작하시고 계열사 입구에 설치하세요. 이게 시작이 될 겁니다.”

기본, 그건 대만이란 국가를 확실하게 세계에 알려 대만과 중국은 전혀 다른 나라임을 알리는 것이다. 여기에는 한국과 북한도 포함돼 있다.

“이러한 사실을 세계 언론에 요청해 각 국가 국민들에게 알리도록 만드세요. 우리는 중국에서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립니다.”

2000년대 들어 국내로 중국인 관광객들이 대폭 증가했다.

중국인의 한국 방문이 완전히 자유화된 이후 2001년이 되면 전에는 찾아볼 수 없던 새로운 형태로 중국인들이 한국에 자리를 잡게 될 터.

“두 번째로 경기인천 등을 중심으로 외국인 도시를 만들 겁니다. 이곳은 중국인을 더불어 해외 국가들의 이민자 및 취업자들을 받게 될 겁니다.”

추가로 외국인들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였다. 국내에 살게 되는 외국인 수는 곧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이들이 생활하는 문화를 받아들이고 자연스럽게 외국인과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들을 만들어 자연스레 왕래가 이어질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을 세웠다.

“해당 동네는 아시아, 아메리카, 유럽의 거리를 세분화하여 만들고 각 국가의 건축양식을 따를 겁니다. 건물에는 관련 국기를 그려 서로의 국가를 인정하도록 만들면, 언젠간 저들은 유대관계가 형성될 겁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발생될 도시를 지금 만든다 하여 크게 달라질 건 없을 거다.

달라지는 게 있다면 본 역사와 다르게 계획된 도시를 만들 참이다.

“앞으로 국내는 외국인들의 수가 늘고 다문화 가정도 급격하게 증가할 겁니다. 깊게 박힌 인식을 단기간에 지울 수 없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뿌리를 내리던 인식은 고쳐지게 될 거라 자신합니다.”

우리 사회가 그렇게 이루어져 있다. 아무리 같은 한국인일지라도 각자 살아온 환경이 달라 이해관계가 형성되기 전까지는 벽을 치고 지낸다.

하지만, 여기에 학교 회사 등의 새로운 울타리를 만들어 오랜 시간 지내게 된다면? 그들은 ‘BEST FRIEND’ ‘동창’ ‘동료’가 되어 새로운 집단을 만들어 친목을 다진다.

“그런다고 중국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겠습니까?”

“아뇨. 그들은 별짓을 해도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공산당은 이래서 싫다.

“그럼, 지금 계획은 무의미하지 않겠습니까? 괜한 적개심만 심어줄 수 있습니다.”

KJ전자 대표가 또다시 우려를 표한다.

걱정도 팔자인 양반들이 한가득이다.

“그 부분은 저와 중국 정부가 풀 문제입니다. 이 부분은 저에게 맡기시고 지시한 부분에 대해 집중해 주세요. 제가 꼭 좋은 결과를 만들어 기쁜 소식을 전달하겠습니다.”

굵직한 일은 이들이 신경 쓸 일이 아니다.

책임은 내가 진다.

이들은 내가 내린 지시에 최선을 다하여 따르면 된다.

“제가 한 약속은 어디까지나 2002년 올림픽에 대만의 국기를 걸 수 있게 하는 일. 이것만 지켜지면 될 일입니다. 그러니 그 뒤 문제는 생각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만 믿겠습니다.”

이구동성으로 대답을 하며 엄지를 올린다.

“자, 그럼 어느 정도 마무리된 거 같으니, 식사하러 가시죠. 오늘 몸보신 겸 오늘 제가 장어 쏘겠습니다.”

대충 이야기가 마무리되었다.

우리는 파이팅 구호를 외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회장실을 나섰다.

이제 실행 후 중국의 반응을 기다리자.

***

-KJ그룹 모든 계열사에 만국기가 달리다!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볼법한 만국기가 KJ그룹 모든 계열사에 걸렸다. 미국, 영국에 자리한 계열사도 빠지지 않았다.

-수많은 국기 중 유독 대만의 국기가 눈에 띈다. 중국과의 문제로 쉽게 볼 수 없던 국기가 태극기와 미국 사이에 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한 달이 지난 날, 신문 헤드라이트에 KJ그룹의 만국기가 소개가 되었다.

언론사들은 해당 소식을 발 빠르게 움직여 세상에 알렸다.

중화인민공화국.

“이건 우리에 대한 도전입니다!”

“이를 결코 그냥 넘어가선 안 됩니다.”

중국관저 회의장이 떠들썩하게 변했다. 의원들은 신문 윗면에 가장 크게 실린 제목을 가리켰다.

-중국과 대만은 다른 국가.

-국가 바로잡기.

-중국은 공산당 체제, 대만은 민주주의.

“김 회장의 저의가 궁금하군. 나와 협의를 마치고 이런 짓을 벌이다니.”

강택민 주석의 눈빛이 사납게 변했다.

지금 보이는 기사는 중국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KJ그룹 회장이 이러는 이유가 궁금했다.

“김 회장이 이러는 이유가 뭐라 생각하는가?”

고민에 빠진 얼굴로 나직이 물었다.

“한국은 미국의 식민지입니다. 분명 미국과 대만이 모여 우리 몰래 긴밀한 협상을 한 것이 분명합니다.”

“맞습니다. 제 생각에 우리의 체제를 무너트리고 민주주의화를 주장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됩니다.”

“이건 매우 위험한 발상입니다. 당장 막아야 합니다.”

회의장은 음모론의 의견이 지배적으로 많았다.

자리한 모두는 한목소리로 KJ 김정수 회장을 욕하며 벌을 내릴 것을 주문했다.

“최종 결정은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결정하도록 하지. 김 회장에게 연락해 중국으로 오라 전하게.”

강택민 주석은 주변 국가와 우호적인 관계를 이끌며 개방적인 정책을 펼쳤다.

한 번 더 생각의 시간을 가지며, KJ그룹 김정수 회장이 갑자기 이렇게 나오는 이유에 대해 의문을 품고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하였다.

“주석!”

“그자는 배신자입니다. 우리와의 관계를 어긴 자이니, 합당한 벌을 내려 책임을 지게 만들어야 합니다.”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조용! 지금 내 결정에 반기를 드는 겐가!”

거듭되는 저들의 목소리에 결국 강택민은 목소리를 높여 자리한 사람들의 입을 막아버렸다.

쾅! 울리는 탁자 소리에 사람들은 두 번 놀라 올렸던 시선을 급히 아래로 내렸다.

현 중국의 최고의 권력자로 군림한 강택민은 번들거리는 눈을 굴려 절대자의 기운을 풍겨 사람들을 압박했다.

“한 번 더 내 지시에 꼬리를 이으면 각오를 하는 게 좋을 거야. 이번은 그냥 넘어가도록 하지.”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사람들은 앞다퉈 강택민에게 고개를 숙였다.

“일정은 빠를수록 좋아.”

“네, 넵!”

그제야 만족을 했다는 듯, 굳어 있던 안면 근육을 풀어 다시 유들유들한 인상으로 되돌아왔다.

사람들은 축객령과 동시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발 빠르게 자리를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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