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재벌 강림하다-88화 (88/145)

88화

#대만 (2)

-김정수 회장, 대만으로 날아가 직접 이재민을 돕다. 이마에 땀방울이 맺혀 바닥으로 떨어지는 모습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여감 없이 보여준다. 사진 속의 김정수 회장은 직원들과 함께 천막을 치고 하루를 보내는 과감한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어느 기업을 가도 우리 회장님처럼 직접 나서서 일하는 분은 없을 거예요.”

-“역시 군대 다녀온 남자랄까? 정말 멋졌어요. 천막 칠 때 보이는 팔 근육이 어찌나 멋지던지. 반했다니까요.”

-“회장님도 힘드셨을 건데, 직원들 전부 잠들 때까지 지켜보다 가장 늦게 주무셨어요. 어떻게 아냐고요? 실은 그때 전 안 자고 실눈 뜨고 봤어요. 이건 여담인데 보너스 주신다는 말이...”

-현장에 나가 직접 직원들을 챙기는 모습이 아름답다. 대한민국에 타인의 모범이 되는 기업인이 있어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는 걸 필자는 느낀다.

“김정수가 제대로 일하네.”

“야, 김정수가 뭐냐? 김정수가. 네 친구냐. 김정수 회장님이라 불러라. 진짜 이 사람은 우리보다 어리지만, 극존칭 써야 해.”

친구의 가벼운 호칭에 남자는 크게 성을 내며 잘못된 부분을 지적했다.

“미안하다. 내가 아주 큰 죄를 지었다. 이분을 함부로 부르다니.”

질책에 고개를 떨구고 두 손을 합창했다.

“그래, 너의 죄를 사하노라.”

근엄한 얼굴로 오른손을 들어 친구의 양어깨를 두들겼다.

“여기 무조건 들어간다. 유일하게 학벌 안 보고 전문성을 위주로 보는 곳인 만큼 열심히 공부한다.”

“나도 간다!”

KJ는 100% 학벌은 보지 않는다. 오로지 전문성과 해당 업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기초적인 시험을 치르고 평균에 들면 면접의 기회가 주어졌다.

치열한 경쟁으로 사시보다 붙기 어렵다는 KJ그룹에 입사하기를 많은 이들이 바랐다.

두 사람은 크게 파이팅을 외치며 술집으로 들어갔다. 오늘 하루 알코올로 시원하게 스트레스를 녹이고 내일부터 다시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결정을 내렸다.

***

촤아아─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줄기에 몸을 맡겼다. 뜨거운 물로 오늘의 피로를 씻겨 보냈다.

“후아, 내가 이 정도인데, 아직 현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사람은 오죽할까.”

씻고 나온 것까지 좋았지만, 밖에서 고생하고 있을 직원들이 걱정된다. 첫 번째도 안전, 두 번째도 안전을 외치며 힘들다 싶을 때 빠지라 했는데.

잘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씻으니 인물이 살아납니다. 몰라보겠습니다.”

연회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천수이벤 총통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 옆으로는 이호영 실장이 자리했다.

“그러다 제 얼굴이 용광로에 익겠습니다. 그만 띄워주세요.”

“하하, 용광로라. 농을 참 재밌게 하십니다. 전 거짓으로 이런 말은 꺼내지 않습니다. 제가 딸이 있다면 당장 소개를 시켜주고 싶을 정도예요.”

“계속 좋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지만, 지금은 잠시 피해 열을 식히고 오고 싶다.

“한국의 성장은 정말로 무서울 정도입니다. 특히 KJ의 위세는 20년이 지나도 따라잡지 못할 거란 이야기도 나돌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만한 기업을 단시일 내에 이룩한 김 회장님의 능력에 깊게 감탄했습니다.”

계속되는 칭찬 일색. 도저히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운입니다.”

“저도 그런 운을 타고났음 좋겠네요. 지금쯤 전 대만의 최고 부자가 되어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하하.”

“대신 위대한 대만의 총통 아니십니까.”

“위대한이라. 그 단어 아주 맘에 드네요.”

뭘 해도 그는 좋다며 웃는다. 이거 참.

이러다 내게 사랑한다 고백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잠깐 생각하니 소름.

“대만을 이만큼 성장시키고 잘 통치하고 있는 모습, 우리나라가 닮아야 할 점이라 봅니다.”

진담 반, 아부 반을 섞어 그에게 말했다. 현재 대만은 상당히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아직 한국에 비하면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미래는 한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가로 변할 거라 확신했다.

세게 최대 반도체 기업까지 갖춘 나라. 이 정도면 잠재력은 충분하다.

“하하, 내가 김 회장을 금칠하는 게 아니라, 김 회장이 내 얼굴에 금칠을 해주는 그려.”

“전 진실을 말했을 뿐, 거짓은 얘기하지 않습니다.”

91년 이후 중국의 경제 성장률을 천천히 따라잡고 있다. 여기에 KJ가 발을 살짝 걸친다면.

대만은 본 역사와 다른 길로 나아가 크게 번창하리라 봤다.

“하하, 식사부터 들지요.”

얘기를 하는 동안 식사가 나왔다. 연어를 시작으로 스테이크 등이 식탁 위를 채웠다.

“음, 맛있군요.”

대만에서 먹는 음식이라 입에 맞을지 걱정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입에 맞았다.

“정말 맛있습니다.”

이 실장도 호평 일색이다.

우리는 텅 빈 배를 채우는 데 집중했다.

“천천히들 드세요.”

허겁지겁 먹는 모습에 천수이벤 총통이 황당한 눈으로 우리를 쳐다봤다.

재벌 가문이라 품위를 갖추리라 봤는지 어땠는지.

우리에게... 아니. 내게 그런 건 없다. 식사는 자유롭게 먹는 게 우리집 룰이다.

“정말 맛있네요.”

허허.

황당한 시선은 다시 바뀌어 인자한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변했다.

“식사도 거의 다 하신 거 같으니,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지요. KJ에서 우리 대만에 정말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하여 우리 대만 정부의 차원에서 김 회장님께 은혜를 갚고 싶습니다.”

“은혜라... 그런 걸 생각하고 도와드린 건 아니니 그 부분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솔직히 보상심리는 있었다. 총통이 직접 나와 맞이한 것부터가 기대감을 극도로 끌어올렸으니까.

“KJ는 건설부터 시작해 전자, IT 등 모든 면에서 월등한 기업입니다. 이번에 일어난 대지진으로 발생한 전 지역에 대한...”

어라, 설마?! 진짜로?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침을 꼴깍 삼켰다.

“공사 권한을 KJ에 맡기고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 대만에 KJ전자 공장을 설립해 주시고 인터넷망을 설치해 주십사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 말씀 정말이십니까?”

“자국 기술이 오르고 있다 치지만, KJ를 따라잡기에 부족함이 많습니다. 건설 부분은 자국 내 건설사와 협업해 도움을 주시면, 대만은 KJ를 잊지 않을 겁니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 행운이 뒤따랐다. 구호 물품, 자금으로 대만에 들어간 돈은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다.

돌아가기 전에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려 하기는 했지만, 대만 정부가 먼저 이야기를 꺼낼 줄이야.

“맡겨주시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아무렴요. 그간 봐온 KJ의 모습을 믿습니다.”

역시 착한 일을 한 자에게는 복이 따르는 법. 이번에 제대로 느꼈다.

“그럼, 저희 KJ에서도 그냥 일을 진행할 수 없지요. 인텔에서 생산되는 PC를 20% 할인된 금액으로 대만에 공급하기로 하겠습니다.”

대만의 PC인프라는 무척 부족하다. 그런 부족한 상황에 인터넷 사업은 큰 의미를 부여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러한 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마진을 대폭 줄여 부족한 인프라를 채우고자 하였다.

“감사합니다. 어쩌면 이번 지진사태가 대만에게 있어 위기이자 기회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럼 KJ에 있어서 아주 큰 기회를 벌 수 있는 사건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재앙에 가까운 대지진으로 많은 사람들이 커다란 피해를 입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아주 좋은 결과를 떠안게 됐다.

아무리 친서민이라 외치고, 불쌍한 사람들을 돕는 나이지만, ‘사업가’라는 점은 빼놓을 수 없었다.

“앞으로 대만은 KJ를 최대한 도울 겁니다.”

“감사합니다.”

늦은 식사는 좋은 결과를 안고 웃음 속에 마무리를 지었다.

이 좋은 기분이 끝까지 유지될 거라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총통님, 큰일 났습니다! 갑자기 여진이 일어나면서 작업에 나선 사람들이 건물 안에 갇혔습니다!”

“?!”

“...!!”

들려오는 목소리에 정신이 아득히 멀어지는 기분을 느꼈다.

“방금 뭐라 하셨습니까?!”

잘못 들었겠지 하며 가던 걸음을 멈춰 달려온 남자의 양쪽 어깨를 잡고 급히 물었다.

“죄송합니다. 한국인을 포함해 10명 정도가 안에 갇혔다 합니다.”

“아...”

무탈하게 넘어가리라 생각했던 일에 암운이 뒤따랐다.

“회장님, 아래에 차가 대기해 있습니다. 그걸 타고 움직이시죠.”

“부탁합니다.”

천수이벤 총통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황급히 아래층으로 내달렸다.

무사히 한국으로 귀국하기를 바랐는데.

이런 일이 발생하다니. 모든 게 내 탓이고 내 잘못으로 다가왔다.

제발, 사망자가 없기를, 모두를 무사히 구조할 수 있기를 바랐다.

***

-긴급속보입니다. 대만 난터우 지역 이재민을 돕기 위해 나선 자원봉사원들이 무너지는 건물더미에 갇혔다는 소식입니다. 갑자기 발생한 여진으로 건물이 붕괴되면서 발생한 사건으로 현재 KJ그룹 직원으로 알려진 직원이 6명 대만인 4명이 안에 갇혔다 합니다.

-“대만은 모든 인력을 총동원하여 갇힌 자들을 안전하게 구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대만에 발생한 소식이 전 세계로 뻗어 나가, 한국에까지 당도했다.

뉴스를 보는 사람들 중 대만으로 출장 간 사람들의 직원들의 가족은 경악하고 말았다.

“수, 수진아. 형석이, 우리 형석이 어쩌면 좋니.”

“엄마...”

-KJ직원 기획부 김형석(30)

-KJ직원 전산팀 임용현(28)

-KJ직원 정책실 이정진(45)

-KJ직원 총무팀 이소라(27)

-....

“아고, 소라야! 소라야.”

“여, 여보!”

한국은 시끌시끌했다.

아직 사망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지만, 한국에서 해당 소식을 들은 가족들과 지인들은 대성통곡을 하였다.

몇몇은 큰 충격에 쓰러지기도 하였다.

-“KJ의 모든 힘을 동원하여 꼭 우리 직원들을 한국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사고자 가족분들은 걱정 마시고 우리를 믿고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TV 속에서 KJ 관계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나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어서 공항으로!”

사고자 가족들은 급히 공항으로 향했다.

***

“......”

난터우로 도착하자 상황은 생각 이상으로 심각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중장비가 동원됐지만, 작업은 이뤄지지 않았다.

“안쪽 상황이 어떤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 일을 벌인다면...”

“......”

“더 큰 문제로 발전할 소지가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지?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나조차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모르겠다. 무엇을 어떻게 일을 이끌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삐이이─

“...!!”

그러던 때 주변에 자리한 무전기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무전기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모... 두... 무사... 합니... 다.

-구조... 요... 청... 부탁하....ㅂ...니다.

“아, 신이여. 감사합니다.”

무전기에서 아주 친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한국인이었고, 중간중간 잡음으로 제대로 들려오지 않았지만, 모두 살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연락이었다.

무전기를 든 상태로 세상 어딘가에 있을 신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하지만, 그런다 해도 이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무너질 수 있습니다.”

“......”

하나, 희망은 재차 들려오는 대만인의 목소리에 처참히 무너졌다.

“맞습니다. 회장님. 신중히 접근해야 합니다.”

KJ건설 담당자도 조심스러운 눈치였다.

“그렇다고 넋 놓고 있으라 이 말입니까!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책은 내놓지 않고 위험하다는 말만 반복하는 그들에게 화가 났다.

“......”

“......”

어떤 누구도 말을 잇지 못했다.

그들 탓이 아니란 걸 아는데, 이들에게 화를 내고 말았다.

두 주먹이 강하게 말아 쥐어졌다.

티-잉─

“...... 어?!”

그 순간이었다. 오랜만에 겪는 이 감각.

머릿속으로 낯선 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이 시대 최고의 도굴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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