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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재벌 강림하다-72화 (72/145)

72화

#LCD입장

“진짜 부럽다. KJ그룹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기업에 직원도 엄청난데, 난 왜 KJ직원이 아니냐?”

“너만 그렇냐? 나도 똑같다.”

두 남성은 부러운 눈으로 신문에 적힌 기사를 바라봤다. 대국민, 친서민 기업.

그러면서 이 시대 전설이 되어버린 김정수 회장.

모두가 우러러보는 인물은 직원들의 복지에 온 힘을 쏟아부었다.

“하아, 우리 회사 사장 새끼도 김정수 회장 닮았음 좋겠다. 휴가비 30만 원 주고 기고만장이었는데...”

“... 히유...”

둘의 시선은 신문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직원은 회사의 재산입니다. 직원의 행복은 기업의 미래가 될 수 있다고 여겨 이번 복지를 생각했습니다.”

***

기자들이 최근 직원 결혼식 사건(?)에 꽂혀 본사를 찾았다. 어찌나 이것저것 물어보는지, 입이 얼얼한 지경이다.

“수고하셨습니다.”

뿌듯한 시선을 보내는 이호영 비서실장.

그의 표정을 보니 피곤하다는 말을 하지 못하겠다.

“이왕 이리된 거 KJ복지에 관련하여 대대적으로 퍼트리세요. 우리 회사는 어떻다라는 걸 전 세계 국민들에게 인식을 주어 세계에서 가장 다니고 싶은 기업 1위로 만드세요.”

“그렇게 진행하겠습니다.”

이 또한 기업의 홍보가 된다. 직원들은 잠재적 소비자.

자신들의 회사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면 이는 주변 지인에게 적극 권하고 함께 구매 활동에 나설 것이다.

‘하지만 요즘 기업들은 직원들을 소비자로 보지 않아. 그냥 부려먹을 줄로만 알지, 직원들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줄을 몰라.’

조금 괜찮은 기업은 직원을 아낄 줄 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직원은 직원일 뿐이다.

이 차이가 앞으로 시장에 어떻게 영향을 주고 나타나게 될지, 그들은 모른다.

“그리고 이 사람에 대해 조사해 보세요.”

실장과의 대화가 마무리 되어질 즘, 그에게 종이를 건넸다. 거기에는 신수영에 대한 프로필과 기본적인 정보가 담겨있었다.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는지, 착한 놈인지 나쁜 놈인지 등등해서 조사를 해보시고, 확인되면 바로 저에게 알려주세요.”

“알겠습니다.”

***

딩동댕동─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열심히 강의를 듣던 학생들은 집중된 시선을 거두고 자리를 정리했다.

“모두 빠짐없이 과제 잘 해오고, 마친다.”

하얀 머리가 덥수룩한 교수도 자리를 정리하고 강의실을 나섰다.

“으아, 정말이지, 저 교수님 강의는 너무 졸려. 재미도 없고. 집중도 안 돼.”

“내 눈 밑에 보이냐? 안 자려고 별짓을 다 했다.”

학생들은 너도나도 교수의 강의에 불만을 담고 기지개를 크게 켰다.

뻐근한 두 눈이 감기려 하였지만, 손으로 힘겹게 눈을 비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영아, 동호회 모임 나올 거지?”

강의실을 벗어나는 그에게 남자가 달라붙었다.

“당연하지. 오늘 새로운 얼굴 나온다며.”

“크크, 게다가 인물도 반반하다지.”

이들은 스키 동호회 간부로 활동 중이었다. 최근 가입을 원하는 여성이 있다는 소식에 바로 승인했고, 오늘은 해당 신입회원을 처음으로 맞이하는 자리였다.

모임 장소는 강남에 위치한 술집.

많은 역사들이 오가는 그런 장소로 회원들을 이끌었다.

“기대되네. 크크.”

둘은 묘한 미소를 흘리며 밖으로 향했다. 곧 귀티가 흐르는 부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외제 세단이 학교 주차장을 벗어났다.

“여기야!”

PM 6시를 가리키는 시각. 고급 양주가 세팅된 장소로 수영과 그의 일행이 들어왔다. 수영을 본 사람들은 손을 들어 위치를 알렸다.

“늦어서 미안. 사람들은.”

“보면 몰라. 다 모였잖아. 그리고 저기 두 사람.”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묻는 신수영을 보고는 먼저 와있던 남자 하나가 일어나, 한 곳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여자 두 명이 뻘쭘하게 앉아 있었다.

“오, 신입?”

“어, 인사해. 우리는 소개를 마쳤으니, 너희만 하면 돼.”

뒤늦게 도착한 신수영과 그의 친구에게 한 말이다. 남자는 시선을 돌려 말했다.

“안녕하세요. 동호회에 가입한 김인서입니다. 나이는 21살이고 이대 다녀요.”

“안녕하세요. 인서와 같이 다니는 이윤희예요. 잘 부탁해요.”

두 여성은 다름 아닌 이윤희와 그녀의 친구 김인서였다. 인서가 재촉해 마지못해 스키 동호회에 가입해 자리를 가졌다.

둘 다 빼어난 미모로 남자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특히 인서는 작정하고 꾸미고 나와 시선을 더욱 집중을 시켰다.

“안녕. 난 신수영 27살이야. 잘해 보자. 모르는 게 있으면 언제든 물어봐.”

“난 차인수. 수영이랑 친구야.”

둘의 얼굴에서 광채가 난다. 누가 보더라도 귀티 나는 차림에 스타일도 좋다.

두 사람은 윤희와 인서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잘 부탁드려요.”

인서가 덥석 잡고.

“...... 잘 부탁합니다.”

윤희는 내민 손을 무시하고 허리를 숙여 가볍게 인사했다.

“...... 하하. 그래. 그럼 오늘 재밌게 놀다가.”

손이 나 홀로 허공에서 놀다 아래로 내려왔다. 머쓱해진 신수영은 붉어진 얼굴로 아무렇지 않은 척 말하고는 자리에서 벗어났다.

어깨를 토닥이려 하였으나, 뒤로 물러서는 윤희의 행동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건방지긴.’

속으로 아득 이를 갈았다. 단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굴욕이었다.

“그런데, 쟤 낯이 익다는 말이야. 어디서 본 거 같은데...”

그러다 그의 고개가 양옆으로 갸웃거렸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털고 자리로 돌아가 술잔을 기울였다.

그의 눈은 이윤희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던 때.

찰칵찰칵.

그들과는 비교적 먼 거리에 걸터앉은 일련의 무리 중 한 명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 신수영의 모습을 담았다.

***

-이름: 신수영(27)

-거주지: 청담동 XXX

-가족사항: 1남 2녀 중 첫째

-특이점: 신수철(아버지), 감동건설 회장(건설기업 45위)

-비고: 두 명의 여자친구가 있으며 유흥가를 좋아함.

“흠... 이게 전부 사실인가요?”

앞으로 내밀어진 종이 안에 적힌 내용은 인상을 구기게 만들었다.

불편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채워갔다.

“그렇습니다. 여성들은 중간중간 바뀌는 날도 있었지만, 날짜를 정해 두 여성을 만나는 걸 확인했습니다. 주 타깃은 동호회에서 만난 여자들로 스키 동호회와 같은 모임을 세 군데 운영하면서 여자를 만나러 다녔습니다.”

남자로서 솔로면 이해한다. 사귀지도 않은 사이이고, 여성들도 즐긴다면.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사항은 여기까지.

하지만, 두.... 명의 여자친구가 있으면서 다른 여자들을 섞어 만나고, 게다가 유흥까지?

이건 아무리 프리하게 생각해도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다.

‘어쩌면 이건호 회장이 이자에 대해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지.’

이런 새끼라면 기업체를 가지고 온다 해도 절대 허락할 수 없다.

“저 근데, 그곳에서 낯익은 여성분을 보게 됐습니다. 이걸 봐 주시겠습니까?”

그러다 이호영 실장이 사진을 뒤적이다 몇 장의 사진을 책상 위에 올렸다.

“어?! 어어어???”

사진 속에 아주 친숙한 얼굴이 담겨있었다. 너무 놀라 눈을 몇 번이고 비벼가며 사진 속 인물을 확인했다.

“이윤희!?”

“역시 맞군요. 이번에 새로이 가입을 했는지, 소개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

“회장님께서 선택하신 여성분답다고 해야 하나? 이건호 회장의 핏줄이라고 해야 할지. 남자들과의 거리를 벌리고 약간의 스킨십도 허용하지 않는 모습이 무척 인상 깊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하... 허허.”

이윤희에 대한 믿음은 있다. 얼마 보지도 않은 상대를 어떻게 믿냐? 말할지 모르지만, 그녀에 대한 정보는 머릿속에 이미 빼곡히 차 있기에 크게 의심하지 않았다.

내가 놀라는 부분은 나와 만나기로 하고 바로 얼마 뒤 신수영과 만남을 가졌음에 있었다.

‘정말 큰일 날 뻔했어. 하루 만났다 해서 마음을 줄 여자는 아니지만... 이건...’

사람 관계는 누가 먼저 알게되느냐? 이게 무척 중요했다. 친구 사이에도 그런 부분들이 있지 않은가? 인간관계의 지분 같다고 할까?

거기에 공감대에 취미까지 맞다면 사람은 지분을 많이 가진 사람에게 끌리게 되어 있다.

공모청약 후 위로 상승하는 인간관계.

정말 위험했다.

“우리 쪽과 연관된 사업이 있나요?”

“이번에 군산 개발공사에 입찰을 넣은 걸 확인했습니다.”

“제외시키세요.”

자식을 보면 부모를 알 수 있다 했다. 그의 부모들이 어떤지 알 수 없지만, 그런 곳에 일거리를 내줄 수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 동생들이 계열사에 입사 신청을 넣었습니다.”

“흠...”

참 공교롭다. 이런 타이밍에 신수영의 두 동생에 KJ계열사에 입사 신청을 하였다니.

색안경을 쓰게 된 지금 상황에, 미안하지만 그런 집안 어떤 혜택도 부여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대한민국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대기업. 모두가 바라는 꿈의 직장이지만, 그들에게까지 꿈을 심어주고 싶지 않다.

“떨어뜨리세요.”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휴... 이거 참. 아무래도 윤희를 만나봐야겠어.”

이 정도 물어볼 사이는 되지 않을까?

모든 업무를 잠시 뒤로 미루고 자리에서 털고 일어났다. 2시간 뒤면 그녀의 수업이 끝날 시간이다.

“저 나갑니다.”

“차량을 대기해 놓겠습니다.”

***

“인서야, 나 거기 탈퇴할까 봐. 별로다.”

“어, 왜?! 거기 오빠들 짱 잘생기고 매너도 좋고, 마음에 들던데.”

“... 넌 남아있어. 난 별로야.”

윤희는 어제 있던 일을 떠올렸다. 거부 의사를 확실히 했는데, 계속해서 접근하는 신수영의 모습에 심한 불쾌감을 느꼈다.

2차까지 가자는 그의 말에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고 인서를 데리고 나오려다, 인서가 계속 있고 싶어 하는 얼굴에 혼자 홀연히 술집에서 나와 귀가했다.

‘그런데, 정수 오빠는 내가 걱정도 안 되나? 어떻게 사람이 내가 전화하기 전에 연락이 단 한 통도 없을 수 있어?!’

그것과는 별개로 연락이 도통 없는 김정수 회장을 떠올렸다. 회장님이 부르던 호칭이 오빠로 바뀌었지만 그뿐. 이 이상 진도도 나가지 않고 연락을 먼저 하는 법이 없었다. 그 부분에 이마에 골이 파이는 그녀다.

하지만, 이 모습을 인서는 다르게 해석했다. 말과 일치하는 얼굴.

“그 정도야? 무슨 일 있었어?”

“신수영이란 그 사람 마음에 안 들어. 몇 번이고 거절했는데, 계속 들이대고. 좀 그랬어.”

“그 오빠 딱 봐도 너한테 꽂힌 거 같던데. 마음의 표현이겠지. 그리고 어차피 너 남자친구 없잖아. 만나봐.”

아직 인서는 윤희에 대해 알지 못했다. 윤희가 그 부분을 떠들고 다니는 성격도 아니고.

인서는 윤희를 설득하려는 자세를 취했다.

“남자친구라...”

남자친구 부분에서 한마디 거들려던 차, 이내 입을 닫았다. 확실히 남자친구라 부를 사람은 없었다. 만나볼 남자는 있어도.

그 관계가 참 애매하다.

“아냐. 됐어. 나 먼저... 어?”

인서와 대화를 마무리 짓고 헤어지려던 때, 눈앞에 믿을 수 없는 장면이 포착됐다.

귀족들의 전유물, 사각 자태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를 등진 채 서 있는 남자가 이쪽을 보고 있었다.

윤희는 그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윤희 씨, 기다렸어요.”

곧 그가 해맑은 미소를 입을 걸친 채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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