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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재벌 강림하다-68화 (68/145)

68화

#그건 내가 원하지 않아요

“음...”

이거 꽤 직설적인데. 대놓고 내 기술을 달라고 하다니.

말이 기술협력이지, 우리가 풀어낸 해답지를 달라는 말과 같다.

그리고 아직 시장을 가져오지도 않은 상황에 기술협력은...

“꽤 무리한 제안을 하시네요.”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우리가 한 5년 정도 독점력을 행사해 시장을 장악한 상태라면 모를까, 이건 내가 바라는 바가 아니다.

이러면 우리가 개발한 이유가 없어진다.

“기술만 빌려주시면 충분한 로열티를 드리겠습니다.”

고급스럽게 포장한 단어 로열티. 쉽게 말하면 돈.

KJ가 돈이 아쉬운 적 있나? 없다.

돈이라면 넘치고 넘쳐 흘렀다. 당장 육성그룹 자체를 일시불로 주고 사고도 남는 돈이 내게 있다.

육성의 지분도 적당히 쥐고 있는 상태,

전혀 아쉬운 상황이 아니다.

“메리트가 없네요. 돈과 기술을 같이 놓고 보기에 제가 손해로 보이는데, 그렇게 느껴지지 않습니까?”

이런 건 돌려 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꽂는 게 좋다. 괜한 희망의 씨를 틔워 매달리게 만들면 피곤한 건 이쪽이나 저쪽이나 같다.

그리고 이건 누가 보더라도 KJ 손해가 맞다.

“원하시는 게 있다면 말씀해 보시죠.”

내 말에도 그의 표정은 그대로. 약간의 변화도 없었다. 역시 보통은 넘어선 인물이다.

“딱히 원하는 건 없습니다. 아시겠지만, KJ가 손을 대지 않은 사업이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 또 뭘 더 원할 게 있나요.”

“......”

그의 주름이 꿈틀댄다. 이제야 변화가 생겼다.

“우리는 그 기술이 꼭 필요합니다.”

그렇겠지. KJ의 LCD모니터가 출시하면 육성전자 모니터 사업에서 철수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컴퓨터 사업을 아예 포기를 한다거나.

평온하던 그의 얼굴에 다급함이 맺히기 시작했다. 많은 명언들을 남긴 인물로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최소 3년 뒤면 모를까, 당장은 육성에 우리기술을 알려줄 생각은 없습니다.”

기술을 빼내기도 힘들 터. 만약, 기술을 빼가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면, 육성은 대한민국에서 자리를 잡기 어렵게 될 것이다.

“허허.”

내가 알려주리라 보고 온 건가?

그렇게 가볍게 군 기억은 없는데.

“반도체는 기존대로 육성 걸 고수하겠습니다. 우리나라 기업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사는 거니,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

우리 것이 좋은 거란 말이 떠오른다.

기업의 매출이 오른다는 건, 사람을 받을 자리가 증가함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것이 그에게 베풀 수 있는 유일한 배려라 생각했다.

음... 다른 방법도 있기는 한데, 과연 자존심이 강한 육성이 이 제안을 따를까?

잠시 그를 살피며 생각한 부분을 꺼내기로 하였다.

“휴, 역시 어렵군요. 허허. 어쩌다 이리 되었는지...”

처음 봤을 때와 달리 표정이 좋지 못하다.

20대 못지않은 생기를 담고 있던 그의 눈동자가 빛을 잃어 현 나이대로 보이게 하였다.

한 기업의 오너로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으리라.

어쩌겠나? 세상은 강자를 위해 존재하는 걸.

강자의 특권은 세계를 갖는 것. 그리고 그걸 베푸는 일이 강자가 할 일이다.

“대신 육성은 반도체를 가지지 않았습니까?”

KJ가 유일하게 걸치지 않은 사업군이다. 이건 그냥 가지지 않을 뿐이다.

지금 내가 들고 있는 계열사들 하나하나가 그룹이라 칭해도 좋을 정도로 규모가 막대하다.

반도체는 그냥 사서 쓰겠다.

“허허. 그럼 뭐하겠습니까? KJ의 압도적인 기술력에 육성에겐 반도체만 남게 되지 않겠습니까?”

반도체만이라니.

“너무 겸손하시네요. 육성은 핸드폰 사업도 들고 있지 않습니까.”

생각해보니 핸드폰 사업도 하지 않고 있다.

이건 솔직히 고민되는 사업군이기는 하다.

안드로이드가 내 손을 거쳐 새로이 탄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야. 핸드폰 사업도 하지 말자. 우리는 소프트웨어를 주력으로 삼자.’

앞으로 생겨날 핸드폰은 소프트웨어와 리눅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안드로이드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핸드폰 사업도 건들지 않지요. 이 정도면 충분히 육성에 많은 걸 양보했다 봅니다.”

“이거 참. 제 입이 막혀보기는 또 처음입니다.”

그렇겠지. 나도 이런 말들이 입에서 술술 나오게 될 줄 몰랐으니까.

대화하다 상처를 받지 않기를 바란다.

“이런 일도 저런 일도 겪으며 살아가는 거 아니겠습니까. 음, 조금 생각을 해봤는데, 이건 어떻습니까?”

생각하던 부분을 꺼내기로 결정했다.

이건 KJ도 좋고, 어쩌면 육성에게도 좋은 기회라 봤다.

“말씀해 보시죠.”

“LCD모니터와 TV는 곧 선풍적인 인기를 끌 거라 자신합니다. 한데, 그 많은 물량을 단번에 생산을 하기에는 생산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지요.”

이건호 회장의 고개가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다 눈가에 힘을 줘 주름을 만들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생각하는 눈치다.

“음.”

“3년. 3년간 OEM으로 육성에서 생산을 해주시면, 기술사용권을 드리죠.”

그때가 되면 KJ는 새로운 기술을 내놓게 된다. 그리고 육성과는 사업적으로 떨어질 수 없는 관계가 된다.

그렇다면 약간의 양보를 통해 이득을 취하는 방법이 가장 좋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이거참... 설마 육성이 이런 취급을 당할 날이 오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KJ 상표를 육성에서 생산하라니.”

이내 내 말을 이해한 그의 표정이 확 일그러진다. 역시 마음에 들지 않나 보다.

중소기업이었다면 얼씨구나 감사합니다 하고 가져갔을 것인데. 대기업이란 자존심이 그걸 허락하지 않는다.

찬밥 더운밥을 가를 처지로 보이지는 않지만, 이것도 그의 선택.

존중하기로 하였다.

“이 자리가 끝나면 이후에는 이런 기회는 없을 겁니다. 2년 뒤면 KJ 생산시설이 갖춰져 굳이 외주를 줄 필요는 없게 될 겁니다.”

“아니요. 하지요.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심각하게 고민하던 그의 모습이 다시 또 변했다. 심경의 변화가 있는 걸까? 이번은 좀 의외다.

“잘 나가는 기업 옆에 줄을 서는 게 맞겠지요. 산삼밭에 가야 산삼을 캘 수 있지 않겠습니다. 제 조건은 별거 없습니다. 육성 외에 외주를 주지 않았음 합니다. 회장님이 말씀하신 3년 동안 말입니다.”

오, 이것 봐라. 이런 수가 있었나?

아마도 이건호 회장은 3년이면 어느 정도 기반을 다질 수 있으리라 내다본 모양이다.

그 시간 동안 우리에게 오더를 받아 생산하면서 연구를 할 생각이겠지.

뭐, 나쁘지 않다. 아메리카, 유럽, 아시아. 전 세계가 KJ를 단 모니터와 TV를 사용하게 될 터이니. 나쁘지 않다.

“그러지요. 그럼 계약서는 이쪽에서 준비해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어찌 됐든 서로 어느 정도 만족한 상태에서 협의를 마쳤다.

부족한 생산시설이 육성으로 인하여 해결됐다.

-KJ전자, 인텔. 육성전자와 파트너 협력관계 체결. KJ그룹에서 최근 개발한 광학필름, LCD모니터를 육성전자에서 외주생산하기로 협의를 맺었다.

-현재 LCD모니터는 미국에 위치한 인텔에서 생산 중이며, 내달부터 육성전자의 일부 모니터를 단종 후 KJ LCD모니터를 생산하는 한편, TV도 생산할 예정이다.

-육성전자 주가 전일 대비 3% 상승.

-육성전자가 KJ와 협력관계를 체결하며 투자자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걸 어떻게 보나?”

“굴욕적입니다.”

쯧쯧.

이건호 회장이 신문을 보며 맞은편에 자리한 남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답변은 바로 날라왔으나, 그 대답이 원하는 답이 아닌 모양이다.

혀를 쯧쯧 차며 한심한 눈으로 남자를 쳐다봤다.

“그것 밖에 생각을 못 하나? 이 전무. 대체 학교에서 뭘 배웠나?”

눈앞의 남자는 다름 아닌 이건호 회장의 장남 이재진 전무였다. 이재진은 기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인상을 펴지 못했다.

그런 그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이건호 회장이다.

“그렇지 않습니까? 대 육성이 겨우 외주업체로 전락하다니요. 사람들이 비웃습니다.”

반항이 가득한 목소리.

육성을 물려받을 사람이 자신뿐이라 생각해서인지, 자신의 생각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밝혔다.

“누구는 20대에 자수성가해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만들고, 유학까지 다녀와 전문교육을 받은 녀석이 한다는 말이 고작 그것이야?”

화를 낼까 하다 꾹 참았다. 그래도 명색이 전무.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이지만, 차기 후계자이기도 했다.

“1등이 안 된다면 2등은 해야지. 누가 우리를 비웃는지 모를 일이지만, 그 사람과는 연을 끊는 게 좋을 게다. 미래를 볼 줄 모르는 얼뜨기는 알아서 무너지게 되어 있으니.”

“아버... 회장님은 우리 힘으로 KJ를 따라잡지 못한다 보십니까?”

“허... 허허.”

이제는 어이없는 질문을 서슴지 않는 모습에 손이 날아갈 뻔했다.

‘김 회장이 차라리 내 자식이었다면... 어. 잠만. 자식?’

이재진 전무와 대화를 하다 불현듯 무언가 떠올랐다. 그것도 아주 좋은 방향으로.

‘윤희가 올해 21살이었나? 나쁘지 않겠어.’

최고가 될 수 없다면 최고를 받아들이면 되는 것. 조금은 상하던 자존심이 밝은 빛을 토했다. 아들로 인해 화나던 마음도 싹 풀어졌다.

“넌 할 수 있다 보느냐?”

생각하던 걸 밖으로 내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생각한 그것을 굳이 아들에게 밝힐 이유도 없었다.

생각을 마친 이건호 회장은.

“좋아. 그럼 따라잡아 봐. 따라잡는다면 내 기꺼이 이 자리를 네게 넘길 테니.”

나이에 비해 철이 없는 아들의 모습에 실망한 이건호는 칼을 꺼냈다. 이번 기회에 확실히 교육을 시킬 참이었다.

“그 말이 정말입니까?”

“입은 한 개야. 두 번 말하지 않아. 단.”

“......”

꿀꺽.

“1년 내 뚜렷한 결과물을 가져오지 못한다면, 지금 네 자리 내려놔야 할 거야.”

“좋습니다. 대신 기술진들은 제가 사용하겠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 어떤 것도 신경을 쓰시면 안 됩니다.”

“나가 봐.”

허락이었다. 이재진 전무는 회장이라는 타이틀이 걸렸다는 사실에 흥분감에 취해 표정이 변하는 이건호 회장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밖으로 퇴장했다.

“어리석은 것. 쯧쯧. 내가 저걸 믿고 전무 자리에 앉혔으니...”

육성에 대한 자부심은 칭찬해 마땅하다. 하지만, 자부심과 경영은 전혀 다른 문제다. 꽉 막힌 생각은 기업을 멈추게 한다.

기업은 살아 있는 또 다른 생명체. 오너의 생각에 따라 기업의 미래는 많은 부분이 바뀐다.

그런 사실도 인지하지 못한 아들의 모습이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박석우 실장을 부르게.”

이재진이 나가고 5분 후.

이건호 회장은 박석우 비서실장을 호출했다.

“부르셨습니까.”

얼마 있지 않아 박석우가 들어왔다. 박석우는 정돈된 자세로 이건호 회장 앞에 섰다.

“윤희, 미국으로 유학 가는 거 취소시켜.”

막내딸 이윤희.

이화여대 불어불문과 21살.

유일하게 육성 임원진으로 등재되어 있지 않은 유일한 핏줄이었다.

이건호는 그런 막내딸을 KJ와 연결할 줄로 사용하기로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학교 끝나면 내게 데려오게.”

“알겠습니다.”

본 역사의 비운의 여성 이윤희의 역사가 바뀌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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