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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재벌 강림하다-61화 (61/145)

61화

#사기 (3)

“KJ 못 믿으십니까? 제가 KJ 회장 이모부입니다.”

얼마 후 서교원은 조금 더 대담해지기로 하였다. 처음에는 이게 먹힐까 스스로를 의심했지만, 쌓이는 재화는 그의 생각을 뒤집어 버렸다.

“하하, 믿지요. 믿습니다. 잘 좀 부탁드립니다.”

KJ의 명함은 그간 거절해 오던 사람들의 자세를 바꿔 놓았다. 늘 저자세로 갑의 위치에 있던 사람들도 서교원이 등장하면 허리를 낮췄다.

“끌끌, 이 맛이지. 이 맛이야.”

부족한 자금을 충당하고 막혀 있던 은행 대출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곧 KJ 계열사나 협력사로 들어가 크게 성장하게 될 것이라 내다봤기 때문이다.

“이만하면 서 대표님도 자리를 잡게 되겠습니다?”

“그렇지요. 사세를 확장하고, 설비도 대대적으로 증설 중이죠. 이게 다 여러분의 도움이 있어 가능했습니다.”

갚기로 한 대출은 갚지 않고 오히려 사세를 확장했다. 그동안 좁아터진 외형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서교원은 통 크게 행동했다.

그러기를 수십 회 이뤄지던 때.

“이거 너무 멀리 가 버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하하.”

“맞습니다. 대표님의 성공이 미래 우리의 모습을 보는 거 같아 참 좋습니다.”

“한데 말입니다. 이제 우리도 소개를 시켜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KJ 회장의 소개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미 이들도 멍청이가 아니기에 정지예와 정지은의 관계를 확인한 상태.

친자매가 맞음을 확인하게 되면서 서교원에게 투자를 감행하게 된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을 터다.

“기다려 주세요. 제가 좀 더 위신이 서면 그때 모두를 불러 자리를 만들겠습니다.”

서교원은 너무도 뻔뻔하게 어떤 표정 변화 없이 말했다. 사람들은 그런 서교원의 거짓 표정에 속아 넘어갔다.

어쩔까? 서교원이 거짓말한 부분은 전혀 없었으니. 이들은 믿고 기다리기로 하였다.

‘처형을 설득하라 말해야겠어. 꼭 그 집을 갈 필요는 없겠지.’

김정수 회장은 만나기 어려워도 아내의 언니는 만날 수 있으리.

최소 그 정도만 하면, 이들도 자꾸 보채지 않으리라 여겼다.

***

-워너 브라더스, KJ블롬즈버리 합작 해리포터 영화화 성공.

-1999년 11월 대개봉 임박!

해리포터 영화의 11월 개봉이 결정됐다. 여름과 가을 정도에 개봉을 할까 했지만, 해리포터 하면 역시 겨울 영화 아니던가? 그래서 시기를 늦춰 11월 개봉으로 결정했다.

미국과 영국에 먼저 오픈하고 한국으로 넘어온다는 계획이다.

덕분에 블롬즈버리 출판사의 가치는 해리포터 작품 하나로 연일 상승세를 이어나갔다. 나스닥에서도 긍정적 요인으로 뽑혔다.

“IT업종 주가가 위험한 수치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던 중 1999년 겨울도 끝물로 넘어가는 시점. IT사업의 지나친 주식 폭등에 우려를 표했다.

난 그를 묘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꽤 유능한데?’

미래를 알고 있어 정리 시점을 보고 있었는데, 한 템포 빠르게 그 부분을 언급했다.

“이유를 들어봐도 될까요?”

그가 위험하다는 부분을 들어보기로 하였다.

“96년에서 98년 사이 PER(Price Earning Ratio, 주가수익률)이 30배까지 상승했습니다. 99년에 들어선 시점 40배가 넘어섰고 곧 60 내지 70배가 넘는 수익률을 기대하고 있지만, 이건 너무 비정상 성장이라 보고 있습니다.”

아시아 통화위기를 겪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서 3번의 금리 인하로 유동성이 더욱 풀리게 되면서 IT업종의 상승세는 말도 안 되게 치솟았다.

“연준 의장이 금리를 5%대 이상 금리 인상을 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그럼에도 지금의 성장세를 멈출 수 없을 정도로 올라서고 있습니다. 이건 정상적인 현상이 아닙니다.”

실제로 연준에서 곧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 버블은 터지고 나서야 버블임을 알 수 있다 누군가 이야기를 하였다. 나 또한 동감이다.

우리는 벌 만큼 벌었다. 이쯤에서 털고 나와도 되리라.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그렇게 움직이세요. 다모와 야후 문제도 맡기도록 하지요.”

이 정도의 식견과 촉을 가지고 있다면 맡겨도 되겠지. 다모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긴 했지만, 개인과 개인. 기업과 기업의 관계는 지킬 필요가 있다.

그를 위해서 KJ가 피해를 떠안는 건 무리가 따른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서는 그를 보며 KJ그룹의 미래가 밝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예전과 달리 KJ그룹에는 뛰어난 인재가 만족할 정도로 넘쳐났다.

“회장님.”

그가 나가고 이호영 실장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뭘까?

“무슨 일인데, 표정이 그리 좋지 않습니까?”

아닌 게 아니라 어디 초상난 표정이 얼굴에 가득하다.

그런 그의 표정에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세간에 이상한 소문을 접하게 됐는데, 혹시 한국제조라는 회사를 아십니까?”

한국제조? 우리나라에 한국제조라는 상호를 쓰는 곳이 한두 곳도 아니고.

설사 그렇다 치더라도 처음 듣는 상호다.

“아니요. 모르는데요?”

“그럼 혹시 서교원이라는 사람을 아십니까?”

응? 그 이름이 왜 여기서 나와?

“알긴 압니다. 그런데요?”

“음... 서교원이란 사람이 회장님의 이모부라 소문을 내며 대출과 투자를 받고 있다 합니다. 거기에 기업 간의 갑질로 좋지 않은 소문이 나돌고 있습니다.”

허... 이 사람 완전히 미쳤다. 대체 머릿속에 무슨 생각을 갖고 살길래, 이런 간 큰 짓을 하지?

내쫓고 나서 두 번은 보지 않으리라 다짐했는데, 이런 개짓을 벌이고 있을 줄이야.

정말 존경스러운 집안이다.

“은행권에 알리세요. 우리와는 전혀 무관한 곳이라고.”

난 절대 그들과 엮이고 싶은 생각이 없다. 절대로. 무조건.

그간의 경험과 그들의 인성적 문제로 봤을 때, 돈을 퍼붓는다 하더라도 그 기업에는 미래가 없다.

그리고 그들과 엮여서 좋을 건 절대 없었다.

그들과 엮이는 순간 KJ의 이미지는 확 깎여 나가게 될 게 뻔하다.

기업이란 대표의 마인드에 따라 많은 부분에서 변화하고 달라진다. 대표가 똥이면 아무리 좋은 기업일지라도 가치는 똥이다.

“... 저 이런 말씀드리기 뭣하지만, 그 일에 회장님 어머님께서... 엮이신 거 같습니다.”

“......?!”

이건 또 뭔 봉창 두들기는 소리?

이 자리에 앉고 처음으로 크게 당황했다.

“우리 엄마가 뭐요?!”

정말 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꾹 억눌러왔던 화가 머리 꼭대기로 향했다.

“그러니까...”

그의 보고에 더는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없었다. KJ정보팀과 법무부팀 로펌 등을 가동하고, 곧장 집으로 향했다.

***

부릉- 끽. 턱.

수십의 경호 인력에 둘러싸인 채 정지예가 XX은행으로 들어섰다. 그 앞으로 은행 지점장과 사람들이 나와 정지예를 맞았다.

“여사님, 오셨습니까.”

은행 지점장은 지예를 극진히 대접해 VIP실로 안내했다. 옆으로 경호원들이 따라붙었다.

그 모습에 자리해 있던 사람들은 잔뜩 긴장한 모습을 유지했다.

“언니!”

“형님.”

얼마 후 뒤로 서교원과 정지은 부부가 VIP실로 들어왔다.

“둘과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자리를 좀...”

정지예가 곁에 있는 은행장과 수행원들에게 눈치를 줬다.

“아, 알겠습니다. 저는 잠시 나가 있겠습니다. 대화가 끝나면 인터폰으로 호출해 주십시오.”

지점장은 손가락으로 인터폰을 가리키고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반면.

“죄송합니다. 저는 회장님 지시로 여사님을 모셔야 합니다. 곁에서 떨어질 수 없습니다.”

수행원은 지시에 불응했다. 수행원은 눈앞의 부부를 경계 가득한 시선으로 응시했다.

“지금 이게 무슨 예의에서 어긋난 행동이오! 형님께서 나가라 하지 않습니까! 회장님의 부모요. 누가 위인지는 알아야죠.”

“주제넘게 굴지 말고 나가요. 진짜 월급 받고 일하면 주인 말도 듣고 그래야지. 전부터 마음에 들지 않더니. 도를 넘네요.”

교원과 지은은 수행원에게 고함을 내질렀다.

“너무 그러지들 말아요. 전부 날 위해서 그런 거고. 정수에게 고용된 사람이에요. 그런 말 하지 말아요. 미안해요. 잠시면 되니까, 10분 뒤에 들어와 주세요.”

“... 알겠습니다.”

있어야 된다고 몇 번이고 말했지만, 지금 돌아가는 분위기는 수행원을 더는 머물지 못하도록 방해했다. 게다가 지예가 머리까지 숙이니, 자리를 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여기서 더 고집을 부린다면, 그녀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것이기에 수행원은 10분 뒤 들어오기로 하였다.

‘회장님께 보고드리자.’

아무래도 이번 일은 자신의 영역을 넘어선 걸로 보였다. 수행원은 한 차례 두 부부를 매섭게 노려보며 경고를 보냈다.

주제넘은 짓은 하지 말라고.

“저년이! 언니, 저 여자 잘라. 저 눈빛 봤어.”

“너무 그러지 마. 지은아. 다 날 위해 그런 거니까.”

“언니. 지금 언니랑 내가 무시당했다고.”

지은은 계속해 자신을 매섭게 노려본 여자를 자를 것을 주문했다. 처음 봤을 때부터 느낀 거지만 정말 재수 없었다.

자신이 뭐라도 되는지, 오너 일가를 무시하는 모습. 자존심이 팍 상했다.

“그만해. 형님이 곤란해하시잖아.”

10분 뒤 수행원이 들어온다 했다. 그 전에 이야기를 끝내야 하기야 서교원은 흥분한 지은의 행동을 제지하고 몸을 앞으로 당겼다.

“형님. 이렇게 불러내 죄송합니다. 부탁할 사람이 형님밖에 떠오르지 않아서 말입니다.”

서교원이 분위기를 잡았다.

“무슨 일인데 그래요? 말해 보세요.”

지예의 표정이 불안하게 변했다. 하나뿐인 동생네 가족이다. 아무리 성격이 좋지 못하더라도 동생네에 일이 생기는 건 바라지 않았다.

“자금을 급하게 마련하지 않으면 조금 어려운 일을 당할 수 있습니다.”

“그 정도로 심각해요?”

“죄송합니다. 사업장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일이 잘 풀리지 않게 되어... 대출도 한계치를 넘은 상황이라...”

서교원은 의도적으로 한숨을 쉬며 말을 끊어가면서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었다. 마지막 말을 내뱉기 위한 준비작업이었다.

‘형님은 늘 그랬죠. 제 동생 일이라면 걱정부터 하고 보는. 이번에 한탕 제대로 해서 자리를 뜨는 거야.’

그가 뒤도 보지 않고 일을 벌이는 이유. 회사 외형확장은 투자자들과 그 밖의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에 지나지 않았다.

속사정은 부채로 가득한 기업. 회사를 담보로 하여 대출을 받고 한계치를 넘어섰을 때, 우군인 아내의 언니를 이용해 재차 대출을 당긴 다음 해외로 도피할 계획을 가진 상태였다.

미국과 유럽으로 갈 생각은 없다. 거기는 KJ가 잡고 있는 상황. KJ가 손을 뻗기 힘든 중국과 동남아로 이미 자리까지 알아본 상태.

돈만 충분하면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얼마나 필요한데, 그래요?”

“100억입니다.”

“......”

생각도 못 한 엄청난 액수에 지예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감조차 오지 않았다.

“형님. 이번 자금만 막으면 숨통이 트입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돈을 갚아 형님께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할게요. 제발 도와주세요.”

“언니, 나 결혼할 때 그냥 맨몸으로 이이한테 맡겨졌어. 조금만 도움을 줘.”

지은은 눈물을 글썽인다.

그러면서 약점을 교묘하게 건드려 도움을 호소했다.

“난 돈이 없는데...”

1억이면 어떻게 해보겠지만, 100억이라 하니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도움은 주고 싶은데, 이쪽으로는 문외한.

단 한 번도 회사생활을 한 경험도 없고, 식당과 같은 단순 일만 하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 가정만을 돌봤다.

그렇기에 이쪽에는 제대로 된 지식이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 제대로 된 결정을 하지 못했다.

“형님께서 직접 돈을 마련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형님이라면 은행에서 충분히 돈을 빌려줄 겁니다.”

“은행에서? 어떻게??”

“보증이라는 게 있습니다. 거기에 도장만 찍어주시면 100억까지 빌려줄 겁니다.”

누구도 아니고 KJ그룹 김정수 회장의 어머니이다. 최소 그녀의 보증이라면 은행에서 믿고 돈을 내어주리라 확신했다.

“정말로 그걸로 되는 거야?”

수심으로 가득하던 지예의 얼굴에 화색이 감돌았다. 정수에게서 받은 돈을 사용하지 않고도 동생네를 도울 수 있다는 사실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앞전 일로 동생에게 무척 미안하던 차였다. 가슴에 멍까지 든 상태인데, 이번에 도울 수 있다 하니.

돈까지 갚는다 하지 않은가?

그 정도라면 충분히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봤다.

“좋아요. 그렇게 할게요.”

끝내 지예는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마침.

끼이익-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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