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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재벌 강림하다-60화 (60/145)

60화

#사기 (2)

20분 전.

“엄마와 이모 둘이 있게 하지 마세요. 거절해도 엄마 뒤를 쫓아다녀 일일이 제게 보고하세요.”

당장 집에서 내쫓고 싶지만, 뚜렷한 명분이 없다. 그래서 일단 명절 동안 두고 보기로 하였다.

대신 조건은 감시가 붙는 것.

이모는 늘 그랬다. 엄마 집을 자신의 집처럼 사용하는 한편 엄마의 결혼식 예물을 말도 없이 끼고 나가는 등 사고를 치기 일쑤였다. 엄마는 그걸 또 제대로 혼조차 내지 못하신다.

예물 대신 애물단지가 들어왔다.

그래서 위로 올라가면서 무조건 이모와 이모부 뒤를 따라다니며 일일이 보고하라 지시를 내렸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여사님께 투자를 건의하고 있습니다.”

이 인간은 선을 단단히 넘어섰다. 가족끼리 투자를 부탁할 수 있는 거 아니냐 말할 수 있겠지만, 엄마에게 빚져 갚지 않은 돈만 2천만 원이 넘어간다. 야금야금 빌려 가고서 갚지 않은 돈.

이모부는 우리집보다 나은 환경임에도 회사가 어렵다며 빚 갚기를 계속 거부해 왔다. 어떤 미친 사람이 이런 가족에게 투자를 하겠나?

난 때려죽여도 내가 힘겹게 벌어들인 돈을 그런 사람에게 쓸 생각은 단 ‘0.1’도 없다.

내 걸음은 급하게 움직여 엄마와 이모가 있는 테라스로 향했다.

“엄마, 미안해요. 더는 참지 못하겠어요.”

엄마가 어쩔 줄 몰라 하며 발을 동동 구른다. 아마 당신의 선에서 조용히 끝내고자 했겠지만, 난 애초에 그럴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아주 좋은 걸 목도했다.

내가 엄마에게 준 선물을 가로채더니, 기분 나쁘다고 그걸 던져?

선을 넘었다.

“저, 정수야. 이게 그러니까 말이야. 오해야. 오해.”

이모가 당황해 입을 덜덜 떨며 핑계를 소환한다. 그런데 대체 내가 뭘 오해했다고?

던진 걸 봤는데, 그걸 오해라는 아주 좋은 단어로 포장한다?

사람의 뇌가 이렇게 망가질 수 있는지 오늘 처음 알았다.

“정수야...”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오지만, 애써 무시했다.

엄마 죄송해요. 전 저 사람들을 가족으로 인정 못 하겠어요.

“뭣들 하세요. 당장 끌어내세요. 오늘부터 무슨 일이 있더라도 출입을 금합니다. 절대 내 땅 위로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하세요. 아시겠습니까?”

정말 많이 참았다. 엄마의 동생만 아니었다면 다리와 몸을 분리해 버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화가 머리끝까지 치미는 걸 가까스로 참았다.

“오해라고! 오해! 이것 좀 놔 봐요! 정수야! 정수야!”

두 여성 수행자가 양쪽에서 포박해 밖으로 질질 끌어냈다. KJ가문에 이런 수치도 없다 여겼다.

휴...

엄마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어 고개를 돌리지 못하고 몸을 틀어 눈을 꾹 감고 밖으로 나갔다.

뒤에서 흐느끼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오지만, 그냥 내버려 두었다.

***

“......”

“......”

밖으로 쫓겨난 두 사람. 정지은은 시선을 내려 땅을 바라봤고, 서교원은 갑자기 발생한 일로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내게 설명 좀 해줄 수 있을까? 지금 내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서교원은 넓고 높은 KJ저택만을 응시하며 아내에게 물었다. 잠시 낮잠을 자며 달콤한 꿈에 취해 있었는데 날벼락이 떨어졌다. 단잠을 방해받은 것도 화가 나는데, 쫓겨나기까지 했다.

“여, 여보. 오해예요. 갑자기...”

웬일인지 저택 안에 있을 때와 다른 두 사람의 관계가 연출됐다. 왕과 노비. 호랑이와 토끼. 상하 관계가 명백하게 나타났다.

지은이 교원의 다리를 붙잡고 무릎을 꿇었다. 눈에는 눈물이 가득한 상태로 무척 불안한 증상을 보였다.

“시발, X도 없는 년 데려다 키워줬으면 내 일에 보탬이 될 일이지. 이제 좀 보탬이 되나 했더니, 다 된 밥에 똥을 뿌려! 어!”

짜-악 소리가 거세게 나며 지은의 고개가 좌측으로 홱 틀어졌다. 오른쪽 볼이 단 한 대에 퉁퉁 부어 시뻘겋게 부어올랐다.

오붓하게 보이던 두 부부의 관계는 짜여진 각본에 지나지 않았는지, 교원에 두 눈에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들어가 있지 않았다.

오로지 욕심과 야망으로 들어차 지은에 대한 감정은 들어갈 틈도 없었다.

“이래서 여자를 잘 만났어야 했는데. 제기랄!”

사실 교원의 사업은 시간이 흐를수록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기죽기 싫어 연기를 했을 뿐이지,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알아보면 알 수 있을 정도로 재무 상태가 엉망이었다.

떨어져 나가는 거래업체만큼이나 마음은 다급하게 변했다. 그러던 중 듣게 된 뜻밖의 소식.

KJ그룹 김정수 회장의 성공기.

그리고 가족관계.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매일 감정을 소모시키던 아내의 조카가 TV에 나오면서 확 바뀌었다. 그때부터 이날만을 기다렸다. 찾을 구실.

그건 명절이었다.

계획도 완벽하게 짜놓았고, 계획대로 차근차근 나가면 된다 봤다. 그런데 톱니바퀴가 어긋나려 하더니, 완전 박살 났다.

어긋난 건 맞추면 된다. 하지만 박살 나면 그걸 끝이다.

“내 경고하는데, 두 번 다시 주제넘게 나서지 마. 알았어!”

교원은 아내에게 따끔하게 경고하고는 차량에 올랐다. 그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

“늦어 죄송합니다. 잠시 좀 문제가 생겨 해결하느라 시간이 걸렸습니다.”

인간말종 둘로 인하여 파티에 늦었다. 이곳에는 이들의 가족들도 함께 있는 상태로 꽤 중요한 자리였다.

비록 내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이나, 한 명 한 명이 세계 재벌로 유명한 인사들이다.

“저희는 크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렇게 맛 좋은 음식과 멋진 사람들이 함께 있는데, 뭘 더 바라겠습니까? 하하.”

워런 버핏 회장이 주변에 모인 인사들을 보며 진심으로 감탄했다. 모두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알고 있던 것과 직접 보는 건 무척 차이가 컸다.

세계 경제가 KJ저택 파티장에서 이뤄진다 말해도 결코 아깝지 않을 정도로 대단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늦었습니다. 회장님.”

거기다 스타벅스 회장 하워드 슐츠가 옆으로 쓱 끼어들며 잔을 건넸다.

“오신 줄 몰랐습니다. 이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좋은 자리에 제가 빠질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사업 파트너인데 말입니다.”

“하하, 맞습니다. 하워드 슐츠, 당신이 빠지면 절대 말이 되지 않지요.”

엉겁결에 이리되어 버렸다. 어떤 누구에게도 설날에 저택을 찾아달라 초대장을 보낸 적이 없다. 그럼에도 세계 거물이 내 집을 찾았다.

“오랜만이오. 김 회장. 김 회장 덕분에 한국도 구경하게 되고 좋군요.”

심지어 워너 브라더스 케빈 츠지하라 회장을 필두로...

“이런 좋은 곳이 있었다면 진즉 초대하지 그랬습니까?”

JP 모건 더 글라스 워너 회장도 파티장에서 모습을 보였다.

‘아니,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하마터면 KJ가문의 망신살을 세계로 알릴 뻔했다. 금융계 거부들까지 다 모인 행사가 되어 버렸다.

진짜 위험하던 순간이다. 빠르게 일 처리를 하고 오길 잘했다.

“모두에게 죄송하고 감사의 말 전합니다. 여러분들이 저를 이리도 생각해 주시는지 몰랐습니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초대장을 보내주시면 시간을 비우고 꼭 참여하기로 하겠습니다.”

이들과의 관계는 절대 뗄 수 없을 정도로 KJ그룹의 사업과 많은 부분에서 얽혀 있다. 협업, 파트너십, 기술협력, 투자 관계 등 참 많은 것들이 연결된 상태.

진짜 이곳이 세계 경제 중심지가 아니라면 또 어디가 세계 경제 중심지일까?

“모두 잔을 높이 들어 주세요. 오늘 하루 즐겁게 노시고, 좋은 파트너를 만나 99년도를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모두 건승하세요.”

이들을 보니 마음이 뜨겁게 차올랐다.

***

핑!

하얀 공이 클럽에 맞고 하얀 포물선을 그리며 빠르게 페어웨이로 날아갔다. 데구루루 굴러 벙커 앞에 멈췄다.

“오! 나 사장님. 나이스 샷입니다!”

세 명의 남자가 한 사람에게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 중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인지,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상당히 애쓰는 모습들이다.

“서 대표님. 이번에 제수씨 언니 댁에 다녀오셨다 들었습니다.”

“제수씨, 가족이 있었나요? 금시초문입니다.”

광진주물 나석진 대표가 다음 공을 치기 위하여 장소를 이동하는 동안 서교원 대표에게 착 달라붙어 물었다. 그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어떤 정보를 들었는지 하이에나의 눈빛으로 서교원을 응시했다.

이에 옆을 따르던 삼오 프레스 조준연 대표가 의아한 시선을 보냈다. 단 한 번도 제수씨 친정에 대한 말을 꺼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네. 서로 바빠 왕래가 뜸하던 차에 좋은 소식을 듣게 돼 오랜만에 만남을 가졌습니다. 하하.”

“좋은 소식이라... 이거 참, 입이 무거운 서 대표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다니. 무척 궁금해집니다.”

나석진은 어서 말해 보라며 서교원을 재촉했다.

“하하, 그게 말입니다. 얼굴을 본 지 너무 오래돼 알아보지 못했는데, 알고 봤더니 KJ그룹 회장이 제 조카이지 않습니까? 찾아보지 않을 수 없었네요. 이모부 된 입장에서 축하를 건네야 하지 않겠습니까?”

서교원의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네에?! 그게 정말입니까?”

“맙소사. 서 대표님 이제 걱정 없이 사시겠습니다. 부럽습니다.”

“하하하. 부럽긴요. 그저 조카입니다. 제가 뭘 바라겠습니까?”

서교원은 당시에 달고 있던 얼굴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세상에서 조카를 가장 아끼는 듯한 얼굴로 이들을 대했다.

“서 대표님. 우리 할 말이 꽤 많을 걸로 보입니다. 저 먼저 치고 빠져도 되겠습니까?”

매섭게 빛을 뿌리던 나석진 대표가 환한 미소를 입가에 걸쳤다.

“잘하는 사람이 먼저 빠지는 게 맞지요.”

띵, 데구르르. 콩!

대화를 나누던 네 사람은 빠르게 홀컵에 공을 넣고 게임을 마무리했다.

“우리 게임은 이쯤하고 한잔하러 가시죠. 오늘은 제가 사겠습니다.”

3시간 정도 게임을 하던 이들은 남은 게임을 포기하고 자리를 뜨기로 하였다. 그들 옆으로 함께 골프를 치던 여성들도 함께 붙었다.

“와! 진짜 멋져요. 서 대표님. 서 대표님이 이런 분인 줄 알았다면 진작 뵈었어야 했는데. 호호.”

여성이 술을 건네며 여우 눈빛을 보냈다. 그녀의 눈동자에 묘한 섹기마저 비쳤다.

몽롱하게 변한 두 눈을 서교원 대표에게 보냈다.

“오늘 두 분 1일 되는 거야? 크하하.”

둘의 끈적한 모습에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껄껄 웃었다.

“그것도 나쁘지 않겠는데요?”

“그럼, 우리 1일? 자기 아 해봐. 1일 된 기념으로 내가 먹여줄게.”

여성은 손으로 과일을 집어 서교원의 입에 쏙 집어넣고는 몸을 더욱 밀착시켰다.

“이거 미녀 하나 얻었습니다. 하하.”

“그럼 우리도 한잔할까요?”

의도한 것인지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짝을 품에 안고 잔을 주고받으며 찐한 분위기로 몰아갔다. 스킨십의 강도는 높아지면서,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는 커플도 등장했다.

“이런 자리에서 이런 말씀드리기 뭣하지만, 저에게 투자를 좀 해주지 않겠습니까?”

지금까지 남몰래 술을 쓰레기통에 버려가며 주량을 조절하고 있던 서교원은 한층 분위기가 업된 대표들에게 투자를 요청했다.

시끄럽던 분위기가 조용해지며, 모든 시선이 서교원에게 집중됐다.

“투자를 말입니까?

모두의 눈에 의아함에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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