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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재벌 강림하다-57화 (57/145)

57화

#우리나라 대통령은 하나같이 문제 덩어리

“대통령님 진정하십시오!”

대노하는 그의 모습에 비서실장은 황급히 달려들어 그를 막았다. 책상 위에 올려진 물건들이 옆으로 쓸려 내려가던 찰나, 황비선의 손이 멈췄다.

“KJ에 대해 알아봐.”

나직이 들려오는 목소리. 목소리에는 진한 분노가 압축돼 있음을 비서실장은 느낄 수 있었다.

참고 있는 것이라.

“횡령, 비리, 탈세에 대해 빠짐없이 조사하게.”

“KJ를 건들면 큰일 날 수 있습니다. 재고하심이…”

“지금 이걸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는가?”

비서실장이 반대된 의견을 말하자, 황비선은 참았던 분을 밖으로 표출했다.

그의 살벌한 눈빛을 받은 비서실장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눈을 아래로 내리고 다시 한번 그의 행동을 막았다.

“이게 잘못이야. 기업 위에 정부가 있어야지, 정부 위에 기업이 있는가? 자네는 그게 맞다고 보는가?”

“그건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 KJ를 잘못 건들면, …”

“지시대로 하게. 다른 말 하지 말고.”

“알겠습니다.”

비서실장의 입이 닫혔다. 잠잠하던 바다 위로 태풍이 눈을 뜨려 하였다.

***

“모두 모이셨습니까?”

수도권뿐 아니라 국내 의사들과 의사협회가 연락 한 통에 KJ를 찾았다. 어떤 거부도 없었다.

그들을 보며 나는 흐뭇함에 취했다.

“제가 여러분을 찾은 이유를 대충 아시리라 봅니다. 뉴스나 신문만 보더라도 나오는 내용이니까요.”

워런 버핏과 계획한 사업은 한국과 미국에 대대적으로 소개됐다. 사회에 약간의 관심만 있다면 누구라도 접할 수 있는 소식이다.

지금도 이번 모임으로 기자들이 떠들썩하게 방송을 내보내고 있었다.

“의도는 좋습니다. 회장님의 생각, 마음. 충분히 존중합니다. 조금 우려스러운 건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입니다. 전 그 부분이 걱정입니다.”

아주 좋은 지적이다. 업계에 오래 있어 그런지, 그는 여러 사건과 사고를 경험한 인물로 여겨졌다.

그러니 이런 부분을 지적한 게 아닐까?

“아주 좋은 지적입니다.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번 부분은 KJ에서 로펌을 만들어 대응할 예정입니다. 수사 의뢰 또한 마찬가지겠지요. 그러니 그 부분은 염려하지 마시고, 여러분은 사람을 살리는 데 집중해 주시면 됩니다.”

돈이 없어 시간과 타이밍을 놓쳐 살릴 수 있음에도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가족, 지인들이 있다. 난 그들의 생명이 돈 때문에 사라지는 걸 바라지 않는다. 범죄문제는 시간이 걸려도 풀면 그만. 하지만, 생명은 아니다.

그건 어떻게 되돌릴 수 없는 문제다.

“저희야 정산만 잘 된다면… 큰 상관이야 없습니다.”

의사라는 직업도 따지고 보면 돈 벌고자 하는 일.

돈이 되지 않는다면 그 일을 할 사람은 많지 않다.

이들에게 있어 확실한 정산처가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곳도 없었다.

“그렇다면 시간을 더 잡지 않아도 되겠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건 확실히 하셔야 합니다. 약값을 올린다거나, 치료비를 더 받으려 한다면 그에 따른 책임… 꼭 지게 하겠습니다. 그러니 여러분 중 저에게 사기를 치려는 분들이 없기를 바랍니다.”

사람 일이라는 것이 모르는 일이다. 처음에는 잘해도 그것이 희석되면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난 그것에 대한 경고를 줬다.

한 명쯤 나타나도 된다. 본보기로 철저하게 밟아 버릴 생각이니까.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저도 그러길 바랍니다.”

***

서울 시흥동에 위치한 시장.

장사가 끝났는지,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여 밖으로 내놓은 식료품과 갖가지 물건들을 안으로 들여놓았다.

“어서 가. 엄마는 이거 마저 끝내고 갈게.”

“아니야. 같이 가.”

그들 중 모녀로 보이는 두 여성.

엄마는 딸을 먼저 보내고자 하였다. 부모를 잘못 만나 고생한다는 마음이 편치 않다.

딸은 그런 엄마의 마음을 아는 걸까?

계속된 재촉에도 무시하고 같이 짐 정리에 나섰다. 최대한 무겁고 손이 많이 가는 걸 맡았다.

“이것 봐. 둘이 하니까, 금방 끝나잖아.”

30분 정도 걸려서야 모든 정리가 마무리됐다. 혼자 했으면 1시간도 더 걸렸을 일을 둘이 하니 금방 끝난다.

딸은 의기양양한 얼굴로 엄마를 바라봤다.

“엄마가 딸 잘 둬서 참 복 받았어.”

“복은 무슨, 내가 더 복 받았지! 우리 엄마가 날 낳아줘서!”

꾀죄죄한 몰골이 된 딸은 엄마의 오른편으로 향해 팔짱을 꼈다. 겨울이라 추운지 두 모녀의 입가에 하얀 김이 입과 코에서 흘러나온다.

하지만, 표정만큼은 봄날의 포근함을 그렸다.

“엄마! 버스!”

버스정류장으로 눈길을 헤치고 천천히 다가오는 버스를 목격했다. 딸은 팔을 끌어 앞으로 달려갔다.

마음은 따뜻해도 추운 건 진실. 조금이라도 엄마의 차가운 몸을 식혀주고자 하였다.

“미끄러워 다쳐. 천천히 가.”

“엄마 저거 놓치면 1시간 기다려야 돼. 빨리 가자.”

1시간에 한 번 도는 버스.

그렇기에 저걸 놓치면 1시간을 더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을 맞이해야 하였다. 봄이라면 여유롭게 기다렸을 법도 하지만, 찬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씨에 엄마를 오랜 시간 밖에 있게 하기 싫었다.

그래서였을까? 딸의 걸음이 급하게 움직였다.

부릉—!!

“따, 따알!!”

그때다. 골목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두 모녀를 보지 못한 차량은 속도로 제대로 줄이지 못하고, 눈길에 미끄러져 앞으로 밀려왔다.

밝은 헤드라이트를 깜박여 클락션을 울려보지만, 때는 늦었다.

사고는 순식간에 벌어졌다.

“안 돼!”

엄마가 딸을 푹신한 눈밭으로 밀어내고 대신 차량에 밀려 뒤로 튕겨 나갔다.

딸은 그걸 넋 놓고 바라보다, 엄마에게 달려갔다.

“엄마! 엄마! 으엄마!”

머리에서 피를 흘리는 엄마를 잡으며 딸은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봄꽃이 피어오르는 미소는 사라지고 무너지는 마음만이 자리를 대신했다.

삐용삐용—

“바로 수술을 해야 합니다. 보호자 되십니까?”

“네? 아, 네.”

너무도 경황이 없어 의사의 말이 귀로 잘 들려오지 않았다.

“서명을 해주시면 바로 수술 진행이 가능합니다.”

“수술하면 우리 엄마 살 수 있는 거죠? 네?! 선생님. 치료비는 꼭 구해서 드릴게요. 부탁해요! 꼭 우리 엄마 살려주세요. 흑흑.”

마르지 않는 눈물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축축이 적셨다.

“수술비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진단서와 청구서가 나오면 그걸 KB재단을 찾으세요. 그곳에서 수술비를 지원해 줄 겁니다.”

“네? 그게 정말인가요?”

요즘 장사가 예전 같지 않다. 여기저기 들어서는 백화점들로 인하여 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고 있다.

하루 벌어 간신히 먹고 살았다. 물건을 팔면 돈을 잘 벌 거라 생각하는데, 그건 전혀 그렇지 않다.

엄마를 치료할 수 있다면 돈이야 어떻게 되어도 좋다고 생각은 했지만. 당연히 고가의 수술비는 부담이 되었다. 그런 상황에 예기치 않은 좋은 소식을 듣게 됐다.

KB재단.

이 부분은 처음 듣는 이야기였지만, 좋은 소식임은 분명하기에 마음의 부담을 덜 수 있었다.

“그러니 비용적인 부분은 걱정하지 마세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딸은 연신 허리를 숙여 감사를 전했다.

-KB재단,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다. 이번 달 들어 KB재단은 총 358명의 생명을 살렸다. 돈이 없어 수술을 미루거나 포기하여야 하였던 사람들을 KB재단의 보증 아래 수술을 진행했다. 시기를 놓쳐 살리지 못한 생명도 있지만, KJ로 인하여 죽는 날만을 고통스럽게 기다리던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

1999년 새해. 병원의 결제시스템이 확 바뀌었다. KB재단과 연동해 수술을 끝낸 후 1차, 2차, 3차로 나뉘어 정산을 받았다.

부유한 사람들은 혜택을 받지 못하지만, 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있는 사람들은 KJ그룹의 선행에 감복했다.

“진즉 이럴 걸 그랬네요. 많은 사람들을 살리게 돼 정말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해당 소식에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비록 내가 아닌 돈이 살린 거고, 노력은 의사가 했지만.

내 판단과 결정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뿌듯함이 가슴을 두들긴다.

“이번 사업은 어떤 사업보다 더욱 신경을 쓰셔야 할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알겠습니다.”

해당 소식을 접하니, 내 자신이 얼마나 중요한 위치에 올라섰는지 느낄 수 있었다. 더욱 신경을 써, 이 대한민국을 돈이 없어 치료받기 힘든 나라가 아닌, 부담 없이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는 나라로 성장시키겠다.

***

“너무 깨끗합니다. 은닉재산은 파악하기 힘들고, 세금과 모든 것들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습니다.”

KJ그룹의 재무제표가 투명하게 공개됐다. 투자금에 대한 사용 용도에 재산 현황까지 구글 사이트를 통해 깔끔하게 정리돼 어떤 누구라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이런 기업은 저도 처음입니다.”

보통은 100원조차 숨기는 게 현실기업이다. 특히, 건축자재는 더욱 그렇다. 한데, 이런 부분까지 세세하게 공개해 어느 아파트가 얼마에 시공됐는지 알려주었다. 덕분에 사람들은 몰라도 되는 정보까지 알게 됐다며, 주변 기업들이 불만을 터트리지만, 상대는 KJ그룹.

이 부분에 대해 어떤 누구도 대놓고 불만을 터트리지 못했다.

“그게 말이 된다 보는가?”

절대 말도 안 되는 일.

이런 건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부분이기에, 황비선은 이에 반발했다.

“여러모로 알아봤지만, 모두 진실입니다.”

“……”

“게다가 KB재단 일로 사람들에게 있어 KJ 인기가 전국을 덮고 있습니다. 대통령님 마음은 잘 알지만, 이번은 한발 물러서야 합니다. 자칫 역풍을 받을 수 있습니다.”

KJ그룹은 국가권력급 기업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어떻게 할 수 있을 정도의 사이즈를 넘어섰다.

국민들은 정부보다 KJ를 더 신용하고 있는 상태. 여기서 KJ 김정수 회장을 건든다?

국가 경제적인 부분도 그렇지만, 정부가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었다.

비서실장은 현실적인 부분을 언급해, 황비선 대통령을 설득했다.

“차라리 KJ와 비슷한 노선을 걷는 게 어떻겠습니까? 건강보험 규모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심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영역이 한정적이다. 그 부분을 대폭 늘리는 방향으로 갈 것을 권했다. 국민들은 이번 일로 의료혜택의 중요성을 인지하기 시작한 상태이다.

그런 상황에 정부에서 이를 돕는다면?

“다른 의미로 KJ를 견제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꼭 상대를 죽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지 않겠습니까?”

“……”

“대통령님 마음을 넓게 쓰셔야 합니다.”

어쩌다 보니 선생님이 되어 버렸다.

김영진 정권으로 힘들어진 경제를 일으켜보고자 갈망했던 국민들의 선택은 이번에도 실패했다.

그저 KJ로 인하여 나라에서 크게 나서지 않음에도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KJ가 아니었다면, 대한민국은 다시 한 번 대공황에 빠졌을지 모를 일이었다.

“정말이지 제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군. 그게 좋다면 그렇게 하도록 하게.”

마음을 풀고 싶지만, KJ그룹 김정수 회장만 생각하면 배알이 뒤틀렸다.

육성그룹 이건호 회장도 한발 양보하는 자신이거늘. KJ는 쉽게 따라와 주지 않았다.

황비선은 자신의 고집을 꺾고 비서실장의 의견대로 진행하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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