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화
#워런 버핏
“한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환영해 주어 감사합니다. 이제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분을 만나게 되는군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 왕가보다 위상이 높아진 내 위치가 그의 입에서 이렇게 듣게 되니 다시 한번 실감난다.
지금껏 걸어온 내 발자국이 얼마나 위대했는지를.
“과찬입니다. 궁금함이 많은 얼굴이네요. 좀 괜찮은 곳에서 대화를 하고 싶지만, 이해 바랍니다.”
워런 버핏 회장의 얼굴에 조급함이 가득하다. 무언가 묻고 싶은 건 많은데, 정리가 안 되는 얼굴.
아마도 궁금할 것이다.
내가 왜 올리버 스미스를 스승이라 말하고, 그를 어떤 경로로 하여 알게 되었는지를.
나도 이 부분에 대해 생각을 많이 가졌다.
답은.
“대신 모든 걸 말씀해 드리겠습니다.”
거짓말.
사실 이거 외에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의 기억이 공기 중에 날아와 내 머릿속에 안착했다? 이걸 믿을 사람이 누구 있을까? 무당은 믿어 주려나?
‘지금부터 중요하다.’
우리는 분위기를 잡고 자리를 잡았다. 상석에 앉는 건 그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소파에 마주 앉았다. 그의 시선이 나를 향한다. 나도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 봤다.
“어디서부터 말씀을 드려야 할지 고민이네요.”
“알게 된 경위부터 알고 싶군요.”
역시 이게 순서겠지. 한 차례 헛기침으로 긴장을 풀고, 힘겹게 입술을 뗐다.
“스승님을 알게 된 부분은 우연히 미국을 여행하며 알게 됐습니다. 방황하던 시기였죠.”
난 그때를 떠올렸다. 올리버 스미스를 알게 되고 미국에 간 그때를.
“전 올리버 스미스와 같은 행운을 거머쥐었습니다. 어쩌면 더 큰 행운이겠네요. 한국에서 복권에 당첨되고, 미국에서도 당첨돼 그걸 밑천 삼아 사업을 시작했으니까요.”
상황은 다르지만, 최대한 진실과 거짓을 섞어 이야기했다.
이 부분은 알고 있는지 놀라지 않는다. 나에 대해 조사를 했음이 분명하다.
“당시 전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처음엔 꿈 없는 돈 많은 백수로 살기를 바랐죠. 그만한 돈을 쥐었으니, 일하지 않아도 될 거라 생각하면서도 자꾸 무언가 머릿속을 간지럽혔습니다. 그것이 제 안에 숨겨져 있던 욕망이란 걸 알았을 때가 정말로 우연히 어느 중고책방에서 보게 된 그의 일기를 보고 알게 됐습니다.”
“책방? 일기?”
“그렇습니다.”
“호, 혹시 그걸 내게 보여줄 수 있겠는가?”
“… 죄송합니다. 미국에서 돌아오는 길에 소매치기를 당하는 바람에… 분실했습니다.”
실제로 미국은 소매치기범이 꽤 많다. 잡고 싶어도 못 잡는다.
괜히 잡으려다,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
“허, 저런…”
그의 얼굴에 놀람과 안타까움의 감정이 스며들었다. 괜스레 그에게 미안함이 앞섰다.
이렇게밖에 말할 수 없는 자신을 탓하며, 말을 계속 이었다.
“아쉽게 일기는 잃었지만, 그분은 제게 많은 걸 남겼습니다. 미국에 있는 동안 그 일기를 몇 번이고 봤는지 모릅니다. 그러면서 전 자연히 그를 스승으로 모시게 됐습니다. 비록 일기는 잃었지만, 이 머리와 마음속엔 영원히 남아 있습니다. 워런 버핏 회장님과 있었던 일화 중 유일하게 이겼던 투자 이야기는 무척 재밌었습니다.”
“허, 그 이야기까지… 그랬지. 맞아 그랬습니다. 내 인생에서 절대 잊을 수 없는 기억이군요.”
워런 버핏 회장의 눈이 감겼다. 아마도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고 있으리라.
기간을 정하고 자신들이 생각한 기업에 1만 달러를 투자해 일주일 동안 지켜보는 내기였다.
승자는 1만 달러 차이로 이긴 올리버 스미스의 승리로 끝났다. 10일째 되는 날 워런 버핏 회장이 투자한 종목이 폭등하게 되는데, 그건 아무렴 어떠냐는 식으로 무시하고 그 순간을 즐겼다.
“그 이야기는 우리만 알고 있던 사실이었는데, 더 들을 필요도 없군요. 김 회장님의 입에서 그때의 일을 듣게 될 줄이야. 허허. 더 듣지 않아도 됩니다. 본인이 스승으로 여겼다면 스승이지요.”
“투자나 기업을 운영하는 방법도 많이 배웠습니다.”
“그 친구가 나보다 월등히 잘하던 것이 경영이었죠. 하지만 그는 기업운영을 거부했지요. 알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군요. 당시에는 웃으며 때웠지만…”
그의 짐작이 맞다. 올리버 스미스는 일찍이 자신의 병을 알고 있었다. 그 아픔을 참고 워런 버핏과 마지막의 마지막을 함께 하며 눈을 감았다.
-난 후회하지 않아. 다시 그때가 온다 하더라도 나는 똑같이 했을 걸세. 그와의 추억은 내게 가장 큰 자산이라네.
그의 기억을 난 존중한다. 그는 멍청하도록 낭만파 신사를 고집했다.
한편으로 멋지고 부럽기까지 하였다. 이런 멋진 친구가 아직도 기억해 주고 있으니 말이다.
“그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스승님은 그조차 좋다 말했습니다. 오히려 당신으로 인하여 슬퍼할 워런 버핏 회장님을 걱정했습니다. 나를 보내는 친우의 마음이 나를 더욱 아프게 만든다. 내가 죽을 때에도 그가 웃어줬음 좋겠다. 라고.”
“멍청한 친구… 큭. 자네는 갈 때까지…”
띵! 그 순간이었다. 내 정신이 뒤로 밀려나는 묘한 감각에 빠지는 순간, 나이되 내가 아닌 감각에 빠져 입술을 열었다.
“걱정 말게. 내 친우여. 나는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하다네. 나는 자네가 있어 좋았고, 마지막에 웃으며 갈 수 있어 좋았네. 그대의 눈물과 웃음은 내게 있어 값진 선물…”
“기억하는가? 우리가 했던 약속. 우리가 돈을 벌 수밖에 없었던 그 약속을. 잘 있게. 친우여.”
어라…
다시 되돌아왔다.
방금 뭐였지?!
“……”
어라? 워런 버핏 회장은 왜 날 멍하니 보고 있지.
이상하다. 분명 머릿속으로 기억은 나는데, 분명 내가 한 말은 아니었다.
“알았네. 나도 그러기 위해 이곳을 찾은 거라네…”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은 워런 버핏 회장의 모습을 바라볼 때.
“아…”
기억 속에 자리잡히지 않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마치 봉인이라도 풀렸다는 듯, 그의 기억이 나와 하나가 되어 내 기억으로 변환되었다.
“고맙습니다. 친구의 말을 전해주어. 이제야 후련합니다. 하하.”
눈물로 젖은 얼굴로 웃는 워런 버핏 회장의 모습이 유난히 멋지게 보인다. 처음 나를 맞이했을 때 모습과 달리 상쾌한 모습마저 보여주었다.
“아닙니다. 그저 스승님의 뜻을 전했을 뿐인 걸요.”
“김 회장님. 정말로 그 친구를 스승이라 생각하십니까?”
눈빛이 변했다. 아무래도 무언가 결정한 모습이다.
“그렇습니다. 그는 제 평생의 은인이자, 친구이자, 스승입니다.”
“그 마음 영원히 변치 말아 주었음 합니다.”
“당연하지요. 전 절대 스승님을 잊지 않습니다.”
“그 정도면 됐습니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잘 들어주셨음 합니다. 우리는 약속을 했었지요. 어느 누구보다 돈을 많이 벌면 불쌍한 사람들을 돕자고. 그래서 전 정기적으로 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김 회장님도 미국과 한국에 꾸준히 기부를 하고 계시더군요.”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요. 그런데, 사람은 그런 당연한 일을 하지 못하지요. 해서 부탁이 있습니다. 우리 기부 모임을 만들지 않겠습니까? 내 재산에는 그 친구의 몫도 함께입니다.”
아주 좋은 발상이다. 여기에는 빌 게이츠나 라나, 제임스 맥어보이가 함께한다면 더욱 의미가 있을 걸로 보였다.
“전 환영합니다. 대신 전 나라에 기부를 하는 것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음 합니다.”
나라에 기부를 한다고 그 돈들이 100% 불쌍한 이들에게 가지 않는다. 그건 누군가의 재산을 불려주는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늘 이 부분이 걸렸는데, 난 이 부분을 이참에 뜯어고쳐 보려 한다.
“다른 방향이라 하면?”
“미국은 병원보험이 한국보다 좋지 않아 비싸다 들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한국 병원비가 저렴한 건 아닙니다. 전 이 돈으로 살 수 있는 생명도 돈이 없어 죽어야만 하는 불우한 가정을 위해 지원을 해주고 싶습니다. 일반인들에게는 50~80%를 지원하고 최하층민에 한하여 전액을 지원해주는 사업을 했음 합니다. 회장님과 제가 시작하면 분명 많은 기업인들이 이곳에 참여하리 봅니다.”
시작은 한국과 미국이다. 차츰 영역을 확대한다면 유럽까지도 나아가게 되리라 봤다.
그야말로 대사업이 될 것이고, 이건 하나의 문화단체로 자리매김해 권력을 행사하는 단체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오, 그거 의미 있는 일이군요. 좋습니다. 과감히 200억 달러를 내지요. 여기에는 그 친구의 재산도 포함돼 있습니다.”
“저도 200억 달러를 내겠습니다. 이는 한국과 미국에 각 지부를 세워 체계적인 관리를 하도록 하지요.”
그렇지 않아도 대학생들이 취업 자리가 없다며 난리인 이때, 우리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다.
자금 규모가 큰 만큼 투자업무와 병행하며 자원 활동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자본금 400억 달러 기업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이제 우리는 한 팀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김 회장님.”
우리는 손을 맞잡았다. 우리는 급속도로 가까워져, 끝내 기업 간의 파트너십도 체결하고 서로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관계로 발전했다.
단 한 명으로 인하여 우리는 거대한 힘을 하나로 뭉칠 수 있게 됐다.
-KJ그룹, 버그셔 헤드웨이 거대재단 설립. 돈이 없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수술, 진료 등) 사람들을 돕기 위하여 설립됐다. 자금 규모는 400억 달러이며 두 기업에서 꾸준히 투자를 할 방침이라며 언론을 통해 밝혔다. 한국에 김정수 회장은 먼저 아동, 70세 이상을 우선순위로 두며 순차적으로 치료비 지원을 약속했다.
이에 병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결식아동 또한 우리 재단이 할 일입니다. 매달 최소 생계비 지원 100만 원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대신, 이를 악용하는 가정이 있다면 법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며, 법망을 피해 심판을 받지 못한다면, 제가 심판을 내리겠습니다. 모든 생계지원금을 끊는 한편, 불법으로 가져간 자금만큼 고생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이상입니다.”
불쌍하다고 다 불쌍한 건 아니다. 현 상황을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 부모를 가진 아이가 불쌍할 뿐이다.
이 돈은 엄격하게 관리해, 매달 돈이 어떻게 사용이 되었는지 확인을 할 것이다.
어떻게?
모든 돈은 현금이 아닌 카드로 지원한다. 현금으로 빼 쓰지 못하도록 할 것이며, 준비물 같은 경우는 학교에 말해 무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철저하게 관리하겠다는 의미가 이런 의미였다.
“끝으로 치료비가 필요한 분들은 모두 KB(KJ & Berkshire)재단으로 오세요. 선 수술 진행을 먼저 하시고, 진단서를 가져오시면 바로 지원해드리겠습니다.”
이제 국가에 기부는 없다. 워런 버핏과 함께 정직하게 불쌍하고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을 돕겠다. 돈 관리는 투명하게.
구글에 빠짐없이 오픈하여 공개할 것이다.
한편.
“이 개 같은 새끼가! 대통령인 나를 무시해!”
청와대에서 일이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