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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재벌 강림하다-55화 (55/145)

55화

#변화

“오늘도 그에게서 연락이 없었나?”

그의 존재를 알게 된 지도 반년. 그의 연락을 기다린 지 꼬박 반년이 되었지만, 어떤 연락도 없었다. 워런 버핏은 답답한 마음에 몇 번이고 한숨을 내뱉었다.

“공동묘지를 방문했다 하였으니, 곧 연락이 올 겁니다. 그쪽에도 사정이 있지 않겠습니까? 설사, 없다 하더라도 회장님을 만나는 일입니다. 부담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겠지. 하지만…”

이해는 가지만 답답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사실 만나지 못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봉투에 돈을 넣어 둔 건 자신을 꼭 만나러 오기를 바라는 심정에 넣은 미끼였으니까.

너무 큰돈은 부담을 줄 수 있지만, 적당히 큰돈은 반대된 입장을 보인다. 그것이 사람의 심리.

한데, 그는 또 그게 아니었나 보다.

똑똑—

“회장님, 아래에서 어떤 남자가 회장님을 만나 뵙고자 합니다. 일정이 있어 만나지 못한다 했지만, 그쪽에서 극구 회장님을 뵈어야 한다고… 음. 올리버 스미스의 제자가 찾아왔다 전하면 아실 거라고…”

벌떡!

“뭐?! 방금 뭐라고 했나? 다시 말해 보게!”

안타까움, 피곤에 물들던 워런 버핏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의 눈은 막 들어와 보고를 하는 남자에게 향했다.

자세는 일어난 상태. 두 손을 남자의 어깨 위에 올려 앞뒤로 흔들었다.

“그, 그것이. 올리버 스미스 제자라고…”

“오늘 일정 모두 취소하게. 당장 그를 만나 보겠네.”

“알겠습니다.”

워런 버핏은 단 1초의 고민 없이 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갔다. 그에 두 남자는.

으쓱.

비서의 어깨의 들썩임에 뒤늦게 들어온 남자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고는.

“회장님!”

워러 버핏의 뒤를 급히 따랐다.

***

“음… 회장님 지시로 오긴 왔는데, 이유를 모르겠군. 왜 이걸.”

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는 남자는 손에 들린 편지를 보며 궁금증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단 시키는 대로 하기는 했지만, 전화 한 통이면 올 일을 이렇게 어렵게 만들다니.

대체 이게 뭐라고, 이러는 건지.

“뭐,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지. 난 지시대로 움직이면 그만이니까.”

이내 신경을 접기로 하였다. 더 하면 선을 넘는 생각.

지시대로 움직이면 오늘의 일은 끝이다.

“당신이 올리버 스미스의 제자입니까?”

그때 들려오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생각에서 나와 시선을 돌렸다.

“워, 워런 버핏 회장님을 뵙습니다.”

설마, 본인이 직접 걸어 나올 줄 몰랐다.

KJ그룹이라 밝힌 것도 아니고, 그저 올리버 스미스 제자라고만 했을 뿐인데.

“아, 내 정신 좀 보게. 반갑습니다. 다시 묻겠습니다. 올리버 스미스의 제자가 맞습니까?”

“아닙니다. 전 심부름을 했을 뿐입니다. 이건 저희 회장님의 부탁입니다.”

“회장님?!”

예상치 못한 사내의 호칭에 워런 버핏은 깜짝 놀랐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그를 쳐다봤다.

설명을 바라는 눈빛이 정확히 사내의 눈에 닿았다.

“회장님은 KJ그룹 김정수 회장님입니다. 이건 저희 회장님께서 직접 전해달라는 친필 편지입니다.”

“… KJ?!”

왜 여기서 KJ가 튀어나올까? 올리버 스미스와 KJ와의 관계가?

“이 편지를 내게 줬다 이 말이오?”

“그렇습니다. 직접 전달해 달라는 지시를 받고 찾아왔습니다.”

“그럼, 올리버 스미스의 제자라 했던 건…?!”

“그건 회장님의 지시였습니다. 직접 전해주기를 바라셨습니다. 네 짐작건대 궁금한 부분은 편지에 있을 거라 봅니다. 죄송합니다. 거짓으로 바쁘신 분을 내려오게 해서.”

남자는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그저 수행원이 내려와 같이 올라갈 줄 알았는데, 본인이 직접 내려올 줄은 몰랐다.

아무리 지시라지만, 이건 자신의 잘못이 맞았다.

“아닙니다. 이걸 전달하러 여기까지 와주어 고맙소이다.”

워런 버핏은 아쉬움이 가득한 얼굴로 등을 돌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의 눈에는 기대감이 잔뜩 실린 채 편지를 내려봤다.

“설마 김정수 회장이 올리버 스미스의 제자라는 건 아니겠지.”

당연한 의심. 그렇지 않다면 올리버 스미스를 언급하지 않았을 터이니.

편지봉투가 훼손되지 않도록 칼로 옆면을 조심히 도려냈다.

서거걱 소리가 나며 편지봉투가 위아래로 입을 벌렸다.

“보면 알겠지.”

책상에 자리를 잡고 앉은 워런 버핏은 조심스러운 손길로 편지지를 꺼냈다.

4등분으로 접힌 종이를 한 번 두 번 펼쳐 글을 읽어 내려갔다.

“허, … 허…”

-제가 투자계 거부에게 이런 손편지를 쓸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이미 당신과 스승님의 관계는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잊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끝까지 스승님의 무덤을 지켜주고 있었더군요. 그래서 당신을 만나기로 마음을 먹게 됐습니다.

말이 되지 않았다. 어째서 그가 올리버 스미스를 알고 있는지, 왜 그가 올리버 스미스의 제자라 말하고 있는지를.

40년. 그가 살다간 인생의 총합이다.

하지만, 김정수 회장의 나이는 20대 중후반으로 알려진 상태.

나이와 시기가 맞지 않았다.

-내가 왜 그를 스승이라 부르는지 의아할 거라 생각합니다. 아주 단순합니다. 전 그가 평생을 이룩한 경험과 지난 과거에 대한 유산을 모두 물려받았습니다. 그곳에는 당신과 스승님과의 라이벌전도 함께 기록돼 있더군요. 스승님은 당신을 인생의 롤모델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을 당신과 함께한 일도.

“… 어떻게…. 이럴 수가.”

당시에는 제법 유명한 일이기는 했으나, 세간에 알려질 정도는 아니었다.

한데 그런 사실을 알고 있다니? 그보다 올리버 스미스가 자신도 모르는 유산을 후대에 남겼다고?

-전 스승님만 아니라 당신도 존경합니다. 전 두 분으로 인해 꿈을 꾸게 되었고, 이 자리까지 올라서게 되었습니다. 제자 된 자로서 직접 찾아봬야 맞으나, 현 환경이 그걸 방해합니다.

“에덤! 바로 한국행 비행기를 준비하게. 가장 빠른 편으로!”

-당신을 보기를 기대하겠습니다.

-김정수 올림.

-1만 달러는 스승의 친구의 용돈이라 생각하고 잘 간직하겠습니다.

워런 버핏은 앉았던 몸을 바로 일으켰다.

더는 자리에 앉아 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의 걸음은 한국으로 향했다.

***

“수고했어요. 그에 따른 보상은 따로 보내겠습니다.”

한국에 복귀하고 기다렸던 소식이 전화를 통해 들려왔다.

편지를 직접 워런 버핏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점.

나는 1만 달러 종이를 만지작거리며, 기대감에 부풀었다.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오지만. 이 떨림. 나쁘지 않아.”

오히려 기분이 좋은 떨림이었다.

“이번 주중 오겠…”

똑똑—

노크 소리에 혼잣말을 멈췄다.

“들어와요.”

이호영 실장이다.

“회장님. 버크셔 워런 버핏 회장이 내일 오전 비행기로 한국에 도착한다 합니다.”

허, 빠르네. 방금 전화를 받았는데, 내일?

그가 올리버 스미스를 얼마나 생각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한데 내일 회장님 일정이…”

“취소하세요. 어떤 일보다 그를 만나는 게 가장 우선순위입니다.”

“하지만, 청와대…”

“괜찮으니, 그리해주세요. 청와대라고 해 봐야 경영자들 모아놓고 자기 할 말만 하다 결국 돈 써라 하고 끝날 이야기인데. 무시하세요.”

“알겠습니다.”

귀국하니 무섭게 청와대에서 초청장이 날아들었다. 이번 대통령은 국민들을 위하여 무언가 해보려 하는 거 같기는 한데,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뭐랄까? 피해망상에 빠진 대통령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자존감이 낮은 대통령이라고 해야 할까?

타협이 아닌 무조건 따르라 이런 유형이다. 그래서 별 이야기가 더 나오기 전에 기부를 했다.

귀찮은 일에 휘말리기 싫어서.

“그건 그렇게 하고. 다음은…”

다음 일은 그간 벌인 일에 대한 정리에 들어갔다.

타깃, 아마존, 자동차 등등등

***

미래그룹 최상층.

“죄송합니다. 실패했습니다.”

“실패했다?”

“죄송합니다. KJ에서 눈치채 더는 접근하기 힘들었습니다.”

“거기다 들키기까지? 허허. 이보게. 나랑 일한 지 얼마나 되었나?”

“13년입니다.”

“그러면 나에 대해 잘 알 터인데…”

“……”

“이번 일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몰라서 그랬나?”

“……”

“3배가 안 되면 10배라도 준다 하고 데려왔어야지!”

오래전부터 눈여겨 온 디자이너다. 기연과 합병을 성공하면 피터 슈라이어를 끌어들여 대한민국 자동차 그룹으로 탄생하려 하였는데.

모든 계획이 틀어지다 못해, 좋지 않은 쪽으로 흘렀다.

“죄송합니다…”

“할 줄 아는 말이 그것밖에 없나!”

화가 가시지 않았다. 제대로 해온 일이 단 하나도 없으니, 분노만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끌어내 밖에다 버리고 싶지만.

“이번 일 나는 모르는 일이야. 무슨 뜻인지 알겠지?”

빠져나갈 구멍은 필요했다. 그 구멍은 애사심에 충성심이 많은 부하 직원들의 잘못으로 모든 일은 마무리될 것이다.

“… 네.”

“나가 봐.”

남자는 떨궈진 고개를 올리지 못하고 힘없는 걸음으로 회장실을 벗어났다.

한심하게 바라보는 회장의 시선을 받으며.

***

“올해 마지막 회의네요. 먼저 저와 함께 힘든 길을 헤쳐와 준 모든 임직원분들께 감사 인사를 올립니다.”

1998년도 막바지. 하얀 겨울날 성탄절을 며칠 남겨 놓고 회의를 가졌다.

공교롭게 폭설이다.

“1999년, 내년에 대한 KJ 방침을 정하겠습니다. 내년에 접어들면 네트워크 마켓을 타깃과 합병해 하나의 회사로 만들고, 전자는 인텔과 합병합니다. 여기에는 LCD사업부도 통합 관리하게 될 것이고, 구글은 그대로 진행합니다. 철강은 자동차와 하나로 통합 관리하세요.”

사업부를 하나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다.

연관성 있는 사업을 하나로 묶어, 원가 단가 면에서 이롭게 했고 관리 또한 노선을 최소화해 일 처리에 장애가 없도록 방향을 잡았다.

“계열사로 일감을 몰지 마세요. 계열사 매출 전쟁은 막겠습니다. 유지하는 정도만 하세요. 그 정도만 하더라도 KJ가 국내 최고의 회사이니 말입니다. 성장 가능성 있는 회사보다 양심적이고 열심히 일하려는 중소기업과 거래하세요. 호구가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갑질은 하지 마세요. 윈-윈 다들 아시죠? 제가 추구하는 경영입니다.”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문제. 머리만 살면 아래와 발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바닥이 튼튼해야 나라가 건강해진다 보고 있다.

세계는 어쩔 수 없이 대기업 체제로 돌아간다지만, 최소한의 장치는 해놓고 싶었다.

외환위기의 본 역사가 그렇게밖에 될 수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보기 때문이다.

“끝으로 전국에 물류회사를 추가로 설립하고 어느 지역이든 벽 없이 운반할 수 있도록 만드시고, 시장 주변에 전자상가를 만드세요.”

그리고 한 가지 더. 수많은 백화점이 주변에 포진해 있는 상황, 덕분에 시장은 급속도로 죽어가고 있었다. 난 시장 주변에 사람들이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제공해 줄 생각이다.

백화점에는 없는 물건이 없고,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스하다. 당연히 사람들의 발걸음은 냄새나는 시장이 아닌 깔끔하게 잘 정리되어있는 백화점으로 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주차장도 문제지. 시장은 차들이 이동하기에 너무 좋지 않아.’

“주차장은 200대 이상 수용할 수 있도록 만드시고, 땅이 없다면 주변 땅을 사서라도 만드세요.”

“……”

“……”

내 특이한 발상에 사람들은 저마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들이 목격됐지만, 난 아랑곳하지 않고 밀어붙였다.

“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차량도 주차할 수 있도록 해줄 겁니다. 그런 줄 알고 그렇게 진행하세요. 98년 마지막 회의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98년 마지막 회의가 끝났다.

사람들이 전부 빠져나간 그 시각.

“워런 버핏 회장이 도착해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다렸던 사람이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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