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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재벌 강림하다-52화 (52/145)

52화

#운명

미국에 온 지 일주일이 지났다. 고작 7일이라 할 수 있지만, 미국에는 많은 일들이 발생했다. 갑자기 내린 폭설로 발생한 크고 작은 사고. 흑인과의 인종차별로 발생한 총기사고. 어리버리한 도둑이 가게에 갇힌 사건 등등이 뉴스에 뜨며 사람들에게 웃음, 공포, 걱정 등의 감정을 안겨줬다.

-이번 추위는 50년 만에 맞는 대추위로…

그리고 한국이나 미국이나 비슷한 기사를 쏟아냈다. 50년. 100년. 대체 어떤 기준으로 생긴 약속인지 모르겠다.

“어떻게 됐어요?”

기상예보에서 관심을 끄고 막 들어온 남자에게 물었다.

빌 게이츠 대표가 붙여준 전담 비서다.

“제프 베조스 대표의 지분을 낮추고 투자자들의 지분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곧 이리로 도착할 겁니다.”

“얼마나 확보를 했다고 하던가요?”

“30%에서 51%를 확보했다 합니다.”

“그거면 됐네요.”

나를 극악하다, 악당이라 말해도 좋다. 하지만, 나는 무지 양심적인 인물이다. 그들의 지식과 미래를 빼앗는 대가로 그들에게 최소한의 미래를 보장해 주려 한다. 아마존은 이대로면 파산에 직면하고, 제프 베조스는 엄청난 빚더미에 앉아 다시 일어서기 힘들지 몰랐다. 아니 다시 일어선다는 건 거의 제로에 가깝다.

우리나라 돈으로 따지면 백억 대 부도를 내는 거니까.

그래서 난 수를 냈다.

“나까지 볼 필요는 없겠죠. 약속대로 투자금의 두 배를 주고 보내세요.”

투자자들을 찾아 우리 편으로 회유했다. 투자한 원금을 회수하지 못할 확률이 높은 곳보다, 초기 투자금의 두 배는 그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리하겠습니다.”

***

“이대로 된 것인지 모르겠네요.”

사람들의 발걸음이 무겁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목소리에 어둡고 습기가 가득하다.

얼굴에는 그늘이 내려앉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게 최선입니다. 우리가 그렇게 투자를 해줬으니, 그가 이 정도라도 살 수 있었던 거 아닙니까? 우리는 할 만큼 했어요.”

“맞습니다. 우리가 무슨 돈을 퍼주는 사람도 아니고. 그의 사업능력이 그것밖에 되지 않은 겁니다. 애초에 1% 이익률이 문제였어요. 좀 더 올려 이익률만 높였어도. 에잉. 쯧쯧.”

이들은 다름 아닌 아마존 닷컴 투자자들로 최근에 그들의 지분을 늘리는 것으로 협의를 본 사람들이다.

그동안 제프 베조스의 기업운영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투자자들은 걱정을 하면서도 너도나도 그의 무능력함에 입을 쉬지 않고 놀렸다.

“원금이나 회수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KJ가 나서줘 다행이죠.”

“맞아요. 정말이지, 그간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모를 겁니다.”

사람들은 적자를 보기 위해 투자를 하지 않는다. 미래 수익이 기대되기 때문에 하는 것.

한데, 아마존 닷컴은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건 나락.

이쯤에서 손을 털고 나오는 것이 그들로서도 현명한 선택이지 않을 수 없었다.

KJ 베어링스 빌딩 미국지부.

막대한 자금을 풀어 인수한 빌딩. 투자자들은 걸음을 멈춰 높게 솟은 빌딩을 바라봤다.

“정말이지 엄청난 작자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단번에 승인했죠. 들어갑시다. 돈 벌러.”

“그러지요.”

이내 사람들의 발걸음이 건물 안으로 향했다.

“약속한 대금입니다.”

종이 한 장.

비록 한 장에 지나지 않았지만, 안에 적힌 숫자는 결코 무시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역시 KJ라 그런지 시원하십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하하.”

투자자들은 즉시 지급하는 종이에 만족한 미소를 띠었다.

“더 볼일 없으면 이쯤에서 일어나지요.”

챙겨 든 종이를 가방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자를 붙잡는 투자자는 한 명도 없었다.

서로가 만족한 거래였다.

***

“모든 거래를 마쳤습니다.”

“아마존에 연락하세요. 아마존을 인수하겠다고.”

돈이 없는 자가 무리한 투자와 지분을 줄이면 발생하는 일이 미국에서 벌어졌다. 그건 바로 내 손에서.

기업의 인수는 쉬우면서 어렵고, 어려우면서 쉽다. 충분한 자본과 조건이 충족되면 누구나 인수를 진행할 수 있다.

바로 나처럼.

“알겠습니다.”

비서가 나갔다. 이제 내 말은 아마존으로 흘러가 제프 베조스를 절망감에 빠트릴 것이다.

싸게 먹혔다. 겨우 200억 원대 수준으로 아마존을 인수했으니까.

“이제 타깃만 남았네요. 나가보죠.”

내 발걸음은 건물 밖으로 나갔다. 타깃이 아닌 제프 베조스를 만나러.

***

따르릉—

-대표님. KJ에서 연락입니다.

“… 돌리게. 바꿨습니다. 무슨 일로 경쟁사에서 제게 연락을 주셨습니까?”

목소리에 반감이 가득하다. 그도 그럴 것이, 잘 나가던 기업이 한 기업체의 등장으로 존폐의 위기를 겪고 있었다.

당연히 좋은 감정이 목소리에 담길 리 만무했다.

-KJ에서 아마존을 인수하겠습니다.

“허, 어이없군요. 이딴 헛소리를 늘어놓다니. 끊겠습니다.”

-끊으셔도 됩니다. 이미 이쪽에서 지분 51%를 확보했습니다. 오늘 회장님께서 방문하실 겁니다.

“…?! 그, 그게 무슨 소리요! 난 KJ에 그런 지분을 내놓은 적이… 바, 방금 몇 퍼센트라 했소?”

기분이 쎄하다. 51%, 이걸 의미하는 건 오로지 하나다. 얼마 전 협상 때가 뇌리를 스쳐 갔다.

-당신의 지분은 49, 우리가 51이오. 3년. 그때까지 우리가 볼 일은 없을 거요.

“이런 개새끼들!”

그들이 아니고서야 51%가 될 수 없다. 그리고 그런 숫자가 나오기 힘들었다.

제프 베조스는 목소리를 높여 말했지만.

-이만 끊겠습니다.

상대방이 전화를 끊었다.

“으아!!”

그 뒤 제프 베조스의 스트레스가 터며 폭력성이 밖으로 표출됐다. 그는 절망을 두 손에 담아 책상을 주먹을 연신 내리쳤다. 그의 처절한 포효는 대표실을 넘어 밖으로 향했다.

***

“가면 주먹부터 날아오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경호원들을 주변에 심어 놓겠습니다.”

비서도 걱정이 들었는지, 즉각 조치를 취하겠다 대답했다.

“아, 너무 많은 배치는 하지 마시고, 위축들 정도로만 하세요. 괜한 폭력으로 구설수에 오르기 싫으니까요.”

“알겠습니다.”

때리는 것도 문제지만, 맞는 것도 문제다. 기사에 내가 제프 베조스에게 맞았다는 기사가 뜨면 그보다 창피하고 쪽팔린 흑역사도 없을 것이다.

적정선에 경호원들을 배치하라 일렀다.

부웅! 이동하는 차 안, 그 안에서 아마존 닷컴 간판에 시야로 들어왔다.

“서명하세요. 그렇게 고집을 부려봐야 소용없는 일입니다.”

아마존 닷컴 대표실에 들어온 지 어언 10분. 그의 노려보는 따끔한 시선을 받으며 종이를 밀었다.

그의 서명이 끝나면 이 아마존은 완벽한 내 소유가 되는 것이다.

“꼭 이렇게 해야 속이 후련하십니까?”

“아니요. 후련하지는 않네요.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강한 자가 시장을 독식하는 건 당연한 이치인데. 그건 당신도 해오던 일 아닙니까?”

비록 내게 무너져서 그렇지, 제프 베조스는 이 시장에서 상당한 강자로 통했다. 무섭게 인수와 합병을 시도해 덩치를 키웠고, 이내 미국의 전망 깊은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 짧은 시간에 말이다.

그 자리를 네트워크 마켓이 차지했을 뿐이다. 독점이라는 이름으로.

“너무 뻔뻔한 대답이군요.”

“뭐라 해도 상관없습니다. 당신의 기분을 이해할 정도로 난 착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약간의 양심은 남아, 당신에게 기회를 줄까 합니다.”

“또 뭔 개소리를 지껄이려 하는 거요.”

“당신이 가진 지분을 다 준다면 현 가치의 2배를 쳐 드리고 미국 지사장으로 자리를 내드리지요. 어찌 됐든 난 당신의 실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정말로 어이없군. 내 회사를 말아먹게 만들고, 그걸 어이없는 방법으로 인수하고 나서, 뭐? 날 쓰겠다 이 말입니까?”

“말은 제대로 해야지요. 기회입니다. 꼭 당신을 고용하겠다 이 말은 아니니, 그 부분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마세요. 내가 당신의 지분을 인수하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부족하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을 겁니다. 그 자본을 밑거름 삼아 제게 도전해도 좋습니다. 절 이길 수 있다면 말이죠.”

“……”

강하게 반발하며 짖던 그의 목소리가 사그라들었다. 얼굴은 절대 그렇지 않았지만, 방 안은 평화로 물들어갔다.

“선택은 두 가지입니다. 지분을 다 내놓고 자리를 털고 일어날지, 지분을 다 내놓고 미국 지사장으로 지내 네트워크 마켓과 함께 성장해 나갈지. 이 중 하나만 선택하세요.”

난 그에게 선택을 강요했다.

“하나만 묻겠소.”

“얼마든지.”

“어떻게 나와 똑같은 사업을 할 생각을 했는지, 그것이 궁금하오.”

“사업에 똑같고 다름이 어딨습니까? 미래를 읽고 돈이 보이니 한 거지. 딱히 깊은 뜻은 없습니다.”

“……”

사업이란 게 돈을 벌기 위한 거 아닌가? 돈을 벌면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고, 거기에 욕심을 내어 더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진다.

난 육식동물의 본능을 아주 충실하게 따랐을 뿐이다.

“대답은 된 거 같으니 다시 묻죠.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 제안은 이 자리를 벗어나는 순간 사라집니다. 내 직원이 되겠다면, 적어도 당신이 바라본 미래의 일을 진행함에 있어 돈에 대한 장벽은 사라지게 될 겁니다.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다 이 말입니다.”

“… 하겠소.”

누구의 밑에서 일하기 싫어하는 그의 성격이지만, KJ의 지사장과 대표는 일반적인 그룹의 회장보다 위에 위치해 있거나 동급으로 취급받는다.

계열사 하나하나가 그룹 규모이며, 시가총액도 세계 100대 그룹에 속해 있다.

충분히 매력적인 자리였다.

“당신의 선택은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어려운 선택을 해주어 감사합니다. 제프 베조스 지사장.”

그의 호칭에 변화가 왔다. 내 입에서는 자연스럽게 지사장이란 호칭이 흘러나왔다.

내 빠른 적응능력에 제프 베조스가 어이없는 시선으로 응시하다, 씁쓸한 미소를 입에 걸치고 테이블 위에 올려진 종이에 서명을 했다.

이렇게 아마존의 지분을 100%를 확보하게 됨으로써, 확실한 포털, 물류계 지배자가 되었다.

“내 직원이 된 기념으로 당신에게 첫 지시를 내리죠. 타깃을 인수하세요. 자세한 사항은 앞으로 당신에게 붙여질 사람에게 듣게 될 겁니다.”

내가 행하려던 걸 그에게 넘겼다. 곧 내 시선은 내 옆에 자리한 남자에게 향했다.

“당신은 앞으로 미국 지사장 전담 비서실장으로 일하게 될 겁니다. 인사조치는 빌 게이츠 대표에게 미리 말해 놓을 테니 내일부터 이곳에서 제프 베조스 지사장을 도우세요.”

내 몸은 여럿이 아니다. 하나다. 미국에서 할 일이 많은 만큼 타깃에 관련된 일은 제프 베조스에게 맡기기로 하였다.

그리고 그의 보조를 그간 내 옆을 따라다닌 비서에게 맡겼다. 그는 꽤 유능한 남자다. 실장 자리에 앉아 충분히 제프 베조스를 도울 수 있으리라 봤다.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도 이게 기회인지 아는 눈치다. 일개 비서과장에서 실장으로 승진했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당신은 우수한 사람입니다. 그만한 능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자리에 앉는 것이 기업에서도 좋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잘 부탁하지요. 지사장님은 네트워크 마켓 미국지사를 멋있게 만들어 보세요. 부족한 자금은 베어링스 은행에서 충당하세요.”

-KJ그룹 네트워크 마켓, 아마존 닷컴 인수!

-네트워크 마켓 미국지사장 제프 베조스 영입. “타깃 인수할 것.”

그날 저녁 KJ그룹 소식이 미국 전역에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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