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화
#구글, 아마존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는 다급히 학교 컴퓨터실로 돌아와 PC를 켰다. 그들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구글
영문으로 주소창을 쓰고 해당 포털에 접속한 순간.
-[ ]
“말도 안 돼!”
“어떻게 우리가 생각한 거랑 이렇게 같을 수 있는 거야.”
하얀 창 아래로 떠 있는 네모박스 하나.
자신들이 개발한 창 화면과 100% 흡사했다.
-KJ그룹, KJ포털사업부 제작
-회장 김정수
-대표 김유성
-이 홈페이지는 한국 KJ그룹, KJ포털사업부에서 제작했습니다.
-제작연도: 1998.05.08
“이럴 수는 없어.”
“아…”
심지어 제작일도 훨씬 앞선 일자.
두 사람의 두 동공이 심각하게 떨렸다.
모든 걸 잃은 사람마냥.
***
같은 시각.
“이건 뭐야?!”
“왜 그래요?”
-네트워크 마켓.
“내가 설립한 회사를 모방한 곳이 있어.”
눈앞에 뜬 창에 이마 면적이 넓은 남자가 당황한 시선을 감추지 못했다.
-어떤 서적이든 찾아드립니다.
“말도 안 돼요. 왜 우리 걸 따라 하죠?”
아내가 다가와 눈앞에 뜬 창을 보며 경악했다.
“유입되는 회원 수가 줄어들어 이상해 원인을 찾았는데, KJ였어.”
성을 내는 남자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
영국과 독일에 해외지사를 두며 빠른 성장을 이어가던 중, 같은 사업을 벌이는 경쟁사가 등장했다. 그것도 괴물 기업.
세계 경제와 언론에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기업에서 ‘네트워크 마켓’이란 이름을 걸고 경쟁사로 합류했다.
갑자기 줄어들기 시작한 회원과 거래량.
원인 제공자는 KJ그룹.
제프 베조스는 이내 크게 분노했다.
-구매자들의 추천 도서, 제품 공유방
-중고거래소
“허허.”
거기에 덩달아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새로운 카테고리도 있었다. 그곳에서의 거래가 상상을 초월했다.
-지사: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
“… 믿을 수 없어.”
규모 자체는 말할 것도 없이 억 소리가 난다.
빠르게 성장하는 아마존에 큰 장애물이 나타났다. 경쟁사를 무너트리고 승승장구하던 아마존이, 반대된 상황에 직면했다.
“우리 어떻게 해요.”
아마존은 현재 이익률이 마이너스인 상태.
그런 상황에 거대 공룡이 대량의 자금을 풀며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나가고 있는 이때, 제프 베조스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소송도 불가.
큰 장벽에 가로막힌 걸 알자, 아내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승승장구 성장추세에 오르던 아마존의 앞날에 검은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
“도서 부분은 이익을 포기하세요. 그 밖에 자잘한 물품들도 이익률을 1% 미만으로 맞추세요.”
네트워크 마켓에서 판매되는 모든 물품에 대해 마진을 1% 미만으로 맞췄다. 심한 건 ‘-2%’ 손해를 감수했다.
이는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이유도 있었지만, 가장 큰 건 아마존을 겨냥한 움직임이었다.
아마존이 추구하는 마진율이 1% 수준이기에 KJ그룹 네트워크 마켓은 -2%~0.9%의 이익률을 가지고 치킨 싸움에 들어갔다.
“회장님은 마이너스 경영을 선호하시는 분 같습니다. 모든 시장의 초반 진입이 전부 마이너스라니. 이런 경우는 회장님이 유일할 겁니다.”
이호영 비서실장이 우려를 표했다.
“실장님. 기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 뭔지 아세요?”
그에 나는 질문을 던졌다.
“당연히 이익 실현입니다. 돈이 들어오지 않는데, 기업이 살 수 있을 리 없지 않습니까?”
공부를 하지 않아도 누구나 할 수 있는 답안일지 모른다. 그리고 저게 꼭 틀린 건 아니니, 틀렸다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나는.
“틀렸어요.”
아니라고 말했다. 기업 매출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우리 기업에 대해 신뢰를 가지고 접근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난 매출보다 우선시 생각하는 건.
“점유율입니다. 우리의 점유율이 떨어진다면, 결국 부도에 직면하게 됩니다. 하지만 반대로 점유율이 성장한다면 매출이 떨어져도 살아날 구멍은 무수히 증가하게 되죠. 기업을 단순히 숫자와 이익으로만 보려 하지 마세요. 때로는 마이너스 기업이 1000억대 매출기업보다 더욱 높은 가치를 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포털 사이트에서 회원은 기업의 가치를 의미한다. 이는 기업이 추구하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매출만을 바라보는 기업이 아닌,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기업 말이다.
“음, 이해했습니다. 회장님께서 무슨 말을 하실지.”
“우리 기업은 고객 중심 기업입니다. 물론, 그만큼 우리 직원들의 복지와 자존감을 높여줄 생각이죠. 고객 중심 기업은 직원들에 있어 무척 힘들게 작용할 수 있어요. 그러니 직원 복지나, 불미스러운 일들을 해결해 주는 것도 KJ가 가져야 할 마음입니다. 그렇게 생각하시고, 직원들을 잘 다독여 이끌어 주세요. 무조건 강하게 나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겁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아셨으면 됐어요. 그보다 미국 대형할인마트 타깃에 대해 알아봐 주세요.”
“타깃 말입니까?”
미국 대형할인마트 타깃.
월마트 다음으로 큰 미국 내에서 두 번째로 큰 대형할인마트.
난 그곳을 인수해, 네트워크 마켓과 연동해 사업을 이을 계획을 가졌다.
단순히 판매뿐 아니라, 온라인으로 주문을 넣으면 가장 가까운 마트에서 미국 전역에 배송해주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화물과 물류회사를 대단위로 확대한 거다.
미국과 캐나다 등에 물류와 운반기업이 들어서 있었다.
독일, 일본, 프랑스 등지에도 이를 준비 중이다.
즉, 세계 어느 곳을 가더라도 인터넷 하나로 주문하면 국가를 가리지 않고 배달할 프로젝트를 생각하고 있었다.
“네.”
“언제까지 올릴까요?”
“내일이면 되겠어요?”
“내일까지 올리겠습니다.”
“고생해 주세요.”
이해하면 더 들어오는 질문은 없다. 마음에 든다.
***
“정말이지. 회장님은 알 수 없단 말이야.”
밖으로 나오는 이호영 실장은 지시받은 사항을 되뇌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회장님의 지시를 어기고 싶지 않으나, 이해되지 않은 움직임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대체 1년 사이에 회사를 몇 개나 인수하시려는 건지. 회사에 현금이 많은 게 놀라울 따름이야.”
네트워크 마켓이 얼마나 중요한 사업이 될지 아직 잘은 모른다. 도자기, 그릇, 자동차, 컴퓨터, 액세서리, 생필품, 식품, 서적 등등을 네트워크 마켓에 올려 판매하겠다 하니, 좀처럼 감이 잡히지 않았다.
전혀 새로운 접근 방법이고, 사업 규모가 너무도 방대했다.
“그러기 위해 타깃을 인수하겠다 하시니. 하하. 대체…”
이호영 실장은 얼빠진 웃음을 허공에 허허 날리며 자리로 걸음을 옮겼다. 앞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질 것 같다고 직감하며.
***
한편.
“오빠, 나 화장실.”
“타기 전에 화장실 들르라 했지?”
“아까는 마렵지 않았다고.”
“휴, 도로 한복판인데 어디다 쌀 건데?
도로 위로 질주하는 중 조수석에 앉은 여자가 몸을 비틀며 글썽거리는 눈망울을 운전 중인 남자에게 보냈다. 귀엽게 생긴 미간이 찡그려졌다 펴지기를 반복했다.
꽤 급한 모양이다.
“화장실! 화장실!”
급함에도 절대 노사방뇨는 있을 수 없는 일.
남자라면 지퍼를 열고 영역표시를 하면 그만이지만, 여자 입장에서 그러기는 불가능했다.
아니, 그녀 입장에서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유, 내가 진짜. 너 때문에 못 살겠다.”
“차에 싼다?”
“야! 김가영! 너 여기다 싸면 알아서 해.”
“그럼 나 보고 어쩌라고! 나올 거 같은데!”
조선 시대였다면 마차 타면서 이런 말을 남자에게 건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며 남자는 당겨오는 뒷덜미를 오른손으로 세게 어루만지며 차를 몰았다.
“으휴. 기다려 봐. 여기 어디에 주유소 있었던 걸로 아니까. 거기서 넣자.”
“주유소 화장실 더럽잖아. 깨끗한 데로 가자.”
“야, 여기서 그런 곳을 어떻게 찾아.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주유소 화장실은 보통 남자들이 많이 활용한다. 그래서 그런지 관리가 좋지 못했다.
남자는 서서 싼다지만, 여자는 앉아서 싸지 않던가?
냄새까지 나면 헛구역질까지 한다. 여자는 급함에도 또 그런 곳은 피하기를 바랐다.
“걍 주유소로 가. 밖에다 싸는 것보다 낫지. 어 마침 저기 있네.”
100미터를 더 갔을 때, 우측 외곽에 있는 주유소가 시야에 들어왔다. 남자는 급히 핸들을 꺾어 시야에 들어온 주유소로 향했다.
“힝.”
남자의 말도 맞기에 여자는 더는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정확히는 이제는 말할 기운도 남아 있지 않았다. 모든 신경은 곧 열릴 게이트에 집중됐다.
여기서 싱크홀이 무너지면 인생의 흑역사가 남게 될 터.
젖먹던 힘을 다해 꾹 참았다.
“와. 여기가 주유소 맞아? 뭔 주유소를 휴게소처럼 꾸며 놨어.”
“오빠, 감탄하지 말고. 화장실까지 가까이!”
한계에 봉착했는지 여자가 꽥 소리를 질렀다.
“쯧쯧.”
남자는 화장실이라 크게 적힌 간판 앞까지 차를 몰았다. 주변에는 차가 꽉 차 있었지만, 다행히 화장실 근방에 빈 공간이 있어 주차할 수 있었다.
여자는 차에서 급히 내려 화장실까지 달렸다. 남자는 달리는 여자친구를 바보처럼 바라보다, 천천히 화장실로 향했다.
“… 와. 무슨 주유소 화장실이 이래?”
화장실은 넓고 쾌적했다. 얼마 전 갔던 주유소 화장실과 너무도 차이 났다.
주유소와도 제법 거리가 떨어져 있어 기름 냄새도 크게 나지 않았다. 오히려 꽃 냄새와 어디서 술술 풍기는 달콤한 커피 향이 후각을 자극했다.
“이 근방에 커피점이 있나 본데? 주유소에 커피점이라. 참, 신기한 곳이네.”
촤아—!!
변기의 물줄기가 벽면에 묻은 노란 물기를 아래로 흘려보냈다.
“오빠, 화장실 봤어? 여기 대박이다. 나 무슨 호텔 화장실 온 줄 알았어.”
“그렇지? 나도 놀랐다. 냄새 무지 나는 그런 곳일 줄 알았는데. 심지어 우리집 향보다 더 좋은 냄새가 나더라.”
“맞아. 그리고 저거 봐봐.”
볼일을 마치고 개운한 얼굴로 나온 여자가 방금 전 경험한 걸 남자에게 풀었다. 시선은 200미터쯤 떨어져 있는 주유소와 화장실을 번갈아 쳐다봤다. 그리고 넓은 주차공간까지.
-KJ주유소 쉼터.
주유소면 주유소지. 끝에 붙은 쉼터에 시선이 고정됐다.
그러다 화장실 옆으로 보이는 건물.
-스타벅스 서점.
-커피 마시며, 책을 본다.
-테이크아웃 가능.
분위기 있어 보이는 스타벅스 커피점이 주유소에 입점해 있었다.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조합. 한데, 그게 불편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쉼터’라는 단어가 그걸 막아줬는지 모른다. 왜, 휴게소에 주유소도 있고 식품점도 있지 않은가?
아무래도 그런 영향 탓이 큰 거 같다.
“가보자.”
여자는 남자의 손을 잡아끌고 스타벅스 안으로 들어갔다. 1층에 자리한 서점. 옆으로 걸음을 옮기니 계단이 보였고, 발을 계단에 올렸다. 한 걸음을 천천히 내디디며 주변을 감상했다.
“와, 완전 짱이다.”
2층 공간은 완전 천외천이다. 분위기 있게 꾸며놓은 장소에 달달한 커피 향이 가득했다.
여자와 남자는 홀린 듯 데스크 앞에 섰다.
“마끼아또 두 잔 주세요. 포장되죠?”
“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5분 정도 기다린 시간.
“마끼아또 두 잔 나왔어요. 여기 있습니다.”
주문한 커피가 나왔다.
“여기 진짜 멋지다.”
“내 살다 차량에 주유하는 광경이랑 차들 돌아다니는 걸 보며 커피 마실 날이 올 줄은 몰랐다.”
두 커플은 받아 든 잔을 들고 2층 통유리를 통해 보이는 세상을 감상했다.
새로운 문화의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 잠시간 한 장소에서 멍때렸다.
이는 여기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일어났다.
-KJ주유소 쉼터, 주유소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다. 도심의 쉼터로 졸음운전 횟수 줄어들어…
그리고 이는 언론을 통해 전국에 소개됐다.
“타깃에 대해 조사를 마쳤습니다.”
다음날 오후. KJ빌딩 회장실로 이호영 실장이 조사한 자료를 들고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