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화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
-KJ자동차 신차개발 돌입, 긴 시간 멈춰있던 KJ자동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정수 회장의 신개념 경영이 빛을 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부장님, 이대로 괜찮은 겁니까?”
신문을 펼친 김지석 차장이 우려 섞인 눈빛이 이제는 빈자리가 되어버린 공간을 경유하며 뒤쪽에 자리한 이경호 부장에게 향했다.
“이대로 연봉 유지하며 자리에 앉아 있는 것만도 감사하라고. 웃대가리 전부 모가지 된 거 봤잖아.”
하지만, 이경호 부장은 그의 시선을 무시한 채 시선을 책상 위에서 떼지 못했다. 그의 시선이 머무르는 곳에는 아직 처리하지 못한 문서가 아닌, 신문이 깔려 있었다.
말은 그리했지만, 실상은 이경호 부장도 불안감을 숨기지 못했다.
“디자인그룹인가 뭐시기인가, 그게 우리 상위 팀이고 우리가 그쪽 보조라는 게 말이 되냐고요? 네?”
어두운 얼굴로 있던 지석수 과장도 대화에 합세했다.
상식적으로도 말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참이나 후배들의 디자인을 들고, 그걸 수정해주는 역할이라니.
자신들이 지내온 시간들이 허무하게 다가왔다.
“이대로는 안 됩니다. 최소 목소리를 내야 되는 건 아닙니까? 이건 너무 불합리한 처사입니다. 가려면 우리가 가야지, 왜 후배들이 갑니까?”
지석수 과장은 분통이 터지는지, 그도 아니면 뭔가 기대라도 하고 있는 건지 차장과 부장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하게 주장했다.
“어떻게? 명분도 확실한데, 어떻게 말하게?”
명분. 여러 디자인을 그리게 하여 내부적인 심사가 있었다. 웃기게도 높은 점수를 얻은 건 신입들이었고, 낮은 점수를 받은 건 대부분이 기연 자동차에서 오래 녹을 먹은 사람들뿐.
이경호 부장은 이러한 부분을 지적하고 들어갔다. 억울한 건 억울한 부분이고.
“심지어 우리는 테스트 전 서명까지 했지. 어떤 의견도 달지 않겠다고. 그때 좋아했던 것이 자네야. 지 과장.”
당시 지석수 과장은 자신만만한 얼굴로 당연히 해야지 라며 주문을 외우듯 외쳤다. 그런 사람이 저런 헛소리를 하는 모습이라니. 지금의 상황이 더욱 암울하게 다가왔다.
“더 할 이야기 없으면, 다들 일 봐. 다른 기업이었으면 벌써 잘렸어. 퇴직한 사람들 지금 뭐 하나 생각하며 일에 집중해.”
그걸로 이경호 부장은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신문은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다.
“……”
“……”
***
“폐업하지 못하고 방치된 주유소 400곳 인수를 시작으로, 850곳을 추가 인수해 전국에 1360개소 주유소를 거점으로 스타벅스 매장은 총 2150곳입니다.”
주유소에 왜 카페를 설치했느냐? 여기는 패스트 푸드 전문점이다. 규모는 작고, 쉬다 갈 사람만 올라가 쉬다 가란 의미.
일종의 도심의 휴게소라고 할까?
편견을 깨 버리고 설립하니,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도심에도 쫙 깔려 있지만, 스타벅스를 가고 싶다면 주유소부터 찾으라는 말도 간혹 들려왔다.
“아무리 주유소지만, 주차장은 넉넉하게 만들어야 할 거예요. 좁은 곳이 있다면 주차장을 넓히고 휴게소처럼 가볍게 지낼 수 있도록 해주세요.”
이색적인 주유소. 사람들이 머무르면 주유를 하지 않더라도 최소 커피는 사 먹는다. 그것도 아니면 1층에 위치한 서점을 이용하기도 하고.
나쁘지 않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런데 회장님. 이대로면 저희 매출에 타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땅값이 비싸다 해서 기름값을 더 비싸게 받을 필요 있나요? 그리고 들쑥날쑥 기름을 주유하기보다 최대한 고정비해서 전국적으로 부담 없이 넣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 주유소의 포인트입니다.”
아직은 크게 문제 될 건 없다. 하지만, 추후 미래에 상당한 문제가 생긴다. 국제 유가가 내려감에도 주유소 사장들은 즉각 반응하지 않고 10원 단위로 내리기 바쁘다. 그래서 생겨난 게 알뜰 주유소라 하지만, 글쎄. 미래 속 기억을 읽어 보면 정말 저렴했는지 모르겠다. 광고만 열심히 한 꼴?
“유가 상황에 맞춰 움직이겠지만, 위아래 5% 폭은 고정값으로 가고 6% 이상 변동 시 그때부터 1%씩 인상 혹은 인하하는 정책을 펼치겠습니다.”
시골과 서울의 단가 차이는 많이 날 경우 150원까지 차이 났다.
평균 100원 정도가 더 저렴하다는 소리.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기는 하지만, 이 소리는 서울이라 해서 꼭 비싸게 팔 필요는 없다는 말이 되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유지하게 되면 국내 주유소 시장은 자연히 KJ그룹에 입맛에 맞게 따라오게 될 터.
정유기업들도 쉽게 단가를 올릴 수 없게 된다.
거래 안 한다고 배 째면 나도 정유사업을 하면 끝.
새로이 기름 나는 장소도 알겠다, 세계적으로 선언해 버리면 국내 정유사는 내 뜻을 결코 무시하지 못하리라.
“… 정말이지. 음. 회장님 생각은 따라가지 못하겠습니다.”
“절 따라올 필요는 없습니다. 이런 생각을 가지는 미친놈도 있다 보시면 됩니다. 다음 안으로 넘기죠.”
주유소, 스타벅스에 관련된 이야기는 여기까지.
내 시선은 꾀죄죄한 몰골의 남자에게 향했다. 누가 보더라도 ‘나 모범생이요.’ 하는 인상의 남자였다.
“포털 사업부에서 보고 올리겠습니다. 프로젝트명 구글이 이번 주 중 완료될 것으로 보이고, 두 번째 프로젝트명 아마존은 모레부터 기본적인 서비스부터 제공 가능합니다.”
구글과 아마존.
세계 5대 기업으로 성장할 기업.
난 이걸 내 손으로 직접 만들었다.
더는 투자를 하겠다는 말들로 노력하며, 세계 기술을 가져올 필요가 없다는 소리다.
세계는 나라는 버그로 인해, 불균형 생태계가 되어 KJ이름 아래 경제가 움직이게 될 것이다.
이미 불균형이 되고 있지만.
“좋네요. 구글은 다음 달 초에 공개하기로 하고, 아마존은 준비되는 대로 진행하세요. 필요한 서적은 블롬즈버리와 스콜라틱스에서 도움을 줄 겁니다. 그쪽과 협업하면 될 겁니다.”
제프 베조스가 해오던 일을 내가 그대로 따라 하기로 했다. 물로 그보다 더 체계적이고 빠르게.
폭넓은 네트워크망까지 갖췄으니, 본 역사보다 빠르게 성장하게 될 터다.
“관련 광고는 다모와 야후를 통해 내보내세요. 그쪽에서 꽤 좋은 위치에 광고를 넣어 줄 겁니다. 그리고 기사도 내보내세요. 거짓 광고도 좋습니다. 구하지 못했던 서적이나 물건을 구할 수 있었다 등의 내용을 담으세요. 그러면서 없는 책은 요청란에 적어 주면 바로 구해준다는 말까지 적으면 좋겠네요.”
기존과 달리 여러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없는 책은 구해달라는 요청란, 책을 고르기 힘들 때는 추천을 받고 싶은 도서 소재 내용 등을 구매자들끼리 소통해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해커 그레이 헤먼드의 지식과 내 미래 기억이 만나니, 말도 안 되는 효과로 작용했다.
“LCD사업부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요?”
이제 회의의 종착역으로 나아갔다. 미래핵심 사업군이 될 사업.
이 사업은 KJ에 있어 반독점 사업이 될 것이다.
“보고 올리겠습니다.”
다음은 냉정하고 이기적이게 생긴 50대 아저씨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 사업의 총 책임자로 추후 KJ전자 총괄대표로 내정돼있는 사람이었다.
“회장님께서 주신 자료는 연구에 상당한 도움이 되었습니다. 풀리지 않던 숙제가 풀리면서 개발속도는 진척이 생겼습니다. 불량률이 60%에 가깝지만, 목표한 양산 50%는 가능하리라 봅니다. 테스트품으로 LCD 모니터가 제작 중에 있습니다. 결과는 2주 정도 되어야 나올 거 같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필름제작에 성공했다. 양산율은 높지 않지만, 이 정도만 하더라도 세계에 다시없을 대개발이라 할 수 있었다. 우리가 추구한 기술은 몇 년은 한참 앞선 기술.
특허까지 마친 기술은 세계를 놀라게 할 것이다.
“앞으로 이 기술은 얼마나 얇고 선명하게 만드느냐가 핵심기술이 될 겁니다. 그러니 지금의 기술에 만족하지 말고 계속 개발해 나가세요.”
“알겠습니다.”
***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스탠포드 대학.
종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밖으로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세르게이, 오늘이지?”
“2시까지 온다 했으니, 지금쯤 와 있지 않을까?”
건물에서 빠져나오는 두 남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입가에 해맑은 미소를 걸친 채 대화를 나누며 공터로 나왔다.
오늘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는지, 한 사람을 언급하며 걸음을 옮겼다.
“어, 저기!”
그때 래리 페이지가 검지를 펼쳐 한쪽 방향을 가리켰다.
익숙한 남자가 약속한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약속 하나는 끝내주게 잘 지키는 사람이야.”
“그러니 지금의 그가 있는 거겠지.”
선마이크로시스템즈의 공동설립자 앤디 벡톨셰임.
그가 학교 출입문 근처에서 두 사람을 보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오래 기다렸죠? 죄송해요.”
래리 페이지가 공손한 자세로 고개를 숙였다.
“아니네. 내 쪽에서 보자 했으니, 기다리는 게 맞지. 그리고 나도 자네들에게 미안한 부분도 있고.”
“네?”
“무슨 말씀이세요?”
두 사람을 보며 말하는 앤디 벡톨셰임의 표정이 좋지 못하다. 이는 두 사람에게 전염돼 미소를 짓던 입가를 펴지게 만들며 얼굴을 굳게 만들었다.
불안한 기운이 스멀스멀 두 사람을 덮쳤다.
“투자 말이네, 없던 일로 해야겠네.”
“갑자기 그런 말이 어딨어요?!”
“이제 와서 그게 무슨 말이세요. 우리가 만든 건 대단한 거라고요. 이미 회원도 상당수 보유한 상태예요. 앤디 씨도 말하지 않았습니까?”
좋지 않은 예감은 늘 맞아떨어졌다. 왜 이리 잘 맞아떨어지는지. 두 사람은 허무와 분노를 담아 앤디 벡톨셰임을 노려봤다.
오늘은 정확한 투자금을 협상하기로 한 자리, 한데 그건 일장춘몽으로 끝이 났다.
“미안하네. 내 뭐라 할 말이 없어.”
둘의 심한 말에도 그는 미안하다는 말만을 고수했다.
“이유가 뭐죠? 앤디 씨가 갑자기 이러는 이유요.”
래리 페이지의 목소리다.
“처음에 달콤한 말로 접근할 때는 언제고. 당신은 정말 염치없는 사람입니다.”
세르게이 브린의 분노가 담긴 한마디.
어이없는 이유를 댄다면, 당장이라도 달려들 기세로 눈에 힘을 주었다.
“자네들이 개발한 검색엔진은 이미 시장에 나와 있었어.”
“왓!”
“말도 안 됩니다! 그게 어떻게 돌아다녀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요! 우리가 이걸 개발한다고 얼마나 긴 시간을 여기에 쏟아부었는지 아세요?”
“직접 보게. 직접 보고 그쪽보다 뛰어나다 싶다면 내게 연락해 증명하게. 그럼 다시 투자를 생각해 보겠네.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거야. 구글을 검색해 보게. 그럼 난 이만 가지.”
앤디 벡톨셰임은 그 말만을 던지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차량에 올라 떠났다.
“……”
“……”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넋 빠진 얼굴로 떠나는 차량을 바라봤다. 둘 사이에서는 어떤 이야기도 오고 가지 않았다.
있는 것이라고, 고요한 침묵과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음만이 다였다.